초록을 엄마라고 부를 때
안차애
초록 초록한 것들을 보면 엄마라고 부르고 싶다
초록은 뜯어 먹고 싶고
초록은 부비부비 입 맞추고 싶고
초록은 바람과 그늘을 불러 모으고,
슈펭글러(Oswald Spengler)는 초록을 가톨릭의 색이라고 했으니, 마리아
엄마, 눈물과 머리카락으로 다시 발을 씻어 주세요
초록은 도착하자마자 휘발하기 시작하고
어느새 모르는 색상표가 나를 둘러싼다
어떤 색을 흐느꼈던 감각은 남고 지문은 사라졌으니
초록의 냄새 초록의 데시벨 초록의,
젖가슴을 찾아 주세요
물색이 번지면 뒷걸음질 치는 초록의 불안
기억이 오류를 견디듯 본색은 제 무게가 힘에 겨웠을까
다가가면 벌써 흐려지거나 독해지는 초록이라는 기호
묽어지는 색처럼 증발하는 중인가요, 마리아
바닥이 없는 아래로 떨어지는 중인가요
초록이 빠진 것뿐인데
모든 색들이 무너지고 있잖아
초록이 빠진 구멍이 엄마, 엄마 부르며
나를 쫓아오고 있잖아
감춘 입들을 쏟아내며, 내내
시집 『초록을 엄마라고 부를 때』 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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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차애 / 200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시로 등단.
시집 『불꽃나무 한 그루』 『치명적 그늘』 『초록을 엄마라고 부를 때』, 교육 도서 『시인 되는 11가지 놀이』 등.
첫댓글 네..
초록은 우리에게
좋음을 많이 주기에
이리
초록이라는 말을 곁들여
주셨나 봅니다..
어느곳이나
덥게
마련인데
더위에 이리 고운글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