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게시글
게시글 본문내용
|
다음검색
세상의 모든 맡겨진 존재들에게 〈말없는 소녀〉의 코오트에게 코오트, 저는 요 며칠 《사랑의 방》이라는 사진집을 수시로 펼쳐보고 있어요. 불타 는 방, 겨울의 방, 바닷가의 방, 죽은 사랑의 방, 사랑의 바깥 방 등등 방 연작을 모아 놓은 프랑스의 사진작가 베르나르 포콩의 사진집이에요.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방의 풍경과 색감, 온도와 질감이 달라지는데 이 장면들은 제게 너무나 많은 말을 걸어온답니다. ‘네가 꿈꾸는 사랑의 방은 어떤 모습이야? 그 방은 어디에 있어? 빛과 어둠의 배합은 어때?’ 질문에 답을 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 있어요. 몸은 여기에 두고 저 멀리 마음을 여행시키는 기분이랄까요. 불현듯 이 책이 떠오른 건 당신이 시간의 흙 속에 묻혀있던 제 사랑의 방을 깨웠기 때문입니다. <말없는 소녀>라는 영화 제목이 잘 보여주듯, 당신은 언제나 조용하고 눈에 잘 띄지 않는 아이였어요. 경제적으로도 넉넉한 형편이 못 되고 보살필 가족의 수도 적지 않은 당신의 부모님은 여름 방학 동안 당신을 친척 집에 맡기기로 결정하 지요. 당신은 그렇게 ‘맡겨진 소녀’가 됩니다. 영화는 클레어 키건의 소설을 바탕으 로 만들어졌는데, ‘맡겨진 소녀’는 원작 소설의 제목이기도 해요. 영화 제목인 ‘말없는 소녀’는 당신의 얼굴을 들여다보게 하는 제목이고, 소설 제목인 ‘맡겨진 소녀’는 당신의 발을 들여다보게 하는 제목입니다. 우리가 어딘가에 맡겨질 때 발은 쉽게 그곳의 문턱을 넘지 못합니다. 흙이 묻어 더러워진 신발을, 초라한 마 음을 반드시 들키고 말지요. 코오트, 당신도 그랬을 겁니다. 맡겨진다는 말 속에는 버려진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으니까요. ‘세상이 나를 버렸구나. 나는 혼자구나’ 싶 어 얼마나 낯설고 무서웠을까요. 하지만 시간에게는 두 개의 손이 있어 모래성을 허 물기도 하지만 그만큼 다독이며 쌓기도 합니다. 이름도 알지 못했던 낯선 친척 부부가 숀과 아일린이라는 분명한 이름으로 당신 안 에 새겨지고, 자란 키만큼이나 세상의 비밀을, 진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품도 넓 어지지요. 그래서 그 여름의 끝에서 당신이 당신 인생 최초의 작별을 배울 때 저도 따라 울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영화를 보다 눈물을 흘린 게 얼마만이었는지…. 코오트, 당신의 변해가는 얼굴을 보는 것이 좋았습니다. 당신의 삶 가운데 그런 집, 그런 시간,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게 축복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되돌아갈 집이 있 는 삶과 그렇지 않은 삶의 차이를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 조건 없이 환대 받은 기 억은 한 사람의 삶 전체를 떠받치는 토대와 같아요. 언젠가 당신이 삶에 지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어질 때,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 그곳을 떠올 리겠지요. 눈을 감고 문턱을 넘으면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단 하나의 집, 사랑의 방,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코오트, 저는 당신의 이야기가 세상의 모든 맡겨진 존재들에게 멀리멀리 퍼져 나갔 으면 좋겠어요. 시간은 두 개의 손을 가졌지만 그중 한쪽 힘이 월등히 세서 사랑의 방을 망가뜨리는 건 일도 아닐 거예요. 새하얗던 벽은 얼룩과 곰팡이로 금세 뒤덮일 테지요. 하지만 그 어떤 시간의 폭격 속에서도 사랑의 방은 원형으로서 변함없이 그 곳에 있을 겁니다. 우린 언제고 그곳으로 찾아가면 돼요. 사랑은 언제나 우리보다 한발 늦게 출발하지만, 보세요, 분명 뒤쫓아 오고 있습니다. 글 안희연(시인) |
L'AMOUR TOUJOURS항상 사랑 / Gigi D'Agostino / SYMPHONIACS (Strings / Violin, Cello, Piano & Electronic Cover)
|
첫댓글 안녕 하세요.망실봉님
세상의 모든 맡겨진 존재들에게
좋은글 담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반갑습니다
다녀가신 고운 흔적
감사합니다~
새로운 오늘,
활기차고 소중한 하루
이어지시길 소망합니다~
핑크하트 님 !
좋은글 감사 합니댜
안녕하세요
동트는아침 님 !
다녀가신 고운 걸음
공감주셔서 감사합니다~
보온으로
따듯한 하루
건강한 하루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