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자나무의 잎사귀, 그 잎맥을 딛고
별의 사닥다리를 밟으며 나는
찬 공기 서리는 늦은 밤 낙타를 타고 건너왔다
사막을 건너는 이 작은 배
불빛들이 모여 있는 저 끝에서
꿈결인 듯 오래 인기척이 들리고
나는 한참이나 어두운 문을 두드린다
적막 저편 어둠이 내릴수록 밤하늘에서 빛나는 별들
비에 굶주린 바람의 냄새가 사자처럼 달려든다
어둠 속에서 다시 부르고 싶은 나의 노래
낙봉 속에 깊이 감추어 둔 옛 수첩을 꺼내
끝내 잠들지 못하는 나는
오래된 그 마음 한 자락을 잡고 읽어 나간다
이제는 마디가 굵어진 가슴 속
가까스로 머릿속의 모래알들을 털어내려 하나
속은 지금 굵어진 대나무처럼 텅 비어 있는 것이다
작열하던 태양은 모래 지옥으로 떨어져버린 지 한참
이마에 맺힌 땀방울들이 바람을 이고 사라지고
낙타의 혹은 더욱 자라나 사막을 덮으려 한다
끝내 따라오는 엇갈린 길
잠시 길들은 흩어졌다 다시 달려온다
공처럼 가라앉았다가 피어오르는 안개의 환상
잠들었다가 서서히 깨어나는 나뭇가지들
나는 이제 바람과 안개의 노래를
사막 곳곳에 야자수처럼 심어 자라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안개의 기억과 함께
희망의 얼굴을 깊이 간직한 검은 낙타의 혹
사막의 달빛 아래서 그 혹을어루만지며 나는
오늘도 습기 도는 노래를 낮은 목소리로 불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