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인생 구조조정
흔히들 구조조정 구조조정 한다.
불합리한 구조를 개편하거나 축소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그 구조조정은, 그 구조 속에서 살아온 사람이 가장 잘 알 것이어서, 스스로 하는 것이 제 1이다.
그러나 현실을 그러지를 못한다.
이미 갖고 있는 자신의 지위를 내려놓기가 쉽지 않고, 그동안 익숙해진 습관을 버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타의에 의한 구조조정으로 흐르기 십상이다.
보수가 진보에게 내몰리는 것도 바로 그런 구조조정과 흡사한 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온갖 정보가 공유되는 인터넷 소통의 시대이고, 세계가 하나로 엮이는 글로벌리즘의 시대이다.
남녀 구분도 없어지고 나이에 따른 위계질서도 없어진지 오래다.
핵가족 시대여서 한 지붕 아래 한 솥밥 먹은 자기 가족들만 챙길 뿐이다.
그런대도 아직까지 논어(論語) 맹자(孟子)를 논하고 삼강오륜(三綱五倫)에 빠져 있는 케케묵은 어른들이 젊은이들을 다스리려 한다.
다스려질 리가 없다.
괜히 튀는 젊은이들에게 몰매 맞기 십상이다.
그러지 않으려면 스스로 앞서 내려놓아야 한다.
2024년 7월의 첫날인 1일 월요일인 바로 어제 일이다.
이른 아침 시간에 사무실로 나왔다.
면장갑을 꼈다.
이삿짐 정리를 할 요량에서다.
이사를 가려는 것이 아니라, 3년 전에 이 사무실로 이사 올 때 풀지 않았던 이삿짐을 이제야 풀려는 것이었다.
풀어서 제자리에 놓으려고 정리하는 것이 아니다.
버릴 것을 찾아내기 위한 정리였다.
국어사전 영어사전 옥편 같은 사전류와 간판만 땄던 어느 대학교 동창회 명부 등 이제는 안 봐도 될 책들도 있었고, 대통령 표창패 재직기념패 감사패 골프 홀인원패 등 이제는 안 내걸어도 될 상패와 기념패들도 있었고, 가위 송곳 인주 호지키스 펀치 집게 등 법무사사무소 ‘작은 행복’을 접으면서 이제는 쓸 일 없어진 비품들도 있었다.
살아생전 갖고 있다가 자식들에게 물려줄 것들이 아니다.
가차 없이 쓰레기통에 집어넣었다.
그래도 혹 기억해두고 싶은 것이 있는 것은, 사진으로 찍어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보존하기로 했다.
그렇게 나를 내려놓았다.
스스로 실행한 내 인생 구조조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