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괴물>, 태어나줘서...
<괴물> ... 판타스틱 사회주의 리얼리즘 영화
그러한 불안감의 이면에는 국내에서 시도했던 SF영화들과 애니메이션, 그 외 대책 없는 헐리우드 따라잡기가 가져온 화려한 실패 이력들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몇몇 작품의 예를 들어보도록 할까...
먼저, <내츄럴 시티>의 경우에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믄 CG를 선보이며 기술의 도약을 이루어내긴 했지만 지나치게 기술에만 치중한 나머지 드라마를 놓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또 <용가리>와 같은 괴수영화가 앞서 제작되어지긴 했지만 빈약한 드라마는 고사하고 심형래 감독이 그렇게도 자랑스레 내세웠던 CG 부분에서까지 심하게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은 단지 미래 한국영화의 초석 다지기라는 희망론으로 슬쩍 넘겨버리기에도 너무나 민망한 부분이었다. 거기에다 <남극일기>와 <청연>이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을 걸고 촬영기술의 진보에 초석을 마련했다고는 하지만 이 역시 어마어마한 자본으로 기술력을 실험하는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 최근에는 거대자본의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이 맥없이 침몰하고 있어 <괴물>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져만 갔다.
이번 작품 <괴물>에서도 역시 그의 치밀함은 빛을 발한다. 무엇보다 봉준호 감독이 만들어낸 괴물영화는 장르영화임에도 기존에 만들어졌던 어떤 괴물영화의 틀 속에 속해 있길 거부한다. 괴물과 인간의 이분법적인 단순 대결구도에서 벗어나 사회를 보여주고 현실을 느끼도록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괴물과 인간의 싸움이 중심이 되는 판타지와는 가장 뚜렷이 구별되는 특성이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무시무시한 형상에 무차별적으로 인간을 사냥하고 있지만 또 다른 의미에서 바라보면 괴물 역시 또 하나의 피해자이며 인간에게 있어서도 괴물의 존재는 스스로가 범한 과오의 댓가이다. 환경오염에 따른 결과로 생성된 돌연변이라는 설정에서 <엘리게이터>가 가진 설정과도 유사하지만 <엘리게이터>에서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놓던 거대 악어와는 달리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형상부터 결점 투성이다. 모습 자체도 완전하지 못하고 심지어는 불완전하게 자란 한 쪽 다리로 인해 지상에서는 제대로 걷지 못해 넘어지기 일쑤이다.
이 불완전한 괴물의 모습은 지배집단의 권력을 형상화해 놓은 것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괴물 자체를 두고 직접적으로 그러한 의미의 해석을 시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괴물 스스로도 하나의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 전반에서 봉준호 감독이 보여주고 있는 사회와 기득권의 문제점들이 가지고 온 하나의 결정체 정도로 해석해볼 때 이와 같은 의미 부여도 가능해진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는 괴물과 맞서 싸우는 가족들의 외로운 투쟁과 무능한 정부의 모습들이 교차된다. <괴물>에서 주인공 강두의 가족들은 가족을 지켜내기 위해 괴물과 맞서 싸우는 한편 그보다 앞서 그들 주변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배신과 음모에 시달려야 한다. 결국 강두의 가족들은 자신이 위치한 사회의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한 채 고립된 공간에서 마치 80년대 대학생들의 민주화 운동을 연상시키듯 화염병을 무기삼아 던져가며 괴물과 대치한다. 그러나 이 싸움이 독재와의 일방적인 l싸움이라기보다는 인간이 만들어놓은 또 다른 희생자인 괴물과의 승부라는 점에서 보면 막상 실제로 싸워야 할 대상들은 제외된 채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 소외된 자들 간의 싸움은 너무나 처연하게 비춰진다. 사회적 과실로 인해 생겨난 피해자들이 무관심 속에서 서로 싸우는 동안 지배권력 층에서는 이 싸움의 내막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책임회피를 위한 음모론 조작에 열을 올릴 뿐이다. 결국 가족들이 맞서 싸운 대상은 괴물로 대변되는 사회적 모순이었던 것이다. 생각이 여기에까지 미치고 나면 ‘내 말도 말인데 왜 들어주지 않느냐’ 며 처절하게 외치는 강두의 모습이 자연스레 오버랩된다.
매거진 P : 정지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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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nshin380 | 기대됩니다.^^ 2006.07.06 15: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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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adiri | 이런게 진정한 리뷰죠... 2006.07.06 16: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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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01508 | 이런게 진짜 리뷰지... 보지 않고는 논하지 말라. 2006.07.06 17: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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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gu33 | 유치할수 있는 소재를 유치하지 않게 만드는것이 감독의 몫이죠. 꼭 보러 갈겁니다. 2006.07.06 20: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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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ntg | 기대됩니당~ 2006.07.06 21: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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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enemykorea | 이런 게 바로 리뷰다운 리뷰라고 봅니다. 27일 예매 해놨어요...ㅎㅎ서울시내 몇몇극장은 예매시작이더라구요. 2006.07.06 21: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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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kgoldan | 미쳐버리겠씁니다....보고싶어서.... 2006.07.07 15: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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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eyoungzz | 우리 나라의 영화계는 봄이 온다. 2006.07.07 22: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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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so | 관객들의 실망에 더욱 불을 붙이는 칼럼이당... 사회주의적인 리얼리즘을 기대하고 영화를 볼까? 암튼 아쉬움이 많은 영화다. 마케팅을 상업적인 유머가 가득담긴 스펙타클 괴물과의 사수 로 하지 말아야지~. 2006.07.08 13: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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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ico | 좋은 리뷰 감사~ 2006.07.10 17: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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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3sss | 영화에 너무 많은 것들을 보여 줄려고 하였기에 중후반부로 갈수록 남는게 없어지는 영화. 관료주의(정부와 공권력), 잘못된 매스컴, 환경문제, 미국의 패권주의 그리고 괴물. 너무 복잡해서 가면 갈수록 남는게 없어지는 모호한 영화. 참 그리고 영화 보고 이야기하는 것임. 2006.07.11 14: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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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on2244 | 왜 하필 괴물이야 우뢰맨은 되야지 2006.07.15 11: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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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asfritas | 작년 10월이었던가??? 외국에서 잠시 귀국한 친구와 아주 오랫만에 한강시민공원엘 갔다... 거기서 영화촬영 본부와 맞닥뜨렸다는...ㅋㅋ 봉감독님도 보고 변희봉 아저씨도 보고.. 아뭏든 영화촬영지 바로 옆 매점에서 컵라면과 소시지와 맥주를 사들고 한참동안 내내 얘기치 못했던 촬영 구경을 했는데, 정작 중요한 괴물을 못봤다...ㅋㅋ 대신 특별히 내한한 CG감독만 봤다.... 2006.07.15 11: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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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e76 | 빨리 개봉했으면.^^ 보고 싶어.^^ 2006.07.15 15:10 |
장담코 800만 넘길듯 ㅡ,.ㅡ
첫댓글 최연성은 83년생인데
괴물 꼭 봐야지 ㅋㅋ
저도 기대하고 있어요.^^
어라...연성이는 나랑 동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