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에 대한 논의가 뜨겁네요..
대충 마무리가 되어 가는 분위기지만, 그냥 평소에 생각하던 부분들이 있어서 써 봅니다.
저는 이공계출신이고, 대학원까지 하면서 후배들과 함께 소소하게는 연구실 비용처리 같은 잡무(?)부터, 크게는 과제 작성, 회사 과제까지 꽤 많은 후배들과 함께 일을 해보았는데요.. 이렇게 같이 일하다 보면 "학벌이라는 게 과연 무의미한가?" 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물론, 비명문대 출신 중에도 정말 뛰어난 후배 만나봤고, 명문대 출신인데 생각하는 것도 편협하고 성과도 잘 안나오는 친구도 겪어 봤습니다.. 하물며, 제가 여태까지 꼽은 후배 중 최고수는 명문으로 꼽히지 않는 지방 사립대 출신이었습니다..
위에 언급한 예들은 다들 생각하시는 대로 개인차입니다. 어느 집단이건 우수 인재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인재도 있죠.. 다만 이러한 차이를 집단 전체의 평균으로 잡아보면 유의미한 차이가 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완전히 블라인드로 명문대 학생 1명과 비명문대 학생 1명을 꼽아서 기존의 지식적 측면이 거의 고려되지 않은 평가를 진행했을 때, 제 경험상으로는 명문대 생이 80% 정도는 낫더군요..
물론 이 "낫다" 는 게 어마어마하게 "압도적이다" 라고 말할 순 없습니다... 아시겠지만, 어느 집단이건 간에 뛰어난 한둘, 좀 떨어지는 한둘 빼면 다 거기서 거기입니다..
그리고 1년 이상 지내다 보면 매우 뛰어난 친구도 반짝이는 몇번이 있을 뿐 항상 눈에 띄기는 힘들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지요.. 문제는 회사 생활에서는 이렇게 반짝이는 몇번이 중요하더라구요.. 그리고 이런 부분들이 쌓이면 흔히 말하는 에이스, 잘나가는 인재가 됩니다...
물론 저렇게 반짝이는 친구들도 리더를 누구 만나는가에 따라, 어떤 팀에 소속되어 있는가에 따라 빛을 발하기도 하고, 반대로 빛을 바래기도 하더군요.. 결국 이러한 차이를 해당 집단에서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가, 얼마나 필요로 하는가에 대한 부분은 논란의 여지가 있겠네요.. 이러한 경험이 생기면 "회사 생활은 누구를 만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누구를 만나는지는 운이다. 따라서 회사생활은 운이다" 라는 삼단 논법을 완성하게 되더군요..
두번째로 제가 생각하는 학벌의 차이는 하한선의 차이를 들수 있겠네요..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상위 클래스의 차이를 놓고보면 그 차이는 미미할지도 모릅니다..
어차피 전국 최상위권은 제외한다 치면, 명문대에서 상위권와 비명문대에서 상위권의 차이는 미미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보수적으로 잡더라도 기 언급한 집단 자체의 평균차 보다는 훨씬 적어질 겁니다..
다만 하위 클래스로 가자면.. 차이가 꽤 벌어질 겁니다..
서로연은 어쨌건 난다긴다하는 상위권 분들이 있으시니 이해 못하실 수도 있지만, 하위 클래스의 수준 차이는 꽤 현격하더군요.. 평균보다 2~3배는 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친구들은 도태되기도 하고, 일부 죽을 힘을 다해서 따라오기도 하죠.. 물론 어느 쪽이건 평균 이상을 해내는 경우는 매우 드물게 본 것 같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회사건 학교건 집단이 커지고 고착화되고 보수화되는 성향이 있죠..
여기서 보수라는 건 단순히 변화를 싫어한다라는 것보다는, 대박을 내기 보다는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선택을 하는 거죠..
조금 극단적인 예를 들어, A라는 비명문대 출신 학생을 뽑으면 100의 연봉만 주면 되고, B라는 명문대 학생에게 110의 연봉을 줘야 한다면... 이 학생이 정말 딱 평균이라고 볼때 어차피 업무 능력이나 다른 차이들이 10% 미만이라고 생각된다면 당연히 A의 학생을 뽑겠죠.. 게다가 속칭 대박을 낼 확률은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두 집단 간 차이가 미미하다고 보면요..
다만, 이 학생들의 업무 능력이 각 집단의 평균이라는 걸 담보할 수가 있나요? 학점, 면접, 인적성으로 필터링??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혹시 가능하다고 확신하시면 그걸 삼성에 파시면 됩니다.. 삼성에서 SSAT를 처음 만들 때 목표로 했던 게 "시험 하나로 지원자의 인성부터 업무 능력까지 파악" 하는 방법을 개발하려고 했다더군요.. 그 과정에서 개발된 몇가지 유효한 프로세스를 지금 대부분의 인적성 검사가 사용하고 있다고 하지요.. 만약 완벽한 방법을 개발하셔서 잘 팔게 된다면 삼대는 걱정없이 사실 수 있을 겁니다..
결국 이러한 부분들이 학벌을 보지 않게 만들수 없는 겁니다..
다만, 예전에 비해 긍정적인 부분인게, 부모님 세대 때처럼 사회가 학벌만으로 인생이 해결되는 시대도 아니고, 자격증 하나로 먹고사는 시대도 지났습니다.. 라인타고 잘나가던 팀장도 훅가는 경우가 있고, 남이 버린 아이디어로 성공해서 맨주먹으로 승승장구하는 분도 꽤 많이 보이지요..
마찬가지로, 좋은 로스쿨 가서 기회의 폭이 넓어질 순 있어도, 기회는 주어질 뿐, 그걸 해내는 건 결국 개인입니다.. 좋은 로스쿨 간다고 다 검클빅 가는 것도 아니고, 잘된 친구들은 로스쿨을 잘 가서 잘된 게 아니라, 잘될 친구가 좋은 로스쿨을 간 거겠죠..
게다가 위에서 언급한대로 여기 있으신 분들의 실제 능력 차이는 학벌이 최상위권간의 싸움이니 학벌의 차이는 미미하고, 결국 최종적으로는 어떤 로스쿨에 가느냐 보다는 어떤 변호사가 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 아닐까 싶습니다.. 김앤장에서도 못한 대통령을 법무법인 부산에서는 두번 성공했지요.. 이는 시사하는 바가 좀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추신)
그리고 사실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한데, 어차피 우리끼리 논의한다고 되는 건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결국 입시 체제 안에서 그걸 적용받고 사는 사람이니.. 그게 어쩌니 저쩌니 평가를 한다 한들 우리 세대에서 프레임이 변경되진 않을 겁니다.. 윗분들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 라는 의견일테니... 우스개 소리로 금수저 출신이 말아먹어도 금수저입니다.. 다만 그 아들딸들이 흙수저가 될 뿐..
다만 그럼에도 이렇게 글을 쓰는 건, 여기서 한 논의들 중에 일부 분들이 평소 갖던 고정관념을 다른 관점에서 한번 생각해 보실수도 있고, 그런 분들 중에 나중에 우리가 기성세대 소리를 들을 나이쯤이 되면 저런 프레임을 변경하거나 고칠 수 있는 자리에까지 가셔서, 현 상황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모두들 즐거운 주말 되시구요.. 자소서, 면접 준비 잘 하셔서 다들 원하는 성과 이루어 내시길 바랍니다..
첫댓글 좋은글 잘봤습니다.
저도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사회생활하며 비슷하게 느낀 것들도 있고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