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에서 일어나자 마자 창문을 열고 날씨부터 확인을 하니
다행히 잔뜩 흐려있기는 하나 빗방울은 내리지 않았다
평소에 내가 비맞기를 무지 싫어 하는줄 잘 아시는 어부인께서
비가 죽죽 내리는 날에 베낭을 매고 나가면
나오는 말쌈이 곱지 않을건 불을 보듯 뻔한 일..
나중에야 비가 억수로 퍼부을 망정 배낭을 둘러 매고 집을 나서는 순간 만큼은
비가 내리지 않아야 한다
휴 ~ 어쩌다 인생이 이리도 서글퍼 졌누...
각설하고
먼산 대장님의 호의에 힘입어
집에서 가까운 매송 I/C로 열시 까지만 나가면 되니
룰루랄라 .. 아침시간이 여유가 많다
매송 I/C 입구에 차를 세워두고 때마침 내리기 시작한 비때문에
우산을 펴고 걸어서 톨 게이트를 통과했다
차로는 아주 가까워 보이던 진입로가 제법 녹록치 않게 멀다
바람도 불고 우산은 뒤집어 지려하고
지나가던 건너편 경찰차에서 빵빵거리긴하고..
고속도로를 걸어서 가보기는 생전 처음이지만 생각같이 간단치는 않았다
우짯든 약속한 장소에 도착하니 비가 다시 뜸해져서
그사이 두어번 통화를 하고 접이식 간이의자를 꺼내 걸터 앉았다
ㅎㅎ 치밀하신분..
이상하게도 약속한 12인승 스타렉스가 매송에서 올라온다
물어보니 행여 지나치게 되면 되돌아 올수도 없으니
아예 매송으로 나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길이란다
세심한 배려에 감사하며 딱 하나 남아있는 의자에 엉덩이를 붙였다
자 출발 ~
민망키도 하고 조금은 쑥스러워 우선 근처에 있던 가람과 뫼님, 먼산님, 노루님,
미뇽님, 오쟁이님등에게만 고개를 꾸벅 거리고 숨을 돌리자니
뒷자리에 앉아 있으시던 정선달님,등대지기님,맑은 시내님,풀잎님,선자령님등께서
신고를 안한다고 불호령이시다
뭐..물론 불호령은 그분들 대표(?)로 아름다운 외모에 터프하기 이를데 없는
맑은 시내님께서 하셨지만... (-..-)
오늘은 애시당초 산행 30 에.. 나들이 70 의 비중이 아니던가
날씨는 잔뜩 찌푸렸지만 나들이 나가는 기분에 이마저 더없이 좋은 날인것만 같다
휴게소에서 잠깐 쉬기도 하고
이제는 시화방조제에 최장이라는 타이틀을 뺏긴 석문방조제(10.6 Km)에 올라서
사진도 찍고 하면서 팔봉산으로 향했다
송악 I/C 를 지나서도 두시간 가까이 가는듯 하고 좌석도 조금은 불편했지만
미뇽님과 먼산님의 끊임없는 奇問笑答(기문소답: 기발한 질문에 재미있는 답변이라는
뜻으로 그냥 내가 만든 말임..^^)에 연신 실소를 터트리다 보니
팔봉산 들머리에 가까이 왔나부다
때가 이미 12시 하고도 30분이 지나있으니 다들 요기라도 하고 산에 오르자 한다
지나는 길에 있는 조그만 시골 동네를 뒤져 분식집 하나를 점령하고는
우동에 김밥으로 대충 기운을 북돋아본다
1시 20분... 하늘이 도우신건지, 아니면 먼산님 주장대로 먼산님이
밀어 부치면 비가 피해 가는것인지 모르지만
호우경보가 내려진 지역에서 우리 일행 11명은 비 한방울 맞지 않고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습기로 인하여 눅눅하고 땀이 많이 나긴 했으나
높지 않은 기온, 시원한 바람은 산행을 한층 상쾌하게 해주었다
팔봉산은 자그마하고 높이도 4백미터 정도에 불과하지만
나름대로 아기자기하고 깔딱 고개도 있고 암릉도 근사하였다
특히 용굴이라 부르는 홍천 팔봉산의 해산굴을 꼭 닮은듯한 바위 틈새 굴도 좋았고
정상 넓은 바위 위에서 시원스럽게 펼쳐진 서해 바다를 바라보며 마시는
중국 술, 김치전의 맛도 일품이었다
바쁠것 없는 행보..노냥 노냥 대화를 즐기며 정상(3봉)까지만 오르고
다음 일정을 위하여 하산하니 3시 반경이었다
아쉬운듯 짧고 간단한 산행이었지만 산행의 맛은 어느정도 느낀 기분좋은 산행이었다
먼산님이 세밀한 사전 조사 끝에 머리속에 이미 세워 놓으신듯한 일정에 따라
우리는 구도포구라는 곳에 있는 박속낚지 집으로 향하였다
티비에 나왔다는 사진을 커다랗게 이곳 저곳에 걸어 놓은 식당에서
황송스럽게도 티비에 나온 사진속의 여자 사장님의 시중을 받으며
개인적으로는 "소문난 잔치, 먹을거 없다"는 생각이 들게한 연포탕 비스무리한것으로
소주를 마신후
다시 어딘가를 꾸불꾸불 찾아 들어 갔다
이름도 오지인 서산시 팔봉면 오지리 .. 더 이상 길이 없는 막다른 그곳에
벌말이라는 자그마한 포구가 자리하고 있었다
더러 외지인이 오기는 하는것 같지만 그래도 옛 포구의 모양새가 그대로 였는데
발도 넓은 우리의 대장..
그곳에도 조그만 어선을 가지고 있으면서 수족관이라는 이름으로
횟집 같은 걸 겸업하는 선장님하고도 호형호제를 하며 그야말로 순수자연산.. 직접 잡은
놀래미와 우럭을 시킨다
고추,마늘,양파 말고는 아무런 스끼다시도 없이 뭉턱 뭉턱하게 썰어 놓은
회가 나오는데 아무것도 깔지 않은 맨 바닥 접시에 한가득 두 접시가 나온다
여느 일식집 수준으로 회를 뜬다면 적어도 40 ~ 50 만원정도는 될것 같은 량이
옹기종기 좁은 방에 모여 앉은 우리 앞에 수북히 쌓여있다
(아뿔싸 ~ 내 입맛에는 그저 그랬던 박속 낚지를 조금만 먹는건데...)
다들 배 불러서 어떻게 먹느냐고들 하더니
싱싱하고 쫄깃쫄깃한 생선살 맛에 젓가락들이 난무한다
하지만 나온 량이 너무 많았던지라 결국은 1/3 정도는 남겼고 살림꾼이신
오쟁이님은 어느새 일회용 도시락을 구해 상추닢을 얌전히 깔더니 남은 회를 갈무리 한다
다시 마신 소주에 다들 얼근히 취하고
어김없이 나오는 노래소리.. 가히 움직이는 노래방 기계수준인 맑은 시내님의 선창에
등대지기님이 화음을 넣고 이 사람 저사람이 합창을 한다
나라고 약간의 흥이 남아있지 않을소냐 마는
투가리 깨지는 목소리에 내 흥 돋구자고 남의 흥을 깰수는 없는 법...
그저 눈치나 보면서 박수나 간간히 치는 수밖에..
놀라고 하면 밤을 새고 놀아도 싫다고는 안하실 우리 회원님들
그러나 가는 길이 바쁘니 어쩔수 없구나
매운탕에 저녁밥까지 먹고 났는데 그참에도 정선달님은 훌륭한 솜씨로
여기 저기 남아 있던 회부스러기를 이용, 꿀맛같은 회덥밥을 비벼 놓으시니
내 배 책임지슈...선달님...ㅠㅠ
돌아 오는 길의 운전은 이미 취해 버린 먼산님 대신 정선달님이 수고 하셨다
적시에 적소에서 과속방지턱을 무시하셔서 덕분에 양쪽에 미인을 태우신 등대지기님만
신이 나셨고 걸어다니는 노래방기계인 맑은 시내님은
선자령님이 외마디로 요청하는 노래제목만 나오면 2절까지 줄줄이 나온다
우리가 걱정했던 상경길..
그러나 고속도로는 정말로 거짓말처럼 조금도 막히지 않았다
출생 7년만에 32만 킬로를 달렸다는 스타렉스는 쏜살같이 내달렸고
우리는 화성휴게소에서 오쟁이님이 챙겨오신 남은 회에다가 마지막 살풀이 까지 했다
열시가 조금 넘어서 차는 매송 I/C 에 도착했고
등대지기님과 나는 여기서 고마운 작별을 했다
아마.. 이후에도 역사는 흘렀을거고.. 더 재미있는 일이 생겼을지도 모를 일이나
나는 이미 충분히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휴 ~~
다들 가입하신지 7 ~ 8년씩이 되셨고 적어도 5년 이상인 고참들이신지라
감히 노루님의 지엄하신 분부를 거스를 수 없어서 후기를 썼으나
그날의 즐거움을 제대로 서술하지 못한거 같아서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국어 선생님만 해도 두분이나 계신데 이런건 전문가에게 맡기심이 어떠할지??
아무래도 " 식모 앞에서 행주 흔드는 격 " 인것 같아서리... *^^*
윽 ~ ?? 그렇다고 국어 샘 두분이 식모라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ㅎㅎㅎㅎ
첫댓글 hu hunhu......녘님![!](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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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 구수하게 쓰셨네용,술술 읽어내려가다보니..........적당히 적재적소에 추임새넣어주심이 울방모임엔 꼭 계셔야할분으로 감히(![?](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9.gif)
)임명합니당,![ㅋ](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5.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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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덕분에 ![하하](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46.gif)
호호.... 모두들 챔피언입니다요,담에도 반가운 모습으로 뵈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해질녘님 고속도로 갓길을 유유히 걷는 뱃장은 어디서 나온 겁니까. ㅎㅎㅎ . 모두 한 가지씩의 재주는 가지고 모인 우리 모임. 님들이 있어 즐겁고 행복합니다. 후기 쓰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구수한 입담에다 후기 글까지 오래간 만에 나드리 산행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쨈 나는 글 한참을 웃고 갑니다 담 산행에 뵈어요 수고많이 하셨습니다~~~^^*
뚝배기보다도 장맛이라고 구수하게 글도 잘쓰네요~~~~부러운맘을 가지고 잘 읽었어요,,ㅎㅎㅎ
해질녁님!! 윙크한번에 넘어 가셨어요?? 글솜씨하면 님이떠오르니 어쩌란 말이요 넘재미나서 낄낄 깔깔 ...성공입니다 이번기회 만들어주신 대장님 넘 감사합니다
글이 그냥그냥 너무스무스하게 잘넘어갑니다. 어제의 즐겁던일들이 오늘은 추억으로 남어서 가끔씩 뇌리를 스쳐지나갈때 입가에 남들은알수없는 잔잔한미소가 일어나는군요. 잘 읽고갑니다.
그렇다고 해질녘님을 행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없을 터이니 넘 걱정 마시길... ㅋㅋㅋ 구수한 후기글 잘 보고 갑니다. 다음에도 쭈욱 후기 담당으로 계시길 바랍니다. ^^
푸근하고도 여유로움이 뭍어나오는 후기를 읽으며 해질녁님의 넉넉한 품새를 느껴봅니다..앞으로 후기는 편대로 작성하면 입체감이 더할것 같고..더욱 흥미진진할것 같습니다..우리님들 참 자랑스럽고 대단 하십니다^^+ 역시 좋은 산음방 입니다.ㅎㅎㅎ 즐거운 기분으로 잘 읽었습니다..
수고하셨어요, 무더운 날의 청량 음료처럼 시원하게, 즐겁게, 그날이 넘 새롭게 떠 오르네요.
해질녁님 ! 글읽고 재미있었던 이야기 생각나 엄청 웃습니다 ~ ~ㅎㅎㅎ ^*^
해질녁님 역쉬 후기를 맛깔스럽게 잘 쓰셨네요..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꼼꼼히(그래도 선자령님은 못따라갈껴 ㅋㅋ) 후기보며 즐거웠던 순간들을 다시 떠올려 봅니다.
그저.....감솨 합니다 ~ 꾸우벅 ~~ ^^
서해의 산행과여행이 궁굼했는데 해질녁님의 좋은글에 갈증을 풀고갑니다, 모임에나오시는분들은 뭐든한가지재주는 지녀야지 서로가 행복한만남이될수있읍니다, 해질녁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