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볼을 처음 접한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언제나 감정이입의 대상은 주인공인 '손오공'이었습니다. 엉뚱하지만 상냥한 성격, 잘 생긴 외모, 초사이어인으로 변했을 때 보여준 압도적인 카리스마, 그리고 우주 최강의 강함까지. 그 당시에는 내가 드래곤볼의 세상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자신이 손오공과 같은 인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믿어 의심치 않았죠 :)
하지만 머리가 조금 굵어지면서 이야기는 틀려집니다. 우주 최강은 커녕, 지구 제일도 어렵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게 되는 것이죠. 이때부터 슬슬 언제나 패배하지만 마음이 따뜻한 츤데레 성향의 2인자, 베지터에게 마음이 쏠리기 시작합니다. 언제나 손오공에게 패배하기는 하지만 포기할 줄 모르는 도전 정신과 베지터 특유의 당당한 자신감으로부터 뿜어져나오는 카리스마, 그리고 세계 제일의 갑부인 부인까지.
"그래, 세상은 언제나 1등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야" 라고 어린 마음에 스스로를 납득시켜보곤 합니다. 아니, 오히려 인생의 진정한 승자는 베지터가 아닐까──하고도 생각해보게 되죠 :)
조금 더 나이를 먹으니, 우주에서 열손가락 안에 꼽히는 유명인사가 되기는 글렀다는 사실을 실감합니다. 우주에서 열손가락은 커녕, 지구 전체의 몇 만분의 일 면적인 대한민국에서조차도 열손가락 안에 들어가기 힘들다는 것이 현실이죠. "그렇다면 나는 지구의 스페셜리스트가 되겠어!" 라는 마음을 굳게 다져봅니다. 이와 동시에 눈에 들어오는 인물이 크리링. 주변 인물들이 워낙 쟁쟁한지라 큰 빛을 보지 못했지만, 그는 명실상부한 지구 최강의 파이터. 코가 없고 머리숱도 조금 모자라지만...이런 단점조차 모든 면이 완벽한 손오공이나 베지터에 비해 인간적인 면모로 다가오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
그렇지만 현실은 역시 그리 녹녹치 않습니다. 이때부터는, 초반에 꽤나 비중있게 등장하지만, 승리하는 모습을 본 것이 손에 꼽을 정도인 조연캐릭터 야무치와 자신의 모습이 은근히 겹쳐보이기 시작합니다. 사귀던 여자에게 차이고, 옛날 화려한 외모는 흉터투성이의 얼굴로 변해버리고, 나름대로 열심히 수련하지만 주인공 일행들과의 격차는 점점 벌어져만 가는 야무치. 작품 내에서는 항상 웃고 있지만, 사실은 뒤에서 피눈물을 삼키고 있음을 드디어 깨닫게 되며 그에게 정이 가기 시작합니다. 천진반과 똠방 등 지구인이라는 태생적 한계로 인해 한계의 벽을 뛰어넘지 못하는 다른 캐릭터들의 에피소드가 달리 보이기 시작하며, 그들이 등장할 때마다 '역시 너희들로는 안돼' 라고 생각하며 낄낄대며 웃었던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게 됩니다. 하지만 야무치도 평범한 인물이 아니죠. 세계 최고의 명문으로 쳐주는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수백억을 굴릴 경제능력이 있어야 겨우 야무치 정도의 영향력를 행사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금 와서 느끼는 나의 위치는, 초기 드래곤볼 내의 반정부 조직 '레드리본군'에게 힘없이 사살되는 일반시민1 정도. 여기까지 오게되면 어렸을적 그렇게나 깔봤던 '미스터 사탄' 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실감하게 됩니다. 그의 인지도는 빌게이츠에 버금갈 정도이며, 작품내에서 아무리 약하게 묘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의 강함은 전성기 시절의 이종격투기 선수 '효도르'와 대등 혹은 이상일 정도. 부와 명예를 한 손에 거머쥔 미스터 사탄이 그저 부럽기만 하며, 그의 업적에 대해 일말의 존경심까지 느껴질 정도입니다 :)
이렇게 훌륭하신 '미스터 사탄'님을 희화화시켜 놓은 것에 대해, 그리고 일반시민이 너무나도 무력한 존재로 그려져 있는 것에 대해 조금 화가 나기도 하지만..........
결국은 만화이고 나는 착한 어른이므로 이 분노를 직접적으로 표출하지 않고, 그러려니 하고 사는 방법을 몸에 익혀버렸습니다.
[출처] 드래곤볼과 인생 / 한때는 손오공의 꿈을 꾸다|작성자 아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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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이걸 보면서 든 생각이...
초등학생때 : 난 해외유학을 다녀와서 세계적인 인물이 될거야! 내 이름은 위인전에 남겠지...
중학생때 : 난 특목고를 가서 서울대를 나온 수재가 되어서 갑부가 될거야...
고등학생때 : 열심히 하면 인서울이나 경북대 정도는 가능할거야... 될거야... 아마도......
현재 : 학점 잘따서 어떻게든 취직을 해야지....
다들 이렇게 살고 있는게 아닌가 합니다...(나만 그런가;;;?ㅎ)
어릴적 꿈은 사라지고(사실 불가능에 가까운 거긴 했습니다만;;;) 어느덧 현실만을 바라보는 어른이 된 지금,
전 입대를 바라보고 있...(응...;;;?)
어쨌거나 결론은!
...저도 모르겠군요...;;;
제가 결론을 내리기보단, 이 글을 읽고 스스로 한번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지요 :-)
참고 - 긁어와서 사진이 안나오는 관계로 걍 다 지워버렸는데, 링크타고 들어가면 원문을 볼 수 있습니다 ^^
P.S. 요즘 들어 자게가 넘 진지해져가는듯;;;;
첫댓글 슬프다 고마해라 너무 와닿지않느냐...ㅅㅂ...
근데 나는 초중고 거꾸로 가고있는데...초딩때 경대가 하늘이엇심
사실 형들 대화가 나한텐 넘 어려워서 이해하기 쉬운 드래곤볼 가져왔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