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의 중심 그라나다는
마드리드보다 훨씬 더
스페인적 요소를 갖춘 도시다.
짚시의 리듬이 살아 있으면서도
오랜 기간동안 이슬람 지배 아래 있다가
다시 기독교 국가로 편입된 역사적 흔적 때문에
이슬람 문명과 기독교 문명이 혼재된
퓨전 문화의 모던한 분위기가
도시를 감싸는
매우 이색적인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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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나다에 도착해서 호텔에 짐을 풀고
샤워를 한 뒤 옷을 갈아 입고
밖으로 나왔다.
밤 12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라나다의 밤은
이제 시작이다.
호텔 주변을 산책하다가
근처에 있는 바에 들어갔다.
레드 와인 한 잔을 시켰다.
그라나다에서는 와인 한 잔을 시키면
무조건 타파스라고 불리는 안주가
서비스로 따라나온다.
스페인 와인!
음~~ 맛이 좋았다.
바의 웨이터들도 분주하게 일한다.
스페인에 와서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처음 본다.
대부분의 가게 종업원들은
어디서나 일 보다는
수다를 떨고 있었다.
미술관에 가도 명품 샵에 가도 마트에 가도
종업원들이건 주인이건
그네들은 쉴새없이 주위 사람들과 수다를 떨고 있었다.
손님은 어디서나 뒷전이다.
그들끼리의 수다가 먼저고 그 다음 손님이었다.
한국같으면 당장 해고될텐데.
보는 내가 걱정될 정도로 그들의 수다는 심했고
어디서나 항상 대회 소리로 시끄러웠다.
그런데 이 바의 종업원들은 너무 열심히 일한다.
와인을 마시면서 작은 사건이 있었다.
위의 사진을 보면 내 머리 오른쪽 뒷쪽으로
한 남자의 얼굴과 금발머리의 뒷모습이 보일 것이다.
부부로 보이는 중년의 남녀가
바의 내 옆자리에서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와인이 너무 맛있었다.
나는 다시 한 병을 주문했다.
그러자 내 옆에서 술을 마시던 부인이
스페인어로 뭐라고 말하면서
나에게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러면 안좋다는 뜻이다.
자기 남편을 보고 뭐라고 말하자 남편도
나보고 그러지 말라고 했다.
나는 주문을 망설였다. 웨이터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는다.
나는 그냥 와인 한 잔만 더 달라고 했다.
그들은 영어를 전혀 못했다.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 부인이
왜 나보고 병으로 주문하는 것을 말렸는지 잘 모른다.
아마 경제적으로 손해라는 것 같았다.
바의 단골로 보이는 그들은
한국 사람처럼 정이 많았다.
미국이나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는 절대
다른 사람의 주문에 모르는 옆 사람들이 끼어들지 않는다.
나는 그들이 고마웠다.
하지만 바의 단골 입장에서 그들은 본의 아니게
바의 매상을 줄인 결과가 되었다.
남자는 그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종업원에게 무엇인가 주문했다.
그러자 종업원은 아주 작은 잔에 술을 따라 내 앞에 주었다.
그 남자가 사는 술이었다.
깔루아를 섞은 와인이었다. 처음 마셔본다. 깔루아 와인.
깔루아를 좋아해서 깔루아로 만드는 칵테일인 블랙러시안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칵테일이다.
한때는 가장 맛있게 블랙러시안을 만드는 바를 찾아
서울 시내 호텔 바들과 유명한 바들을 섭렵한 적도 있었다.
나는 그 부부에게 고맙다고 했다.
하지만 문제는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들은 나보고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내가 코리아라고 대답하자
노스냐 사우스냐고 물었다. 사우스라고 대답하자 노쓰는 안좋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매우 간단한 토막 영어 단어만으로 우리는 의사 소통을 했다.
그들끼리는 빠른 스페인어를 썼고 나에게는 토막 영어 단어를 던졌다.
부인은 태권도를 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탱고를 춘다고 대답했다.
유쾌한 밤이었다.
와인 세 잔을 마셔서 기분도 좋았다.
나는 그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먼저 바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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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은 모두 4성급 호텔에 묵었는데
[내일여행]사에 근무하는
여행 가이드가 도와준 덕분이었다.
그라나다의 호텔은
시내 중심부에 있었다.
호텔도 매우 컸고
방도 호화스러웠다.
별 4개 호텔이었지만
국내의 신라나 조선, 롯데 등
특급호텔의 스위트룸보다 훨씬 좋았다.
모든 경비에는
호텔 아침 조식 뷔페가 포함되어 있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야
열심히 여행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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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을 대표하는 춤은
플라멩코 Flamenco다.
그 플라멩코가 언제 시작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안달루시아 지방에서부터 비롯된 것은 확실하다.
그라나다와 세비야는 안달루시아의 핵심이다.
플라멩코를 추는 작은 공연장을 타블리오라고 부른다.
무대가 있고 객석이 있다.
객석 뒷편에서 음료를 주문해서 마실 수 있다.
보통 한 스테이지에서 서너 명의 무용수가 나와 춤을 춘다.
그 뒷편으로 악사들과 코러스 등 4-5명이 의자에 앉아 있다.
마치 판소리의 추임새처럼 그들은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무대 위에서 무용수가 춤을 추는 것을 바라보며
추임새도 넣고 즉흥적으로 같이 춤을 추기도 한다.
춤을 춘 무용수는 춤이 끝나면 일단 무대 뒤로 들어갔다가
인사를 하기 위해 무대로 다시 나온 뒤
무대 위 뒷편 의자에 앉아 다른 코러스가 된다.
지금까지 의자에 앉아 있던 코러스 중 한 명이 일어나
무대로 나와 춤을 춘다. 이런 방식을 크아도로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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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나다 시내는
크게 4개의 구역으로 되어 있다.
아랍 거리와 알함브라 궁전, 그리고 유대 거리와 카데드랄이다.
로마 시대에는 이리베리스라고 불리웠던 그라나다
8세기 무렵부터 1492년까지
이곳을 지배한 것은 아랍문화였다.
아랍인들은 이베리아 반도의 거점을 그라나다에 두고
활발하게 세력을 확산해 나갔다.
이베리아 반도의 또 다른 아랍의 중심이었던
코르도바 왕국이 분열되고
이슬람 최후의 왕조 레콩키스타는
그 화려함의 정점이었던 알함브라 궁전을 건축한다.
그러나 마지막 왕 보아브딜은
카톨릭을 믿는 스페인의 이사벨 여왕 군대에게 성을 내주고
퇴각한다. 1492년의 일이다.
같은 해 스페인의 콜럼버스는
지금은 미국이 된 신대륙 아메리카를 발견했다.
아랍 거리의 골목에는
칼라가 화려한 옷들과 장식품들을 팔고 있었는데
나는 그 속의 한 부분처럼 보였다.
내 피 속에 아랍이 흐르고 있나.
그들은 내 8부 바지를 보더니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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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를 돌다가 점심 때가 되어
비브라밤브라 광장의
노천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대부분의 레스토랑은 실내에 있지만
레스토랑 앞 공간에 천막이나 커다란 파라솔로 그늘을 만들어 놓고
테이블을 설치해 놓고 있다.
간단한 파스타와 맥주를 주문했다.
알함브라 맥주다.
흑맥주였다.
내가 평생 마셔본 맥주 중에서 가장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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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그라나다의 카데드랄이다.
그라나다가 카톨릭을 믿는 스페인의 이사벨 여왕에게 점령단한 뒤
이슬람 사원이 있던 자리에
성당이 건설되었다.
고딕 양식과 플라테스코 양식이 절충된
그라나다의 카데드랄은
건출을 맡은 디에고 데 살로에의 뛰어난 솜씨로
스페인에서도 가장 유명한 카데드랄이 되었다.
탑 부분 공사는 아직도 미완성이라고 한다.
스테인드 글라스가 아름답고 특히
살로에가 만든 황금의 예배당(밑에서 세번째 사진)이
유명하다.
나는 어두운 실내로
쏟아져 내려오는 햇빛 아래 서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