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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제목 : 소 매 치 기 (Steal a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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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닉네임: ∑울엄마딸-_-v
작가멜주소: ji-ji-shin@hanmail.net
소설 출처 : 혜성천사(cafe.daum.net/HYESUNG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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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의.추.종.을.불.허.하.는.최.강.의.신.화.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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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이라면 그것은 불행이겠지만
절망 뿐이었다 말한다면
나는 단 한순간도 빼앗긴 마음에 아까워하지 않았더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불행이라면 그것은 불행이겠지만
축복이라면 또한 그것은 축복이며
사랑이라 안할 지라도 그것은
어쩔 수 없이 사랑인 것이다.
그래. 그날은.... 내 얼마 안되는 살아온 날을 바쳐서라도 얻고 싶은 축복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생일이 있다면 0.몇초도 망설이지 않고 그날이라 말할 나를 너는 만들어냈다...
소 매 치 기 (Steal away)
덜걱, 덜커덩. 남들은 다 쉽게 지나치는 지하철의 흔들림이 나는 익숙해 친밀하다. 또 왠지 모르게 기분 좋은, 꼭 신문 한켠의 '오늘의 운세' 에서 최고의 축복(?)을 보기라도 한 것 같은 오늘 정도 되면 이제 어느 정도 귀에 딱지가 앉아 귀찮을 수도 있는 그 소리조차 '경쾌한 멜로디' 라는 엄청난 수식어를 감히 하사받는 것이다.
26살 문정혁.
나는 지하철을 탄다.
덜걱, 덜커덩. 낯익어 자장가 같은 그 소리를 듣다 보니 어느새 나는 잠들어 있었나 보다. 여유로운 태도로 밍기적 일어나 보니 어느새 목적지임을 알리는 방송이 알람 역할을 해 준다. 참 신기하다. 언제나 그렇지만 나는 일어나기 바로 직전 까지도 그 예의 덜커덩, 하는 소리를 분명히 듣고 있었는데. 그렇다면 나는 자고 있었던 게 아니라 멀쩡히 깨어서 그 소리를 즐기고 있었다는 말이 아닌가. 그러나 자리를 조금 바꾼다거나 하는 이유로 살짝 뒤척인 순간, 어느새 알람 (왠지 얼굴 깨나 생긴 아가씨 목소리 같은 방송을 말한다) 이 울리고 있고 잠들었던 나는 정신을 차린다. 그러고 나면 나는 내가 들었던 그 친밀했던 자장가 소리를 떠올릴 래야 떠올릴 수 없게 잊는 것이다. 새카맣게 흐려져 귀 뒤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기억의 맨 안쪽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어쨌든 목적지에 곧 도착하게 될 나는 잠깐인 2분의 타임 동안 손을 깍지 낀 채 앞으로 쭈욱 뻗어 기지개를 켜 본다. 매일같이 8호선을 타고 통학하는 나는 이제 언제쯤 일어나면 목적지에 알맞게 일어나는 지를 무의식중에 깨닫고 있었다. 무리도 아니다. 처음 탔을 때 (그러니까 그게 몇 년 전이더라) 만해도 나는 집 앞 역에서 학교 앞 역까지 얼마나 긴장한 자세로 눈 한번 못 붙인 채 굳어 갔었는가. 그도 그럴 것이 익숙하지 않은 8호선에서 혹시나 잠이라도 들어 내릴 역을 지나치면 큰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나는 나와 한번 이상 지하철을 타 본 사람들 말마따나 이 구간에 한해서는 '베테랑' 이다. 갈아타는 역에선 몇 번째 칸 몇 번 입구에서 (모르는 사람이 많지만 지하철 내부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고유번호가 표시되어 있다) 타는 것이 가장 편리하고 계단과 가까운가, 어느 칸이 평균적으로 사람이 가장 적은가, 학교에서 집까지는 대략 얼마의 시간이 걸리는가 등에 대해서 나름대로 열심히 학습(?)하며 핸드폰에 메모해 놓기 까지 한 내 열성을 본 사람이라면 그 '베테랑' 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있었던 나의 피땀나는 노력에 대해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혹은 절레절레 젓겠지.)
왜 그런 쓸데없는 짓을! 이라며 반문하는 사람에게는 솔직히 할 말이 별로 없다. 그렇게 철저히 하면 지금처럼 모든 편의사항(?)을 외우게 되므로 사소한 것들이지만 최상의 교통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게 내가 깨달은 것이기 때문이다. 또 막상 귀찮더라도 나중의 편의를 위해서라면 과감히 선택하고 눈물 쏙 빼게 노력하는 것이 내 성격이고 스물 여섯 해 그다지 평탄하진 않았지만 그나마 사지 멀쩡하고 오장육부 튼튼하게 자랄 수 있었던 원동력도 그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벌써 지하철 문이 스르르 열린다. 어느새 영어를 줄줄 읊고 있는 그 얼굴 깨나 생긴 아가씨(?) 목소리를 뒤로 하고 플랫폼과 지하철 칸의 틈새를 운동화 밑창을 다리삼아 밟으며 지나간다. 역시나 익숙하다 이런 것들 모두가.
내가 탄 지하철이 아직 채 꽁무니를 터널 어둠속으로 감추기도 전에 반대편에서 빠아앙 하며 벽에 부딪혀 울리는 소리와 함께 또 다른 지하철이 들어온다. 바람이 그 근처에 있는 몇몇의 머리칼을 들어 올리지만 내게는 털끝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한 발 뒤로 물러서라는 경고방송이 나오지만 나는 그러지 않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행했던 모든 일들 가운데 유일하게 일관적이었다고 부를 수 있는 태도다.
지금 상황이라고 해서 예의 그 태도가 어디 가겠는가. 지하철이 오고 가고 사람들이 오고 가고.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노오란 공사장 울타리 색 표지판에 의지해 출구를 찾는 얼마 안 되는 사람들과 걸음을 같이 한다. 한 발, 한 발. 탁탁 왠지 교과서 같은 소리를 내며 계단을 꽤나 일정하게 올라가다가 스무 계단 조금 넘었을 때 멈칫 하다가 다음 계단 위에 우뚝 선다.
그리고 ‘그러거나 말거나’ 의 뒤를 잇는 자랑스런 내 생활철칙. 좌측엔 담배, 우측엔 핸드폰, 후방엔 지갑을 체크해 본다. 이것이 무슨 뜻인고 하니 (이렇게 말하면 조금 거창하지만 사실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간단하다) 코트, 아니. 코트든 잠바든 자켓이든 뭐든 간에 왼쪽 주머니에는 담배, 오른쪽 주머니에는 핸드폰.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지 뒷주머니엔 지갑을 넣는 태도를 항상 유지해 혹시나 그들 필수품 아닌 필수품들을 놓친 채로 외출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오늘은 집을 나설 당시에는 가지고 갔었다는 사실을 새삼 상기시키며 각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는 나다.
먼저 코트의 왼쪽 주머니. 쉽게 잡히는 것이 있다. 부스럭 거리는 담배갑을 살짝 쥐어 보니 쉽게 꾸깃, 형체를 바꾼다. 음. 몇 개 안 남았나보다. 들어가기 전에 슈퍼 들러야지.
다음은 오른쪽 코트 주머니. 별로 많이 쓰는 편이 아니라 차디찬 핸드폰 감촉이 오늘 날씨 같다. 지하철 바닥의 시멘트와 마찬가지다. 누가 감싸주지 않는 이상 바람만 조금 불어도 쉬이 차가워지는 우리는 인간이 만든 딱딱하기 그지없는 물건입니다. 라고 말하는 것 같다. 하지만 뭐 그렇다고 해서 딱히 기분이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 오늘은 전반적으로 기분이 좋은 날이니까.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 (왼손은 주머니 속에 있다) 뒷주머니 쪽으로 가져갔다.
뒷주머니는 말할 필요도 없다. 지갑이 없었다면 내가 지하철을 어떻게 탔겠는가. 이제 곧 내 오른손 끝에는 데님 천 주머니로 한 겹 싸인 돈은 별로 없어도 두툼한 내 지갑이 느껴질 것.............
........
........
........
......... ?
부..불안하다. 내 촌스러운 갈색 지갑이 든 청바지 주머니가 이렇게 홀쭉할 리가 없는데. 아니나 다를까. 뒷주머니 안에는 아무것도 없다. 시발. 나직이 중얼거린다. 자꾸 고개를 두리번거리게 되면서 목이 조여 오는 듯 간질간질 하다. 뒷주머니를 제외한 바지 주머니, 코트주머니, 가방 주머니 하나하나에 부산스럽게 손을 넣어본다.
.. 바지주머니. 없다.
... 코트주머니. 핸드폰과 담배가 나를 맞이한다. 그 외엔 백원짜리 세 개와 먼지 조금.
가방은 주머니를 뒤지다 못해 아주 뒤집고 흔들어 봤다. 꺼내 놓은 책과 공책, 필기구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아. 뭔가 반짝이는 게 있길래 꺼내봤다. .....껌종이다. 하하. 이렇게 유쾌할 데가. .....shit.
이런 걸 비속어로 뭐됐다고 표현하던가. 기분이 묘하다. 뭐랄까 분명히 뭔가 치밀어 오르기는 하는데 화가 나지 않는다. 음. 어쩌면 화 낼 기력도 없이 놀라고 분노한 걸 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본다. 이젠 아무도 없는 지하철 층계에 나는 털썩 주저 앉는다. 머리를 짚고 나름대로 집중해 보지만, 소용 없다. 왠지 가슴 부분 저 속 어딘가가 일렁이는 듯이 미끌거린다. 목은 계속 간지럽다. 이런 기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답답하다? 화난다? 허탈? 불안? 상심? ...........
..... 내 덤덤한 마음속 어딘가에서 어떤 생각없는 미련한 얘기가 툭 튀어나온다.
설레임.
그 어떤 미련한 마음이라 부를 수 있는 무엇은 그런 단어를 대충 내 머릿속에 띄워놓고 있었다.
말도 안된다는 걸 이내 깨닫고 피식 웃기까지는 별로 시간이라고 부를 만한 짬도 없었다. 그냥 잠깐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였을 뿐이다. 왜 그런 쓸데없는 단어가 박힌 건 지는 모르겠지만. 흐음. 난 순정만화도 연애소설도 잘 안 보는데. 그래서 설레임이란 단어는 내겐 굉장히 생소한데 말이다.
아무튼 뭔진 몰라도 갑자기 튀어나온 엉뚱생뚱한 단어 하나 쯤은 금방 묻어두고 다시 지갑이 어디로 증발했는가에 대해 (나름의) 집중의 시선을 돌렸다. 경험과 노하우를 십분 활용해 거의 앉아서만 왔던 나지만 친구들을 만난 뒤 막 지하철을 탔을 땐 아무래도 대학교 앞이니만큼 한 정거장 두엇 정도를 서서 갔었다. 그리고 문 바로 옆 끝자리가 비자 마자 바로 앉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덜컹 거리는 소리에 잠들었었지. 그럼 그 두어 정거장 동안에 지갑이 탈출을 계획하고 혼자 집구석(주머니)를 뛰쳐 나갔는가? ....남을 의심하는 버릇이 특별히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인간인지 본성의 의심이 있긴 있는 듯한 문정혁의 순간적 판단은 No. 그런 판타지틱하고 동화에 나오는 '지갑이의 모험' 줄거리 비스무리한 시나리오일 확률은 상식적으로 거의 0%에 가까울 뿐더러 또한 그러길 바라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지하철 탈 당시에는 있었고, 어디 내팽개친다거나 두고 올 상황도 아니었던 정황. 따라서....
소 매 치 기.
.........
[누나.나정혁이.어떡하지.또사고쳤어.]
[이번엔 또 뭐야 자식아-]
[그게.내지갑이없네.]
[뭐어?!?!]
간단한, 그리고 글자 상으로는 꽤나 덤덤한 문자를 누나와 주고받으면서 다시 출구로 발걸음을 옮기지만 그다지 가볍지는 않다. 흐음. 하필이면 이런 말을 누나한테 하게 되다니. 하지만 지금쯤 좋게 말해 미취업자, 뉴스에 나오는 것처럼 청년실업자, 일상용어로는 '백수'내지는 '백조'의 위치를 한껏 누리며 집에서 곧 도착한다는 내 연락을 기다릴 사람은 생각해 볼 필요도 없이 누나 뿐이다. 그렇다고 누군가 데리러 나오길 바라진 않는다.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난 다만 지갑을 찾으려면 예상보다 조금 늦게 집에 도착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누나에게 연락했을 뿐이다. 우리 집이 지하철 역과 가까운 게 지금 이 순간 왜 이리 좋은지 모르겠다.
마지막 누나의 답장에서 물음표 두 개는 '거짓말이지?' 라는 반신반의에 의한 되물음을 뜻할 거고, 엇갈려 들어가 있는 느낌표 두 개는 '미친놈아!!' 따위의 버럭 화내는 모습일 거다. 만일 친구놈이라거나 다른 가족에게 문자를 했다면 '잘한다' 따위로 끝났을 테지만 누나의 경우는 다르다. 그 지갑, 잃어버린 그 촌스러운 갈색 지갑은 누나와 굉장히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관련 뿐이겠는가. 무려 '마음이 담겨있다' 는 닭살돋으리만치 서정적인 표현을 해야 할 지경인데.
[야. 받어.]
[뭐야. 혹시 선물? 아니지? 누나 짠순이잖아.]
[시끄러 자식아. 이건 줘도 지랄이네 진짜 말그대로.]
언제나 그렇듯 티격태격 하면서 나눈 몇마디 말 뒤에 제대로 살펴본 그 물건- 그래. 선물. 그 선물은 바로 지금 잃어버린 (아마도 소매치기 당한 듯 싶은) 그 지갑이었다. 당시 대학교에 막 들어가 처음으로 아르바이트 라는 걸 해 본 누나는 처음 받은 월급으로 가족들에게 선물을 하나씩 했던 것이다. 그게 그 지갑이었다.
[누나 안 같다. 선물 씩이나 챙기고.]
[꼬우면 내놔 임마.]
[아니 뭐....누나가 준 것 같진 않지만, 잘 쓰겠다고.]
[새끼.. 난 뭐 그거 주고 싶어서 주냐?
원래 첫월급 타면 애인한테 근사하게 점심이라도 쏘는 건데 니는 뭐냐고 미경이 그 기집애가 자꾸 놀리길래, 난 애인은 없지만 다른 소중한 사람들은 많으니까.
아무래도 친구놈들 보단 가족이 가까운 모양이드라...니 생각 씩이나 나고 니 말마따나. 그거 내 첫월급이니까 버림 죽어. 지갑 있는 거 냅두고 그거 써!]
[뭐야. 명령이야? 어쩌나, 선물이니까 어떻게 쓰든은 내맘이신데.]
[이 자식이....]
그리고 몇대 쥐어 박히고 둘다 신나게 킬킬킬. 뭐 대충 그렇게 끝났던 것 같다. 말은 틱틱대던 나였지만 그 다음날 부터 촌스럽고 커다란 누나가 준 지갑을 들고 다녔다. 나는 다른 사람들은 무려 질풍노도를 겪는다는 시기인 사춘기를 고3이던 누나에 가려 그저 무덤덤하게 보냈었다. 그래서 감수성이 지나치게 떨어지는 (그 대표적인 예가 '그러거나 말거나' 라고 누나는 말했었다) 인간성을 지니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 뭔가 소중한 물건이나 추억, 마음 따위가 담긴 물건이 있냐는 질문이 온다면, (친구놈들은 내가 '그런 거 안 키운다' 라고 말할 거라고들 으레 생각하지만) 나는 아마도 망설이거나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바지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그 촌스럽고 커다란 갈색 지갑을 스윽 꺼내 이거요. 이게 그래도 덤덤한 내 생애에서 마음이란 걸 좀 보여 준 것 같네요- 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런 지갑이 없어졌다.
아마도 소매치기 당한 것 같다고 말하려고 했으나 그렇게 말한다면 누나는 표현하진 않겠지만 시무룩해 질 것이다. 나도 기분이 그닥 좋지 않을 것이고.
나는 더이상 누나에게 문자를 보내지 않았고 누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이제 지갑을 찾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를 고민하며 지하철 출구를 빠져나오고 있었다. 이대로 집에 가 버린다면 그나마 지갑을 잃어버린 (누군가 들고 갔다면 난 어쩔 수 없지만) 지하철과 점점 멀어져 찾을 가능성이 드디어는 제로에 이르고 말 텐데. 어쩌나. 어쩌지? 이제 어떡해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쉽게 발걸음을 멈추지 못했다. 그렇게 지하철과 자꾸 멀어져 가고 있었다.
결국 그다지 사람이 많지도 적지도 않은 길거리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문자가 왔다. 누나다.
[분실물 센터는 찾아 봤냐?]
.........
아. 그렇구나. (.....)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며 한순간에 수긍하고 나니 새삼 바보된 기분이다. 뭐야. 난 정말 바보인가? 왜 거길 찾아볼 생각을 못했지? 얼른 방향을 바꿔 지하철로 돌아가려고 몇 발짝 내 딛는 순간, 다시 멈칫 했다.
누나는 지금 내가 지갑을 '잃어버린' 줄 알고 있다.
그래서 누나는 나보고 분실물 센터에 가 봤냐고 했다.
하지만 내가 실제로 지갑을 '잃어버렸을' 확률은 거의 없다.
소매치기 당한 지갑이 스스로 분실물 센터에 돌아오느냐? No.
..... 뭐야. 그럼 분실물 센터에 가봤자 소용 없는 건가? 에이씨. 그렇다고 안 가볼 순 없잖아. 누나한테는 잃어버린 거라고 했는데. 씹. 그럼 가봐? 근데 헛수고 같고. 그럼 안가? 그럴 순 없고. 아아. 복잡해. 나 원래 이런 거로 고민한 적 없는데. (사실 그렇다기 보단 고민할 일을 만들지 않지만.) 뒤 돌았다가 다시 지익 발을 끌며 방향을 돌린다. 몇 발짝 가다가 또 나직한 욕과 함께 고개를 흔들며 반대 방향을 향한다. 그러다 또 돌아서서 어쩔 줄 모르며 앞을 바라본다. 에라 모르겠다!!
결국 바람의 반대 방향, 지하철 쪽으로 돌아서서 달렸다. 인도에 탁탁탁 내 발소리만 울리는 것 같다. 코트가 맞바람에 휘날리며 속도를 늦추려 하지만 이미 지갑과 분실물 센터에 온통 쏠려있는 내 신경을 돌리진 못했다. 가슴이 뛴다. 그럴 이유는 없지만. 음.. 아마도 뛰고 있기 때문일 거다. 그래. 왠지.... 발걸음이 가볍다.
"..하..하아..후으으.... 저기요."
아까 나갈 때는 그렇게도 늦게 오르던 계단을 순식간에 뛰어내려 버린 나는 그대로 매표소 직원에게 물어 찾은 분실물 센터로 향했다. 벽을 붙잡고 헥헥대며 안에 있는 사람을 불렀으나 가쁜 숨소리에 묻혔는지 들리지 않았나보다. 그저 별로 할일도 없어 보이는데 신문만 뒤적이며 이쪽은 돌아보지도 않는 4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담당자의 태도에도 나는 별로 화가 나지 않았다. 다만 두근거림이 조금 더 심해졌다. 이건...왜지? 그래. 뛰다 멈추면 원래 심장박동이 잘 들리게 마련이다. 손을 들어 주위의 뭐라도 똑똑 두드려 주의를 끌려던 순간, 누군가 순서를 가로챘다.
"아저씨. 아저씨이-"
"아하암-.... 응? 학생 또 왔네."
허. 참 기가막혀서. 갑자기 불쑥 튀어나온 부드러운 노란색 머리칼들이 조금 흩어지며 '아저씨' 이 한마디를 하자 마자 하품 늘어지게 하던 무관심한 남자가 금방 돌아보며 아는 체 한다. 이런. 말하는 걸 보니 아는 사인가보다. 저 노란머리가 누구나 무관심하게 스쳐가는 이 곳에 종종 들려주는 모양이군. 그 '아저씨'와 노란머리는 뭔가 신나게 재재거리며 허허 웃고 있다. 눈웃음 살살 치며 말하는 게 여자같기도 하고, 나랑 키차이가 별로 안 나는게 남자 같기도 하다.
"또 지갑 주운 거여?"
".... 훗. 네. 그런 셈이죠."
그렇다면 그런 거지 무슨 그런 셈? 나직이 피식거리는게 뭔가 수상하다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거에요."
"...!!!"
노란머리 너머로 힐끗 본 가늘고 하얀 손가락이 내민 갈색의 크고 촌스러운 지갑.
그건 내 지갑이었다.
무덤덤한 내 삶에서 유일하게 남은 마음을 모아 담은 것.
"아저씨가 책임지고 주인 찾아줘야 돼요! 그럼 전..."
"이봐! 그건 내 지갑이잖아."
"..히익!!"
오케이. 상황 종료. 그러니까 이놈이 내 지갑을 훔쳐가 놓고, 그걸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다시 돌려주러 분실물 센터에 왔다 이거지. 여기까지 생각이 미쳐 그놈의 어깨를 짚으며 갑자기 큰소리를 냈더니, 이 소매치기녀석(어느새..) 홱 돌아보면서 놀란 병아리 표정이다. 동그래진 눈을 보니 내 얼굴을 기억하나보군. 하긴 주위사람들에게 한국인 치고 흔한 얼굴 아니라는 소리를 심심치않게 듣는 나다(칭찬인지 욕인지는 몰라도). 이놈 아마도 지금까지 내가 뒤에 있는 걸 몰랐나보다. 이런 경우를 두고 어느 잘나가던 시트콤에서 딱 걸렸다는 표현을 썼더랬지.
그런데... 나보다 키가 조금 작은 이 노란색 머리칼을 내려다 보고 있자니 뭔가 익숙하다. 이놈의 주위에서 풍기는 향이라고 해야 하나, 그러나 냄새도 형체도 없으니 어떤 기운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뭔진 몰라도 옆에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낯이 익다. 어디서 스친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어디였을까. 이녀석의 하얗고 작은 얼굴은 분명 처음 보는데. 괜한 생각인가보다. 어쩌면 내가 지하철에 서 있을 때 내 지갑을 훔치며 스윽 지나가던 이놈의 노란머리가 어렴풋이 기억나는 걸지도 모른다.
"어라. 그럼 혜성학생이 주운 지갑이 이 학생 거여? 그거 잘됐네-"
"네? 아, 그.. 그렇죠! 하하..."
"뭐?! 그렇긴 뭐가 그...."
아까 지갑을 내밀던 하얀 손이 내 입을 틀어막는다. 키가 좀 모자라서 발뒤꿈치를 들고 한손으로는 내 입을 막고 한손으로는 내 지갑을 드는 동시에 내 머리 뒤쪽을 짚고 자기 손을 향해 꾸욱 누르는 이 노란 놈(?)은 감히 내 지갑을 훔친 데다 소매치기로 바로 신고하려는 내 말을 끊기까지 했으니 나한테 좋은 꼴 나긴 글렀다. 발칙한 놈. 그런데 왜 자꾸 웃음이 나는 걸까.
"정말 잘됐네요! 사례는 필요 없지만 차나 한잔 사세요! 하하. 하..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안녕 아저씨!"
"으응? 그.. 그려. 잘가."
내게 눈치인지 뭔지 하는 눈빛을 마구마구 박은 다음 뒤돌아 냉큼 고개를 꾸벅 숙이고 내 입을 막은 채 분실물 센터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는 노란머리. 주위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는지 고개를 홱홱 돌리다 안심하는 얼굴로 내 입에서 손을 떼 바지에 스윽 문지른다. 얼른 놈의 손에서 내 지갑을 홱 잡아 채 원래 자리인 바지 뒷주머니에 꽂으려다 퍼뜩 이녀석이 뭘 훔쳤나 하는 생각에 지갑을 펼쳐본다. ....어어?
"걱정 마요. 현찰도 손 안댔으니까. 돈도 별로 없으면서."
건방지게 틱틱대며 야무지게 입술을 끌어올려 웃는 놈의 자태가 꽤나 요염스럽다. 눈꼬리가 휘어지는 건 아무래도 녀석의 특기인가보다. 조금은 건방져 보이는데도 한대 패주기 보단 마주 웃고 싶어지는 건 뭘까. 근래엔 머리 다친 적이 없는데.
"돈 훔치려고 지갑 훔친 거 아니었나?"
"그랬죠. 근데 돈이 별로 없던데요."
"별로 없는 돈이나마 가져갈 생각은 안 들었나 보군."
"난 천원짜리는 취급 안해요."
"....소매치기 치고는 도도하신데?"
"칭찬으로 듣죠."
노란머리 아래 하얀 얼굴과 조금은 대비되는 빨간 입꼬리가 또 씨익 올라간다. 피식 웃고 내려다본 지갑 안에는 천원짜리 세 장과 학생증, 쓰지도 않는 신용카드 하나, 주민등록증 하나가 얌전히 꽂혀 있었다. ..진짜네.
"감동 먹을 거 없어요. 남의 신용카드는 쓸 줄 모르는데다 댁의 학생증을 내가 쓸 이유가 없잖아요? 학교도 똑같던데. 나도 학생증 있는 엄연한 학생이라구요. 소매치기는 취미고."
"....명문대?"
"3학년."
말끝마다 빙긋빙긋 웃는 게 왠지 어지럽다. 내가 4학년인데 이녀석이 3학년? 재수의 아픔을 딛고 들어간 대학교 후배 중에 이런 놈이 있을 줄이야. 머리가 다 아프다. 그러니 비단 분노로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나 오늘 왜이러지.
"몇살이신데."
"지금 호구조사 하는 거에요? 스물 네살 먹었는데, 왜요?"
"...그 몸으로 군대 갔다 왔냐?"
"아뇨, 공익인데요. 키에 비해 몸무게가 너무 적으면 입대 안 시켜준대요."
그래. 그러게 생겼다. 나도 모르게 또 피식 웃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짐짓 귀찮은 듯 틱틱 대면서도 꼬박꼬박 안 물어본 것 까지 대답해 주며 빙글대는 이놈의 심중을 도통 모르겠다. 그보다 모르는 건 아무 상관 없는 소매치기한테 지갑을 돌려받고도 돌아서지 못하는 내 조금 돌아버린 듯한 머릿속이지만. 도대체 너 무슨 생각이냐 문정혁.
"흐응... 그리고 그쪽, 오늘 생일이잖아요."
"...뭐?"
..생...일?
오늘이 내 생일이라고?
"에? 아니에요? 주민등록증이랑 학생증에 그렇게 써 있던데."
....그러고보니..
오늘이 2월 16일 이던가...벌써...
나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가족들도 으레 상기시키지 않았고 아침에도 방학이랍시고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12시쯤 라면을 먹었을 뿐, 미역국 따위는 먹지 않았다. 미역국이야 내가 늦잠을 잤으니 그렇다 치고, 가족들은 내가 당연히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단 말인가? ...흐음. 내가 확실히 지나칠 정도로 무덤덤하게 살기는 하나보다.
내 시선은 멍하니 생각에 머물러 있다가 다시 자기가 틀렸나 싶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던 건방진 노란머리에게 향한다. 그래. 나 오늘 생일인 것 같다. 그래서?
그래서 뭐 어쩌라고- 같은 속마음이 얼굴에 나타났던지 놈이 표정을 바꾼다. 소매치기 주제에 아주 느긋하고 여유있는, 눈을 반쯤 감으면서 턱을 약간 치켜든 자세로 빙글 웃는다.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를 부드럽고 도도한 매력이 보일 듯 풍긴다. 아까도 들은 것 같은 비음 섞인 늘어진 웃음 같은 것을 익숙하게 흘리며 말을 꺼낸다. 그런데 나는 또 왜 어지러워 질까.
"흐응.. 오늘 그쪽 생일인 것 같길래, 생일날 지갑 도둑맞으면 엄청 재수없을 거 아니에요. 그래서 생일선물 주는 셈 치고, 돌려주려고 한 거죠."
"그래서 분실물센터에 가져왔다?"
"바보는 아니네요."
풋, 하고 웃음이 나왔던 것은 왜일까. 지금 나는 화가 나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네놈은 좋은 꼴 보긴 틀렸다고 다짐하지 않았던가. 소중한 지갑을 도둑맞았으니 불행이지만, 다행히 범인이 지발로 지갑 돌려주겠다고 왔으니 '불행 중 다행이었군' 이라며 가슴 한번 쓸고 범인 몇 대 팬 후에 집에 가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그럴 마음이 전혀 들지 않는다. 그냥 풋 하고 웃음이 나왔다.
"야."
"네? 참, 근데 왜 자꾸 반말이에요? 내가 연하인 것 맞지만, 그래도 초면에.....?!"
조잘대던 노란머리가 지하쳘 벽에 몰려 조금 흐트러진다. 졸지에 치한(?)의 자세로 녀석을 몰아넣은 내 팔 안에 꼼짝없이 갇혀 다시 놀란 병아리 표정. 샛노란 머리 아래 하얀 얼굴은 뽀얀 솜털이 흐르고 있었고, 빨간 입술은 조금 벌어져 있었다.
이유없이 들뜨던 마음. 설레임. 두근거림. 익숙함.
모든 것이 샛노란 머리칼 아래 하얀 얼굴과 뒤섞여 각각의 것들과 판이하게 다른 성질의 어떠한 감정을 빚어낸다. 그리고 지금, 노란머리 아래로 놀란 병아리의 하얀 얼굴을 내려다 보는 순간 거기에는 감정이 하나 더 추가된다. 왜인지는 몰라도 갖고싶은 마음, 키스해 버리고 싶은 욕망.
그렇게 처음보는 녀석 때문에 생긴 굉장히 생소하고 새로운 감정은 이내 마음과 머리를 죄다 지배해 버렸고 나는 그 감정이 원하는 대로 따라가야만 숨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전 처음보는 녀석에게 지갑을 도둑맞더니, 마음을 뺏겨 버린 것이다.
이젠 눈에서 잠시의 놀람도 걷고 다시 도도하게 올려다보는 그 녀석의 귓가에 다가갔다. 무슨 짓을 할 거라고 생각한 건지 움찔 하는 녀석의 어깨조차 놓칠 수가 없다는 마음이 든 것은 왜였을까. 지금 노란머리 사이의 하얀 귀에 평소의 덤덤한 목소리가 아닌 전에 없던 능청스런 목소리로 속삭이는 내 자신이 믿기지 않는다.
"...그래. 오늘은 내 생일이야. 니말대로."
"........"
"그런데 말이지... 그 지갑은 원래 내꺼걸랑."
"..그...근데요?"
작게 떨 줄도 알았나. 도도한 병아리 라고만 생각했는데. 피실피실 웃음이 새 나오는 이유를 알지 못해 막을 수 없다. 의심이 가득한 눈망울에 왜 이렇게 입맞추고 싶은 걸까. 미쳤다, 문정혁. 정말 미쳤다. 그래. 미쳤다고 치자.
"그러니까.... 생일선물로는 다른 걸 주셔야 겠어. 원래 내껀데 그걸 선물로 준다니, 말도 안돼잖아?"
"..... 뭘 드릴까요?"
장난스럽게 비꼬는 듯 부드러운 높임말로 대꾸하는 녀석의 눈이 한순간 반짝여 보였다면 그것은 역시 '문정혁은 미쳤다!' 는 증거이자 착각에 불과한 것일까. 녀석의 반문에 대답하는 데 걸린 시간은 채 몇초라고 세기도 힘들었다.
"너를 줘. 니가...생일선물이 되어 달라고."
..................
"이봐요. 문정혁씨!!"
".....으, 응?"
"뭐야.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그게 벌써 2년 전인가보다. 그때 그 노란 병아리, 겁없게도 내 마음씩이나 깃든 지갑을 훔쳐간 못된 소매치기가 저렇게 내 앞에서 팔짱을 끼고 그때랑 다름없는 건방진 눈초리로 내려다 보고 있는 걸 보니.
그래. 2년 전이다. 오늘은 그때로부터 2년 후, 2월 16일.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생일선물로 자신을 요구하는데, 무슨 심보로 그러죠 뭐- 하고 쉽게 대답한 걸까, 저 도도한 자태로 사뿐사뿐 늘어진 빨래들을 정리하는 샛노란 천사, 새하얀 병아리는. (..보통은 그 반대로 표현하지만.)
그렇게 나는 녀석을 받았다. 생일선물로. 그래서 녀석과 나는 처음엔 주종관계(?) 비슷하게 만나다가 어느 순간 서로의 그 알 수 없던 감정을 사랑이라 정의내렸고, 정말로 서로를 사랑해 버렸다. 지하철 벽에 부딪혀 울리던 메아리치는 기적소리처럼 천천히, 느린 여유 속에서 서로를 미치게 원하며. 나는 졸업 후에 취업에 성공했고, 회사 근처의 원룸에서 이제는 혜성이라고 불러주길 바라는 도도한 병아리와 함께 살게 되었다. 혜성이도 졸업 한 뒤에 내가 다니던 회사에 취직해 지금은 내가 상사다. 음하하. (?)
얼추 정리가 되자 소파에 비스듬히 앉아 있는 내 옆으로 노란색 머리칼이 쪼르르 달려온다. 귀여운 녀석. 신혜성의 지나치게 도도한 이면에는 너무 귀여워서 깨물어줘도 모자랄 지경인 면이 있다. 누구는 '그게 바로 콩깍지' 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그러면 또 어떤가. 내가 귀여워 죽겠다면 됐지.
"오늘 내 생일인 거 알지?"
"그럼. 잊어버리고 싶어도 못 잊네요!"
"흐음, 하긴. 신혼 2주년이랑 겹치니까."
"어..어째서 신혼이야!!"
킬킬킬. (...) 도도한 상태든 귀여운 얼굴이든, 신혜성은 굉장히 놀려먹기 좋은 상대다. 난 원래 성격이 무덤덤해서 누군가를 놀려먹는다거나 약올리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신혜성은 예외다. 신혜성이니까.
"그래서. 뭐 해줄건데?"
"흐응... 꼭 뭐 해줘야 돼?"
"당연하지."
"칫. 그럼 나 가져, 나. 내가 선물이야."
자기 가슴께를 두드리며 얼굴을 디미는 신혜성은 예나 지금이나 생각하는 게 똑같다. 단순, 무식, 개깡. 한번은 내가 물었었다. 왜 소매치기를 했냐고. (지금은 안한다) 녀석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응? 그거야, 용돈 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지하철 이용객들은 전부 내 부모님인 셈이지 뭐.'
"그건 이미 2년 전에 받았는데요? 건방진 소매치기씨."
"씨이...뭐야. 그럼 어쩌라고. 나가서 뭐 사오리?"
"그건 됐고. 오빠랑 화끈한 오늘밤 어때?"
"야!!!"
..........
어쩌면 나는 그 때, 내 지갑이 그의 손에 넘어간 그 순간에,
이미 그 지갑 안에 담겨있던 내 무덤덤한 삶 가운데의 찰나의 마음들과 소중함 조차
모두 그의 손으로 넘어가 마음을 빼앗긴 지도 모른다.
그래. 사실은 내가 도둑맞은 것은 지갑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내 마음이든 머리든, 송두리째 그에게 빼앗겨 버리고도
나는 마냥 좋아 축복인 양 미소짓는 것이다.....
지하철에서 소매치기를 당한다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불행이라면 그것은 불행이겠지만
절망 뿐이었다 말한다면
나는 단 한순간도 빼앗긴 마음에 아까워하지 않았더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불행이라면 그것은 불행이겠지만
축복이라면 또한 그것은 축복이며
사랑이라 안할 지라도 그것은
어쩔 수 없이 사랑인 것이다.
그래. 그날은.... 내 얼마 안되는 살아온 날을 바쳐서라도 얻고 싶은 축복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생일이 있다면 0.몇초도 망설이지 않고 그날이라 말할 나를 너는 만들어냈다...
[EndlessDie] 님, [바른생활어린이] 님, [Mizy] 님 정말 감사합니다다다다;ㅁ; (-_-) 참참, 빽빽한 것은 스크롤 압박을 최대한 줄이고자 미련한 짓거리를 한번 해 본거랍니당; (.....) 쿨쩍. 죄송해요;;;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하구요, 행복하세요!!! ^^
첫댓글 아아..너무 재밌어요!!>_< 으음.. 릭셩!!>_< 앞으로도 재밌는거 많이 써주세요!
조회수 101번째 주인공이다 ♬ 빰빠라빰~ ㅠ ㅠ 재밌게 봤는데 너무 빽뺵해서 고생했어요 ; -; 진짜 재밌네요 ♡
[EndlessDie] 님, [바른생활어린이] 님, [Mizy] 님 정말 감사합니다다다다;ㅁ; (-_-) 참참, 빽빽한 것은 스크롤 압박을 최대한 줄이고자 미련한 짓거리를 한번 해 본거랍니당; (.....) 쿨쩍. 죄송해요;;;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하구요, 행복하세요!!! ^^
[난 122번째 주인공-ⓥ]역시나~언제나 봐도 너무 멋.있.는 소설이에요>ㅁ<//
[낭랑-ㅅ-혜썽] 님, 정말 감사합니다;ㅁ; 멋있다니요, 이런 시원찮은 작가가 들어도 될 소리인지ㅠㅠ; 그말, 힘들때 마다 꼭 기억하겠습니다!! 행복하세요^^
...으흣..;ㅁ; 잼나요! , 저도 울엄마딸님껀; 항상-_- 닉넴보고 소설은 본답니다~(칭찬해주세요-ㅅ-;;), 다음편도 좋은.. 소설로 만나뵈요! , 하지만-_-..엔터수좀 늘려주세요;;..스크롤 내리는게 더 편하답니다;ㅁ; 우흑, 넘 빡빡하게 붙어있으면 못읽고 지나치는거도 많고, 머리도 아파요-_-;;
와아 +ㅁ+!, 정말 잘쓰십니다!!, 너무 재미있어요 ♥ 앞으로고 좋은 글 많이 써주세요 ))
[이불펴릭진] 님, [할렐루야 셩] 님도 감사합니다^^ 님들 충고대로 앞으로는 그냥 쓰던대로; 쓰겠습니다!! 하핫; 응원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구요;ㅁ;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