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le of Palms

[david]

집에서 두 시에 출발을 해서 어머니를 약 십오 분 거리에 있는 요양원에 맡겼다.

어머니는 어제부터 갑자기 균형감각을 잃고 배변에도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간호원의 말로는 이런 과정이 인생의 마지막을 향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했다.

어머니는 침대에 누우시자 마자 눈을 감고 편한 모습으로 쉬셨다.

사람들이 예전보다 착하게 운전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내 차 뒤에 달려있는 베테랑 번호판때문은 아닐까. 약 대여섯 시간을 운전해서 동생네 식당에 일곱 시 반경에 도착을 했다. 식당은 빈 테이블이 없을 정도로 바빴다. 거의 한 시간을 기다리면서 배는 고팠지만 기분이 흐뭇했다. 잠을 비교적 잘 자고 그 날 저녁과 다음 날 아침 동생과 앞으로이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난 번보다 식당에 종업원을 두 세 명 고용을 하고 몸도 건강해진 듯 보여서 마음이 흐뭇했다.

약 한 시간 남짓을 운전해서 둘째가 입원해 있는 듀크대 병원을 찾았다.

이제 임신한 지 약 33주째였는데 혈압이 오르는 등 산모의 상태가 안 좋아서 조산을 준비하고 있었다. 사위가 우리가 도착하는 시간을 예상하고 미리 주차장으로 나와 있어서 쉽게 병실을 찾을 수 있었다. 병원은 그 규모가 내가 가서 본 병원들 중에 가장 컸고 사람들의 표정도 안정이 되어보이는 전체적으로 편안한 곳이었다.

둘째의 침대 옆에서 함께 기도를 했다.

어렸을 적부터 감정적으로 기복이 심했고 아이 셋 중 가장 자신의 능력대로 살 지 못하고 있어 나에게는 아픈 손가락이다. 그래도 좋은 신랑을 만났고 이제 첫 아이를 기다리는 모습이 너무 감사했다. 축복과 위로의 말을 나누었다.

바로 Isle of Palms라는 섬으로 출발을 했다.

나는 손바닥을 생각했는데 야자나무 섬이라는 의미란다. 가는 길 곳곳은 공사중이었다. 도착을 하니 찰스톤에서 가까운 아주 예쁜 섬이었다. 숙소는 거실에서 대서양이 가득 보이는 곳이었고 인기있는 식당들이 바로 옆에 줄지어있는 곳이었다.

아이들과 바닷물 속에서 물놀이를 하고 모래성을 짓기도 하고 풀에서 수영을 하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저녁에는 식당에서 맛있는 seafood를 즐겼다. 가장 좋았던 것은 아침에 본 일출과 베란다에서 바다의 광경과 소리 그리고 그 내음을 온 몸 가득 담은 것이다. 그것은 어떤 영혼에 하나의 기억이 되어서 언제든 바다가 그리울 때 꺼내어 볼 수 있는 재산을 삼은 셈이다.

10월 3일 아침에 새 생명이 태어났다.

그 날이 개천절이어서 그 아이의 생일은 늘 기억할 것이다. 4파운드 4온즈로 보통아이의 반 정도 크기로 그 아이의 모습이 너무 갸냘프고 사랑스러웠다. 나의 생명이 이렇게 이어지고 그 아이는 2100년을 훨씬 넘게 살 것이다. 그 아이와의 만남을 기대한다.

삼박 사일의 바닷가에서의 시간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했다.

오는 길은 약 반 가량은 지방 국도와 수 많은 작은 타운들을 지나서 왔다. 그 평화로움이 좋았고 가끔 보이는 하얗게 눈이 앉은 듯한 목화밭을 지나며 옛날 그 곳에서 땀을 흘렸을 노예들을 상상했다.

나는 약 한 가지, 아내는 젓가락 챙기는 것을 잊었다. 아무리 준비를 잘 해도 살다 보면 잊고 길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

집에 오니 편하다. 어쩌면 여행의 가장 좋은 순간은 편한 집으로 돌아왔을 때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의 죽음은 가장 편하고 행복한 순간이 될 지도 모른다. 

막내가 이미 아틀란타를 방문하러 와서 약혼녀와 그 친척집에 있단다.

곧 재회할 순간이 기대가 된다. 이번 토요일에는 골프시합이 있고 다음 주에는 삼촌이 온다. 집에서 함께 사흘 정도를 지낼 듯 하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이곳으로 오고 있다.

그리고 다음 수요일은 역이민 모임이 있다. 한 커플은 텍사스에서 한 커플은 알라바마에서 온다. 나에게 역이민카페는 모국과 사는 곳을 오가며 동시대를 보내는 하나의 큰 가족이다. 공동의 주제는 행복이다.

100523

[david]

다시 읽어보니 그 표현이 의도와 달리 읽힐 수 있어서 수정했습니다.
축하 감사합니다.

[양수호1969]

또 하나의 가족!
맞습니다.
저도 누이가 생기고 형님이 생겨서 참 행복합니다.

[david]

그쵸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먗 살 차이는 별로 중요하지 않고 한 형제임이 중요하지요.

[상처자국]

공동의 주제는 행복!
이 카페를 들락거리는 이유랄까요

은은한 태양과 바다를 바라보는 자전거
그 위의 시선에 동요됩니다..

손주를 안으심 축하드립니다


좋은 나눔 고맙습니다

[david]

역시 우리 자국님의 공감과 축하는 일등입니다. 감사합니다.

[아르테미스]

손주 보심을 축하드립니다. 얼마나 좋으세요. 참 복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david]

감사합니다. 가까이서 볼 수 없어서 좀 아쉽습니다.

[미소2 여 1961]

한동안 많은 일을 겪으셨어요
위로의 말ㅆ므과, 손주 탄생을 축하드립니다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길 기도 합니다
도 하나의 가족 , 공감의 글..입니다
다음주에 뵙겠읍니다

[david]

오셔서 좋은 시간 나누시기 바랍니다. 야생화님이 미소님 잘 맞이하라는 부탁이 있으셨습니다. ㅎㅎ

[제주아톰]

모든 손주가 사랑스럽지만, 이렇게 어렵게 얻은 손주는 더 귀하고 소중합니다! 산을 좋아하지만 바다가 먼 산지는 성에 안찹니다. 일단 바다가 가까워야하고 인근에 산도 있어야하지요. 차분하고 맛깔스런 데이비드님의 글, 그 중에도 가족이야기 참 좋습니다!

[david]

요듬 등업관리를 하다보면 아톰님이 혼자서 오랜동안 얼마나 신경 쓰시고 공을 드리셨는 지 알겠습니다.
대충 하는데도 시간이 적지 않게 소요되네요. 카스무사님은 자주 만나시는 지도 궁금합니다.

[제주아톰]

이 카페에 와서 얻은 좋은 벗입니다! 자주 만나고 말고요.^^

[Helen LA]

잔잔한 일상속에서 편안하고고요함이 느껴집니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축하드립니다
언제나 데이빗님의 글속에서 느껴지는 가족이 단란함이 느껴지는 글 잘읽고잇답니다

[david]

감사합니다 Helen님 쪽지를 드렸습니다.

[전영관]

짧은 시간에 여러 일들을 겪으시네요
어머님의 쇠잔하심 새생명의 탄생 우리네 인생의 스펙트럼이 데이빗님의 일상에 펼쳐집니다. 여행의 진미는 귀가시의 안도감, 깊히 공감하며 나아가 어쩌면 죽음도 이런 평안함으로 이어질것이라는 데이빗님 특유의 의식의 흐름에 무릎을 치면서 위안을 받습니다.^^
새손주 축하드리고 우리의 재회의 날도 멀지 않기를 기대해봅니다.

[david]

우리 갑장님 갑자기 보고싶어 집니다.
언젠가 만날 날을 고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