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히지츠라에 빠졌습니다. 은혼 최고의 미남미녀(?) 커플이죠. 츠라아가씨는 원래 곱습니다만.
카페 검색창에 쳐보니 하나도 안 나오는 게... 마이너이긴 역시 마이너다 싶더군요.
가입후 첫글로 이런 거나 올리는 제법 불순한 신입입니다. 장차 마이너 용자가 되겠습니다(?)
※ 스톡홀름증후군과 연결되는 글입니다.
리마증후군(Lima syndrome).
인질범들이 자신이 잡은 인질들에게 정신적으로 동화되어
자신을 인질과 동일시함으로써 공격적인 태도가 완화되는 현상.
1997년 페루 리마에서 반정부조직 요원들이 127일 동안 인질들과 함께 지내면서
차츰 인질들에게 동화되어 가족과 안부 편지를 주고받고,
미사 의식을 여는 등의 현상을 보였다는 데서 '리마'라는 이름이 붙었다.
리마증후군
Silver soul Parody
Written by. Hanal
그를 발견한 것은 어느 비오는 날의 오후였다. 좁은 골목길에 힘없이 쓰러져 있는.
「가츠라!」
무슨 일인지 출혈량이 상당했다. 주위로는 빗물에 핏빛이 스멀스멀 번져나가고 있어 더없이 불길했다.
가까이서 본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는데, 고통을 인내하느라 고운 얼굴이 찡그려져 있었다.
「너를 체포하겠다」
나는 진선조, 그는 양이지사. 내가 그토록 체포하려 애쓰며 뒤를 쫓아왔던 어려운 상대.
그러나 기쁨보다는 이상한 감정이 앞선다. 아아, 아닌데, 이런 건 아닌데.
-
「오셨습니까, 부장님」
평대원 하나가 허리를 꺾으며 크게 외쳤다. 히지카타는 건성으로 대답하며 그를 지나쳤다.
긴 손가락 끝으로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이자 탁한 연기가 앞을 가리며 훅, 하고 올라왔다.
「가츠라는?」
「안에 있습니다」
히지카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도주가 불가능에 가깝다 일컬어지는 진선조 건물.
그러나 상대가 '그' 가츠라 고타로이기 때문인지 경비는 몹시 엄중하기 짝이 없었다.
「어이, 가츠라」
조금 낮고 탁해진 목소리의 부름에 인영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긴 머리카락이 자연스럽게 흘러내렸다.
사로잡을 때부터 부상당한 상태였고 체포 과정에서 그것이 더 심해졌기에 아픈 몸이었지만 자세만은 곧다.
마주보기도 싫다는 듯 눈은 여전히 감은 상태. 유난히 짙고 긴 속눈썹이 얼굴 위로 가느다란 그림자를 드리운다.
어째서 수배전단을 그렇게 뿌려대도 그 흔한 목격신고 하나 받아보지 못했는지 이제서야 알 것 같다.
자신조차도 처음 가츠라를 잡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그가 맞는지 믿기 힘들 정도였으니까.
「내가 누구인지 아나?」
「진선조의 귀신부장, 히지카타 토시로」
머뭇거림 없이 곧바로 대답하는 목소리는 부드러우면서도 어딘지 모를 힘이 있었다.
이래서 평대원들과 직접 접촉하는 것을 그토록 경계한 것이다. 리마 증후군이라는 것도 있으니까 말이지.
그러나 무엇보다, 히지카타 자신도 왠지 완전히 냉정해질 자신이 없다.
계속 그를 바라보며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가는 다른 것을 모두 잊어버릴 것 같아서.
「잘 아는군」
「그정도야」
칭찬 같지 않은 칭찬과 겸양 같지 않은 겸양이 짧게 오고갔다. 어차피 단순한 겉치레.
히지카타는 다소 신경질적으로 바닥에 떨어뜨린 담배를 발로 비벼 껐다.
「그렇다면 내가 왜 왔는지도 알겠군」
이번에는 대답이 없다. 정말로 모를 리는 없으니 단순히 대답을 하기 싫다는 것이겠지.
조용히 입을 일자로 다물고 있는 가츠라의 얼굴은 어쩐지 몹시 평온해 보여서 이유없이 짜증이 났다.
「양이지사들의 본거지가 어디지?」
「대답하지 않겠어」
쉽게 대답하지 않을 줄은 알았지만 또 정작 이렇게 나와버리면 역시 성가신 기분이 들어버린다.
계속해서 이런 식이라면 양쪽 다 힘들 텐데. 하기야, 자신의 뜻을 꺾는 것이 더 힘들려나.
「괴로울 거야. 막부는 무엇이든 알아내려고 할 테고」
「진선조가 아니라 막부라고 하는군」
「아아」
히지카타는 짧게 소리를 삼켰다. 뜻을 가지고 지시하는 것은 막부, 따르는 것이 진선조라는 공식은 옳다.
그러나 지금 굳이 막부라고 표현한 것은 조금 묘한 이유였는데 가츠라는 그것을 예리하게 집어냈다.
「인정하지」
「막부가 옳다고 생각하나, 혹은 생각도 없이 그냥 따를 뿐인가?」
인정한다며 조금 숙이고 들어갔더니 곧바로 질문. 은근히 날카롭게 머릿속을 찔러오는 낱말의 나열.
그런 말을 내뱉으면서도 예의 그 단아한 모습에는 변함이 없어, 히지카타는 이유없이 조금 약이 올랐다.
「다 들려, 난 그저 진선조를 따를 뿐이야」
시계를 힐끔 바라보자 벌써 들어온 지 10분이 넘었다. 몇 마디 하지도 않았는데 시간만 가는군.
히지카타는 짧게 투덜대고 가츠라를 바라보았다. 순간 그가 여태껏 감고 있던 눈을 뜨며 이쪽을 바라보았다.
칠흑의 눈동자, 같은 검은색이면서도 훨씬 더 깊이있는 흑색, 흔들리지 않는 곧음이 배어나는 눈길.
보는 사람을 빨아들이기라도 할 듯 매력적인 그 색에 히지카타는 잠시 할 말을 잃어버렸다.
「내일 다시 오지」
그래, 가츠라 고타로는 위험하다.
리마 증후군도 위험하다.
-
다음날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주로 히지카타가 질문하고 가츠라가 대답을 거부하거나 단답했다.
가끔씩 긴 말을 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히지카타가 듣고자 하는 것과는 동떨어져 있는 내용.
그렇게 일주일여가 흘렀다. 그러던 중 가츠라가 식사를 거부한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히지카타는 그를 찾아갔다. 식사를 거부하고 물만을 마셔온 가츠라의 안색은 몹시 파리했다.
「언제까지 그렇게 버틸 생각이지. 단식따위 먹히지 않아」
「아니, 단지 먹고 싶은 생각이 없을 뿐」
「먹어라」
히지카타는 작은 문으로 들고 온 것을 내밀었다. 하얀 그릇에 담겨, 아직도 김이 오르는 국수.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가츠라는 의외라는 듯이 두 손으로 그릇을 받아들었다.
「분명 근무시간일 텐데, 공무원이 이래도 되는 건가」
「이것도 근무의 일부라고 쳐두지」
어디서 무슨 소리를 어떻게 전해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국수는 가츠라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다.
조금 야윈 듯 했지만 여전히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젓가락을 집어들었다.
그 손가락의 자세는 어디 교본에 나올 듯한, 완벽에 가까운 모양이라 자신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왜 웃지」
「아무것도」
히지카타가 입을 꾹 다물자 가츠라는 젓가락을 쥔 오른손을 가볍게 들어 보였다.
「잘 먹겠습니다」
어느 집에서나 흔히 볼 수 있을 것 같은 대사, 그러나 지금 이 상황에서는 더없이 아이러니컬하다.
히지카타는 맑게 웃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얼굴을 찡그리고 말았다.
지금 상황에 대한 자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를 여유. 왠지 모르게 몹시 억울한 기분이다.
그토록 잡고 싶어했던 그 가츠라 고타로가 맞다면 뭔가 그다운 모습을 보여 달란 말이다.
안 그러면 자꾸 그가 누구인지 잊어버릴 것 같으니까- 가슴이 머리의 말을 듣지 않을 것 같으니까.
히지카타는 담배를 바닥에 밟아 비벼 끄며 애써 냉정하게 한 마디를 던졌다.
「막부는 당신을 빨리 죽이고 싶어해」
「어째서지?」
「알아낼 것만 알아내고 공개적으로 없애는 게 홍보와 경고효과가 크니까」
히지카타는 습관적으로 물고 있는 담배 끝을 가볍게 씹으며 그렇게 대답해 주었다.
그러나 가츠라는 고개를 옆으로 잠시 기웃하더니 질문 내용을 조금 바꾸어 다시 물었다.
「그게 아니라, 그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뭐지」
「역시 성가시니까」
매일 이렇게 찾아와서 대답도 없는 질문을 끝없이 해대야 하는 것이 성가시고,
그를 지켜보는 일이 성가시고, 어떻게 하면 무언가를 알아낼까 머리 써야 하는 것이 성가시고,
아무 것도 먹지 않는다는 보고에 자신도 모르게 걱정... 하고 있는 것이 성가시다.
「생각보다 좋은 사람이군, 히지카타 토시로」
「무슨 뜬금없는 소릴」
그러나 가츠라는 부드럽게 웃었다. 속을 들여다보는 듯 또렷한 흑안이 반쯤 휘어지자 오히려 예쁘다.
가츠라의 쪽이 조금 연상이겠지만 역시 비슷한 나이, 이런 상황에서 만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모르겠군, 정말」
자신도 뜻 모를 말을 무심코 입 밖으로 내어 작게 중얼거린 히지카타는 창 밖으로 시선을 들렸다.
새파란 하늘, 맑은 청색이 아름다운- 그래, 그것은 자유로이 호흡하는 '바깥'의 하늘.
「만약 내가 당신을 여기서 꺼내 주겠다고 한다면 어떻게 하겠나?」
「글쎄」
의외로 가츠라는 관심없다는 듯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히지카타는 팔짱을 더욱 단단히 꼈다.
사실 자신이 왜 그런 질문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조금은 답답하기까지 한 상태.
「나갈 수 있다면 나갈 거냐고 묻는 거야」
「나가고 싶다면?」
「...아아, 정말, 그러게」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이라 생각했던 가츠라는 마치 남의 일이기라도 한 것처럼 담담하고 여유로웠다.
오히려 초조해하고 있는 자신 쪽이 바보 같아, 히지카타는 얼굴을 찡그렸다.
무엇 때문에 자신은 그에게 이렇게 애를 태우고 있는가, 어째서 자꾸 이상한 기분이 드는가.
아무 이유 없이 머리가 어지럽다. 온통 알 수 없는 것들 투성이.
애연가답게 히지카타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러나 불을 붙이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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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愛_단편
[히지츠라] 리마증후군
Ha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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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1.20 02:17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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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와, 히지츠라 너무 감동적이에요! 랄까, 처음보는 커플링입니다;ㅁ; 리마증후군이라...설마 단편인 건 아니겠죠? 다음편 무지무지 기대하겠습니다!
에에, 단편입니다; 기대하시면 아니되어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츠라아가씨는 경국지색이니까요(?)
히타X긴 보다 더한 마이너는 없으니 괜찮아요, 어 ? 악플아녜요 , 개인적으로 저도 마이너라서 엄청 좋아요 (♡) 좋습니다 이런구도 ♡
마이너를 위해 달려보아요;
요즘 츠라는 주로 감옥에 갇히는군요. 역시 왠지 괴롭혀주고 싶은 사람이랄까?
그래도 탈출시켜 줘야겠죠?;
와아!!! 거침없는 신입씨 멋있어요[얌마 니가 더 신입이야!<<]헤헤..저는 그냥 볼뿐인데~~ 츠라사랑!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