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호재에선 올해도 고추 농사를 지었습니다.

[가을하늘]

ㄴㅁㄲ(남편)은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고추 농사를 지었습니다.
한 해 농사의 시작은 언제부터일까? 하는 생각을 하네요.
수확이 모두 끝나고 늦가을에 마른 고춧대와 비닐을 걷는답니다.
그 직후 석회와 소거름을 밭에 넣어 6개월 간 충분히 숙성되게 합니다. 
봄에 여러 가지 미량요소를 넣고 다시 몇 번을 갈아주고는 고랑을 타고 본격적인 준비를 하지요.
고랑과 고추 간격을 넓게 해서 보통은 두세 배는 더 심을 수 있는 곳에 1,000포기를 심었습니다.
지줏대도 특이한 방법으로 튼튼하게 박아 고추가 꽁꽁 묶이지 않고 바람과 햇살을 충분히 받도록 하지요.
그러니 고추줄만도 일곱 번을 묶어 줍니다.
그러면 고추나무가 만세를 부르며 자라서 가지를 걸칠 수 있게 된다네요.
그러자니 봄부터 얼마나 밭을 오가야 하는지...
그러다 쪼그리고 앉아 하는 일이 있으면 같이 가자고 하지요.
 
그 힘든 일이 왜 하고 싶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 
"재미있잖아." 입니다. 
힘든 노동에도 불구하고 계획한 대로 일이 되어가면 재미있나 봅니다.
저는 고추 따는 일처럼 표나는 일엔 재미있고, 남편을 거들어주는 것이 즐거울 뿐, 체력적으로는 힘에 부치기도 하지요.
 
지난 해는 겁없이 농약 안 치고 유기농하시는 분들이 쓰시는 영양제와 약제로 농사를 지었습니다.
기대한 만큼은 아니지만 날씨도 도와주어 탄저병 피해없이 수확을 했구요.
그렇지만 담배나방 피해가 커서 후두두둑 떨어지는 고추들을 볼 때마다 살점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 했습니다.
또 주문은 받아놓고 갑자기 탄저병이 와 수확이 끝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도 주문을 받는 제겐 부담이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편하게 농약을 정량대로 치는 농사를 해서 공판장 수매에 넘기면 좋겠다 싶었지요.
 
그런데 ㄴㅁㄲ은 그렇게 하지 못 했습니다.
지난 해처럼 유기농 영양제와 약제를 구매해서 마당의 200포기는 농약을 아예 안 치고 짓고 있구요.
산자락에 있는 밭에 심은 800포기는 유기농 약제에 농약을 1/3을 섞어서 쳤답니다.
마당의 것은 건강한데 산쪽 밭에는 주변 탓인지 올해도 여전히 담배나방 피해가 많아 첫물은 조금 밖에 못 땄지요.
조금 단련이 되었는지 후두둑 떨어진다고 하면서도 "벌레 반 먹고 사람이 반 먹고 하지 뭐..." 그럽니다.
그러면서 올부터는 제대로 약 치고 농사짓겠다고 했던 사람이 아무래도 안 되겠는지
내년부턴 다시 농약 안 치고 농사를 지어보겠다고 합니다. 
 
수확량만 생각한다면 얼마나 무서운 세상인지...
밥 먹으러 간 식당의 아자씨가 말하길
"약을 1/3만 치면 우야니껴. 요새 약은 약해서 아무리 안 쳐도 두 배는 쳐야 됩니다. 
심지어 락스나 퐁퐁을 섞어서 치는 사람도 있는데요." 
설마 했더니 ㄴㅁㄲ이 유투브에 고추농사 - 락스 (또는 퐁퐁)를 쳐보라고 했지요.
유투브에 락스와 퐁퐁이 병충해를 막는 비법으로 버젓이 그것도 아주 많이 올려져 있답니다. 
외식은 안 해야지 싶지만 그게 또 그리 되지 않지요. 
 
이번 주 두 물째 고추를 따고 있습니다.
갑자기 주말 3일간 일이 생기고 고추 양도 많아 건조기를 돌리기 위해선 바빴지요.
그래서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더니 재미있겠다고, 해보고 싶었다고, 달려왔습니다. 
종일 비가 와서 다행히 덥거나 땀을 흘리지 않아 오히려 좋았습니다.
멀리 산에선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우린 비옷을 입고 오락가락하는 비를 맞으며 얘기를 나누며 재미있게 고추를 땄습니다.
친구는 일당은 커녕 체험학습비 내라고 할까봐 겁난다고 웃었지요. 
 

 
어두워지는 시간 즈음 마치고 맛있는 황태탕을 사먹고 헤어졌는데 집에 오니 씻어야 하는 더 큰일이 남아 있었습니다. 
다행히 아들까지 셋이서 그 많은 것을 세 번씩 물에 씻고 헹구어 건조기에 가득 넣었습니다. 
셋 다 얼렁뚱땅이 안 되는 꼼꼼이여서 시간이 많이 걸리지요. 
차곡차곡 쟁여 넣고 건조기 스위치 돌려놓고 꿀잠을 잤습니다. 
 

 
그래서 이제 고추 주문을 받습니다. 
어느 해는 고추가 비싸고, 어느 해는 싸고, 또 유기농이나 저농약 매장의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아 가격을 정하기가 어렵네요. 
그렇다고 가격을 정하지 않고 주문을 받기도 뭣하구요. 
 
그런 이유로 희호재표 고추는 작년 저희 고추와 비교해서 정했습니다. 
작년에 건곤추 한 근에 20,000원, 고추가루는 22,000원이었습니다.
올해는 건고추 한 근 (600g)에 18,000원, 고추가루(600g)는 20,000원입니다.
가루는 꼭지 떼며 따는 수고와 빻는 수공비, 그리고 꼭따리 무게가 줄어들어 2,000원을 더 받습니다.
(덧붙입니다. 택배비 5,000원입니다.)
 
뭔가를 파는 일에 익숙치 않아 설명을 덧붙이려니 좀 어색하지만
희호재 고추는 고추 간 거리를 넓게 해서 바람과 햇살을 충분히 받게 하고
농약을 덜 치는 대신 영양제(모두싹이란 제품)를 주기적으로 주고
약을 치더라도 따고 난 직후에 약을 쳐서 다음 딸 때까지의 시간을 가지지요.
또 세 번 깨끗이 씻어서 전기건조기에 고르게 말립니다.
지난 해 사신 분들이 향과 빛깔, 맛이 좋다고 하셔서 올해도 그러리라고 생각합니다.

[파란하늘이(대구)]

감사합니다

희호재
만
만세~~

고춧가루 10근
주문합니다

[가을하늘]

하늘이님. 고맙습니다.
이제 두물째 따니 멀었지만 주소, 이름, 전번을 비밀글로 올려주셔요.

[바다세상]

10근 주문합니다

[가을하늘]

바다세상님도 고맙습니다.
바다세상님 연락처는 제게 있어요.
올해도 맛있게 되어야 할텐데요.

[바다세상]

전 10근하고 3근 따로 담아주세요~~

[가을하늘]

그럼 13근 주문이셔요?

[바다세상]

넵~~~

[향이]

얼마나 애쓰셨을까요? 고맙습니다.
고춧가루 20근 주문합니다.

[가을하늘]

향이님. 감사합니다.
주소, 이름, 전번을 비밀글로 올려주셔요.^^

[별꽃(김천)]

구슬같은 땀방울이 여기까지 뚝뚝 떨어집니다.
채소는 농부의 발걸음을 듣고 자란다지요~
농부들의 노고를 제대로 보상받아야할 텐데요.
제가 아는 농부들은 모두 한숨을 쉽니다.
아무리 고생해서 농작물이 잘 되어도 중간상인이 많은 이익을 가져간다고요.
직판을 하면 또 여간 번거롭지 않을테지요.
작년에 희호재 고추가루를 받아보고 감탄감탄했습니다.
빛깔, 맛, 향기가 최상이더군요.
저희는 아직 작년 것도 남아서 5근만 주문합니다.
감사합니다.

[가을하늘]

네. 다섯 근 좀 정리되면 천천히 보낼게요

[산골짝]

고추밭 사진을 보니 유별난 농부 나무꾼 맞습니다 ㅎㅎ
저도 오래는 100포기 심었지요
고추 심질 않으니 주변분들이 년년이 주어 먹고도 남아 오히려 형제들도 나누어 주었어요
벼룩도 낯짝이 있지 산골로 돌아왔으니 먹을거 하려고 심었는데 약 한번도 안치니 담배나방 피해로 삼분에일은 빠지네요
그래도 비료포대로 3포대 따서 말렸고 앞으로 더 따면 먹을건 충분 하겠어요

[가을하늘]

산쪽에는 담배나방이란 넘들이 어디나 많나봐요.
저희 이사 와 마당에 먹을 거만 할 때는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어요. ^^

[나 영(서울)]

더위와
병해와 고투하며 고추농사에 들이는
두 분의 수고로움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저도 고추가루로 다섯근 부탁합니다.
고추장용으로 부탁해도 될까요?
고맙습니다.

해마다 좋은 먹거리 먹을 수 있어 행복해요.
고맙습니다.^^*

[가을하늘]

나영님도 고마워요.
해마다... ㅎ

[정가네(김천)]

고생했습니다.
저는 고춧가루로 10근 부탁합니다. 3근은 고추장용입니다.

[가을하늘]

알겠습니다.
ㄴㅁㄲ은 그 날 놀고와서 또 고추 건조기의 것 선별하고 정리하고 하더니 오늘 몸살 났어요.

[달구지(광주)]

가을하늘님 달구지도 예약합니다 저도 열근 주세요
제가 많이사면 다른 분들 못 사실까봐 열근만 살께요

[가을하늘]

네. 달구지님. 고맙습니다.
더 사셔도 되어요.
올해는 모자랄까봐 맘 졸이지는 않을 거 같아요. ^^

[단해(양평)]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도 고추가루 열근 주문합니다.

[가을하늘]

네. 단해님. 보낼 때 연락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