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12월 31일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고
헤비메탈이라는 소음과 함께 했던 나의 청춘,
즉 80년대도 저물어갔다.
1989년 12월 31일
전영혁의 한 시 데이트에서는 89년도에 애청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신청을 받았던 곡들을 틀어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1989년도에 한 시 데이트 애청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인기를 얻었던 100곡을 선정하여 송출하는 이벤트
글쎄~
만약 내가 전영혁씨였다면
1989년도 같은 경우는 조금 특별하게 80년대에 가장 많은 인기를 얻었던 곡들에 대해서 리퀘스트하는 이벤트를 해보았을것 같은데,
전영혁씨가 그런 이벤트를 하지 않은 이유는 확실히 알 수 있다.
아마도 전영혁씨는 1980년대 스타일의 음악이 90년대가 넘어가도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 확신했나보다.
뭐 조금 진화되고 발전되기야 하겠지만 80년대 인기가 많았던 락이나 메탈 음악이 90년대 넘어가면서부터 힘도 못쓰고 쓰러질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하셨을 것이다.
그렇기에 전영혁씨에게 있어서나 그 당시 락이나 메탈을 즐겨듣던 10대 청소년들에게 있어서나 1989년 12월 31일은 그다지 큰
의미를 띠지 않는 날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후 역사가 바뀌어버린 90년대를 지나 밀레니엄을 거쳐 2023년 현재의 시점에서 보았을때
1989년 12월 31일은 무척이나 큰 의미를 띠는 날이 되어버렸다.
화려했던 80년대의 마지막 나날 아닌가??
그 어느 누가 이 화려하고 아름다웠던 골든 에이지가 몰락할줄이야 상상이나 했겠는가??
너무 오래된 기억이라 명확한건 아니지만
그 날 마지막 방송에서 나왔던 두 개의 곡은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명징스럽게 기억이 난다.
블랙 사바스의 Headless cross, 그리고 게리 무어의 The messiah will come again~
https://youtu.be/iUgzLjVnW48
BLACK SABBATH Headless Cross Official Video HDwww.youtube.com
https://youtu.be/7k07j7LcLqw
Gary Moore — The Messiah Will Come AgainGARY MOORE (4 April 1952 - 6 February 2011)In remembrance to one of my all time guitar heroes, who sadly passed away a year ago today. This remains one of my...www.youtube.com
이 두 곡을 연달아 들은 것은 명확히 기억이 난다.
어쩌면 사실이 아닐수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기억하고 있다.
분명히 80년대의 마지막 방송에서 나는 그 두 곡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어쩌면 그 날~
80년대의 마지막 새벽을 기억하는 나의 뇌가 어느 누군가의 술책으로 인하여 왜곡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 두개의 음악을 명백하게 기억하고 있다.
나는 그 날 헤들리스 크로스와 메씨아 윌 컴 어게인을 처음으로 들었다.
코지 파웰의 천둥과 같은 드럼으로 시작하는 당시로선 신작이었던 헤들리스 크로스는 무척이나 위력적이었고~
원곡과는 달리 게리 무어의 폭발적인 헤비메탈 주법으로 점철된 로이 부 캐넌의 명곡 메씨아 윌 컴 어겐은 이상하리만치 처절하고 애틋했다.
돌이켜보면 헤비메탈을 연주하는 게리 무어의 마지막 연주라고도 할 수 있는 곡이라서 그런가??
흡사 이 곡에서 게리 무어는 화려했던 80년대의 낭만에 이별을 고하는 것처럼 애통하게 연주를 했다.
마치
나는 이제 더 이상 헤비메탈을 연주하지 않을꺼야!!라고 절규하는듯한~
그 연주는 어린 시절 들어도 기분이 참으로 이상했다.
돌이켜보면 내가 80년대에 마지막 들었던 '소음'이 바로 이 곡이었다.
게리 무어가 리메이크한 로이 부 캐넌의 명곡 '구세주는 다시 오리라~'는 내가 80년대에 들었던,
마지막 소음이었다.
중딩 시절 정체불명의 밴드가 연주한 소음으로부터 시작하여 태양 저편 멀리, 미스터 크라울리, 이카루스의 비행, 주다스 프리스트의 곡들을 들으면서 완성시켰던, 내 머리 속에 또아리를 튼 금성탕지의 왕국 '헤비메탈'은 이후 사십년의 세월이 지나도록 여전히 나의 심장을 두준두준하게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나를 가리켜 정신의 감옥 속에 갇혀 있다느니 구한말 대원군을 보는 것 같다느니 궁시렁대는데~
나는 내가 숭배하는 음악에 반응하는 나의 심장을 매우 신뢰하는 편이다.
그 두준거림이란 매우 솔직하고 순수한 것이며 일체의 거짓이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묻는다.
80년대의 메탈이 객관적으로 훌륭한 것이냐고??
거기에 대해서 내가 무슨 말을 해야할까??
아주 솔직하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음악은 본디 주관적인 것이고 내가 좋은걸 다른 사람들이 싫어할수도 있는거지
내가 좋아하는걸 다른 사람들한테 좋다구 강요할순 없는거지
내가 주혹새 카페나 위락을 만든 이유는 나와 마찬가지로 80년대에 락이나 메탈을 들었고,
지금도 나처럼 그 시대의 음악을 들으면 심장이 두준두준해지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단지 80년대 락이나 메탈에 호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그 시절에 음악을 듣지 않고 이후에 뒤늦게 음악을 들은 사람들은 80년대의 문화나 정서를 완벽하게 공감하지 못한다.
그냥 그 시절에 발표했던 음악만을 뒤늦게 들을 뿐이다.
고로~
그런 사람들이랑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느 선까지는 대화가 통하지만~
어느 지점부터는 심기가 뒤틀리고 오장육부가 꼬이고 때론 억장이 무너질때가 있다.
반대로~
나보다 한 열 살 많은~
쉽게 말해서 70년대에 10대를 보냈던 비틀즈나 롤링 스톤즈를 듣던 윗세대들과 대화를 해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얼터너티브 락이나 데쓰 메탈을 공감하지 못하고 쓰레기라 매도하는 내 또래의 매니아들과 마찬가지로 잉베이 맘스틴의 고뇌를 손꾸락 장난이라 폄훼하고, 머틀리 크루의 멋진 이미지를 상업적이라 치부하며, 메가데쓰의 강렬한 연주를 소음이라 간단히 일축해버린다.
1980년대의 음악을 제대로 공감할수있는 사람들은 오로지 80년대에 중딩, 고딩을 보내며 음악을 들었던 사람들 뿐이다.
불행히도~
그런 사람들이 그리 많진 않지.
그 시절에 메탈을 듣던 청소년들도 별로 없었거니와~
설령 그 시절에 메탈을 들었다 할지라도
나이 먹으면서 그 시절의 음악을 쓰레기니 소음이니 매도하며 안 듣는 사람들이 더 많으니까....
머 좀 씁쓸하긴 하지만 불만은 없다.
그것도 다 선택이겠지.
내가 그 시절의 음악을 계속 좋아하는 것처럼,
자유의지에 의하여 그 시절의 음악을 거부하고 다른 음악을 좋아할수도 있겠지.
하지만,
난 계속해서 그 시절의 음악을 고수할 것이다.
왜냐면,
난 아직도 그 시절의 음악을 들으면 심장이 두준두준해지니까...
하나님 만나러 교회 가는 거지,
거기 오는 사람들이랑 어울려 희희낙낙하려고
교회 가는건 아니잖아...
첫댓글 뽀레버!!!
Born to lose, lived to win~!!
The Gods Made Heavy Metal~~~*^^
아련합니다
GRRRR~!!! ^^ 화랑님의 위력적인 수필에 T.K.O...^^
멋지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