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미분양 주택은 10개월만에 증가하면서 위험수위 기준선을 넘었다
건설사들이 쌓여가는 미분양 물량에 하나둘 자구책을 실행하고 있다. 계약금 원금보장과 중도금 무이자, 환매 조건부 분양 같은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특히 미분양 무덤이라 불리는 대구에서는 분양가를 할인하거나 계약 체결 시 수천만 원의 축하금을 지급하는 곳도 나왔다.
지난 2023년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은 10개월 만에 증가하면서 위험수위 기준선(6만,2000가구)을 넘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석 달 연속 1만가구를 웃돌았다. 악성 미분양이 이 정도로 적체된 것은 2021년 초 이후 처음이다.
2월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반도건설은 울산시 북구 신천동 유보라 신천매곡단지 계약자에게 계약금 및 중도금 무이자와 원금 보장제 조건을 내세웠다. 매수인이 계약하고 나서 입주예정일인 2025년 7월까지 주택가격이 하락할 경우, 계약해제와 계약원금 반환을 보장하는 내용이다. 여기에 더해 초기 비용부담을 낮추기 위해 계약금을 아예 1,000만원(1차/분납) 정액제로 받고, 추가옵션은 일부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서울 강동구 강동역 SK리더스 뷰는 잔여 물량에 대한 환매조건부 분양을 진행 중이다. 환매조건부 분양은 입주 시점에 시세가 분양가격보다 낮을 경우 사업 주체에게 되파는 것이 가능한 환급분양 방식이다. 분양 당시 지적된 고분양가격을 상쇄하고 계약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이다.
경기도 의왕시 오전동 의왕 센트라인 데시앙은 중도금 이자 후불제를 시행했다. 잔여 가구 동이나 호수 지정 계약자들에게 선착순으로 백화점 상품권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화 건설부문은 인천 미추홀구 포레나 인천학익에 계약조건 안심보장제를 실행중이다. 계약을 완료했더라도 이후 분양조건이 변경되면 계약자 모두 똑같은 조건을 적용받을 수 있다.
미분양이 심각한 대구에서는 눈물의 할인판매가 벌어지고 있다. 올해 2024년 7월 준공 예정인 동구 효목동 동대구 푸르지오 브리센트는 계약자에게 중도금 무이자와 4,000만원의 계약축하금(페이백) 조건을 제시했다. 이미 지난해 준공된 수성구 빌리브 헤리티지는 미분양 해소를 위해 분양가를 최대 13%까지 할인했다.
건설사들의 이 같은 고육지책은 분양시장 상황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시장 침체가 본격화된 가운데 분양가격은 더 오르면서 지방뿐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미분양 물량이 급격하게 늘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3년 12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62,489가구를 기록하였다. 전월(57,925가구) 대비 7.9%(4,564가구) 증가하였다. 정부가 위험수위로 판단하는 20년 장기이동평균선(62,000가구)도 넘었다. 준공 후 미분양은 10,465가구로, 전월(10,224가구) 대비 2.4%(241가구) 증가하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시장 침체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시행·시공사들은 일단 투자 비용을 회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사업을 중단하거나 지체되면 매몰 비용이 더 커지는 만큼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분양 밀어내기'에 나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