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업계에 관심이 있을 리가 없는 내가 민희진의 비정상적인 기자회견 이후 초미의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내가 관심이 있는 것은 이해 당사자들 간의 법적 다툼이 아니고 이 분쟁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다.
민희진은 보통 여성이 아니라 업계에서 마케팅이나 브랜딩 능력이 특출난 사람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민희진이 기자회견에 야구 모자 쓰고 후줄근한 티셔츠를 입고 나타났지만 셔츠가 80만원 짜리란다.
애초에 기자회견을 여론전으로 계획하고 있었던 만큼 타겟팅도 확실했고 공격전략을 택해서 거대 자본에 희생 당한 젊은 아티스트의 결연한 항전의지처럼 연출을 했다. 경영권 분쟁을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 직장인으로써의 부당함, 아티스트에 대한 애정으로 승화해서 대중들의 감성을 자극했고 그런 전략이 실제로 먹혔다. 그래서 세상을 아직 잘모르고 다분히 반항적인 20대 전후 세대들은 자기가 직장에서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는 호소가 마음에 닿고, 거기다 아티스트를 아끼는 마음에 공감대를 많이 얻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민 희진의 행동에 대한 반응은 젊은 층에서는 대체로 지지하고 나이 먹은 층에서는 “뭘 잘못 먹었나?”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는 젊은 세대들의 반응을 보면서 중국의 문화대혁명이 연상 되었다. 문화대혁명의 결과는 차지하고 과정만 본다면 그렇다는 것이다. 특히 나에게 데자뷔 현상으로 닦아오는 것은 문혁 운동의 강력한 신조 중 하나였던 "조반유리(造反有理)"이다. 조반유리는 말 그대로, "반란이 일어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물론 민희진이 독을 품고 나설 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독이 정당한 것인지 아닌지는 냉정하게 검증을 해볼 문제이다. 지칫하면 분위기에 휩쓸려 다니던 홍위병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연예 분야는 대중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해야 하는 분야이다. 이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하다못해 귀신도 불러올 수 있는 재능이 있어야 한다.
성공적인 인간관계의 비결을 주변과의 '공감'이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그런데 비록 사이코 패스가 아니더라도 주변들과 공감능력이 떨어지고 모든 일에 항상 자기 나름대로 해석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람들이 있다. 즉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일수록 그런 경향이 농후하게 나타난다. 심지어는 상담의 전문가라는 사람들 중에서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
어리석거나 둔한 사람이 공감 능력이 떨어질 것 같지만 의외로 약아빠지거나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람도 공감 능력이 현저히 결여될 때가 있다. 바로 자기주장이나 생각에 빠져서 객관성을 잃어버릴 때인 것이다. 자기에 관해서 주변의 모든 사람은 알아도 자기만 모르는 상태에 빠질 수가 있는 것이다.
공감의 결여는 눈치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의 내면에 타인, 혹은 다른 계급, 다른 직종 등의 타자가 들어설 자리가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즉 자기나 자기가 속한 구룹 외에는 모르는 것이다.
대중의 반응을 유도하는 기술을 업으로 사는 민희진이 그 기술로 어느 정도 성공은 거둔 것 같지만 세상을 아는 지식이 얄팍하다보니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 예수, 석가, 공자인들 이런 상황에 처하면 무슨 해결 방법이 있겠는가? 현실을 정확히 알아야 해답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