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황본 육조단경
성철스님 역
제2편 편역
27. 對法
大師遂喚門人法海, 志誠, 法達, 智常, 志通, 志徹, 志道, 法珍, 法如, 神會 大師言 汝等什弟子 近前 汝等 不同餘人 吾滅度後 汝各爲一方頭 吾敎汝設法 不失本宗 擧三科法門 動用三十六對 出沒 卽離兩邊 設一切法 莫離於性相 若有人 問法 出語盡雙 皆取法對 來去相因 究境 二法 盡除 更無去處 三科法門者 蔭界入 蔭是五蔭 界是十八界 入是十二入 何名五蔭 色蔭 受蔭 想蔭 行蔭 識蔭 是 何名十八界 六塵 六門 六識 何名十二入 外六塵 中六門 何名六塵 色聲香味觸法 是 何名六門 眼耳鼻舌身意 是 法性 起六識 眼識耳識鼻識舌識身識意識 六門六塵 自性 含萬法 名爲含藏識 思量卽轉識 生六識 出六門見六塵 是三六十八 由自性邪 起十八邪 含自性正 起十八正 含惡用卽衆生 善用卽佛 用由何等 由自性對
대사수환문인법해 지성 법달 지상 지통 지철 지도 법진 법여 신회 대사언 여등십제자 근전 여등 부동여인 오멸도후 여각위일방두 오교여설법 불실본종 거삼과법문 동용삼십육대 출몰 즉리양변 설일체법 막리어성상 약유인 문법 출어진쌍 개취법대 래거상인 구경 이법 진제 갱무거처 삼과법문자 음계입 음시오음 계시십팔계 입시십이입 하명오음 색음 수음 상음 행음 식음 시 하명십팔계 육진 육문 육식 하명십이입 외육진 중육문 하명육진 색성향미촉법 시 하명육문 안이비설신의 시 법성 기육식 안식이식비식설식신식의식 육문육진 자성 함만법 명위함장식 사량즉전식 생육식 출육문견육진 시삼육십팔 유자성사 기십팔사 함자성정 기십팔정 함악용즉중생 선용즉불 용유하등 유자성대
대사께서 드디어 문인 법해 지성 법달 지상 지통 지철 지도 법진 법여 신회 등을 불렀다.
대사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들 열명의 제자들은 앞으로 가까이 오너라. 너희들은 다른 사람들과 같지 알으니, 내가 세상을 떠난 뒤에 너희들은 각각 한 곳의 어른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너희들에게 법을 설하는 것을 가르쳐서 근본 종취를 잃지 않게 하리라.
삼과의 법문을 듣고 동용삼십육대를 들어서 나오고 들어감에 곧 양변을 여의도록 하여라.
모든 법을 설하되 성품과 모양을 떠나지 말라. 만약 사람들이 법을 묻거든 말을 다 쌍으로 해서 모두 대법을 취하여라. 가고 오는 것이 서로 인연하여 구경에는 두 가지 법을 다 없애고 다시 가는 곳마저 없게 하라.
삼과법문이란 음 계 입이다. 음은 오음이요 계는 십팔계요 입은 십이입이니라.
어떤 것을 오음이라고 하는가?
색음 수음 상음 행음 식음이니라.
어떤 것을 십팔계라고 하는가?
육진 육문 육식이니라.
어떤 것을 십이입이라고 하는가?
바깥의 육진과 안의 육문이니라.
어떤 것을 육진이라고 하는가?
색 성 향 미 촉 법이니라.
어떤 것을 육문이라고 하는가?
눈 귀 코 혀 몸 뜻이니라.
법의 성품이 육식인 안식 이식 비식 설식 신식 의식과 육문과 육진을 일으키고 자성은 만법을 포함하나니, 함장식이라고 이름하느니라.
생각을 하면 곧 식이 작용하여 육식이 생겨 육문으로 나와 육진을 본다. 이것이 삼육은 십팔이니라.
자성이 삿되기 때문에 열여덟 가지 삿됨이 일어나고, 자성이 바름을 포함하면 열여덟 가지 바름이 일어나느니라.
악의 작용을 지니면 곧 중생이요, 선이 작용하면 곧 부처이니라.
작용은 무엇으로 말미암는가?
자성의 대법으로 말미암느니라.
♧ 송계 소주
* 삼과법문은 곧 인간론과 인성론이다. 자성을 본다는 것, 연후에 실천한다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성찰하여 바른 생활태도를 갖고 바르게 생활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자아를 성찰하기 위해서 수십년의 수행이 필요하다. 상근기들은 십년 정도면 한 경지에 오르지만 대부분의 수행자들은 다 늙도록 경지의 문턱까지도 이르지 못한다. 즉 자아 성찰은지난하고도 지난하다.
혜능의 이번 법문은 제자들에게 남기는 유언의 성격을 갖는다. 그래서 혜능 법문의 종결판이라고 할 수 있다. 혜능은 수십 년 간의 설법에서 지종일관 자성을 말했다. 그럼 자성을 이룬 연후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혜능의 말대로라면 선각자가 되어 후학들을 지도하는 것이다. 대안대사나 원효대사처럼 중생 속에 들어가서 교화에 힘쓰라는 말과는 거리가 멀다.
동남아불교를 소승불교라고 하여 자기자신의 수복만을 기원하는 소승불교라고 하지만 혜능선불교 역시 자기자신의 자성을 깨닫는 것을 목표로 하므로 역시 소승불교라고 할 수 있다.
대승불교의 맥은 화엄종과 같은 교학불교에 있다. 여러 경전에 보면 자기자신의 미망을 깨닫고 뛰쳐나와 중생들과 함께 불국토를 건설하자는 대승사사이 들어있다.
혜능선불교는 이제 기력이 다했다. 중국은 당나라 이후의 난세 때문에, 조선은 척불정책과 식민지 탄압 때문에 불교가 산중으로 은둔하면서 선불교가 자위 형태로 맥을 이었다.
선불교를 유학과 비교해 보면, 자아론과 인간론, 인성론, 수시론에서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선불교는 여기에서 마친다. 유학에서 논하는 이기론과 사회론, 국가론 등이 없다. 인간론과 인성론에서도 성리학과 같은 폭과 깊이, 치열한 탐구가 부족하거나 없다. 또한 서양철학과 같은 논리적 다양성이 부족하다. 선불교는 자성에서 시작해 자성에서 계속 맴돈다. 그러나 유학과 교불교는 자성에 어느 정도 머문 후에 궤도를 벗어나 다른 행성으로 가는 진취성이 있다.
자성을 깨닫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선불교에서 말하는 좌선 명상 수행법 외에도 경전과 선각자들의 지도와 가르침의 도움을 받아 자성은 깨달을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는 지식과 정보, 사회적 소통을 통해 자아를 발견하고 자성을 깨달을 수 있다. 물론 타력에 의한 깨달음은 뿌리가 약하고 자력에 의한 깨달음은 뿌리가 튼실하다. 그러나 다수의 사람은 자력이 미흡하다. 그런 경우에는 일정한 타력의 도움이 필요하다.
혜능의 선불교가 유행하는 까닭은 간고한 시대적 환경 탓이 크지만 소수 인간들이 갖고 있는 집요한 성격 때문이기도 하다. 혜능선불교라고 해서 무슨 특별하거나 신묘한 불력이 있는 게 아니다. 부처님 말씀인 경전보다는 염화시중의 마음을 중요시 하기 때문에 오히려 주관적인 면이 강하므로 부처님과는 일정한 거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혜능선불교에 둘러쳐진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인 신비감을 걷어내고 본질을 봐야 한다. 그 본질은 나 혼자만의 유아독존적인 자기만족이다.
이것이 돈황본 육조단경을 44쪽 남겨두고 171 쪽까지 독공하며 정리한 나의 생각이다. 육조혜능대사의 법문에 푹 엎드려 받들지 못하는 내 마음이 좀 허전하다. 그래도 선불교는 인간정신사상계의 한 축임은 분명하다.
27. 對法 (2)
外境無情 對有五 天與地對 日與月對 暗與明對 陰與陽對 水與火對 語與言對 法與相對 有十二對 有爲無爲有色無色對 (교정 : 有爲無爲對 有色無色對) 有相無相對 有漏無漏對 色與空對 動與靜對 淸與濁對 凡與聖對 僧與俗對 老與少對 大大與少少對 (교정 : 大與小對) 長與短對 高與下對
외경무정 대유오 천여지대 일여월대 암여명대 음여양대 수여화대 어여언대 법여상대 유십이대 유위무위유색무색대 (유위무위대 유색무색대) 유상무상대 유루무루대 색여공대 동여정대 청여탁대 범여성대 승여속대 노여소대 대대여소소대(대여소대) 장여단대 고여하대
바깥 경계인 무정에 다섯 대법이 있으니, 하늘과 땅이 상대요 해와 달이 상대이며 어둠과 밝음이 상대이며 음과 양이 상대이며 물과 불이 상대니라.
논란하는 말[어]과 직언하는 말[언]의 대법과 법과 형상의 대법에 열두 가지가 있다. 유위와 무위, 유색과 무색이 상대이며, 유상과 무상이 상대이며, 유루와 무루가 상대이며, 현상[색]과 공이 상대이며, 움직임과 고요함이 상대이며, 맑음과 흐림이 상대이며, 법(범)과 성(성)이 상대이며, 승과 속이 상대이며, 늙음과 젊음이 상대이며, 큼과 작음이 상대이며, 김과 짧음이 상대이며, 높음과 낮음이 상대이니라.
♧ 송계소주
* 外境無情 : 바깥경계, 우주, 대자연
* 語與言對 法與相對 : '語'는 말로서 형상이 없고, '言'은 글자로서 한정된 의미의 형상이 있다. '法'은 '理'로서 형상이 없고, '相'은 '氣'로서 일정한 형상이 없다.
유위와 무위, 유색과 무색, 유상과 무상, 유루와 무루는 '어여언대'이고, 색과 공, 동과 정, 청과 탁, 범과 성, 승과 속, 노와 소, 대와 소, 장과 단, 고와 하는 '법여상대'에 해당한다.
* 法 : 존재, 사물, 현상, 의식작용.
예) 육신, 지혜, 선 등에 적용하여 번뇌의 유무에 따라 유루와 무루로 나눈다.
* 유루법 : 번뇌 또는 苦의 누출(六根으로부터 나오는 貪嗔癡)을 더욱 더 증장시키고 있는 상태나 증장시키는 작용을 하는 법
* 무루법 : 번뇌가 끊어진 상태나 번뇌가 끊어지게 작용을 하는 법.
유루 = 苦와 集, 무루 = 滅과 道
* 혜능의 관찰력과 사유력이 정돈된 글이다. 그런데 '범과 성', '승과 속'을 꼭 대로 봐야할까? 둘은 인간세계를 말한다. 인간세계에는 '현과 우', '선과 악'의 대는 있지만 법성과 승속은 그렇게 대를 이루지 않는다. 여기에는 '성과 승'을 특별하게 여기는 혜능의 아집이 들어있다.
* 감히 성철의 원문에서 문맥상 헝클어진 두 군데의 교정을 보았다.
27. 對法 (3)
自性起用對 有十九對 邪與正對 癡與惠對 愚與智對 亂與定對 戒與非對 直與曲對 實與虛對 嶮與平對 煩惱與菩提對 慈與害對 喜與嗔對 捨與慳對 進與退對 生與滅對 常與無常對 法身與色身對 化身與報身對 體與用對 性與相對
자성기용대 유십구대 사여정대 치여혜대 우여지대 난여정대 계여비대 직여곡대 실여허대 험여평대 번뇌여보리대 자여해대 희여진대 사여간대 진여퇴대 생여멸대 상여무상대 법신여색신대 화신여보신대 체여용대 성여상대
자성이 일으켜 작용하는 대법에 열아홉 가지가 있다. 삿됨과 바름이 상대요, 어리석음과 지혜가 상대이며, 미련함과 슬기로움이 상대요, 어지러움과 선정이 상대이며, 계율과 잘못됨이 상대이며, 곧음과 굽음이 상대이며, 실과 허가 상대이며, 험함과 평탄함이 상대이며, 번뇌와 보리가 상대이며, 사랑과 해침이 상대이며, 기쁨과 성냄이 상대이며, 버림과 아낌이 상대이며, 나아감과 물러남이 상대이며, 남과 없어짐이 상대이며, 항상함과 덧없음이 상대이며, 법신과 색신이 상대이며, 화신과 보신이 상대이며, 본체와 작용이 상대이며, 성품과 모양이 상대이니라.
♧ 송계 소주
* 法身 : 절대적 지혜의 지고한 상태. 즉 진리 그 자체를 가리키는 것으로 빛깔이나 형상이 없다.
* 色身 : 형태와 물질로 이루어진 몸. 빛깔과 형상이 있어서 눈으로 볼 수 있는 몸. 인간의 육신. 대승불교에서는 빛깔도 형상도 없는 붓다의 법신에 대하여 붓다의 32가지 상호가 나타나는 육신을 가리킨다. 그리고 삼신(법신 응신 보신)의 문맥에서는 보신과 응신을 가리킨다.
* 化身 :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 때와 장소에 따라 여러 가지 형상으로 변화하는 불신.
* 報身 : 한량없는 노력과 정진의 결과 깨달음에 이른 부처의 영원한 몸 으로, 진리를 깨닫는 데서 오는 기쁨을 누린다고 한다.
* 응신 : 화신.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지상에 나타나는 몸으로 현실 속에 보살, 왕, 그림, 연꽃과 같은 꾸밈없는 사물 그 자체로 나타난다.
27. 對法 (4)
有情無情對 言語 與法相 有十二對 外境有無情五對 自性起有十九對 都合成三十六對法也 此三十六對法 解用 通一切經 出入 卽離兩邊 如何自性起用 三十六對共人言語 出外 於相離相 入內 於空離空 著空卽惟長無明 著相惟長邪見 謗法 直言不用文字 旣云不用文字 人不合言語 言語卽是文字 自性上說空 正語言 本性 不空 迷自惑 語言邪故 暗不自暗 以明故暗 暗不自暗 以明變暗 以暗現明 來去相因 三十六對 亦復如是
유정무정대 언어 여법상 유십이대 외경유무정오대 자성기유십구대 도합성삼십육대법야 차삼십육대법 해용 통일체경 출입 즉리양변 여하자성기용 삼십육대공인언어 출외 어상리상 입내 어공리공 착공즉유장무명 착상유장사견 방법 직언불용문자 기운불용문자 인불합언어 언어즉시문자 자성상설공 정어언 본성 불공 미자혹 어언사고 암불자암 이명고암 암불자암 이명변암 이암현명 래거상인 삼십육대 역부여시
유정과 무정의 대법인 어, 언, 법, 상에 열두 가지 대법이 있고, 바깥 경계인 무정에 다섯 가지 대법이 있으며, 자성이 일으켜 작용하는 데 열아홉 가지의 대법이 있어서 모두 서른여섯 가지 대법을 이루니라. 이 삼십육 대법을 알아서 쓰면 일체의 경전에 통하고 출입에 곧 양변을 떠난다. 어떻게 자성이 기용하는가!
삼십육 대법이 사람의 언어와 더불어 함께하나 밖으로 나와서는 모양에서 모양을 떠나고, 안으로 들어와서는 공에서 공을 떠나나니, 공에 집착하면 오직 무명만 기르고 모양에 집착하며 오직 사견만 기르느니라.
법을 비방하면서 곧 말하기를, '문자를 쓰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문자를 쓰지 않는다고 말할진대는 사람이 말하지도 않아야만 옳을 것이다. 언어가 곧 문자이기 때문이다.
자성에 대해서 공을 말하나 바른 말로 말하면 본래의 성품은 공하지 않으니 미혹하여 스스로 현혹됨은 말들이 삿된 까닭이다.
어둠이 스스로 어둡지 아니하나 밝음 때문에 어두운 것이다.어둠이 스스로 어둡지 아니하나 밝음으로써 변화하여 어둡고, 어둠으로써 밝음이 나타나나니, 오고 감이 서로 인연한 것이다. 삼십육 대법도 또한 이와 같으니라.
27. 對法 (5)
大師言 十弟子 已後傳法 遞相敎授一卷壇經 不失本宗 不稟受壇經 非我宗旨 如今得了 遞代流行 得遇壇經者 如見吾親授 什僧 得敎授已 冩爲壇經 遞代流行 得者必當見性
대사언 십제자 이후전법 체상교수일권단경 불실종지 불품수단경 비아종지 여금득료 체대유행 득우단경자 여견오친수 십승 득교수이 사위단경 체대유행 득자필당견성
대사께서 열 명의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이후에 법을 전하되 서로가 이 한 권의 《단경》을 가르쳐 주어 본래의 종취를 잃어버리지 않게 하라. 《단경》을 이어받지 않는다면 나의 종지가 아니니라. 이에 얻었으니 대대로 유포하여 행하게 하라. 《단경》을 만나 얻은 이는 내가 친히 주는 것을 만남과 같으니라."
열 명의 스님들이 가르침을 받아 마치고 《단경》을 베껴 써서 대대로 널리 퍼지게 하니, 얻은 이는 반드시 자성을 볼 것이다.
♧ 성철 역주
* 즉리양변(卽離兩邊, 앙변을 떠남) : 양변을 떠남은 중도를 말한 것이니, 불교의 근본 원리이다. 석존은 초전법륜(初轉法輪)에서 녹야원 다섯 비구들에게 "여래는 양변을 떠난 중도를 정등각(正等覺)하였다."고 유명한 '중도선언'을 하였다. 용수(龍樹)도 그의 《大智度論》에서 양변을 떠난 중도는 반야바라밀이라고 상세히 말하였으니, 육조가 항상 고창(高唱)한 반야는 곧 중도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