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레미 아이언스와 줄리엣 비노쉬가 주연한 프랑스 영화 <데미지>는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로 일찌기 프랑스 누벨바그의 기수로 이름을 올렸던 명감독 '루이 말'(1932~1995) 말년의 작품이다. 그는 이 영화로 치정으로 인한 파국을 다룬 누아르 영화로 회귀한 느낌이다. 따라서 두 영화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적지 않다.
잔느 모로가 주연한 영화 <사형대의 엘리베이터>에서 여자와 공모하여 여자의 남편을 죽인 남자는 건물을 빠져나오려다 마침 사람이 없는 것으로 알고 경비가 스위치를 내려버린 엘리베이터에 갇힌다. 약속한 시간이 되어도 나타나지 않는 남자를 기다리며 여자는 남자가 자기를 배신했다고 믿는다. 지나가는 도둑 맞은 남자의 차에 다른 여자가 타고 있는 것을 본 것이다. 결국 또다른 살인 사건이 이어지고 두 남녀는 경찰에 체포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단순히 패륜적인 관계로 인해 파국적인 결말을 맞는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데미지> 또한 이 못지 않다. 영화 <데미지>도 치정을 다루었고 엄연히 범죄추리물 구조를 갖추고 있다. 영화 데미지의 범인은 성적 욕망이다. 성적 욕망이라고 하면 우리는 당연히 섹스를 떠올리겠지만 이 욕망은 섹스 그 이상이다. 다시 말해서 모든 규범적인 섹스를 넘어선 성적 욕망이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이드(본능)', 혹은 이름 지을 수 없는 그것Thing, <거시기>라고 부른다
학자 출신으로 프랑스 내각의 장관직을 수행하고 가정적으로도 완벽한 남자 마틴(제레미 아이언스 분)에게 돌연 아들의 여자 친구가 나타남으로써 모든 것이 흔들린다. 안나 바튼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영국계 출신의 이 여자(줄리엣 비노쉬 분)는 마틴에게 소개되는 처음 순간부터 그에게 불가사의한 몸짓으로 다가온다. 깜빡이지 않고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은 꼼짝없이 그의 내면에 잠자고 있던 규제되지 않은 욕망을 비추는 듯하다. 그는 곧장 그녀와 미친 정사에 돌입한다. 이혼하겠다는 그에게 안나는 "당신은 똑같은 것을 얻기 위해 이혼할 필요는 없다."고 ㅡ이 얼마나 명석한가! ㅡ 패륜적인 관계를 유지할 것을 요구한다. 그런 가운데 그녀와 마틴의 아들의 결혼 계획이 착착 추진되는 과정에서 안나의 정체의 일단이 드러난다. 그녀에겐 자신에게 집착했던 오빠의 자살을 목격한 '데미지'가 있었다. 비규범적인 섹스는 오빠를 죽게 한 자신에 대한 일종의 처벌의 형태로 극을 달리는 것 같다. 아마도 그녀는 그런 성적 극단에서 자신의 오빠와의 근친상간을 계속 불러들이고 있는 것 같다. 내게는 그렇게 보였는데 그런 위반의 의식은 죽음을 닮아 있다.
나선형 계단으로 되어 있는 파리 시내의 전통적인 아파트 구조는 중앙이 비어 있다. 그처럼 빈 공간을 둠으로써 일상이 영위되는 구조이다. 층계나 엘리베이터를 버려두고 곧장 빈 공간으로 ㅡ금기의 영역 ㅡ뛰어내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안나의 아파트에서 그녀와 정사를 나누는 이버지를 목격한 아들은 복도에서 뒷걸음질치다 난간에 걸려 바로 그 빈 공간으로 추락한다. 벌거벗은 몸으로 성기를 덜렁이며 추락한 아들에게 가기 위해 층계를 내달리는 아버지의 모습. 죽은 아들을 잡고 오열하는 벌거벗은 아버지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그가 프랑스 재무부 장관임을 알아본다.
프랑스 영화감독이 건물 안에 왔다갔다 하는 사다리를 든 페인트공들을 등장시킬 때는 뭔가 목격할만한 사건이 일어나리라고 봐야 한다. 구급차가 오고 구경하는 사람들 뒤편으로 안나는 말없이 어디론가로 사라진다. 일말의 표정도 없이.
성실하기로 이력이 난 마틴은 사회적으로 모든 직을 내려놓고 아들의 장례식을 치르고 기자들을 상대하는가 하면 아내를 위로하려 한다. 아내는 그에게 뭐가 부족했냐고 따진다. 자신을 한번이라도 진정 요구해 본 적이 있냐고 물으며 그에게 벌거벗어 보인다. 마틴은 그런 항의 앞에서도 일말의 후회나 자책의 감정을 비치지 않는다. 그 일은 그가 불러들인 일이 아니라 단지 그에게 일어난 일이었을 뿐이었던 것 같다. 돌려 말하면 그에게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해서 그의 일생이 그다지 특별했을 것 같지는 않다. 평온하게 보냈다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똑같은' 것들 뿐이었을 것이다.
마틴은 모든 것을 잃고 자신의 인생을 다시 찾기 위한 여행자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허름한 방에서 추리닝 바람에 봉다리에 음식을 사다나르는 그는 거실 벽에다 커다랗게 죽은 아들과 안나 바튼, 그리고 한 때 그녀의 오빠의 죽음을 초래했던 그녀의 옛 애인이 함께 찍은 사진을 붙여놓고 과거에 사로잡혀 살아간다.
"그녀를 공항에서 딱 한 번 보았다. 남편과 딸을 안은 모습이었는데 그녀는 여늬 여자와 하등 다를 바가 없는 모습이었다."
전에 써둔 글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무라 찾아봐도 없네요 착각인지 ㅠ (내 숙제 물리도~~ㅠ.ㅠ)
그 영화를 생각하면 대뜸 떠오르는 장면이 세 남녀가 같이 한 침대에 누운 장면이죠. 이른 바 폴리아모리 (Polyamory다자성애). 다음 숙제로 이 영화를 선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나요? 모노아모리 (monoamory일부일처주의)의 모순과 갈등에 대한 대안으로 우리는 다자간연애( 폴리아모리)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일부일처제가 대세인 지금은 성소수자로 취급받습니다만.그러나 저러나 영화는 행복한 폴리아모리를 공격하여 비극에 빠뜨린 모노아모리(기존의 일부일처제) 폭력에 대한 복수로 끝난다고 기억되네요. 저는 폴리아모리를 선호합니다. 아니 일부일처제 이데올로기를 말할 수 없이 혐오합니다. 그렇다고 일부일처를 기피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은 사고 실험에 그치지만. (해볼 기회가 있을래나 모르겠네.) 숙제 끝~ ㅋㅋ
첫댓글 금지된 사랑
파멸로 이끈 사랑
팜므파탈과
본능에 이끌려 다 망쳐버린 ...
비현실적 러브스토리.
영화에서 멋지게 펼쳐진듯하네요~~
영화니까~~^
재미난 스토리 ...
보고 싶네요~^
충격과 감동을 동시에 주는
영화일 듯 ᆢ
치명적 유혹이 치명적인 결과로 연결 되는 금지된 사랑....
"그녀는 어늬 여자와 하등
다를 바가 없는 모습이었다"
잊혀지지 않는 대사 명?대사 죠
ㅡ본문
돌려 말하면 그에게 그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해서 그의 일생이 그다지 특별했을것 것같지는 않다
평온하게 보냈다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똑같은" 것들 뿐이었을 것이다
대조적 앙상블을 이루네요
영화만큼이나 느낌이 와닿는
이 훌륭한 리뷰에 감탄합니다
지솔님
프시케의 숙제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숙 제 를 내고싶은 마음이
커졌지만
부담 드리기 싫어서
꾹 참겠읍니다 😊
내세요.
@지솔
아~~~~
진짜?
행복한 아침이네요
<글루미 썬데이>
굿
전에 써둔 글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무라 찾아봐도 없네요 착각인지 ㅠ
(내 숙제 물리도~~ㅠ.ㅠ)
그 영화를 생각하면 대뜸 떠오르는 장면이 세 남녀가 같이 한 침대에 누운 장면이죠.
이른 바 폴리아모리
(Polyamory다자성애).
다음 숙제로 이 영화를 선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나요?
모노아모리
(monoamory일부일처주의)의 모순과 갈등에 대한 대안으로 우리는 다자간연애( 폴리아모리)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일부일처제가 대세인 지금은 성소수자로 취급받습니다만.그러나 저러나 영화는 행복한 폴리아모리를 공격하여 비극에 빠뜨린 모노아모리(기존의 일부일처제) 폭력에 대한 복수로 끝난다고 기억되네요.
저는 폴리아모리를 선호합니다.
아니 일부일처제 이데올로기를 말할 수 없이 혐오합니다.
그렇다고 일부일처를 기피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은 사고 실험에 그치지만.
(해볼 기회가 있을래나 모르겠네.)
숙제 끝~ ㅋㅋ
남자 둘에 여자 하나
또는 여자 둘에 남자 하나.
참 행복한 그림이죠?
으흐흐
폴리아모르
사람 마음속이 원룸은 아니자나요 ㅋ
분위기 다른 이방도 저방도 있겠지요
그 룸들 안에
누굴 가두느냐는 각자 본인의 몫이겠지요
물론, 정신적 아모르쪽에 부등호 가 표시? 되네요?
라고? 말을 하까?마까? ㅎㅎㅎ
"널 잃느니
너의 반쪽 이라도 갖겠다"
두남자중
한남자가 말했지요
제레미 아이언스를 캐스팅 했다면
두어번 정도는 더 감상했을 영화
Ost 이야기는 생략
아 줄리엣 비노쉬 이 대사는 옮겨야겠군요.
"상처입은 사람은 위험하다. 생존하는 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댓글 리뷰도
만족 합니다 ᆢ^^*
더 이상
숙제 안낼께요
굿데이~😊
제레미 아이언스가 주연한 데이비드 크로넨버거의 영화 <마담 버터플라이> 보셨나요?
여장 남자인 경극 가수를 여자로 알고 사랑한 북경 주재 프랑스 외교관의 파멸적인 사랑 이야기.
제레미 아이언스는 나무랄 데 없는 배우입니다.
@지솔
휴
숙제댓을 보고야 말았네요
리댓 다는 순간
날아가서 다행입니다 ㅎㅎㅎ
나이가 들어도
저렇게 섹시할수 있구나
느끼게 해준 제레미
댓글 읽는 것만으로도 재미나고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