윽... 태어나서 이렇게 사람 앞에서 횡설수설해 보긴 처음이었습니다.. ㅠ_ㅠ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떨어진 것 같다는 느낌이.. 엉엉...
암튼 진 바둑 복기해 보는 느낌으로 면접후기를 적어보겠습니다.
12:50팀 64명은 32명이 먼저 Presentation, 32명은 집단토론으로 나뉘었습니다. 의진이, 은혜, 저는 모두 집단토론을 먼저 하는 팀이 되었습니다. 여기에서 운 좋게도 은혜와 의진이는 같은 조, 저는 다른 조에 배정되어서 얼마나 부러웠는지~ 저는 혼자 떨어져서 '당당해야 해, 긴장하면 안돼' 속으로 되뇌이면서 집단토론 대기장으로 갔습니다.
주어진 주제는
'어찌어찌해서 우리 회사가 대만의 H사에 제품을 납품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것은 S사를 비롯한 대만의 다른 회사/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H사에서는 샘플 공급을 재촉하는 가운데 샘플에서 예기치못한 오류가 검출되었다. 그러나 이 에러는 H사에서는 발견해 낼 수 없는 것이며 그들이 요구한 사항도 아니다. 다만 이러한 에러를 경험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 불안하당... 샘플을 공급할 것인가 말 것인가?'
였습니다. 음... 여기서 저는 온갖 기술적인 압박을 가하는 전문용어들을 생략하고 말했는데 정말이지 생전 처음보는 온갖 용어들이 얼마나 압박을 가하던지. 집단토론요령을 설명해주는 진행위원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재빨리 좌우의 토론자들에게 '이거 무슨 말인지 아세요?'라는 질문을 통해... 아무도 모른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ㅋㅋ
그리고서 이제 집단토론을 들어갔습니다... 음. 약간 실수한 것은, 사회자를 뽑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맨 끝에 있는 사람이 인사를 하고 모두 소개를 시키는 것을 맡았는데, 그 분이 여자라서 그런지 알아서 진행을 하시지를 않았었습니다... 그래서 약간 중구난방이 되었는데.. 5명 반대, 3명 찬성으로 시작한 결론이 결국은...
'우리가 기술력으로 충분히 에러를 커버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고 샘플을 공급하자. 이 시장은 놓치기 아깝다' 이렇게 냈습니다... 음... 제가 결론 정리하고, '이 의견에 모두들 동의하시는 것으로 봐도 괜찮겠습니까? 라고 말했습니다. 히히. 그럼 뭐하나.. ㅠ_ㅠ
우리가 끝났다는 표정으로 면접관들을 쳐다보자 곧바로 영어면접이 시작되었습니다. 두둥~! 설마설마 했던 영어면접... 외국인 여자가 들어왔습니다. 또 주제토론이었는데 이것은
'Drinking and Driving is a big social problem... Would rasing a legal age of drinking solve this problem?'
이었습니다.
음... 제가 먼저 말을 시작했는데, 저의 요지는 '꼭 젊은 사람들만 음주운전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것은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될 수 없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것을 조금 분명치 못하게 한 것 같습니다. 음... 약간의 찜찜한 기분으로 앉아 있었고.. 여기에서는 어떤 결론을 도출하라고는 하지 않더군요. 다행이다!
그러고 나서 그 여자가 계속해서 개인적인 질문을 한 가지씩 했습니다.
Q: 외국에 많이 나갔다 왔습니까?
A: 유럽 9개국, 하와이, 뉴저지, 카자흐스탄, 필리핀 등 다녀왔습니다.
Q: 어디가 가장 좋았습니까?
A: 가장 좋았던 곳을 꼽기는 그렇고, 하와이가 제일 재미있었습니다.
Q: 하와이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A: 거기에 가면 파도가 정말 큰데, 부기보드라는 것을 사서 바다 깊은 곳 까지 나가면, 큰 파도가 연달아서 밀려옵니다. 파도가 오는 타이밍을 잘 잡아서 파도 위에 타면 파도를 타고 해변까지 빠른 속도로 돌아올 수 있는데, 이것이 진짜 재미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이건 말하기 쉬운 거라서 별로 어렵지 않았고... 면접관이 정말 재미있었겠다면서 자기도 해 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해서 1부가 끝나고...
죽음의 2부... Presentation....
주어진 주제 3개는
1. 개발(확실치 않음)기간이 짧은 소프트웨어의 경우 형상관리방법
2. FTP와 TFTP의 비교
3. 유비쿼터스 홈 네트워크시대에서 리눅스의 의의
였습니다. 음... 뭐할까.. 생각하다가 1번은 전혀 모르겠고 2번은 TFTP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고, 3번 주제가 우리 면접공부하면서 나왔던 것 같아서 선택했습니다. 그랬더니 세부문제는
- 정보통신부는 앞으로 2007년까지 홈오토메이션, 홈네트워크를 구성.. 하려고 한다... 뭐 이것이 DCP 프로젝트 어쩌구 인데, 여기에서 운영체제를 리눅스로 선택하였다. 당신은 이 프로젝트의 팀장이다. 리눅스를 선택한 당위성과 배경에 대해서 설명하고, 문제점이 있다면 대안과 함께 발표하라
였습니다. 음....
그래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지요.
1. 당위성
1.1 가격 - 리눅스는 무료이다. WinCE나 Palm은 개런티를 내야 한다.
이 DCP 프로젝트는 일부 고소득층이 아닌 서민층까지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또한 많은 가전기기에 탑재될 것이므로 조금의 가격 차이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가격면에서 리눅스가 적합하다.
1.2 안정성 - 홈오토메이션과 홈씨큐리티 등은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 - 예를 들어서 문이 잠기고 열리고 온수가 나오고 밥이 지어지고 - 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순간의 에러도 큰 불편이나 재해까지도 가져올 수 있다. WinCE제품군은 Blue Screen으로 대표되는 불안정성이 취약점인 반면, 리눅스는 서버용으로 가장 안정적인 OS로 검증받았기 때문에....
2. 부가효과 - Windows등 MS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실정에서 이렇게 리눅스가 큰 부분으로 도입될 경우 국민의 리눅스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질 것이고 MS와 리눅스 진영의 경쟁관계가 형성될 것을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MS제품군의 가격하락과 서비스향상이 일어날 수 있고, 이에 힘입어 많은 리눅스 Application들의 개발이 있을 수 있다...
3. 문제점과 대안 - 리눅스는 본래 데스크탑용으로 개발된 OS이므로 커널이 크다. 따라서 제품의 부피가 커지거나 소비전력이 커지거나 처리속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것은 SOC(System-On-Chip)기술이나, 응용소프트웨어 모듈의 단순화를 통해서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Q: 훌륭한 엔지니어로서의 요건이 뭐라고 생각합니까?
A: 어버어버어버어버..
Q: 그것은 제 생가에 일반 직장인으로서의 요건인 것 같고, 엔지니어의 요건을 대답해 주시지요.
A: 예. 다시 어버어버어버어버...
Q: ...... 뚱...
A: ㅠ_ㅠ
Q: 네트워킹에 관심이 있다고 했는데, 사람들이 ethernet을 이용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A: (헉! ㅠ_ㅠ)
Q: ....?
A: ..음... 다수의 사용자가 동시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Q: 예.
A: ... 그리고 모르겠습니다.
Q: ....
A: ㅠ_ㅠ(그만 물어보세요 황당한 것 좀... )
Q: 학교에서 했던 동아리활동이나 프로젝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A: 이미 주어진 번역엔진을 가지고 한국, 일본, 중국, 말레이시아 등 다른 문화와 언어를 가진 사람들이 서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도록 만드는 툴을 개발하는 것이었습니다. 저희들은 채팅에다가 이 번역기를 집어넣어서 '번역채팅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에 도전을 했는데 성공했으며 무척 보람차고 재미있었습니다.
Q: 본인이 맡은 역할은 무엇이었습니까?
A: ... 대충 설명....
Q: 끄덕끄덕...
암튼 좋았던 질문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말하고 나면 내가 횡설수설했구나. 이런 생각밖에 안 들고, 온갖 신기술들은 다 물어보고.. ㅠ_ㅠ 엉엉.. 다른 사람들은 신기술에 대한 거 그렇게 많이 안 물어본다고 하는데, 전 가장 인성면접에 가까운 질문이 '엔지니어의 요건'이었습니다.. 그거 하나 빼고는 전부 기술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아 숨막혀~~ 모른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도 한 두번이지, 그것도 이상하게 억지로 대답하고 나면 자기들도 이상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암튼 민망함의 7분... 정말 그렇게 길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엉엉. 그래서 종합하자면 집단토론, 영어토론, 프레젠테이션은 그럭저럭 잘 한 것 같습니다만... 그 다음에 면접관 질문에서는 완전히 박살이 났지요... 무엇보다도 면접관들의 그 이상한 표정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엉어... SSAT때의 그 떨어졌다는 느낌보다 더욱 진한 불안감이 엄습해 오면서.. 내 관심분야에 대한 준비가 너무 적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음... 마음을 비우고 LG에 전념하렵니다! 아뭏든 이 긴 후기가 조금이나마 누구에게든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이만 자러가겠습니다. 엉엉~~
고맙다.. ㅠ_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긴 한데... 그래두 관심분야라는데 너무 모른다고만 해서.. ㅠ_ㅠ 그리고 직장인들한테 물어봤더니... 조금 다르게 대답했어야 한다고 막 구박하는거야. 뭐.. 앞으로 공부해서 알겠다느니 뭐 그런 식으로.. 가능성을 보여주는 식으로. ㅠ_ㅠ 어헝헝. 암튼 오늘 간다. 가서 더 자세히 ~
첫댓글 형 잘 보신 것 같은데여? 형이 알것 같으니까 시험삼아 물어본게 아닐까요?
고맙다.. ㅠ_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긴 한데... 그래두 관심분야라는데 너무 모른다고만 해서.. ㅠ_ㅠ 그리고 직장인들한테 물어봤더니... 조금 다르게 대답했어야 한다고 막 구박하는거야. 뭐.. 앞으로 공부해서 알겠다느니 뭐 그런 식으로.. 가능성을 보여주는 식으로. ㅠ_ㅠ 어헝헝. 암튼 오늘 간다. 가서 더 자세히 ~
괜찮아요.. 영어면접에서 충분히 가산점을 딴듯..ㅎㅎ 저때는 기술면접끝나고 바로 인성에 관한거 물어봤는데 전부 기술쪽이네요 --; 형이 그렇게 몰고간건 아닌지..ㅠ.ㅠ 어쨌건 모른다고 당당히 얘기하는것도 좋게 보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ㅎㅎ 형두 44기~~홧팅~
잘 한듯.. 하네 ^^ 난 영어면접과 한국어 면접 때 죽 쒔다. ㅠ,ㅠ ㅋㅋ... 어차피 하나님께 달린 일이니... 넘 걱정하지 마라. 난... 엘지 떨어졌다. 왠지는 감이 잡히긴 하는데... 쩝... ㅠ,ㅠ 힘내라. 44기에서 볼 수 있음 보자~~ 홧팅~~
나 수현.. 좀 늦은 리플이지만^^; 수고했다.좋은 결과 있길 바란다.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