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급변 시나리오의 비판적 고찰
조 경 근
[국문요약]
“북한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북한뿐만 아니라 남한과 한반도, 즉 한민족의 운명과 장래에 대단히 중대하다. 이 논문은 지금까지 중요하게 거론되어왔거나 혹은 학문적 가치가 높은 북한 변화 혹은 급변 사태에 대한 시나리오들을 선정하여 고찰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 논문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는 다섯 개 시나리오를 선택했다. 첫째, 안보전문가 로버트 콜린스의 ‘북한 붕괴 7단계 시나리오’다. 둘째, 한국과 미국의 정부 차원 시나리오로, ‘작전계획 5029’와 미 국방부 시나리오 두 가지다. 셋째, 학자들의 시나리오로, 미국 허드슨연구소의 리처드 와이츠의 것과 미국 육군대학 전략연구소 연구교수였던 앤드류 스코벨의 시나리오다. 이 논문은 위 시나리오들을 차례대로 고찰하면서, 각 시나리오로부터 지금의 한국과 한민족이 가장 주목해야 할 사실들과 정책 과제들을 결론에서 추출했다.
주제어 : 북한, 붕괴시나리오, 급변사태, 북한붕괴, 한반도, 김정일
I. 서 론
“북한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북한뿐만 아니라 남한과 한반도, 즉 한민족의 운명과 장래에 대단히 중대하다.
북한의 변화에 대한 분석은 다양한 기준과 수준에서 접근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우선 ‘바람직함’(desirability)이라는 기준에서 볼 때, 상반되는 두 가지 주장이 있다. 첫째, ‘평화 공존적 접근’이다. 북한이 중국식 혹은 유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북한식의 개혁과 개방에 성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남북한이 평화 공존을 모색해나가는 변화 방향이다. 이 접근의 장점은 한반도가 긴장 상태를 벗어날 수 있고 막대한 위기관리와 통일 비용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문제점은 이러한 북한의 안정적 변화가 과연 실제로 가능할 것인가라는 점에 대한 회의다. 이 같은 회의의 근거는 북한 권력층이 상반되는 두 가치인 권력 유지와 개혁 중 권력을 선택할 것이라는 ‘권력논리’ 그리고 북한은 이미 개혁의 적기를 놓쳤다는 판단 등이다. 그리고 설령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 북한의 개혁, 개방이 현실화된다고 해도 그 기간 동안 벌어질 심각한 인권 유린 등을 그냥 눈감을 수는 없다는 주장도 지금의 평화 공존적 접근을 비판한다.
둘째, 소위 ‘보수주의적 접근’이다. 이 시각은 현 북한이 이미 붕괴 과정에 들어섰다고 보거나 혹은 한미를 비롯한 관련 국가들이 단합하면 북한 붕괴를 결과적으로 얻을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북한의 독재 정권은 붕괴되는 것이 마땅하다는 믿음도 가지고 있다. 이 접근의 장점은 20세기 후반 이후 세계사의 보편적 흐름이라고 할 수 있는 국가들의 민주화를 한반도에서도 결국 실현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문제점은 북한의 붕괴가 수반할 많은 대내외적 어려움과 그 과정에서 벌어질 갖가지 위험성 등이다. 대내외적 어려움이란 북한 붕괴 시 벌어질 수도 있는 중국과 러시아 군대의 북한 진주 등을 포함하며, 위험성이란 북한 내에서 벌어질 내전 혹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의 가능성을 의미한다. 그리고 보수주의자들이 상정하는 북한 붕괴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도 전문가들 사이에는 엄존하고 있다.
‘바람직함’이라는 기준 외에, ‘현실적 가능성’ 즉 개연성이라는 기준을 들 수 있다. “어떤 변화가 바람직한가?”가 아니라, “과연 어떤 사태가 실제로 벌어질 수 있는가?”라는 기준이다. 학자와 전문가들이 변화의 내용이나 방향을 두고 만드는 ‘시나리오’ 접근은 대개가 이 후자의 기준에서 나온 것이다.
이 논문이 논의와 분석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바로 이 후자의 시나리오들이다. 따라서 어떤 방향으로 변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의 문제는 논외로 할 것이다. 이 논문은 지금까지 중요하게 거론되어왔거나 혹은 학문적 가치가 높은 북한 변화 혹은 급변사태에 대한 시나리오들을 선정하여 정리하는 가운데, 그 적실성을 따져보고, 각 시나리오의 유용성과 한계성을 비판적으로 고찰하는데 목적을 두고자 한다.
이 논문이 선택한 시나리오는 크게 세 부류로 대별할 수 있다. 개수로는 모두 다섯 개다. 세 부류 중 첫째, 학자가 아닌 안보전문가의 시나리오다. 가장 유용한 것이 로버트 콜린스(Robert Collins)의 ‘북한 붕괴 7단계 시나리오’다. 그는 1990년대에 한미연합사령부에 근무하면서 북한과 남북한 관계에 대해 누구보다도 많은 정보와 현실주의적인 시각을 얻었다. 시나리오 작성에 가장 적합한 현직에 있었다는 점, 그리고 그의 주장이 언론에 가장 빈번하게 언급되고 인용되었다는 점에서 분석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하겠다.
둘째, 한국과 미국의 정부 차원 시나리오다. ‘작전계획 5029’(OPLAN 5029)와 미 국방부 시나리오가 여기에 속한다. ‘작전계획 5029’(약칭 ‘작계 5029’)는 북한 급변사태를 가장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작계 5029에는 한미 즉,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직접 개입되어 있다. 한편, 2009년에 작성된 미 국방부 시나리오는 북한만을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나, 북한 관련의 급변사태에 대한 대비를 전 세계적 차원의 7개 ‘심각한 시나리오’의 하나에 포함시켰다. 미 정부가 의회에 보고한 공식 시나리오라는 점에서 분석 대상에 포함시킬 이유가 충분하다.
셋째, 학자들의 시나리오다. 미국 허드슨연구소(Hudson Institute)의 리처드 와이츠(Richard Weitz)의 것은 주변 강대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동향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와이츠는 2010년 2월 18일, 한미경제연구소(KEI) 주최로 워싱턴에서 개최된 세미나에서 “북한이 붕괴될 경우 중국과 러시아군이 북한을 공동 점령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함으로써 학계와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2008년 미국육군대학(United States Army War college)의 전략연구소(Strategic Studies Institute) 연구교수였던 앤드류 스코벨(Andrew Scobell)의 시나리오는 가장 높은 학문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의 논문의 학술적 우수성이 분석 대상으로 선택된 이유다.
이 논문은 위에서 언급한 시나리오들을 차례대로 고찰하면서, 각 시나리오로부터 지금의 한국과 한민족이 가장 주목해야 할 사실들(facts)과 시급한 정책 과제들을 결론에서 추출했다.
II. 안보 전문가 시나리오: 로버트 콜린스의
‘북한 붕괴 7단계 시나리오’
1996년, 당시 한미연합사령부의 국제관계 담당관이었던 로버트 콜린스가 ‘북한 붕괴 7단계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1996년은 북한이 ‘고난의 행군’으로 불리는 대기근을 겪던 시기였다.
콜린스의 시나리오는 ‘자원고갈’(resource depletion), ‘인프라구조 유지의 실패’(failure to maintain infrastructure), ‘독립적이며 자발적인 경제활동의 발흥’(rise of independent and spontaneous economic activities), ‘탄압’(suppression), ‘저항’(resistance), ‘체제 분열’(fracture of the regime) ‘정권교체’(formation of new national leadership)의 순서로 이어진다.
식량 등 자원이 부족해지면 정권은 자원을 우선순위에 따라 배분한다. 즉, 배급 중심의 사회주의식 인프라구조의 유지가 더 이상 힘들어지는 단계로서, ‘자원 투입의 우선 순위화’단계로 불리어지기도 한다. 이 2단계가 되면 군대나 평양시민 등 체제유지에 필요한 세력에게만 자원을 공급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소외된 세력이 시장거래 등 독자적 생존 노선을 채택하는 것이 3단계다. 이 3단계는 ‘국지적 독자노선’으로 호칭되기도 한다.
정권은 이 생존 노선을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고 탄압을 시작함으로써 4단계인 ‘탄압’단계가 벌어지게 된다. ‘탄압’이 성공하면 정권은 당분간 유지된다. 그러나 실패하면 주민들의 조직적인 저항이 일어나 5단계인 ‘저항’단계로 이어지게 된다.
콜린스는, 시나리오를 작성했던 1996년 당시, 북한이 2-4단계를 통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4단계에서 약 10년 이상 정체했다. 북한의 10년 동안의 변화 정체 기간은 남한에서의 대북 유화적 정권 등장, 중국의 북한 지원, 그리고 핵무기 개발 성공으로 특징된다. 즉, 이 요인들이 변화를 정체시키는 작용을 한 것이다.
그러나 2008년 2월 25일, 보수적 색채의 이명박 정부가 출범했다. 이명박 정부가 이른바 ‘대북 퍼주기’를 중단하면서 자원 고갈이 심화된 북한 정권은 주민 탄압을 강화했다. 더구나 2009년 12월, 북한 정부가 단행한 화폐개혁이 실패하면서 물가는 폭등했고 생필품 거래도 어려움을 겪었다. 배급은 제대로 되지 않고 시장은 위축되었다. 2010년 5월 하순, 북한이 결국 식량배급을 중단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식량난 악화로 아사자가 속출하자, 북한 노동당은 국가의 식량배급 중단을 인정하고 24시간 시장 거래를 허용하면서 주민들에게 식량 자급자족을 지시했다는 내용이다. 게다가 곡창지대인 황해도에선 정권의 식량 수탈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감지되었다. 따라서 콜린스의 구분에 대입하면, 지금의 북한은 4-5단계에 진입해 있는 것이다.
콜린스는 5단계(저항)에서 나타나는 징조들의 목록도 작성했다:
1. (시장세력 등이) 당국의 지시를 거부한다.
2. 정권의 하부기관이 재산을 횡령한다.
3. 기관원들에게 위협과 폭력이 가해진다.
4. 진압에 동원된 군부대에 주민들이 반발한다.
5. 무장저항이 일어난다.
6. 일부 진압부대 지휘관이 발포를 거부한다.
7. 일부 군부대가 중국이나 러시아로 탈출한다.
‘저항’단계를 지나면 정권이 분열 양상을 보인다. 콜린스는 이 6단계의 세부적인 징후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 국가안전보위부 등 보안기관이 중앙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
2. 정권 핵심부에서 항명사태가 발생한다.
3. 군 지휘관들이 상부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
4. 지배층의 암투로 핵심인물들에 대한 공개처형이 시작된다.
5. 중앙에 반대하는 지휘관들이 연합해 대항한다.
6. 보안기관 간부들이 처형되거나 무력화된다.
5-6단계는 일단 시작되면 매우 빨리 진행된다. 마지막 7단계에서 새로운 리더십의 정권이 들어서게 된다. 콜린스는 이 단계에서 나타나는 현상들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 국외탈출, 암살, 쿠데타, 체포 등의 형태로 김정일이 권력에서 제거된다.
2. 군부가 정권을 장악하고 보안기관을 통제한다.
3. 충성했던 혁명유자녀 학원 출신 장교들이 축출된다.
4. 새 정권은 즉각적인 통일보다는 경제개혁에 치중한다.
5. 새 정권은 국제적인 노력을 통해 주권을 보장받으려 한다.
콜린스의 5단계 징후들 중 2010년 7월말 현재 북한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시장 세력의 당국 지시 거부, 기관원들에게 가해진 폭력 등이 있다. 시장 세력의 당국 지시 거부는 북한의 화폐개혁 실패를 둘러싼 일련의 과정에서 볼 수 있다. 북한은 2009년 11월 30일 화폐개혁을 전격 단행했다. 구화폐와 신화폐의 교환 비율을 100대 1로, 1인당 교환액을 10만원으로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화폐개혁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무마책으로 노동자 월급과 노인 연금을 교환조치 이전의 액면 금액으로 지급했다. 노동자 월급과 노인 연금이 100배 상승한 것이다. 농민들에게도 가구당 신화폐로 1만4000원 상당의 장려금을 지급했다. 거액의 목돈에 불만이 주춤한 것은 잠시였다.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물가가 30배 이상 폭등하는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가격 폭등으로 쌀조차 구하기 어려워진 주민들은 당국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했다. 결국 북한 당국은 시장에 대한 가격 통제를 해제하고 책임자인 노동당 재정경제부장 박남기를 해임했다. 김정일 위원장으로 상징되는 당국과 시장으로 대변되는 주민 간의 일종의 전쟁은 주민의 승리로 끝났다. 즉, 시장 세력에 의한 당국 지시 거부가 성립된 셈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북한 주민들이 보위부원 등 공안기관원을 살해, 폭행한 사건이 급증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 당시의 기관원 폭행이 북한 사회에서 상시적으로 볼 수 있는 그런 본격적인 현상은 아니었지만, 절대 권력의 상징 중 하나인 공안기관원들이 시장적 요인으로 인해 주민의 테러 대상이 되었다는 것은 콜린스의 5단계 징후에 최소한 준하는 의미 있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콜린스의 6단계 징후 중 현재 나타나기 시작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은 군 지휘관들이 상부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과 지배층의 암투로 핵심인물들에 대한 공개처형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먼저 아래의 두 주장에서 보듯이 북한에서는 군부의 독자적 행동이 나타나고 있다.
만약 이번(천안함) 사건이 북한과 관련이 있다면 더욱 그렇지만, 작년 11월 10일 서해 대청도 인근에서 벌어진 남북 교전은 북한 군부의 영향력이 이전에도 컸지만 김 위원장의 건강 악화 이후 더욱 커졌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충성 경쟁을 명분으로 김 위원장의 허락 없이 움직이는 군부의 여지가 커졌음을 짐작케 한다.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라면, 궁지에 몰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절망적 상태에서 자기 파괴적으로 선택했거나 북한 군부의 독자적 행동일 수 있다.” 유럽의 한반도전문가인 루디게 프랑크(Ruediger Frank) 오스트리아 빈대 교수는 9일 북한전문 웹사이트 38 노스(www.38north.org)에 기고한 ‘천안함 사건이 북한 국내정치에 주는 함의’라는 글에서 이같이 분석한 뒤 “만약 후자라면 상황은 아주 심각하다. 천안함 사건은 최고수뇌부의 동의 없이 북한군부가 벌인 공개적인 불복종 행동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프랑크 교수는 천안함 사건 접근법과 관련, “북한에서 핵문제는 국내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체제를 안정화시키는 도구인 동시에 외교정책이기도 한 것처럼 북한이 천안함을 침몰시켰다면 이 같은 사건이 북한 내부 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고려한 끝에 나온 행동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초계함 침몰은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이나 38선상에서 남북양측 군인간의 총격사건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고, 판문점 도끼만행사건과도 전혀 다른 문제”라면서 “남측 전함을 침몰시키고 46명의 군인을 사망케 한 것은 전쟁행위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규정했다.
2010년 3월 10일 무렵, 화폐 개혁의 책임자였던 박남기 노동당 재정경제부 부장과 김태영 계획재정부 부부장이 공개처형된 것으로 확인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리고 7월 18일, 동양 무역회사 사장 전철우(48세)가 평안북도 염주군에서 공개 처형을 당했다고 한다. 전철우의 죄명은 국가 자원(원자재)을 중국에 불법으로 대량 판매한 것이다. 이는 2009년 말, 자원의 직수출 대신에 1차가공이라도 해서 수출하라는 김정일의 방침을 어긴 것이었다.
관점에 따라서 그리고 엄밀히 말한다면 이상에서 제시한 현상들이 콜린스의 6단계 징후와 질적으로 다른 것이라는 말 할 수 있다. 군부의 독자 행동은 상부 지시를 어긴 것이 아니라 충성 경쟁에서 나온 행태이며, 핵심세력의 처형도 권력투쟁보다는 죄목에 따른 형 집행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근본 속성에 있어서 전자는 어쨌든 군부의 독자적 행동 혹은 독자적 영향력이 증대되었음을 보여주고, 후자는 권력층의 결집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들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현재의 북한은 콜린스의 단계 구분에 따를 때 10년 전의 2-4단계 통과에서 진전되어 4-5단계를 지나고 있으며, 미미하지만 6단계의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같은 북한 변화의 판단 기준을 콜린스의 '북한 붕괴 7단계 시나리오'가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예측에 불과하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고가 건강상의 이유로 예정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김정일 이후의 권력 공백을 메울 리더십이 예견되고 있다는 점은 콜린스가 말한 최종 단계가 허구적인 것만은 아님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아래와 같은 주장들이 그런 류에 속한다고 하겠다.
김 위원장 부재 상황이 수년 내 발생하면 세 가지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첫째 정은을 허수아비로 세우거나 배제한 군부 집단지도체제, 둘째 정은을 허수아비로 세운 군부 장악자의 1인 체제, 셋째 정은을 배제한 군부 장악자의 1인 체제가 그것이다. 전문가들은 두 번째 시나리오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첫째 시나리오는 짧은 기간 동안이면 몰라도 권력을 나눠 갖는 것이 가능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셋째 시나리오는 북한 정서가 아직은 혈통에 정통성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보는 것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에서 중대 사안은 1인의 군부 장악자가 확실히 등장하기까지의 혼란기를 북한이 잘 견뎌낼 것인가라는 점이다. 예컨대 같은 국방위 부위원장으로서 경쟁관계인 장성택과 오극렬 사이에 권력 투쟁이 벌어진다고 하자. 이로 인한 체제 위기는 과정이 시간적으로 얼마나 속히 마무리되느냐, 내용적으로 뒤끝 없게 정리되느냐에 달린 것이다.
북한 정권이 붕괴되면 누가 실권을 잡게 될까.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고위급 탈북자 C씨는 김정일 유고시에 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실권을 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공군사령관 출신인 오극렬은 노동당 작전부장으로 오래 재직했다. 작전부는 대남 침투공작 담당 부서다. 무기를 자체 제작하고 수만명의 병력을 독자적으로 운영한다. 오극렬은 지난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되면서 김정일 유고시 독자적인 병력 운용으로 실권을 잡을 수 있게 됐다. 오극렬이 김일성 시절 인민무력부장을 지낸 오진우와 군에 대한 주도권을 놓고 권력암투를 벌일 때도 김정일은 오극렬을 감쌌다. C씨는 “김정일은 ‘오극렬은 나의 별동대’라고 말하곤 했다”며 “오극렬은 김정일이 감춰 놓은 카드”라고 했다. 그는 김정일의 여동생인 김경희의 남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에 대해서는 “그동안 ‘곁가지(김정일의 권위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는 친인척)’로 간주돼 견제를 많이 받아 인맥이 약하다”고 했다.
콜린스의 시나리오는 그의 경력이 말해주듯이 학술적은 아니라도 매우 현실적이며, 개념적은 아니라도 매우 구체적인 정황들을 제시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 ‘자원고갈’과 ‘인프라구조 유지의 실패’등 콜린스의 7개 각 시나리오 명칭은 북한 변화의 범주 및 단계들을 유용하게 대변하고 있고, 각 단계마다 설정된 징조(징후)들도 매우 구체적이며 현실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
모든 학자들이 말하듯이 사회 현상에 대한 예측만큼 어려운 것이 없다. 이것은 예측과 관련한 개념, 범주의 설정이 그만큼 작지 않은 오류의 가능성을 지닌다는 뜻이다. 이런 사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전문적, 학술적 분석에 다 적용되는 말이다.
이는 콜린스의 시나리오도 동일한 한계성을 지니고 있음을 말한다. 그러나 적어도 그의 시나리오는 북한의 변화 혹은 급변사태를 개괄할 수 있는 그래서 변화의 방향성을 가늠케 해주는 유용성을 지니고 있다. 그의 시나리오가 학문적으로 접근된 것은 아니라도, 누구나 쉽게 현실에 적용하여 사고할 수 있는 쉬운 활용의 최대 장점을 지니고 있다.
III. 정부 시나리오: '작전계획(OPLAN) 5029'와 미국 국방부 시나리오
1. '작전계획(OPLAN) 5029’
북한에 급변 사태, 즉 정변이나 사회 붕괴 등이 일어나는 경우에 대비하기 위한 한미연합군의 군사계획 중 하나로 ‘개념계획(CONPLAN) 5029’가 있다. 개념계획(Concept Plan)은 ‘컨플랜(Operation Plan in Concept Format: CONPLAN)’으로 불리기도 한다. 말 그대로 다소 추상적이고 개괄적인 성격의 계획을 말한다. 한미 양국군은 1990년대 중반 이후 북한정권 붕괴 등 급변사태에 대비, 군사적인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개념계획 5029-99’를 완성했다. 그러나 개념계획에는 병력동원이나 부대배치 계획 등 구체적인 사안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양국은 2003년 한미안보협의회(Security Consultative Meeting: SCM)에서 개념계획을 구체화, 작전계획화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에 들어와, 이 정부는 북한을 많이 의식했기 때문에, 개념계획의 작전계획(Operations Plan: OPLAN)화는 매우 껄끄러운 사안이었다. 반면, 미국은 북한 정권 붕괴 등 급변사태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개념계획을 보다 구체화해서 실전 상황에 곧바로 활용될 수 있는 작전계획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개념계획 5029의 작전계획화는 2003년 말, 당시만 해도 한미 군 수뇌 간에 공감대가 형성되어, 작전계획 5029-05 작성이 추진되고 있었다.
미국은 2004년, 작전계획의 승인을 한국에 요구했다. 계획에 따르면, 북한 내에서 폭동, 대량 탈주, 정부 붕괴 등의 일이 벌어질 경우 미국이 한국의 군사 자산을 통제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미국 관리들은 반복해서 핵을 비롯한 민감한 군사 시설들의 안전을 확보하고 또한 주민의 안전 확보를 위해 우발적 사태에 대비하는 계획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05년 1월 노무현 정부의 국가안보회의에서 CONPLAN 5029를 OPLAN 5029로 전환하자는 미국 제의는 거부되었다. 같은 해 4월, 한국 국방부는 북한 붕괴 시 미군이 통제권을 가지는 비상계획을 공식 거부했다. 2005년 4월 15일 한국의 국가안보회의도 북한 내부에 심각한 혼란이 발생할 경우 이를 미국과의 공동 군사계획으로 다루는 것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거부 이유에 대해 남한 관리들은 이 계획이 ‘한국의 주권 행사’를 제약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안에 대한 이견은 동맹국 간의 협상에서도 흔히 있는 일이다. 문제는 사전협의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당시 한국 국가안보회의가 거부 사실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을 보면, 미국과의 사전 협의가 없었음을 보여준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미국과의 냉전적 동맹으로부터 보다 큰 자주권을 확보하려는 정책 노선을 추구하고 있었다. 노 정부는 ‘아시아균형자론’의 기치 아래 중국과의 군사협력을 확대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남한의 일방적 발표는 동맹에 긴장관계가 형성되었다는 신호였다.
양국 간 중대 긴장은 북한에 대한 접근법의 차이에 있었다. 북한은 스스로 핵보유국임을 주장하는데 반해, 미국은 북한을 신뢰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 북한을 계속 고립시키고 압박하는 정책을 추구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북한의 붕괴를 원하지 않았으며 북한 내부에 평화적인 개혁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입장의 차이를 가지고 있었다.
이런 일이 있은 두 달 후인 6월, 한국의 윤광웅 국방장관과 미국의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CONPLAN 5029를 OPLAN 5029로 바꾸지 않는 대신, CONPLAN 5029 그 자체를 ‘개선하고 발전’시키자는데 합의했다. 개선된 개념계획이란 ‘다양한 형태의 우발적 사건들’에 대한 비군사적 조처들을 포함한 것이다.
2008년에 들어와, 보수 색채가 강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함으로써 분위기가 바뀌었다. 같은 해 10월 16일, 미국은 북한 정권의 붕괴에 대비한 상세한 OPLAN의 수립을 제의했y Committ다. 당일, 미국은 워싱턴에서 열린 제30차 한미군사위원회(Militaree Meeting: MCM)에서 북한의 급변 사태에 적용할 대비계획을 구체화하자고 제의했다. 한국의 이상희 국방장관과 미국의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이 회의에서 ‘CONPLAN 5029'를 실질화 하는데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함으로써, CONPLAN 5029는 OPLAN 5029로 변경되었다.
다음 날인 10월 17일 양국 국방장관은 40차 한미안보협의회를 마치면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성명의 제10항은 “양 장관은 전략적 전환계획(Strategic Transition Plan: STP)에 따라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Wartime Operational Control: OPCON) 전환이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고 있음을 평가하고, 2012년 4월 17일의 전작권 전환일자에 대한 공약을 재확인하였다. 게이츠 장관은 현재 및 미래에 있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회복을 위해 적절한 군사력으로 신속히 대응한다는 미국 측의 공약에 주목하면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한반도 전쟁억제 능력을 강화하고 완벽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추진될 것임을 확고히 보장하였다. 게이츠 장관은 한국이 완전한 자주 방위역량을 갖출 때까지 미국이 상당한 보완전력을 계속 제공할 것임을 재확인하였다. 게이츠 장관은 또한 동맹이 지속되는 동안 미국이 연합방위를 위해 미국 고유의 전력을 계속 제공할 것이라는 점에 유념하였다. 양 장관은 또한 매년 SCM과 MCM 회의를 통해 전략적 전환계획의 이행상황을 평가․점검하고, 이를 전환과정에 반영할 것임을 확인하였다. 양 장관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비하여 금년 8월 실시된 을지 프리덤 가디언(UFG) 연습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확고한 연합방위 준비태세를 유지하기 위해 연합연습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 양 장관은 전작권 전환 이후의 지휘관계에 기반을 둔 새로운 작전계획을 발전시키기 위해 상호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북한의 대남단체인 조선평화옹호전국민족위원회는 26일 한미 연례안보협의회를 ‘침략적 군사협의기구’라고 비난하고 한미 SCM과 이명박 정부를 ‘반대 배격’할 것을 촉구했다. 이 단체는 이날 대변인 담화를 통해 1968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40년째 되는 한미 SCM은 "철두철미 미국에 대한 남조선의 군사적 종속을 심화시키고 미제 침략군의 강점을 영구화하며···침략적 군사협의기구로서의 기능을 수행해 왔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는 출범 직후 "최신 전쟁 장비들을 남조선에 끌어들이고 '키 리졸브'와 '독수리' 합동군사연습과 같은 북침 핵전쟁 연습을 광란적으로 벌이면서 조선반도 정세를 위험한 지경에 몰아넣었다"며 "무분별한 친미사대와 반공화국 대결책동으로 하여 북남관계가 파탄되고 조선반도에서 핵전쟁위험이 날로 높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변인은 또 "남조선의 각계각층 인민들은 침략자와 매국노의 결탁물인 '연례안보협의회'를 단호히 배격하고 60여 년간 지속되어 오는 미국의 군사적 강점과 지배를 끝장내기 위한 투쟁에 한 사람같이 떨쳐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북한 주간지인 통일신보는 지난 24일 '침략적인 군사협의기구는 해체되어야 한다' 제목의 글에서 한미 SCM을 "제2의 조선전쟁 준비를 위한 침략적 전쟁모의기구"라고 비난하며 이의 즉각적인 해체를 주장하기도 했다.
CONPLAN 5029와 OPLAN 5029의 구체적인 내용은 대외비로 되어있기 때문에 이 계획들이 상정하는 북한의 변화 혹은 급변사태가 무엇인지를 알 수는 없다. 따라서 시나리오의 어떤 내용이 유용한지 혹은 한계적인지를 논하기는 어렵다.
다만, 한국과 미국 정부가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한 공동 대비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는 점은 급변사태의 가능성이 유의해야 할 수준임을 반증한다. CONPLAN 5029와 OPLAN 5029의 상정 내용을 알 수 있다면 북한의 급변사태를 이해하는데 더욱 도움이 되겠지만, 최소한 앞뒤의 장에서 살펴보는 전문가와 학자들의 시나리오에 대한 고찰이 그만큼 가치 있는 일임을 역설하고 있다.
CONPLAN 5029와 OPLAN 5029의 두 계획은 북한 내에서 폭동, 북한 주민의 대량 탈주, 정부 붕괴 등의 일이 벌어질 수 있음을 확인해주고 있고, 이 경우 가장 중요한 과제에 핵을 비롯한 민감한 군사 시설들의 안전 확보, 주민의 안전 확보가 포함되어야 함도 확인해주고 있다.
세부적인 내용이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북한이 공식 반응을 통해 강력히 비판한 것은 그 자체가 이 시나리오가 어떤 비중인지를 말해주고 있다. 정부 차원의 시나리오 설정은 민간의 것과는 다른 차원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2. 미국 국방부 시나리오
2009년 발표된 미국 국방부의 주요 국방정책 시나리오는 북한 붕괴 시의 대응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 이 시나리오는 미 국방부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의회에 제출하기 위해 준비 중인 '국방정책 4개년 보고서(QDR)'에 들어 있다. 이 같은 사실은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QDR 준비 작업에 대한 평가논문을 게재하는 과정에서 드러나게 되었다.
QDR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이나 이라크 전후 처리 문제 등과 함께 북한 붕괴와 북핵 도발 대치상황 등을 11개 주요 안보위협 시나리오 중의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 북한 붕괴가 미 정부 안보정책의 중요한 당면과제의 하나로 설정되어 있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미 국방부는 미셸 플러노이(Michèle Flournoy) 정책담당 차관의 지휘아래 미국이 조만간 직면할 대외위협을 11가지 시나리오로 가정해 이를 5개 이슈팀이 나눠 보고서를 작성했다. 다섯 개 팀 중 제1 이슈팀이 미국 주도로 이뤄지는 국가재건작전 시나리오 네 가지를 검토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북한의 정권붕괴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 작업이다. 이와 함께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이들 5개 이슈팀이 마련할 정책에 미비점이 있을 것에 대비, 민간인들을 참여시킨 별도의 '레드 팀'을 구성해 정책대안을 마련했는데, 여기에도 '북한의 핵 도발에 따른 미국과 북한의 대치상황'이 '7개의 치명적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로 포함되어 있다.
미국 국방부가 이처럼 중장기 안보전략을 짜면서 북한의 정권붕괴 시나리오를 검토한 것은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으로 인한 급변사태 가능성에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추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는 그간 미국 의회와 학계 등을 중심으로 간헐적으로 제기돼 왔던 북한 붕괴 시나리오가 미 국방 당국 차원에서 정식 의제로 다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오바마 정부가 이처럼 북한 급변사태 대비계획을 수립중인 것은 미국 내부의 요구와 올해 초 급부상한 북한의 후계구도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미국의 주요 싱크탱크들은 지난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제기된 이후 줄곧 정부 측을 향해 북한 정권의 변화에 대비한 계획 수립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미 조야의 이런 요구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북한의 후계구도를 종합적으로 반영, '2010 국방정책검토보고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북한 정권붕괴 시나리오를 검토하게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작업은 보수정권이던 조지 부시 전임 행정부 당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축출방식의 '정권교체'를 북한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던 것과 비교할 때 북한 내부로부터의 붕괴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이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강고했던 김정일 위원장 체제가 약화되면서 김 위원장 유고시 북한 내 권력공백 및 통제력 상실 등 북한 정권의 취약성이 커졌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미 국방부가 검토 중인 북한 정권붕괴 시나리오에는 대규모 난민발생, 핵물질 확보, 북한 내 질서회복 등의 대책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 국방부의 시나리오는 미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북한 붕괴가 막연한 사건이 아니라 발생할 가능성을 충분히 지닌 사안임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IV. 학자들의 시나리오: 리처드 와이츠와
앤드류 스코벨의 시나리오
1. 리처드 와이츠의 시나리오
“만약 북한이 붕괴될 경우 중국과 러시아군이 북한을 공동으로 점령할 수 있다.” 허드슨 선임연구원은 2010년 2월 18일 한미경제연구소(KEI) 주최 토론회에서 ‘러시아와 남북한: 과거 정책과 미래 가능성’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와이츠는 이 논문에서 북한 붕괴와 관련하여 사실상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그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이해관계가 러시아보다 더욱 직접적이라는 전제아래, 중국 및 러시아의 움직임에 대한 중국의 선호를 중심으로 시나리오를 구분했다.
첫째는 북한 붕괴 시 중국이 러시아 군대가 북한에 진입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미국 군대가 중국 북경에 인접한 북한 북부에 진입하는 것을 수용하는 것이다. 와이츠는 이 둘 가운데 중국이 러시아군의 진입을 더 선호한다고 밝히고 있다. 두 경우 모두에서 중국이 기대하는 것은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대량살상무기(WMD)의 동결과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다. 와이츠는 덧붙여 중국이 북한 붕괴 사태를 다루기 위한 미국 및 한국과의 대화를 꺼리는 것은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데 목적이 있고, 그 대안으로 중국은 러시아 전문가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미국 및 한국과의 의사소통 구조를 갖기를 원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셋째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공동으로 점령하는 시나리오다. 와이츠는 러시아와 중국의 경우 미군이 자신들의 국경에 근접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먼저 북한 점령을 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시나리오는 중국과 러시아 둘 중 누구도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북한에 진입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높으며, 실제로 양국은 상해협력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의 틀 속에서 중앙아시아를 대상으로 콘도미니엄식 모델을 시행해본 경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와이츠는 러시아와 중국이 이미 이 같은 공동 점령에 대비한 전쟁게임(war game)을 실시했다고 소개하고, 중국과 러시아는 2005년 8월에 북한 근처에서 ‘평화임무 2005’(Peace Mission 2005)라는 중요한 군사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북한에 긴급 사태가 벌어질 때, 과연 중국과 러시아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의 문제는 대부분의 관련 정책 결정자, 학자 및 전문가들의 관심 사안이다. 그러나 그동안 누구도 이 부분에 대해 전문적인 의견을 구체적으로 내놓은 바 없다. 이런 점에서 와이츠의 주장은 특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어떻게 행동하게 될 것이라는 것 자체도 시나리오의 일부이지만 이들의 행동 방향이 예측됨으로써 한국이나 미국이 이를 감안한 또 다른 시나리오 혹은 더 심층적인 시나리오를 작성할 수 있는 것이다.
와이츠가 주장하는 중국의 행태는 한국과 미국의 입장에서 다소 우려를 더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중국 군대가 북한을 직접적으로 점령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었다. 이런 언론 수준의 추측에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풍부한 자료와 탁월한 식견을 지닌 와이츠의 중국 중심 시나리오는 한국 혹은 한미가 앞으로 어떤 대중 외교 행보를 하느냐에 따라 적어도 중국 변수는 아주 심각한 전개를 피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다.
중국의 반응이 와이츠의 분석과 예측대로 전개될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 해도, 북한 붕괴에 이어질 중국, 러시아의 행보에 대한 와이츠의 지적은 주변 4강의 움직임 중 중대한 두 국가를 다루고 있다는 그 자체로서 의미가 이미 크다.
2. 앤드류 스코벨의 시나리오
스코벨의 논문은 북한의 변화에 대한 분석에서 가장 우수한 업적으로 판단된다. 스코벨의 주장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시나리오, 시나리오 분석에서 얻은 결론과 함의, 그리고 북한의 체제 변화 지표다.
먼저 시나리오 분석에 있어서, 스코벨은 “북한에서 전체주의(totalitarianism)가 어떻게 종결될 것인가?”라는 질문을 제기했다. 이 질문에 대해 그는 세 개의 기본 시나리오(혹은 변화궤적)를 제시했다. 그리고 거기다 혼합형(그는 ‘하이브리드’라고 지칭) 두 개를 합쳐 모두 다섯 개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1. '변화지연’(Suspended Animation)시나리오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 말까지의 알바니아가 여기에 해당된다. 북한이 어떠한 개혁도 하지 않고 지금의 상태를 지속하는 것이다. 변화지연의 이유는 변화할 능력이 없거나 의지가 없는 둘 중의 하나다. 평양은 선택적인 외교 개방과 특별한 개혁만 허용할 뿐, 체제 자체의 개혁보다는 체제 수호(system defending)의 노력들만 경주해왔다.
2. ‘연착륙’(Soft Landing) 시나리오다. 197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중국의 개혁이 여기에 해당된다. 북한이 부분적이든 전면적이든 진정한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다. 개혁에는 정권의 성격 전환, 경제 개혁, 정치적 자유화가 포함된다. 이 시나리오의 가능성은 매우 낮다. 김정일 위원장은 진정한 개혁이 자신의 권력과 체제에 대한 개혁까지 초래할까 두려워서, 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3. ‘경착륙’(Crash Landing) 시나리오다. 경착륙에는 다시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1989년에 여러 동유럽 국가들 그리고 1990년에 소련에서 일어난 것처럼 비교적 조용히 큰 무리 없이 전개된 체제 붕괴다. 다른 하나는 1989년 루마니아에서 일어난 것처럼 폭력과 혼란이 동반된 체제 전복이다. 이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는 없지만, 북한의 전체주의 체제가 전복될 가능성은 존재하고, 전복될 경우 체제는 중앙 통제 기능이 약화된 보다 느슨한 전체주의로 전환될 것이다.
스코벨은 위 세 개의 기본 시나리오를 설명하면서 북한 체제의 붕괴 가능성에 대해서는 별도의 논의를 부가했다. 그는 북한 붕괴를 결과물로서 예측하는 것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보았다. 즉, 가까운 장래에 북한 체제가 붕괴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정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붕괴의 가능성은 상존한다. “거시적 안목을 가지고 본다면, 북한의 체제 붕괴는 이미 시작되었고 진행 중에 있다”는 것이다.
위에서 설명한 세 가지 기본 시나리오가 융합된 혼합형 시나리오 두 가지는 다음과 같다:
4. ‘변화지연/연착륙 복합형’(Suspended Animation/Soft Landing Hybrid) 시나리오다. 이는 1990년대 쿠바의 경험과 가장 유사하다. 쿠바는 소련을 비롯하여 동유럽의 공산권이 무너지는 가운데 지금의 북한처럼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둘 간에 차이는 있다. 카스트로 체제가 특별 개혁을 실시한데 반해 북한은 국제 원조에만 매달려있다는 점, 그리고 쿠바와 다르게 북한은 극심한 식량 부족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유사점이 많다. 현재 생존해있는 독재자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점, 가까운 장래에 의미 있는 개혁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현 지도자가 와병 중인 점, 카스트로는 동생에게 권력을 이양했지만 여전히 권력을 쥐고 있고 김위원장은 아들에게 권력을 이양하려 하고 있는 점, 카스트로와 김위원장이 권력무대에서 완전히 사라지면 훨씬 크고 의미 있는 규모의 변화가 예상된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그래서 스코벨은 ‘변화지연/연착륙 복합형’시나리오가 북한의 향후 변화에 가장 유사할 것으로 보았다.
5. ‘연착륙/경착륙’(Soft Landing/Crash Landing Hybrid) 시나리오다. 소련이 러시아로 변한 경험에 가장 근접한 시나리오다. 소련은 1980년대 말 고르바초프 때는 연착륙하는 듯 했지만, 1991년 말에는 소련의 해체라는 경착륙을 경험한 것이다.
스코벨은 위 5개 시나리오 분석으로부터 얻은 결론과 함의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 김정일 체제의 종말을 북한의 종말과 혼돈해서는 안 된다. 김정일의 전체주의 체제가 몰락하면 그 자리에 예컨대 군부독재가 들어설 수 있다.
2. 북한에서 전제주의 체제가 몰락해야 의미 있는 개혁이 가능하다. 예컨대, 군부 체제의 등장과 함께 체계적인 경제 개혁이 단행될 것이다.
3. 북한의 무력 전복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주의 체제가 끝나야 주민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의미 있고 극적인 변화가 가능하다.
4. 붕괴는 결과물이 아니라 이미 시작했을지도 모르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가장 적합한 관점이다.
5. 정량화는 어렵지만, 북한에서 ‘지연된 붕괴 과정’이 이미 진행 중이라는데 학자들은 대체로 동의한다. 북한이 붕괴를 지연시키는 기술 좋은 관리 능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이것은 결국 불가능할 일을 단지 연장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6. 북한 붕괴가 마지막 단계에서 보일 특징은 경착륙이다. 붕괴 과정이 점진적, 누적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마지막 단계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경착륙의 마지막 단계는 이를 해결해야 하는 미국 같은 국가들에게 훨씬 어려운 짐이 될 것이다.
7. 북한 경착륙은 커다란 혼란을 수반할 가능성이 높다. 체제 붕괴는 단순한 권력 해체가 아닌 내전 혹은 조직적 반란군의 저항 형태 등을 띌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개월 혹은 수년 동안 물리력이 필요할 수 있다. 북한 붕괴 이후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정화에 심각한 장애가 될 것이다.
끝으로, 스코벨은 북한 체제 변화를 가늠할 다섯 가지 중요 지표와 두 가지 와일드카드 지표를 분석했다. 와일드카드란 앞의 다섯 가지보다 관측이나 예측이 어려운 지표라는 의미다:
1. 엘리트 지표다. 군부, 관료, 경제 전문가 등인데, 실용적으로 정의하자면 해외여행이 허용된 개인들을 엘리트로 구분할 수 있다. 엘리트 내부 분열로 붕괴를 가늠할 수 있다.
2. 개혁 지표다. 경제 개혁이 북한 변화의 중요 지표다. 만약 체제 개혁이 일어난다면 이는 전체주의 종말에 대한 분명한 증거가 될 수 있다.
3. 인민군 동향 지표다. 북한군 조직이나 방어 전략상의 의미 있는 조정은 변화를 가늠케 하는 중요지표다. 대량살상무기 혹은 장거리 탄도미사일 프로그램도 포함된다. 평가가 어렵지만, 군부의 도덕성과 권력에 대한 충성도도 매우 중요한 지표다.
4. 이데올로기와 매스컴 지표다. 주체사상, 선군정치, 강성대국 등 전체주의 이데올로기에 속하는 선전 문구의 변화, 매스컴 독점 구조의 변화 등이 중요 지표다.
5. 대외 관계와 외교 동향 지표다. 6자회담 등 다자 회담에의 참여, 남한과의 관계, 미국 등 주요 국가와의 관계 등에서 일어나는 변화 등이 중요 지표다.
6. 권력 승계 와일드카드 지표다. 전체주의 체제의 붕괴 가능성은 바로 이 권력 승계의 과정에서 가장 쉽게 일어날 수 있다.
7. 중국의 대 북한 정책 와일드카드 지표다. 중국이 북한 붕괴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대규모 탈북 사태다. 설령 남한 위주의 통일이 되더라도, 통일 한국이 중국에 호의적이고 통일로 인해 한반도에 이전보다 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환경이 조성된다고 믿게 되면 중국은 굳이 북한을 두둔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중국은, 민감한 안보 이익에 심각한 침해가 없다면 한반도에 군사 개입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외교적, 경제적 이해에 보다 많은 비중을 두어가고 있다.
스코벨의 주장은 일반적인 시나리오 분석에서 볼 수 없는 체계성을 지니고 있다. 그는 위의 정리에서 살펴본 것처럼, 시나리오화 그 자체에만 머물지 않고 시나리오 분석이 가진 한계점인 규격화를 복합형의 제시와 함의의 정리를 통해 보완했다. 그가 제시한 함의는 시나리오만 가지고 설명할 때 자칫 간과하기 쉬운 부분들을 따로 지적함으로써, 시나리오와 함의 두 가지를 함께 고려하면 북한 변화에 대해 보다 수준 높은 통찰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다. 게다가, 7개 지표는 북한 변화를 조망할 수 중요 부문을 잘 보여주고, 각 부문에서 어떤 구체적인 현상이 벌어질 때 그것이 변화 혹은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것임을 적시했다.
V. 결 론
이상에서 살펴본 다섯 개의 북한 변화 시나리오는 각각 고유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로버트 콜린스는 실무 전문가로서 가진 경험을 바탕으로 붕괴를 향한 단선적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여러 상관 변수나 요인을 동원하여 다양한 변화 방향을 탐구한 것이 아니라, 붕괴를 전제하고 여기에 이르는 과정을 일직선으로 단계화했다. 그래서 비전문가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그는 실무적 관찰을 바탕으로, 각 단계에서 나타나게 될 핵심적인 징후들을 쉽지만 의미 있게 잘 정리했다.
‘작전계획 5029’와 미 국방부 시나리오는 말 그대로 정부 차원의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미 양국이나 미국 정부가 급변에 대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현안임을 강조한 것은 북한의 급변 가능성이 결코 낮지 않음을 역설한다. 시나리오와 대응책의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양국 조야와 전문가 집단의 강력한 요구대로 양국은 유효하고 효율적인 대응책 마련에 진지하게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와이츠의 것은 대다수 시나리오들이 북한만 집중적으로 다루는 한계점을 보완하고 있다. 한반도 문제는 남북한뿐만 아니라 주변 4강의 영향을 받는다. 북한 붕괴 시 중국과 러시아가 취하게 될 판단과 정책 방향에 대한 그의 주장은 이런 점에서 가치가 있다. 스코벨의 주장이 지닌 가치는 앞에서 이미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그의 시나리오는 콜린스의 것과 대조를 이룬다. 즉, 스코벨은 유관한 많은 변수와 요인들을 거의 모두 동원하여 입체적인 통찰력을 가질 수 있는 시나리오와 주장들을 피력했다.
이 다섯 개의 시나리오는 매우 유용한 상호보완 관계에 있다. 다섯 개를 동시적으로 이해하면, 북한의 향후 변화에 대해 개연성 높은 예측이 가능해지고, 중시되어야 할 정책 방향을 합리적으로 선택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다섯 개 시나리오를 살펴보면서 얻은 중요 사실(fact)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북한에서는 이미 유의미한 변화가 진행 중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통제력과 사회적 통합력의 약화, 사회주의 경제 체제의 와해, 김 위원장의 건강 악화를 기점으로 권력 투쟁의 정치적 환경의 성숙 등이 진행 중이다. 북한이 2010년 현재 보여주고 있는 대외 강경노선, 대내 선전 강화, 공개 처형 등의 공포정치 강화 등도 콜린스의 지적처럼 북한이 이미 변화의 과정에 있음을 보여준다. 이 변화가 콜린스가 주장한 붕괴를 향한 변화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스코벨이 주장한바, 김정일 체제가 붕괴의 과정에 이미 들어가 있음은 사실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김 위원장의 사후에는 군부독재가 등장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 스코벨은 김정일 체제를 전체주의로 규정하면서, 이 체제는 필연적으로 붕괴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므로 김위원장이 세습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김정은 중심의 전체주의는 지속되기가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전체주의가 붕괴되면 그 자리를 군부 독재가 대신할 것이다. 군부 독재가 상당 기간 지속된다고 가정한다면, 초기에는 군부의 집단 독재가 자리 잡고, 시간이 지나면서 1인 독재로 가거나 아니면 장기적으로 중국식 혹은 유사 중국식의 정치체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셋째, 북한의 급변 혹은 붕괴 시 가장 중요한 긴급 현안으로서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관리통제, 남한, 중국 혹은 러시아 국경을 넘거나 배를 이용한 대량 탈주, 북한 사회의 붕괴에 이어질 주민들의 고통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 등을 들 수 있다. 이 가운데 최우선 순위는 핵무기 통제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의 마이클 오한론(Michael E. O'Hanlon)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가 가장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라고 할지라도, 북한이 8-10개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고 핵장치들을 계속 발전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 붕괴가 초래할 모든 우발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급변에 대비하는 한국의 중요한 정책 과제는 크게 대내, 대외적인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대내적으로, 남한정부는 우선 붕괴와 같은 긴급 사태에 대비할 스스로의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북한 붕괴의 가능성이 낮다고 대응 정책을 철저히 세우지 않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한 오한론의 경고는 미국보다 오히려 한국 정부에 더욱 해당된다. 천문학적 규모의 통일 자금 확보, 대규모 탈북자의 수용 및 정착 대책, 북한의 행정 공백에 투입할 전문 인력의 양성, 인도주의적 목적에 쓰일 생필품 공급 라인 확보 등은 준비가 상당 수준 진척된 상태여야 한다. 남한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북 노선 상의 갈등과 분열도 위기 해결을 가로막을 심각한 제약 요소다. 이명박 정부는 통일 관련의 국민 통합을 위해 실효적 방안을 속히 모색해야 한다. 이런 과제들에 대한 대비가 철저하지 못하면, 해방 공간에서 그랬던 것처럼, 위기 상황을 관리할 주도권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대외 과제는 두 가지로 대별된다. 먼저, 미국과의 철저한 공조다. 미국과는 전면적인 공조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은 북한 붕괴가 유발할 많은 중대한 문제들에 대처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위기 타계 및 안정화에 필요한 자금 확보, 적절한 행정 체계의 수립, 중국, 일본, 러시아 및 유엔에 대한 외교적 조처, 국제법적인 문제, 국가 및 국제기구가 대규모로 참여하는 인도주의적 지원 모색 등 많은 과제에 대한 공동 대처 방안이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중국의 입장과 이해관계를 잘 파악해서 적합한 정책 대안을 만들고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와이츠가 중국과 관련하여 주장한 내용의 사실 여부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북한 붕괴 시, 중국 군대의 북한 진입은 국토를 온전히 보존하는 통일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와이츠는 중국이, 안보 이익에 해가 되지 않고 오히려 국가 이익 추구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하면 남한 주도의 통일을 수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중국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정책 마련과 이의 꾸준한 실행이 북한 붕괴가 초래될 복잡한 상황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결국 한국의 통일 외교는 러시아와 일본을 무시하지 않은 한미중 협력의 새로운 틀 위에서 추진될 필요가 있다. 한미일 공조를 통한 중국과 러시아 견제는 한국의 안보이익에 중대 위기가 발생한 경우로만 한정해야 하고, 중, 러에게 이 점을 지속적으로 인식시켜야 한다. 한국의 통일외교는 ‘동북아 평화체제의 확립과 공동 번영’이라는 명확한 기치 아래, 새롭게 정립될 필요가 있다.
논문투고일 : 2010.7.27
심사완료일 : 2010.8.16
게재확정일 : 201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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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ract>
An Analysis on Major North Korea Collapse Scenarios
Cho, Kyung-Keun(Kyungsung University)
This paper analyzes five major scenarios on North Korean Collapse. These scenarios can be categorized into three: non-scholar security experts', governments', and scholars'. In the first category, Robert Collins's 'Seven Steps of North Korean Collapse' is selected for its reputation. In the second, 'OPLAN 5029' of the Korea-U.S. Security Consultative Meeting and U.S. Defense Department's scenario are chosen. In the third and final category, the scenarios of Richard Weitz and Andrew Scobell are analyzed; while the formal contributes by pointing out the posture of China and Russia in the case of North Korean collapse, the latter is more prominent. From the outcomes of the analysis, this article identifies the parts of the scenarios that became reality and suggests the policy guidelines for Korean government.
Key Words : North Korea, Scenario, North Korean Collapse, Korean Peninsula,
Korean Reunification, Kim Jong-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