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마라케시(Marrakech)
고대 모로코의 수도(首都)였던 마라케시는 모로코 중남부지역의 내륙에 있는 도시로, 모로코에서는 비교적 비옥한 평야의 중심부에 있는 도시이다. 우리는 사하라사막 낙타 사파리(Safari)와 다데스(Dades) 협곡, 토드라 협곡(Todra Gorges) 등 베르베르인들의 오랜 마을들을 둘러볼 목적으로 왔다.
저녁에 숙소에 도착했는데 이곳에서 아주 예의 바른 필리핀 루손섬 출신의 40대 초반의 젊은이를 만났는데 현재 직장은 미국 필라델피아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우리는 사하라 사파리를 할 예정이라고 하자 자기는 이미 내일 출발하는 패키지를 예약했다고 한다.
2박 3일짜리를 106유로에 했다기에 우리도 함께 갈 수 없느냐고 물어보는데 옆에 있던 숙소주인인 20대의 젊은 녀석이 자기는 70유로에 소개해 주겠다고 나선다.
이게 웬 횡재냐, 재빨리 연락해 보라고 해서.... 마침내 내일 새벽 출발하는 팀에 합류하기로 결정되었다.
‘마라케시에서 3박을 예약하고 왔는데 돌아와서 2박을 해도 되냐?’ ‘OK, 가방은 맡기고 가셔도 됩니다.’
일정이 어떻게 짜여 졌는지, 어떤 멤버로 구성되었는지 따지지도 않고 덜컥 돈(2명, 140유로)을 주어버렸다.
이튿날 새벽 집으로 데리러 온 사람을 따라 골목길로 나가보니 중형 승합차 안에 사람들이 꽉 차 있고 남은 자리는 우리 두 사람 자리뿐이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면 아주 훌륭한 선택이었다!!
중형 승합차에는 프랑스인 가족, 캐나다인, 스페인 친구들, 그리고 이태리 젊은이들...
우리까지 16명이 전부이다.
어쨌거나 그리하여 꿈에 그리던 사하라 사막 낙타 사파리를 떠났는데 처음에는 무슨 2박 3일이나 되나 의아했지만, 우리가 너무도 무지했다는 것을 여행하는 중에 깨닫게 되었다.
새벽 마라케시 출발☞ 아틀라스 산맥 통과☞ 다데스 협곡<1박>☞ 다데스 출발☞ 토드라 협곡 관광☞식물정원 관람☞ 에잇벤하두 성채 관람☞ 5시간대 황야 통과☞ 메르주가 도착<1박>☞ 새벽에 낙타투어☞ 마라케시로 되돌아오기
12시간 동안 차를 타고 갔던 길을 되돌아 마라케시로 오는 여정(旅程)으로, 중간에 고대 베르베르인 마을과 영화촬영장소 및 유적들을 몇 군데 둘러보는 대장정(大長程)이었다!!
그리고 어디 그뿐이었으랴... 가지가지 예상치 못했던 기상천외한 이변들의 연속으로 그야말로 신밧드의 모험이었다.
4. 사하라사막으로 가는 여정(旅程)
<1> 거대한 아틀라스(Atlas)산맥
거대한 아틀라스산맥 / 아틀라스 고개 정상 / 토드라 협곡 계곡길
마라케시를 떠나 한 시간쯤 달리면 거대한 산맥이 앞을 가로막는데 아프리카에 이런 거대한 아틀라스산맥이 있을 줄은 정말 몰랐다. 뱀처럼 구부러진 아틀라스 계곡 길은 가도 가도 끝이 없다. 내 고향 강원도 대관령이 아흔아홉 굽이라고 자랑을 했는데 이건 999 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꼬리를 물 듯 이어지는 수많은 아슬아슬한 고갯길이 연속으로 이어지고 거대한 산과 암벽들이 금방 쏟아질 것처럼 벌리고 서 있는 골짜기로 용케도 찻길을 뚫었다.
더구나 최고봉 투브칼산 높이가 4,165m라고 한다. (우리나라 백두산 2,744m)
마치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 한가운데 들어와 있는 느낌인데 정상에 올라왔다 싶으면 또다시 검붉은 거대한 산들이 첩첩(疊疊)이다. 모로코 쪽은 나무가 울창하고 푸른 산인데 산맥을 넘으면 대부분 검붉은 바위산이다.
이곳 어디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에잇 벤하두(Aït Benhaddou) 성채 마을이 있었다.
<2> 에잇 벤하두(Aït Benhaddou) 성채
에잇 벤하두 성채 전경 / 정상에서 내려다본 풍경 / 정상의 전망대
베르베르 부족의 하두(Haddou) 가문이 13세기에 세웠다는 이 성채(城砦)는 붉은 흙벽돌로 지은 전형적인 북아프리카식 요새인데 카스바(Qasba/Kasbah)라고 하며 황량한 주변 풍경과 어울려 너무도 아프리카적이다. 차가 작은 마을에 도착하니 앞에는 강의 흔적이 있고 시멘트 다리도 있는데 강 건너편에 붉은 성채가 있는데 안에는 사람이 살지는 않고 관광객이 오르는 좁은 골목길에 장사꾼들이 진을 치고 있다.
강에는 작은 도랑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는데 강 주변에 푸른 숲이 우거진 것을 보면 비가 오면 제법 강물이 흐를 듯싶다. 제법 가쁜 숨을 몰아쉬어야 정상까지 오를 수 있었는데 아래에서 보나 위에서 보나 너무나 이국적이고 신기한 붉은 흙벽돌의 성채이다.
이곳에서 엄청나게 많은 영화가 촬영되었다고 한다.
아라비아의 로렌스/글래디에이터/인디애나존스/소돔과 고모라/나자렛 예수/나일의 대모험/007/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쿤둔/미이라/알렉산더/킹덤 오브 헤븐/바벨/페르시아의 왕자/선 오브 갓(Son of God).....
여행 동지들 / 조개류 화석 / 와르자잣(Ouarzazate) 영화세트장
근처에 영화세트장도 있었는데 근처는 길목마다 작은 마을이 있고 또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찍을 때면 이곳에서 많이 찍는 모양으로 와자르잣(Ouazarzate)이라는 영화세트장도 제법 규모가 크다.
점심을 먹고 그늘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지나가던,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흑인 녀석이 담배 한 개비 달라는 손짓을 한다. 그냥 줄까 하다가,
‘Come on here(이리 와). Sit here(앉아 봐).
Tell me thanks in Korean(한국말로 감사합니다. 해 봐). Repeat after me.(날 따라 해 <감사합니다.>)’
이 녀석 ‘캄싸하니다.’ 다시 ‘<고맙습니다.> 해봐.’ ‘코마쓰미다’... 제기럴 담배 한 개비를 뺏겼다. ㅋㅋ
그곳을 지나 꼬불꼬불한 계곡을 한참 달리면 다데스(Dades) 협곡이 나타나는데 이곳은 수많은 화석과 수정이 발견되는 곳으로 유명하단다. 관광차가 멈추는 곳마다 늘어놓고 사라고 성화인데 화석 중에는 삼엽충, 암몬조개 등 고대 해양 생물의 화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이 바다였다가 융기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붉은색, 은색, 푸른색 수정(水晶)들도 수없이 많은데 값은 비교적 저렴한 편인데 나하고는 관계없는 일....
이 다데스 협곡 근처의 작은 마을에서 하룻밤을 잤는데 계곡 위 떠오르는 달은 정말 한 폭의 그림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