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사람과산 8월호_김규순의 풍수이야기 핏빛 바다를 품은 예향의 통영
글 사진 :: 김 규 순 통영은 조선시대 때에는 고성군에 속해있었다. 고성반도 끝자락에 있는 통영은 유래가 깊지 않은
동네이다. 그만큼 척박한 동네였다. 바닷가라서 바람이 많이 불고 경사가 급해서 논밭 등 경작지도 없고 생선을 잡는 일도 쉽지 않은 때였고 생선을
잡아도 소비층이 두텁지 않은 시기여서 사람이 살기에는 만만치 않은 곳이었다. 고성은 고성이씨의 관향으로, 고려말 충렬왕 때 려몽연합군으로 일본을
정벌할 때 이존비가 도순무사가 되어 군함과 전함을 조달하던 근거지였다. 고성은 논밭이 많아서 농경시대에 사람이 살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세병관 임진왜란 이후에
이순신장군을 기리기 위해 1603년에 세워진 건물로 국보 제305호.
여황산과 세병관
여황산이 투구와 같은 모양이라 장군봉의 역할을 하며 장군의 위엄을 더해준다 임진왜란이 일어난 때는 1592년 4월 13일 왜놈들이 쓰시마에서 출정했고, 4월14일에 부산성이
함락 당했다. 통영일대 바다는 임진왜란동안 전쟁터였다. 1592년에 치룬 해전만 보더라도, 거제 옥포대첩, 고성 당항포해전, 한산대첩,
안골포해전, 마산 합포해전, 사천포해전, 통영 당포해전, 부산포 해전, 고성 적진포해전 등이다. 지명을 볼 때 국립공원 한려수도는 임진왜란 당시
해전이 벌어진 전장이었다. 충렬사 이순신 장군을
모신 통영 충렬사. 강한루는 충렬사 입구에 있는 누각이다. 충렬사는 세병관에서 보았을 때 외백호 자락에 있으나, 그 자체로 하나의 형국을 지니고
있어서 충무공을 기리는 사당의 자리로써 손색이 없다.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혼자 앉아 통영은 수비형 전략요충지임에 틀림없다. 임진왜란 후 조선 수군은 공격능력이 미약했으므로 수비형의
지형을 선정했던 것이다. 북현무·좌청룡·우백호가 감싸고 안산과 조산이 켜켜이 놓여 있어서 외부의 적으로부터 항상 시간을 벌 수 있는 지형이다.
지리적 이점을 이용하지 못하는 장수는 패장이 될 수밖에 없다. 해전에서도 지리적인 이점을 이용하는 것은 매우 중하다. 섬은 적으로부터 나를 은폐
또는 엄폐해주는 보호막이다. 이순신 장군은 공격형 전략지를 선호 했지만, 임란후에는 수비형 전술지를 선호했다. 이순신 장군은 섬의 이러한 점과
암초를 잘 이용하였고, 임란 후의 장군들은 물자지원이 용이한 뭍에 바다를 매립하여 통제영을 구축하였다. 동래나 진해는 이미 왜관이 설치되어
있어서 조선수군의 군사적 비밀이 새어나갈 여지가 있는 지역은 배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통영동항전경
박경리 생가 사진 중앙
적벽돌담벽과 지붕은 고동색의 집이 박경리 생가이다. 서피랑 정상에 서 있는 서포루가 보인다. 멀리 미륵산의 모습이 펄럭이는 깃발처럼 예술적으로
보인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시로 유명한 김춘수(1922-2004) 시인도 통영에서 태어났다. 우리의 한을 토해내 듯 시어로 표현한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의 청마 유치환(1908-1967)과 형 유치진(1905-1974)도 통영 출신이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시인 초정 김상옥(1920-2004)은 <봉선화>라는 시도 우리들 가슴속에 남아 있다. 비 오자 장독간에 봉선화 반 만 벌어/ 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 두고 볼
것인가 우리나라 10대화가로 손꼽히는 전혁림 화백, 음악가 윤이상도 역시 통영태생이다.
백석 시인은 <통영>이란 시를 쓸 정도로 통영을 사랑했고, 화가 이중섭은 통영에 기거하면서
담배종이에 그림을 그렸던 곳이다. 항남동에 그가 기거했던 적산가옥이 아직 남아 있다. 우리나라의 천재화가 이중섭이 기거했던 적산집.
이곳에서 많은 작품을 그렸다. 통영은 격전지였다.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전쟁터였다. 마음 놓고 잠을 청하지도 못하는 곳이었다.
항상 왜의 수군과 대치하며 호시탐탐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어서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살아남는 전쟁터였다. 이렇게 삭막한 곳이 예술가들의 고향이
되었다. 통영은 전쟁과 예술은 우리 삶의 극과 극으로 우리 곁에 항상 함께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미항의 통영은 가슴 아리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
통영항 일대 매립지도
통영 동항의 수협 수산물 입하장 전경 김춘수 생가(위)와 동상(아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