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運命)으로 온 사랑-09]
“선생님, 잘 주무셨습니까? 11시 30분에 라비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저의 아내와 아이들이 인사하러 같이 왔습니다. 괜찮겠습니까? 공항 리무진 뻐스는 12시 정각에 출발합니다.”
‘예. 좋습니다.”
혜정이가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나는 전진희가 준 백을 찾아 테이블에 올려 놓았다. 한국을 떠나기 전에 열어봐야 할 것이다. 캐나다까지 닫은 채 가지고 갈 수는 없었다. 나는 혜정이가 어머니를 생각하며 혼자 열어 보길 바랐다. 시간은 우리에게 40분 정도 있었다. 내가 샤워하고 나와 옷을 입으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샤워를 시작했다. 거의 다 하고 몸을 타올 로 닦고 있었다.
“제임스! 이리와 보세요!”
나는 놀라서 급히 벗은 채 나왔다.
“왜 그래. 혜정아.”
“으흐흑~ 여보~ 제임스. 어머니가 이런 것을 남겨 주었어요.”
혜정이 나에게 보여 준 빽에서 나온 물품들은 단 두개였다. 하나는 토론토 한국은행 통장. 이름은 김혜정으로 되어 있었다. 금액은 CD250,000-. 그리고 약 100여장을 끼워 넣을 수 있는 비닐 주머니가 달려있고 그 속에 화폐수집용 화폐가 꽉 찬 앨범 하나였다. 내가 대충 훑어보니 귀한 것들 이었다. 그리고 그 위에 놓여진 흰 메모지에 쓴 손 글씨 ‘혜정아. 엄마를 용서해 다오. 엄마 몫까지 잘 살아다오.’
“김혜정. 이제부터 어떻게 사는 것이 엄마 몫까지 사는지 고민하면서 살도록 하면 돼. 내가 가능한 한 옆에서 돕겠다. 오케이? 이쁜 김혜정.”
“예. 제임스. 그렇게 할께요. 그리고 이제 한국을 떠나고 싶어요. 언제 다시 돌아올지는 몰라도 아픔과 슬픔을 다 두고 떠나고 싶어요.”
우리는 짐을 다 챙겼다. 나는 CD50-을 침대위에 올려 놓았다. 혜정이 나를 보며 수줍은 듯 미소 지으며 와서 손을 꼭 잡았다.
우리는 이덕구 가족과 만나 잠깐 인사를 나누었다. 인터컨티넨탈 호텔 라비도 위생거리를 지키며 쇼파들을 대부분 치웠기에 한가하였다. 우리는 거리를 둔 채 작별 인사를 하였다. 코비드-19의 파워를 새삼 느끼게 된 것이다. 혜정은 아쉬운 이별을 하듯 눈물이 눈에 글썽하였다. 나는 두대의 휴대폰을 이덕구에게 돌려주었다. 언제 다시 만나게 될 지 모르는 작별이었다.
“혹 캐나다에 오게 되면 미리 연락하게. 가족과 건강하게 잘 지내길 바라네.”
“예. 선생님, 건강하십시요. 그리고 사모님도 행복하게 잘 사십시요~”
“선생님. 이렇게 떠나시게 해서 어떡해요. 저희 집에서 식사라도 대접하여야 하는데… 죄송해요.”
이덕구의 사랑스럽고 예쁜 아내였다.
이별은 언제나 슬프다. 여행을 하다 보면 숱하게 많은 이별을 하게 된다. 그러나 여행은 다시 떠난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별은, 잊혀질 때까지 그냥 가슴에 남는다. 우리는 그들과 헤어지고 서울과 한국을 이별하였다. 지금부터 돌아 갈 길이 멀다.
우리는 말없이 뒤 돌아 보지도 않고 절차를 밟고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가 땅을 박차고 하늘로 솟아 오르자 그제서야 혜정이 입을 열었다.
"제임스. 왜 아무 말씀 안 해요? 저하고 같아요?"
"그래. 나도 한국을 떠나는 마음이 착잡하다. 애증의 세월을 한국에서 보냈기 때문에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구나. 혜정이는?"
나는 혜정이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눈에 눈물이 가득한 채 내 가슴에 쓰러지듯 안겼다.
"저는 요. 한국에서의 생활이 별로 기억에 남아 있지 않아요. 사춘기였는데… 왜 그랬는지 몰라요. 친구들도 별로 기억에 없어요. 어떡하면 좋죠?"
나는 혜정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어린 것이 앞으로 얼마나 잃어버린 시절의 추억들에 목 말라 할까? 앞으로 혜정이 생각으로 내 감정을 어디에도 나타낼 수가 없을 것이다. 그건 내 운명이니까 그렇다 치자. 허나, 이 어린 것의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나 두고 두고 고민할 것이다. 그게 내 새로운 삶의 가치일 것이다. 지금 혜정은 내 가슴에 안겨 색색거리며 자고 있다. 나는 혜정의 얼굴 모습을 가슴에 새겨 두려고 한참이나 들여 다 봤다. 이렇게 청순하고 아름다운 아이를 나에게 주시 다니. 순정한 마음과 사회의 잡다한 것들로 부터 때묻지 않은 맑고 밝은 이 아이를 내가 어떻게 감당할까? 남은 내 삶을 이 아이를 위하여 살아야 한다고 다짐하고 다짐하였다.
"혜정아. 이제 일어나야 돼. 곧 피어슨 공항에 도착한다."
"에이잉~ 나 토론토를 하늘에서 보고 싶었는데…"
그럼 어서 밑을 봐라. 아마도 저 아래가 브램톤일거고 우린 동쪽으로 더 가서 윗삐나 오샤와에서 돌아 서서히 마캄을 지나 노스욕을 또 지나 유티를 지나 공항 활주로에 내릴 거다. 싫도록 봐 둬라."
"제임스. 왜 그렇게 빙빙 돈 데요? 혜정이 잘 보라고 그러는 거지요?"
그러면서 혜정이는 몸을 도려 창가에 얼굴을 대고 맑은 하늘 아래를 보고 있었다. 눈 덮힌 토론토는 아침 햇살에 눈부시게 펼쳐져 있었다. 토론토를 보며 환호하는 혜정을 잡고 안전벨트를 채워 주었다. 이제 곧 도착하고 우리는 다시 라버레도 시티행 비행기를 찾아 타야 한다.
"헤이! 제임스. 이것 봐요. 캐나다에서 코비드-19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어요. 봐요."
그 사이 핸드폰에서 뉴스를 보다가 놀라 나에게 보라며 내 밀었다.
"우리가 라버레도에 도착하면 저희 병원에서 당신, 제임스를 당장 백신을 맞게 할거예요. 저도 같이 맞을 거고요. 아. 정말 잘됐어요. 어서 가야 하는데…"
"그럼 내려서 뛰어가지."
"에이잉~ 또 놀려요. 참 나뻐요."
다행히 라버레도로 가는 경비행기를 찾을 수 있었다. 10인승이었고 6명의 카메라를 잔뜩 맨 사람들이 동행이었다. 그들은 고대 유물을 찾는 탐사 팀이었다. 이제부터는 내가 활개를 칠 타임이었다. 제임스를 편안하게 집까지 도착하게 하고 뜨거운 탕 속에 집어넣어 그 동안 쌓인 피로를 다 풀어내도록 하여 야지. 그리고 백신부터 맞게 할 거다. 나는 마음이 벌써 바빴다.
"혜정아. 뭐가 좋아서 혼자 웃고 그러냐? 나도 좀 알자."
"제임스. 여보. 이제부터는 제가 하라는 대로 하시는 거예요. 여기서 부터는 제가 노는 동네이거든요."
"예. 알았습니다. 근데… 어떻게 하자고?"
"보고만 계셨다가 하라는 대로 하면 아주 좋아요. 오케이?"
나는 절로 신이 나고 힘이 났다. 내가 보살펴야 할 사람이 내 곁에 있다니 정말 꿈만 같았다. 불안한 마음으로 떠난 내가 며칠 만에 이렇게 희망이 가득해서 돌아오다니. 운명의 신이시여. 땡큐 쏘우마치. 절로 튀어나왔다.
"어. 누구에게 말하는 거야?"
제임스가 듣고 물었다. 나는 그의 얼굴을 봤다. 참 마음에 드는 얼굴이었고 정말 사랑하는 내 남자였다.
"여보~ 나 좀 꼬집어 줘봐요."
"이렇게."
"아야아~"
옆에 남자들이 놀라 나를 봤다. 정말 내 뺨을 꼬집은 거다. 아팠다. 너무 아프게 꼬집었다.
"I'm sorry. It dozen matter. This is our business. As I already told you he is my husband. This is love song."
나는 그들에게 안심시키고 제임스를 봤다. 그가 미소 짖고 있었다. 비행기는 흔들거리며 퀘백의 눈 위를 날고 있었다. 이제는 불시착해도 나는 걱정 없다. 왜냐면, 내가 사랑하는 내 남편 제임스가 있으니까. 그가 다 해결해 줄 거니까.
"여보~ 당신도 운명을 믿는다고 하셨지요?"
"응. 그런데?"
왠 엉뚱한 소리냐? 묻듯 나를 보며 말했다. 나는 그의 팔을 안았다.
"제가 라버레도를 떠날 때는 온통 마음이 불안했어요. 앞 일이 어떻게 전개될지 너무 걱정했어요. 다시 돌아 올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했구요. 그런데, 지금 누구하고 돌아가는 거예요?"
"ㅎㅎㅎ 김혜정이 남편 제임스 리하고."
"빙고! 맞았네요. 그래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상황이 벌어졌어요. 당신을 만나고 결혼까지 해서 금의환향하다니… 감격스러워요. 놀라워요. 그래서 운명의 신에게 감사한 거예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해드무스에서 내 삶을 조용히 마감하려는 나에게 61살의 평범한 삶을 끝내고 반란하라고 너를 나에게 보낸 거야. 전혀 새로운 내 삶이 이제 너와 함께 반란을 시작하는 거야. 나는 아름다운 반란을 만들어야 해. 너와 함께."
"여보. 제임스. 그러면 우리는 반란군이네요 ㅎㅎㅎ. 공범이 벌이는 당신의 반란에서 저는 영원히 혼신을 다해 그 역할을 멋지게 해 낼 거예요. 저는 걱정 안 해요. 당신이 저 없이는 살 수 없도록 만들 거니까요. 아셨죠?"
"사랑한다. 김혜정."
"여보. 사랑해요."
나는 가슴이 뜨거워졌다. 내 삶이 다시 불타기 시작한 것이다. 저 늙은 내 사랑을 내가 나와 같은 몸과 마음을 만들 것이다. 나는 위대한 삶의 목표가 만들어 졌다. 야호!
다들 또 나를 보고 웃었다. 웃든 말든 나는 신난 거야. 그때 기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라버레도 공항 도착 10분 전입니다. 준비해 주십시요."
나는 빵빵해진 빽쌕과 천으로 만든 쇼핑 빽 2개를 들었다. 제임스도 역시 빵빵해진 빽쌕과 롤 빽 2개를 들었다. 우리는 당분간 옷과 가정용품과 작은 전자제품 들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제임스가 꼼꼼히 챙겨 샀으니까.
드디어. 내가 놀던 땅. 라버레도 시티에 도착하였다. 우리는 일행과 헤어져 픽업트럭 택시를 잡고 짐을 싣고 내 집으로 왔다. 날씨는 눈이 와 있어서 추웠다. 아마도 영하 15도는 될 것이었다. 이 정도 쯤이야 생각하며 제임스가 사 준 캐나다 구스 점퍼에 달린 폭스 털 달린 후드를 썼다. 그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어이구. 내 사랑! 여기는 내가 노는 동네이거든요.
"제임스. 여보~ 저 곳이 제가 사는 콘도이예요."
내가 말하자 제임스는 창문을 열고 내다보며 놀랐다.
"와우~ 참 깨끗하다. 멋진데."
"지은지 3년 되었 데요. 그래도 저는 요, 당신 사는 캐빈이 더 좋아요."
그 말은 사실이었다. 그 동안 일에 공부에 바빠서 나를 돌보지 않았지만, 며칠 전 이곳을 떠나면서 내 스스로를 잠깐 돌아 볼 수 있었다. 나는 마음과 정을 나눌 친구도 선. 후배도 없었다. 대부분 모두가 일에 의하여 인사하고 안부를 묻는 정도였다. 퇴근해서 자고 일어나 출근하고 환자들과 부딪치고 강의 준비하고 강의하고… 그런 생활 연속이었다.
결혼이라 든 가 외롭다 거나 쓸쓸하다 거나 를 느낄 시간이 없었다. 그런데 너무 외롭고 쓸쓸한 메마른 생활을 나도 모르게 한 것이었다. 한국 출신 사람들은 내 주변에는 없었다. 눈물을 흘려야 할 이유도 시간도 감정도 가지지 못하였다. 그런데 이제부터 이 남자. 내 남편. 올드 제임스 때문에 가슴 아파하고 눈물을 흘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남자. 제임스가 모든 면에서 마음에 든다. 하나도 남 줄 것이 없다. 나에게는 완벽한 남자이다. 나이? 그건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내가 보여 줄 것이다. 그것이 내 삶의 새로운 목표이다.
"여보~ 저를 업고 제일 처음으로 집 안에 들어가면 안돼요?"
나는 그러고 싶었다.
"아. 맞아. 그래. 어서 업혀. 아니 안고 들어가야 겠다. 업어서는 안 보이니까. 내가 안고 보며 들어가 야지. 오케이?"
기대한 바와 같이 시원하였다. 우리는 쇼핑 빽만 문 앞에 남겨두었다. 나는 그가 나를 두 팔로 거뜬히 안자 일단 안심하였다. 내가 지금 아마도 60kg은 될 것이거든. 나는 그의 목을 꼭 안았다. 따스하였다. 그는 나를 추스려 가슴에 꼭 안았다.
"여보. 잠깐만 조금만 이러고 있어줘요. 당신 가슴을 느끼고 싶어요."
나는 그의 점퍼 지퍼를 열고 두 팔을 그의 가슴에 넣고 그를 안았다. 아. 얼마나 좋은 지 당신들은 모를꺼다. 그는 그렇게 하고, 문을 열고 우리는 함께 내 집으로 들어왔다.
"야호. 야~야호! 제임스. 지금 당신과 함께 집에 들어왔어요. 저는 이 순간을 잊지 않을 거예요. 사랑해요. 여보. 제임스."
"혜정아. 사랑한다."
그가 안은 채 키스해 주었다. 더 오래 있고 싶었지만…???
대충 방 정리가 끝나고 나는 커피 두 잔을 준비했다. 제임스는 트리플 트리플로. 그리고 담배 재털이로 컵에 물을 반쯤 담아 창가로 강이 보이는 테이블위에 놓았다. 해가 아직은 지기 전이서 환하였고 작은 바람에 흔들리는 겨울동안 가지에 붙어있는 나뭇잎들이 애처로워 보였다. 그 아래로 호수 같은 강이 흐르고 있었다. 제임스의 담배를 위하여 창을 열고 히팅을 좀 더 높이고 나는 그의 앞에 앉았다. 그리고 나는 그의 담배를 한 개피 꺼내 내 입에 물고 라이터로 불을 붙여 한 모금 빨고는 그의 입에 물려주었다. 그러한 나를 제임스는 놀란 얼굴을 하고 빤히 보고 있었다. 히힛~ 이게 재미거든.
"제임스. 당신은 뻐끔 담배를 핀다지만, 가능하면 조심해서 피워요. 요즘은 담배피는 사람들의 설 곳이 줄었어요. 저는 당신의 담배피는 모습과 생각하는 모습이 모두 좋아요."
나는 커피 한모금을 마시고 그의 담배 피는 모습을 봤다.
"혜정아. 나는 아무 곳에서나 막 담배를 필 정도로 중독이 되지 않았어. 그리고 앞으로도 사람들이 없는 곳이나 피해가 되지 않을 곳에서 가끔 필 거야. 그렇게 이해해 주길 바란다."
"예. 알았어요. 나중에 제가 다 체크해 볼 거예요. 제가 M.D.(Medical Doctor 의사)로서 내과(Internal Medicine : 소화기, 순환기, 호흡기, 내분비-대사, 신장, 혈액종양, 감염, 알레르기, 류마티스, 중환자의학, 노년의학) 전문의(IMD) 이고 페밀리 닥터(FM.D)와 비뇨기과. 이비인후과 닥터 역할을 다 할 수 있어요. 저는 의사로서 제네바 선언 (Declaration of Geneva)에 의한 맹세도 하였어요. 잘 들으세요.
제네바 선언 (Declaration of Geneva, Physician's Pledge)
의사의 서약
의료 전문가로서 :
*저는 인류를 위해 제 삶을 바칠 것을 전적으로 맹세합니다.
*환자의 건강과 웰빙이 가장 먼저 고려됩니다.
*나는 환자의 자율성과 존엄성을 존중할 것입니다.
*나는 인간의 생명을 최대한 존중할 것입니다.
*본인은 연령, 질병 또는 장애, 신념, 민족적 출신, 성별, 국적, 정치적 성향, 인종, 성적 지향, 사회적 지위 또는 기타 요인을 고려하여 내 의무와 환자 사이에 개입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나는 환자가 죽은 후에도 나에게 털어 놓은 비밀을 존중할 것입니다.
*나는 양심과 품위를 가지고 훌륭한 의료 행위에 따라 내 직업을 수행 할 것입니다.
*나는 의료계의 명예와 고귀한 전통을 키울 것입니다.
*나는 나의 교사, 동료 및 학생들에게 그들의 정당한 존경과 감사를 드릴 것입니다.
*나는 환자의 이익과 의료 발전을 위해 나의 의학 지식을 공유 할 것입니다.
*나는 최고 수준의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내 자신의 건강, 웰빙 및 능력의 증진에 참여할 것입니다.
*나는 어떤 위협이 있더라도 인권과 시민의 자유를 침해하기 위해 나의 의학 지식을 사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이 약속을 엄숙하고, 자유롭고, 명예롭게 지킵니다.
(The Physician’s Pledge
AS A MEMBER OF THE MEDICAL PROFESSION:
*I SOLEMNLY PLEDGE to dedicate my life to the service of humanity;
*THE HEALTH AND WELL-BEING OF MY PATIENT will be my first consideration;
*I WILL RESPECT the autonomy and dignity of my patient;
*I WILL MAINTAIN the utmost respect for human life;
*I WILL NOT PERMIT considerations of age, disease or disability, creed, ethnic origin, gender, nationality, political affiliation, race, sexual orientation, social standing or any other factor to intervene between my duty and my patient;
*I WILL RESPECT the secrets that are confided in me, even after the patient has died;
*I WILL PRACTISE my profession with conscience and dignity and in accordance with good medical practice;
*I WILL FOSTER the honour and noble traditions of the medical profession;
*I WILL GIVE to my teachers, colleagues, and students the respect and gratitude that is their due;
*I WILL SHARE my medical knowledge for the benefit of the patient and the advancement of healthcare;
*I WILL ATTEND TO my own health, well-being, and abilities in order to provide care of the highest standard;
*I WILL NOT USE my medical knowledge to violate human rights and civil liberties, even under threat;
*I MAKE THESE PROMISES solemnly, freely, and upon my honor. 이상,
이것들이 제가 제 남편인 제임스와 함께 할 수 있는 이유들 이예요.”
"내가 사랑하는 혜정이가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럴까?"
미소 지으며 말하며 그는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저 음성과 미소에 내가 퐁당 빠졌다. 나는 그 함정에서 빠져나오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 함정에서 녹아 같이 새로운 호수가 될 것이다.
"여보. 제임스. 당신은 여기서 코비드-19백신을 맞고 어떻게 할 거예요. 저는 당신이 여기서 살고 싶다면 저도 여기서 살겠 어요. 그러나 당신이 해드무스에서 살고 싶다면 저도 함께 그곳에서 살 거예요. 그곳 에서도 저가 할 일이 있을 것 같아요. 당신이 사는 곳에는 당연히 저가 있어야 해요. 저는 당신 없이는 살 수 없어요. 저는 이제 혼자가 아니 예요. 결혼한 지 아비가 있는 유부녀예요. 저는 당신과 함께 라면 무엇이든 할 수가 있어요. 제 말 가슴에 꼭꼭 넣어 두세요. 그리고 지금 당장 약속해주세요."
그는 담배를 재털이에 넣은 지 좀 되었다. 그리고 나를 보고 있었다. 한국 속담에 콩깍지가 눈에 씌면 앞에 있는 것은 다 좋아 보인다 고 한 말이 생각났다. 지금 내가 그 콩깍지를 영원히 씐 것이다. 그는 눈 깜짝하지 않고 내 입을 보고 이야기를 듣고 있다.
"무슨 약속?"
그는 흔들림없이 입만 열어 말했다. 거실 공기는 적당히 더웠다.
"저와 죽을 때까지 함께 한다는 말. 그 약속을 해주세요. 지금 당장."
"지금 당장?"
"예. 지금 당장."
"보증서도 없는데…"
"저는 당신을 믿잖아요. 당신 말이면 돼요."
갑자기 그는 일어나 빽쌕을 찾았다. 나는 깜짝 놀랐지만, 믿었다. 그는 빽쌕에서 나이프를 꺼내 가져왔다.
그제서야 나는 놀라서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무슨 일을 벌이려고 저럴까? 걱정하며. 그는 칼을 폈다. 저 정도 크기면 급소가 아니면 살인할 수는 없다. 내가 내과 의사이다.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그의 움직임을 주시하였다. 그는 다시 내 앞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그는 뚫어지듯 나를 봤다. 내 얼굴을 주시하였다. 긴장된 얼굴이다. 왜? 어쩌려고? 나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보고 있었다. 그가 나를 찌른다면? 나는 그냥 찔리리라. 제임스 맘대로 하세요. 나는 제임스 것이니까요. 그렇게 마음의 각오도 하였다.
"김혜정!"
나는 놀라 정신을 차리고 대답하였다.
“예!”
"나, 제임스 리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김혜정만 사랑하며 죽을 때까지 함께 같이 살 것이다. 나는 피로서 김혜정 앞에서 내 운명에 맹세한다."
그는 말을 마치자 칼 날로 왼쪽 검지 손가락을 그었다. 피가 솟아올라왔다. 피는 맑고 붉었다. 그가 건강하다는 증거이다. 나는 감동보다 먼저, 의사 로서의 관찰이 먼저 튀어나온 내가 미웠다. 나는 왼손으로 그의 칼 든 손의 팔목을 잡고 앞으로 당기며 내 오른손 검지 손가락을 그 칼에 그었다. 맑고 붉은 피가 튀어나왔다. 나는 그의 피 나오는 손가락에 나의 피 나고 있는 손가락을 붙었다. 두 피 나오는 손가락은 하나로 붙었다. 나는 너무 행복하여 눈물이 나왔다. 그는 놀라며 내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 속삭였다.
"혜정아. 사랑하는 혜정아. 너가 이렇게 하다니… 너는 안 해도 되는데."
"바보 같은 내 남편 제임스야. 당신과 나는 이제 피로 운명의 신에게 맹세한 부부예요. 여보. 안아 주세요."
"혜정아."
첫댓글 혜정이와 제임스..
피로서 맹세한 사랑이네요
둘의 뜨거운 사랑이야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