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의학과 차크라
정신신경면역학은 마음이 면역계의 기능에 영향을 주고 이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된다. 수십 년전만 해도 마음이 면역계에 영향을 준다는 점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근본적으로 마음이라는 것은 과학적으로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여겼다. 또한 과거 생리학은 신경계, 내분비계, 면역계가 각각 별개로 작용을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20세기에 들면서 연구가 시작된 스트레스 연구로부터 차차 새로운 증거들이 축적되고 이를 토대로 마침내 20세기 후반에 정신신경면역학이 시작되었다.
정신신경면역학은 신경계, 내분비계, 면역계의 상호작용 및 연관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마음, 뇌, 면역계 간의 양방향 상호작용과 그에 따른 임상적 질환의 발현, 진행, 억제에 관하여 연구하는 이론이라는 의미에서, 정신신경면역학을 '몸과 마음의 생리학(physiology of psyche and body)'이라 부르기도 한다. 또한 마음, 정서, 영성과 같은 개인의 정신세계가 외부의 세계와 상호작용하여 신체적 변화를 유도하는 방식을 전통적 생리학과 통합하는 학문이라는 의미에서 '통합생리학(integral physiology'이라 불린다. 생리학은 생명의 몸에 관한 이론이지만 통합생리학은 몸, 마음, 영성을 포함한 생명의 모든 것에 관한 이론이다.
정신신경면역학의 핵심은 면역계와 뇌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정신신경학적 변화와 면역세포의 작용을 연결하는 통로 중 하나인 자율신경계의 섬유들이 면역조직에 분포되어 있어 면역기능 조절이 가능하다. 신경계와 면역계는 신경전달물질과 사이토카인에 의하여, 면역계와 내분비계는 사이토카인과 호르몬에 의하여 내분비계와 신경계는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에 의하여 연결되고 소통하고 있다. 스트레스의 영향을 완화하는 방법은 실제로 면역력을 향상시켜 질병의 회복과 건강 증진에 도움이 준다는 것이 많은 연구에서 밝혀졌다.
정신신경면역학을 기반으로 하여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고 있는 심신의학(mind-body medicine) 분야는, 감정적 스트레스와 질병의 관계에 대하여, 다양한 호르몬 등의 화학적 관계에 대한 많은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였다.
정신신경면역학이라는 용어는 정신 구조(감정), 뇌(신경학), 그리고 우리 몸의 면역기능(면역학)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분야의 과학자들은 몸을 통해 흐르고 있는 광범위하고 다양한 호르몬 메시지들이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면역시스템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가를 발견하였다. 최근까지, 대부분의 정신신경면역학자들은 우리의 면역 방어 기능을 통제(혹은 억제)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우리의 몸과 뇌의 언어와 화학적 코드에 대해 일차적으로 초점을 맞추어 왔다.
몸의 생리학적 시스템의 전체 에너지 균형에 차크라의 공헌을 더하면, 정신신경면역학자들은 스트레스와 관련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우리의 면역시스템과 장기를 조절하는 전환 에너지 인자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차크라는 감정과 정신적 에너지 전환으로 강력한 기능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에너지 주입은 단지 질병 혹은 건강에 기여하는 생물학적 정보 전달을 위해 우리 몸이 사용하는 코드화된 메시지의 다른 종류일 뿐이다. 독특한 감정적 그리고 정신적 피드백 시스템의 한 종류이기도 하다. 차크라의 기능장애 영향의 핵심은 우리 몸에 전달하고 처리하는 상징적 정보의 본질과 관련이 있다 한다.
마음으로 면역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것과 관련된 중대한 실험은 정신신경면역학의 시작과 관련하여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것이다. 로체스터 대학의 심리학자 Robert Ader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었다. 그는 단맛이 나는 사카린 물을 좋아하는 쥐들에게 구역질을 일으키는 사이크로포스파마이드(cyclophosphamide)를 타 먹여서 구역질을 하게 하였다. 반복적으로 이를 계속하자, 나중에 쥐들은 사카린 물만 먹여도 구역질을 일으키는 조건반사를 일으켰다. 조건반사가 유도된 쥐들은 죽게 되었다. Ader는 면역학자인 Nicholas Cohen과 원인을 파악하는 연구에 착수했고, 그 결과 쥐를 죽음으로 몰아간 이유가 면역계의 파괴이며 이는 마음이 정신신경면역체계와의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음이 증명된 것이라 하였다. 인체 역시 마찬가지라 주장을 하였고 Ader는 정신신경면역학이라는 용어를 제안하였고 정신신경면역학이 시작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몸과 마음은 신경계, 내분비계, 면역계의 양방향 소통을 통해 하나가 된다. 사지의 끝 말초에서부터 중추신경을 지나 마음과 행동으로 이어진다. 신경전달물질의 기전은 인체의 어떤 기관에 국한하지 않는 것처럼, 마음은 뇌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온몸에서 만들어진다. 뇌는 마음으로 몸의 생리적 변화를 일으키는 곳이다. 그리고 몸과 마음은 뇌를 움직인다. 인지는 정서를, 정서는 생리적 변화를 일으킨다. 현대의 정신신경면역학은 오래 전의 인도의학이나 20세기 문화의 변화로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한 영성(spirituality, 靈性)을 학문에 포함시키고 있다.
마음이 내분비계와의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음은 많은 학자들에 의하여 밝혀졌다.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면 성장호르몬 계통에 문제가 많은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성장호르몬이 분비되어 키가 정상적으로 자라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Berga는 많은 여성들이 월경이 없는 이유에 대하여 조사를 하였는데, 마음속에 월경이 귀찮고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무월경 여성이 많아지는 현상의 큰원인으로 보았다.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 특히 우울증 환자에게서 프로락틴(prolactin) 호르몬 분비가 증가된 이유가 마음의 스트레스라는 것임을 이탈리아의 심리학자 Nicoletta Sonino가 밝혔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정신과 교수 Margaret Kemeny는 연극배우가 악역을 끝낸 다음 혈액을 분석하면 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한다고 하였다.
Blalock은 『신경면역내분비학』이라는 책에서 마음은 뇌와 면역계와 서로 연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내분비계와도 연결되어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면역세포들은 코르티코스테로이드(corticosteroid), 인슐린(insulin),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 에스트로겐(estrogen) 및 성장호르몬 등과 같은 호르몬의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면역세포는 뇌하수체에서 분비하는 성선자극호르몬 및 에스트로겐 등을 생성하기도 하고 신경전달물질을 생성하기도 한다고 하였다. 이 모든 것은 마음이 정신면역체계와 깊은 연결이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 연구 결과이다.
심신의학 관점에서의 차크라는 심리학적 접근이 중요하다. 현대 심리학은 Wilhelm Wundt가 1879년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심리학 실험실을 운영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한다. 초기에는 심리학 연구를 실험을 통하여 시작되었기 때문에 '실험과학'이라 불렸고, 인간 행동 탐구 학문으로 시작하였다. 인간의 내적 사고와 감정을 추론적으로 연구하는 과정을 거쳐 현대에는 자아초월심리학에 접근할 수 있었다.
현대심리학 중에 차크라를 심도 깊게 다룬 심리학이 있는데 정신생리학, 요가심리학, 분석심리학 그리고 자아초월심리학이다. 요가생리학은 차크라를 정묘체(subtle body)의 시각으로 보고 접근하였다. 요가생리학은 인체가 정묘하면 할수록 실재(實在, reality)에 더욱 가깝고, 물질은 정묘한 차원의 대응물이라고 본다고 하였다. 반대로 생물체와 물질의 복잡한 현상은 물질적 원리에 근거한다고 하는 주장도 있다. 이런 다른 논리에도 불구하고 요가생리학은 서양에서 과학적 기반으로 찾으려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차크라의 정묘체가 과학적 에너지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내려는 시도이다. Reuvwn Feuerstein는 2013년에 차크라의 정묘체와 신체를 물리적으로 연결시키려는 시도는 탄트라 사상에서 기인한 특성이라고 보았다.
탄트라는 인체를 진리의 깨달음의 매개체로 여기고, 정묘체는 정신과 물리적 인체로 연결하는 단순한 물질적 특성을 가진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차크라의 생리적 접근이 허용되는 것이라 한다고 주장하였다. Satyananda Saraswati는 『쿤달리니 탄트라』에서, 차크라를 쿤달리니가 중추신경계와 내분비계 그리고 생체에너지 차원으로 연관되었다고 설명하고 있으며, 정신생리학적 접근을 계속해 왔다. 그는 차크라가 망상조직으로 되어 있고, 중추신경계의 척수를 통하여 상호연결하여 작용하며 뇌와도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차크라는 정신생리학적 기반에 있으므로 몸, 마음, 정서에 영향을 미치고, 육체적, 심령적인 에너지를 만든다고 주장한다.
양자론과 상대성이론,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신과학적 사고는 모두 동양의 전통 철학들로부터 커다란 영감을 얻었다. 그 핵심은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전일적 철학이다. 전일적 철학은 서양에서도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하나의 작은 세계로서 존재하는 인간을 묘사하는 소우주에 대한 개념 역시 소크라테스 때부터 출발하였다.
심신의학의 원리를 양자물리학으로 풀어내려는 시도는 오래전부터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양자물리학의 원리를 실제 임상 사례로 직접 연결하려는 시도는 현재까지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정신신경면역학은 양자물리학과 의학을 잇는 가교이다. 생리학이 물리학과 의학 사이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차크라 힐링에 관한 정신신경면역학적 고찰/ 정문성 선문대학교 대학원 통합의학과 박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