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부장 A씨는 최근들어 대변을 하루에도 10여차례 보고,간혹 피도 섞여 나와 약국에서 구입한 치질약을 복용했다. 워낙 바쁘기도 했지만,혹시 암이라고 하면 어떡하나 걱정되어 병원을 찾지 못하고 그렇게 1년을 버티며 지냈다. 그러나 체중이 갈수록 줄고 피가 나오는 빈도가 늘어 결국 빈혈까지 느끼게 되자 어쩔 수 없이 동네 병원을 찾은 A씨는 이미 진행된 직장암이니 큰 병원으로 가라는 말을 듣고 아연실색했다. 대장·항문병 전문 양병원 양형규 원장은 “한국인의 육류 섭취가 증가함에 따라 대장암은 이제 모든 암 중에서 4번째로 많이 생기는 암이 됐고,대장암 중 40%는 항문 바로 위에 있는 직장에 생긴다”며 “이 경우 항문을 절제하고 대장을 복부로 빼내는 인공항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증상이 없더라도 40대이후엔 정기적인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예방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양 원장은 강조했다. ◇지난해 급증 암 2위=대장암은 70년대까지만 해도 발생률이 10위 안팎에 머물다가 최근 급격히 발생률이 상승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근 발표한 2002년 암통계 자료에 따르면,신규 암환자 중 대장암은 10.9%로 위암(18.9%),폐암(12.4%),간암(11.5%)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특히 2001년에 비해 급증한 암은 여성의 유방암(11.1%)과 함께 대장암(11%)이 1,2위를 차지했다. 연령에 있어서도 서구는 주로 60대에 발병하지만 한국인의 경우 50대 이전 발병률이 높으며 30∼40대 젊은층의 발생률도 갈수록 늘어나 주목받고 있다. 대장암의 원인은 아직 확실히 규명돼 있진 않지만 일반적으로 서구화된 식생활의 증가가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다. 최근엔 유전적 원인에 의한 대장암 발생도 5∼15%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 경우 원인은 명확치 않지만 출생시부터 결함이 있는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므로 일반인보다 대장암에 걸릴 확률도 높아지게 된다. 특히 한가족에 2명이상의 대장암 환자가 있는 경우,종양 발생 연령이 젊고 중복암의 빈도가 높으며 오른쪽 결장암이 많다는 최근 보고도 있다. ◇이럴 땐 대장암 의심=변비나 설사는 대장암의 중요한 증상. 대장은 길이가 약 5m인 길다란 관 모양이며 암이 발생하면 그 곳이 좁아져 변의 통과가 잘되지 않아 대장의 연동운동이 방해를 받기 때문에 변비나 설사 등을 일으킨다. 항문에 가까운 직장에 암이 생기면 우리 몸은 직장에 대변이 있다고 느끼게 된다. 때문에 대변을 본 후에도 자꾸 대변을 보고 싶은 느낌(잔변감)을 받는다. 배변을 하루에 3회이상 한다면 직장암을 의심해 봐야 한다. 혈액이나 점액이 섞인 변이 나온 경우도 암일 경우가 많으므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특히 한달 이상 혈변이 지속되면 반드시 의사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 대장암 초기에는 복통을 느낄 수 없지만 암이 진행되면 복통이 오고 소화불량 증세가 나타난다. 체중이 감소하는 것도 증상 중 하나. 암이 커지면 복부에서도 덩어리가 만져질 수 있으며 출혈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빈혈이 생긴다. 암이 커져 장이 막히면 배가 불러오고 복통과 함께 구토를 하는 경우도 있다. 병원을 찾는 대장암 환자의 18%가 이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다. 특히 암덩어리가 커지면서 위치에 따라 증상이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서울 대항병원 대장암센터 이두석 과장은 “우측 대장암일 경우는 체중 감소,빈혈,소화불량,복부 팽만 등의 증상을 보이고,좌측 대장암은 주로 S장이 막혀서 나타나는 증상이 많은데,변을 봐도 시원치 않고 힘들며 변보는 횟수가 많아지고,점액이 계속해서 나오며 출혈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개복않는 복강경 수술 각광=대장,직장암의 치료는 외과적 절제 수술이 필수. 수술 전후에 항암제 투여나 방사선 치료 등이 보조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적절한 시기에 수술하느냐에 따라 치료의 성공여부가 달려있다. 방사선 치료는 암 초기에는 하지 않는다. 암이 어느정도 진행된 사람에게 국소 재발을 없애거나 수술전 암조직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 사용한다. 수술은 개복(開腹)수술이 원칙이지만 요즘에는 개복않고 ‘복강경’을 이용한 시술법이 많이 이용되고 있다. 환자의 배 3∼4군데에 0.5∼1㎝크기의 작은 구멍을 뚫은 뒤 복강경을 집어넣고 영상을 보면서 시술하는 방법이다. 최소 부위 절개로 수술 후 통증이 적고 입원 기간도 짧으며 개복으로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모든 대장암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진행성 암인 경우에는 적합하지 않다. ◇변비 예방이 곧 대장암 예방=변비가 대장암 발생확률을 높인다. 대장암의 절반이 직장에 생기는데 변비가 있는 사람들은 대변이 직장에 머무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직장암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 따라서 배변은 매일 하는 것이 좋고 식물성 섬유소가 풍부한 음식물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섬유소는 발암 물질을 흡착해 대변과 함께 배출시키므로 직장암 발생을 억제한다. 쇠고기 등 붉은 색 육류나 인스턴트식보다 과일,콩,오이,고추,현미,밀기울,파 등 채식 위주의 전통 신토불이 음식을 먹는 것이 이롭다. 규칙적인 운동도 필수. 신체가 활발히 움직이면 장의 연동운동이 활발해지고 대변이 장내 통과시간이 짧아져 장 건강을 튼튼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이 과장은 또 “대장암은 식생활,배변습관 등 환경적 요인도 중요하지만,대장의 용종이 암으로 진행되는 유전적 요인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대장 내시경 검사를 통해 자신의 대장이 용종이 생기는 체질인지 아닌지를 미리 파악해 두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민태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