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 관한 시모음 8)
큰언니 /유소례
강아지 두 마리
상자에 담아 이고 버스를 탄다
오 십리 길 오일장을 찾아
강아지 팔러 다니더니
어느 때부터인가 집안 살림에 앞장 선 언니
두꺼운 철판을 가슴에 깔고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멀리 살 속까지 박힌 울화를 짊어진 채
미개 나라 틈에 끼어 살고 있더니
태산을 놓고도 막걸리 한 사발에
황소가 되어 넘고야 마는 말없는 가슴
불그레한 여인의 살갗이 숯덩이로 변해버린 언니
그래도 그 마을에선 사람 냄새 풍기는 인심이라고
오가는 발길이 끊이지 않더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문화를 외치는 내 바램에는
코웃음 한번으로
문명도 편리함도 내동댕이친 언니
남편과 토끼 같은 새끼들을 사랑함일까
꾸역꾸역 아궁이에 군불만 지피더니
강아지 팔지 못해 다시 머리에 이고
쫄쫄 골은 배를 허리띠 질끈 추스르던 언니
눈썹 하나 찡그리지 않고 집에 돌아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동네 한 바퀴 푸짐한 웃음 웃고 다니더니
머~ㄴ, 머~ㄴ 돌아오지 못할 세상 밖으로 가버렸네.
가족 /동호 조남명
부부 둥지 만들어
사랑의 흔적으로
태워준 자식
천륜으로 맺어진
뗄 수 없는 불변
보듬고 사는 맨 가까운 붙이
믿음, 사랑으로
마음 넓히고 덕 키우는
부모, 부모의 부모
자식, 자식의 자식
모자람의 여유 속
사랑으로 숨쉬는 관계
눈빛, 표정만으로 사는
보금자리가 있어 내가 살고 산다.
언니는 종고 산에 나무하러 올라갔다 /황인숙
꿈속에서도 그리운 어릴 때 살던 고향 여수 동산동
동 국민 학교 뒤 마을 뒤 산 종고 산
나라에 기근이 있을 때마다 웅 웅 하고 울었다고
우리 언니는 종고 산에 올라가
나뭇가지솔가지와 누런 솔잎 낫으로 베고
갈퀴로 긁어모아 세끼 줄로 묶어 머리에 이고와
부엌 한 귀퉁이에 산더미처럼 재어놓고
아궁이에 불을 지펴서 솔가지 솔잎가루
뿌려가며 불을 지펴 불꽃이 활활 타오르면
보리에다 쌀 한 웅 큼 섞어 까만 솥에 밥을 하면
김이 모락모락 나고 기름기가 반 질 반질하게
맛있는 밥을 지어 먹었다
굴뚝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잘 피어올라야 구들장이 따끈따끈해지면
언니는 행복해했다 언니마음은
매일 매일 산에 나무하러올라가는 것이
아버지 어머니에게 효도하고 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이라 생각했네.
누이야 /김경철
벽에 막혀 주저앉아
울고 있는 누이야
너무 힘들어서
서럽게 울고 있는
누이의 자그마한 체구가
안쓰러워서 다가가
어깨를 어루만져 주려고 하지만
미안한 마음이 앞서
다가가지 못하고 서 있어
항상 무거운 짐만 주는
못난 동생이 미울 텐데
힘들다 말 못 하고
그냥 참고 있는 누이야
아프고
힘이 벅차도
우리 포기하지 말자
울지 않고
희망을 안고 견디다 보면
웃는 날은 올 거야
누이야
누이야
사랑스러운 나의 누이야
행복한 가족 /권오범
강남에서 봄바람 타고 신혼여행 와
서까래 귀퉁이 무상 임대해
내외가 지은 단칸방
어린 것들 성장해 옴나위없자
자진퇴거준비가 한창이다
첫 비행에 성공한 사남매가 막내더러
하나도 안 무서우니 빨리나오라고 조잘조잘
사중창 꽈리를 불어대는 아침
호들갑스런 재촉에도 미지의 세계가 두려워
어미 속을 바작바작 태우더니
강아지에게 한눈파는 사이 막내도
허공 가로지른 이착륙장 밟았다
첨본 햇귀에 날갯짓 목욕하다가도
엄마의 강남이야기가 솔깃해
다소곳이 갸웃대는 열쭝이 다섯
아빠가 잠자리 물고 와 감질나게 유혹하다
살걸음으로 허공을 가르자 신기한 듯
부리로 원을 그리며 따라가는 눈동자들
본격적인 비행연습 앞두고
바지랑대가 긴장하고 있다
오 남매 /기영석
어미의 탯줄에 잉태하여
시시각각 태어났지만
여기서 하나가 없다면
삶에 얼마나 불편하겠는가
삶에 시달려 이마엔 밭고랑이
머리에는 찬 서리가 내렸으니
남은 인생 계산기가 없더라
희망도 행복도 모두가 허상이고
보이지 않으니 붙잡지도 못하고
구름처럼 강물도 흘러만 가는데
내 몸이 노화인 걸 누구를 탓하랴
다섯 손가락 건강해달라고
돌부처에 합장해 빌었더니
대답 없는 메아리뿐이고
반지의 아픔에 인지가 아파져 온다.
우리 가족 /루수 김상화
햇살처럼 빛나는
사랑 가득한
가정을 만들어 봅시다
나의
맑은 웃음은
아침을
향기롭게 만듭니다
웃음꽃 핀 아침은
우리 가족
에너지로 충전됩니다
충전된 에너지는
우리 가족
신바람 나는
행복한
하루의 일과가 되지요
형제 /김기월
한부모 밑에 태어나
옹기종기 살부비며
클때는 사랑 이엇지
자라면서 아웅다웅
한솥밥 먹으며 몸으로
부대끼면서도 형제엿고
장가가고 시집가고
다들 가족이 생기고
사는데 바빠도 그리움이었어
세월이 흘러
검은 머리 흰머리 되고
부모 땅에 묻고 나니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진한 아픔으로 바라보며
눈물로 눈가 짓무르니
부모는 땅에 묻고
살같은 형제는 가슴에 묻어
추억으로만 살라하네
가족사랑 /권승주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가족
아내와
토끼 같은 딸 둘
아침이면 출근준비에
어두웠던
전등이
하나 둘 켜집니다
나는 갈곳이 없어
고독한
섬이되어
갈매기와 밀려오는 파도
벗이 되어
하루를 보냅니다
나는 평생을 하루같이
돈을 벌어
가족에게 모이를 주었더니
이제는
세상이 바뀌어
전쟁터에 나간
딸과 아내가 걱정스런
저녁이 기다려 지는
아픈 마음 입니다
사랑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이 세상에서
가장 기까운 가족의 웃음꽃이
밤늦게 모여
피어날때
피곤함이 사라져 버립니다
그들이
항상
건강하고
하는일이 잘되기를
기도하는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한통속 한 가족 /해산 김선목
우리 둘이 하나 되어
하나둘 서넛이 한통속
빨, 노, 파, 녹 단란해라.
어미 아비 새끼들이 모여서
오손도손 함께 살아온 한통속 한 가족.
나들이 떠날 때마다
하나둘 서넛이 한 묶음
빨, 노, 파, 녹 즐거워라.
출가외인 따라나선 동반자
주인 따라 울며 떠나니 허전한 한 가족.
홀로 가며 우더니
둘이서 손잡고 웃고 와
무지갯빛 꿈꾸며 행복해라
언제라도 찾아와 부여잡고
한솥밥을 먹고 살아갈 한통속 한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