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과 가래, 가슴통증, 호흡곤란, 미열, 오한 등이 2주 이상 계속된다면 감기가 아닌 결핵 등 다른 질환일 수 있기에 이를 확인하기 위해 가슴 X선 검사 등을 받는 게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는 여전히 부끄러운 ‘결핵 후진국’이다. 전체 국민 가운데 3명 가운데 1명은 몸 속에 결핵균을 보유하고 있다(잠복결핵). 결핵(활동성 결핵) 발생률이 인구 10만명 당 76.8명으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연간 3만여 명의 환자가 새로 발생하고 2,000여 명(2016년 기준)이 결핵으로 목숨을 잃는다.
전문가들은 “겉으로 나타나는 결핵뿐만 아니라 전염력과 증상은 없지만 활동성 결핵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잠복결핵을 효율적으로 진단ㆍ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잠복결핵의 10% 정도가 활동성 혈액으로 악화하기에 잠복혈액 환자 가운데 고위험군은 3~9개월간 예방 목적으로 약을 먹어야 한다.
기침ㆍ가래 등이 2주 이상 지속되면?
결핵은 폐결핵 환자가 재채기나 말을 할 때 결핵균을 포함한 비말(飛沫)이 공기 중에 떠돌다가 다른 사람의 호흡기로 들어가 전염된다. 숙주의 면역력과 결핵균의 병원력에 따라 일부는 활동성 결핵으로 나타나지만 대부분은 잠복결핵 형태로 감염된다. 잠복결핵이란 결핵균이 몸에 침투했지만 면역력에 의해 억제돼 증상이나 전염력이 없는 상태다. 결핵균 검사에서도 음성이고, X선 촬영을 해도 병소(病巢)가 나타나지 않는다.
잠복결핵의 10% 정도(2년 이내 5% 정도)가 활동성 결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잠복결핵 환자 가운데 어리거나 면역력이 떨어지면 활동성 결핵으로 바뀔 가능성이 더 높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활동성 결핵 환자는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해 주변인 감염을 막아야 한다”며 “마스크를 쓰지 않은 환자와 밀접한 접촉을 하면 30% 정도가 결핵균에 감염될 수 있다”고 했다.
결핵균은 몸 속에서 아주 서서히 증식하면서 영양분을 소모하고 조직ㆍ장기를 파괴한다. 하지만 초기에는 기침 이외에 증상이 없어 감기약을 복용하거나 방치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2주 이상 지속되는 기침은 단순 감기가 아니라 결핵일 가능성이 높다.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오는 객혈이나 호흡곤란, 가슴통증, 무력감, 피곤함, 미열ㆍ오한 등 발열, 체중 감소 등이 나타난다.
김신태 강남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기침ㆍ가래ㆍ미열ㆍ체중 감소 등이 2주 이상 증상이 지속되면 흉부 X선 검사, 객담(가래) 검사 등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결핵균이 활동하기 시작하면 잠복기 때보다 치료기간이 길어진다. 결핵을 조기 발견하면 발병을 90% 정도 막을 수 있다.
“면역억제제 복용자 등은 잠복결핵검사를”
활동성 결핵으로 진행할 위험이 높은 개인이나 집단은 잠복결핵검사를 받아야 한다. △전염성 결핵환자 접촉자 △결핵 발병 고위험군(HIV 감염자, 장기이식 등으로 면역억제제(TNF 길항제) 사용자, 최근 2년 이내 감염이 확인된 사람 등) △결핵균 감염 위험이 높은 의료인ㆍ산후조리원 근무자ㆍ유치원 교사ㆍ집단시설 종사자 등이 대상자다. 결핵예방법에 따라 집단시설 종사자는 결핵ㆍ잠복결핵 검사가 의무화됐다.
잠복결핵 검사법으로는 ‘투베르쿨린 피부반응검사(TST)’와 ‘인터페론-감마 분비 검사(IGRA)’ 등 2가지다. TST는 결핵균 항원(투베르쿨린)을 팔의 피부에 주사해 48~72시간에 피부가 부풀어 오르는 두드러기(팽진) 크기를 재어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IGRA는 혈액을 뽑아 결핵 항원에 반응해 분비되는 인터페론의 양을 측정해 감염 여부를 판단한다.
잠복결핵 진단을 받으면 2년 내 감염이 확인됐거나 면역억제제를 맞는 환자는 발병 고위험군이기에 예방 목적의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활동성 결핵이라면 4종류의 항결핵제를 최소한 6개월 정도 먹어야 한다. 하지만 잠복결핵은 1~2가지 항결핵제를 3~9개월 정도 먹으면 90% 완치된다. 잠복결핵 진료비와 검사비는 국가가 전액 부담하고 있다.
박지원 대전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잠복결핵이 활동성 결핵으로 악화하면 장기 손상, 약 부작용, 가족이나 타인 전염 문제뿐만 아니라 환자 본인은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에 고위험군 잠복결핵 환자라면 예방을 위한 약물 복용이 충분히 가치 있다”고 했다.
심태선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결핵을 완치하려면 적절한 약 처방, 규칙적인 복용, 충분한 용량, 일정기간 투약 등 4가지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이 가운데 하나라도 지키지 않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출생 때 BCG접종으로 결핵 예방 가능
결핵은 출생 후 4주 이내 1회 결핵 예방접종(BCG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다. BCG접종은 10~15년간 80% 정도의 예방효과를 갖는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는 다만 △선천성 면역결핍증, HIV감염, 백혈병 등 면역결핍상태일 때 △스테로이드, 항암제치료, 방사선치료 등으로 면역억제상태일 때 △BCG접종 부위 화상, 피부감염이 있을 때 △미숙아나 입원이 필요한 심한 질환이 있으면 접종하면 안 된다고 했다.
BCG접종 후에는 속옷(가능한 면 종류)을 깨끗이 갈아 입히고 접종부위를 깨끗이 해준다. BCG접종 후 2~4주 정도 되면 접종부위에 붉은 반점이 나타나 몽우리가 생긴 후 점점 커져 단단해진다. 이후 부드러워지면서 농주머니가 만들어지는데 이때 고름이 생겨도 짜지 말아야 한다. 고름이 많으면 소독된 솜으로 깨끗이 닦고 통풍이 잘 되게만 해준다.
또 접종 후 4~6주 정도되면 농주머니에 궤양이 생기기도 한다. 이때도 약을 바르거나 반창고 등을 붙이지 말아야 한다. 궤양은 서서히 아물면서 딱지가 앉는다. 딱지가 떨어지고 2~3㎜ 크기의 반흔을 남기며 아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우리나라는 결핵 발생ㆍ사망률이 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를 달릴 정도로 ‘결핵 후진국’이다. 결핵을 확인하려면 가슴 X선 검사 등이 필요하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겨울에 피어 봄을 부르는 꽃이 있다. 꽃의 이름은 동백과 매화다. 새빨간 색과 연분홍색, 큼지막한 꽃 덩어리와 여리디여린 작은 꽃잎, 송이째 툭 떨어져 자신을 알리는 꽃과 은은한 향으로 자신을 넌지시 내비치는 꽃. 당신은 어떤 꽃을 보러 가고 싶은가. 여행작가 여섯 명이 즐거운 선택을 도와주러 두 발 벗고 나섰다. 이제 당신이 봄꽃을 마중 나갈 차례다.
겨울과 봄을 잇는 꽃, 동백꽃과 매화
겨울과 봄을 잇는 꽃, 동백꽃과 매화
동백꽃 길을 걷겠다는 동백파
이수린 (여행기자)ㅣ 짧은 다리로 남들보다 두 배는 빨리 걸어야 하는 여행기자. 여행문화월간지 <TS매거진>, 한국장애인재단 <드림카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현재 서울신문 여행 지면에 기고 중이다.
이수린 여행작가의 거제 지심도 “한려해상국립공원을 배경으로 핀 동백꽃 보러가세요.”
이수린 여행작가의 동백꽃 사랑은 꼬꼬마일 때부터 시작됐다. “어릴 때 저희 집 마당에 동백나무가 있었어요. 겨울방학이 시작되고 어느 날 아침, 아빠가 동백나무에 꽃이 폈다고 일러주시면 쪼르르 달려가 그 앞에 한참을 앉아 있곤 했어요.”
그녀가 추천하는 동백 여행지는 경남 거제시의 작은 섬, 지심도다. 흔한 동백 여행지이지만 사람들이 많이 찾는 데는 이유가 있는 법. 한려해상국립공원을 배경으로 피는 동백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고 힘주어 말한다.
‘동백섬’이라 불리는 지심도의 동백꽃
동백 군집도로 따지면 지심도를 따라올 곳이 없다. 해안선 길이가 3.5km인 작은 섬에서 전체 수목의 60%가 동백나무다. 동백이 빽빽이 들어차서 하늘이 보이지 않는 숲길도 여러 번 지난다. 섬을 둘러보는 데는 두어 시간이면 넉넉하지만 동백터널에서 사진을 찍느라, 길섶에 떨어진 동백꽃을 줍느라 자꾸만 걸음이 느려진다. 동백하우스펜션에서 방향지시석으로 향하는 탐방로는 동백과 바다의 어울림을 볼 수 있는 구간이다. 그뿐 아니다. 지심도는 부지런한 여행자도, 늦게 떠난 여행자도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 동백은 12월부터 이듬해 3월 말까지 꽃이 피고 지기를 반복하기 때문. 꽃구경하기 가장 좋은 때는 2월 말부터 3월 중순까지다.
동백꽃이 떨어져 붉은 양탄자가 깔린 듯한 탐방로
한려해상국립공원과 동백꽃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지심도
이병유ㅣ우리나라 역사를 사랑하는 여행작가. 한국학중앙연구소에서 역사를 공부하고 있다. <동학농민혁명 문화탐방>, 조선왕릉가이드북 <王에게 가다>, <경복궁만화가이드북> 등을 냈다.
이병유 여행작가의 백련사 동백나무 숲 “백련사 고요함 속에 동백꽃 떨어지는 소리를 들어보세요.”
같은 사람에게 매번 반하기는 어려워도 같은 꽃에 매번 반하기는 쉽다. 이병유 여행작가는 겨울마다 동백에 반한다고 너스레를 떤다. 동백을 편애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동백꽃 특유의 강렬함과 시끄러움이 좋다, 겨울부터 늦봄까지 피고 지는 동백나무의 생명력을 존경한다, 땅에 떨어져도 아름다운 모습에 감탄한다.
동백 마니아의 추천 여행지는 강진 백련사 동백나무 숲(천연기념물 제151호). 백련사 앞 5.2ha 면적에 동백나무 1500여 그루가 울울창창한 숲을 이루는 곳이다. 꽃은 겨우내 피다 3월에 만개한다.
백련사 앞에는 1500여 그루가 넘는 동백나무가 숲을 이룬다.
이곳을 권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고요함이다. 꽃을 보는 건지 사람 구경을 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로 번잡스러운 여행지와는 다르다. 동백나무 아래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툭, 툭, 툭 동백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고요한 숲에서 동백과 나, 둘만의 시간을 가져보면 이 붉은 꽃 덩어리를 사랑할 수밖에 없을걸요.” 동박새의 지저귐, 부도 주위에 선혈처럼 떨어진 동백꽃도 동백나무 숲을 빛내는 훌륭한 조연들이다. 둘째, 이야기다. 백련사에서 다산초당으로 이어지는 1km 남짓한 오솔길은 다산 정약용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길이기도 하다. 길은 선생이 머나먼 땅 강진까지 오게 된 사연, 다산초당에서 대학자이자 스승으로 거듭난 이야기, 유배지에서 사귄 절친한 벗 혜장선사와의 인연 등을 켜켜이 품고 있다.
땅에 떨어진 동백꽃을 머리 위에 얹어본다.
김애진ㅣ 사진과 문화예술교육기획을 오가는 여행작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다. 매일경제 씨티라이프, 여성신문, 한국관광공사 및 전국지자체에 글과 사진을 기고했다. <우리동네 슈퍼!마켓!>, <지금은 홍대 스타일>, <여행의달인 춘천>(공저)을 냈다.
김애진 여행작가의 오동도 “동백꽃 피고 지는 소리로 계절의 변화를 알 수 있어요.”
여행작가는 오감을 열어 여행지를 취재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다. 김애진 여행작가가 망설임 없이 동백을 택한 것도 오감 중 청각, 소리 때문이다. 겨울에 하나둘 꽃망울을 터뜨리다가 훈기가 돌면 화르르 번지고, 어느 날 송이째 ‘툭’ 떨어지는 것이 동백꽃의 매력이라고. 동백꽃이 피고 지는 소리로 계절의 변화를 알아차리는 그녀에게 여수 오동도는 동백의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는 섬이다. 이 무렵이면 아직 남은 겨울과 곧 시작될 봄의 풍경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여행지이기도 하다.
섬이지만 방파제로 연결된 오동도
오동도는 동백나무 3000여 그루가 자라는 동백섬이다. 오동도 동백은 1월부터 꽃이 펴 3월이면 온 섬을 붉게 물들인다. 입구에서 동백열차를 타거나 768m의 방파제를 따라 걸어 섬으로 들어서면 동백꽃이 주렁주렁 매달린 동백나무 숲에 이른다. 숲속 산책로는 2.5km 길이다. 길은 황톳길과 데크길로 나뉜다. “오동도 동백꽃이 떨어지는 소리가 특별한 건 나무 데크 길 덕분이에요. 묵직한 동백꽃이 데크에 송두리째 떨어지면 기분 좋은 울림을 내거든요. 꼭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쿵쾅대는 심장 소리 같지 않나요?”
산책로를 따라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룬다.
낙화한 오동도 동백꽃
매화 향에 취하겠다는 매화파
박상준ㅣ 가수 하림이 아니냐고 종종 오해받는 여행작가. 여행주간지 <프라이데이>와 영화주간지 <씨네버스> 취재기자로 일했다. 저서로 <서울 이런 곳 와보셨나요?>, <오! 멋진 서울>, <한눈에 쏙 제주도 올레길>, <엄마, 우리 여행 가자> 등이 있다.
박상준 여행작가의 금둔사 “금둔사 납월매는 겨울에 꽃을 피우는 설중매”
“저는 매화에 한 표 던집니다.” 박상준 여행작가는 조용하게 단언한다. 매화의 강하지 않은 색과 숨어 있는 향기가 서두르는 법 없이 만물을 깨우는 봄과 닮았다는 것이 이유다. 작가가 봄을 맞으러 가는 곳은 순천 금둔사다. “순천은 매화의 고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그중 금둔사 납월매를 권합니다. 설중매, 눈 속에 피는 매화라서 1월 중순부터 3월 초까지 아름답습니다.” 불교에서는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은 음력 섣달(양력 1월)을 ‘납월’이라 부른다. 그러니 납월매는 겨울에 꽃을 피우는 매화다. 운이 좋다면 꽃잎에 눈이 내려앉은 모습도 볼 수 있겠다.
절집을 수놓은 금둔사 매화
아담한 경내에 홍매화, 청매화 등 한국 토종 매화만 100여 그루가 있다.
금둔사는 큰 사찰은 아니지만 경내의 소박함이 매화의 기품과 어울린다. 급한 걸음으로 돌아보면 순식간이지만 느린 걸음으로 매화의 정취를 느끼다 보면 하세월이다. 금둔사에서 선암사가 멀지 않다. 선암사 매화는 ‘선암매’라는 이름이 붙을 만큼 고혹적이다. 금둔사 납월매를 놓쳤다면 뒤이어 필 선암사 선암매를 보러 가도 좋겠다.
은은한 매화 향이 금둔사를 채운다.
오주환ㅣ길 위에서 과거와 현재를 만나고, 세상을 느끼기 위해 늘 여행을 꿈꾸는 여행자. 여행을 통해 사람들이 어렵고 재미없어하는 이 땅의 역사와 문화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글 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오주환 여행작가의 순매원 “봄햇살 아래 매화비를 맞으러 가요.”
‘매화 비 맞으며 봄을 맞는다….’ 상상만으로도 마음 한구석이 몽글몽글해지지 않는가. 오주환 여행작가는 매화 비 맞으며 걷고 싶어 봄을 기다린다. 2월 중순, 산정에 이는 바람은 아직 차갑지만 남도 땅 양산 순매원에는 봄기운이 생동한다. 한 달만 있으면 매화가 절정을 이룰 터다.
순매원의 매력은 매화, 강, 기차가 어우러진 특별한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 대한민국 구석구석 가보지 않은 곳이 없는 그는 낙동강의 유장한 물길과 새하얀 매화, 그 사이를 질주하는 기차를 한 앵글에 담을 수 있는 곳은 여기밖에 없다고 말한다. 원동역 뒤로 이어진 길을 5분 남짓 올라가 마주한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모습이 장관이라고.
매화, 낙동강, 기차가 어우러진 풍경
순매원의 매화나무 사이로 난 조붓한 오솔길을 걷는 즐거움도 크다. 홍매화, 백매화가 앞다퉈 피는 풍경은 천상의 화원인 양 아름답다. “강바람이 실어 나른 매화 향이 코끝에 닿아 온몸에 번질 때면 동양화 속에 들어간 느낌마저 들어요. 봄바람에 꽃비 세례를 맞는 순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황홀하지요.” 매화를 좇아 여행하는 것을 ‘탐매여행’이라 부르는 이유다.
홍매화와 백매화가 활짝 핀 순매원
매화를 사진에 담는 여행객
정은주ㅣ역마살이 껴도 제대로 꼈다. 제주에서 사는 여행작가. 우연한 기회에 여행기자가 되고, 여행기자에서 여행작가로 발돋움했다. 한국관광공사에 글과 사진을 기고했으며, 저서로 <주말여행의 모든 곳>이 있다.
정은주 여행작가의 노리매공원·한림공원·휴애리 자연생활공원 “축제도, 매화도 마음에 드는 걸 골라서 즐겨요.”
정은주 여행작가는 매화를 아낀다. ‘추운 겨울을 뚫고 피는 꽃’이라는 매화의 흔한 수식어가 그녀에게는 애틋하다. 따사로운 햇볕이 좋아 제주도로 터전을 옮긴 제주도민이기에 겨울과 타협하지 않는 매화가 대견하다는 것이다. 그녀의 추천 여행지 제주도의 노리매공원, 한림공원, 휴애리 자연생활공원. 세 곳 중 하나만 꼽아달라고 하자 고개를 젓는다. “셋 중 동선상 가까운 곳에 가면 돼요. 이맘때 매화축제를 연다는 건 매화가 한창이라는 뜻 아니겠어요? 색색의 매화에 둘러싸이기에 제주도보다 좋은 곳은 없을 거예요.”
노리매공원의 매화와 고택
노리매공원은 오는 3월 10일까지 노리매 매화축제를 연다. 예쁜 포토존이 곳곳에 있어 사진을 잔뜩 남길 수 있는 것이 매력. 노리매 스탬프투어, 보물찾기, 먹거리 장터 등 다채로운 행사도 마련된다. 한림공원의 매화축제는 2월 28일까지다. 매화와 수선화가 어울려 피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휴애리 자연생활공원에서 화산송이로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매화 향에 취해도 좋다. 축제기간인 2월 8일부터 3월 10일에는 동물 먹이 주기, 감귤 따기, 승마 등 체험행사가 다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