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스서원 첫 수업후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유미의 세포들-처럼, 첫 수업후 나의 뇌는 “브레인스톰”으로 시끌벅적했다. 나의 이성들의 세포들과 감정의 세포들이 원탁테이블에 둘러앉아 나의 혼란스러움을 각기 변론하기 시작했다.
첫 수업후, 나는 겁이 났다. 12월부터 시작한 담임 목사님과의 단촐하고 안락했던 –글쓰기교실-에서 항상 외향적이던 내가 오십반평생 들어보지 못했던 “글쓰기에 소질있다”는 칭찬에 얼떨떨하며 일기를 쓰듯, 독수리 타법으로 한자 한자 나의 일상의 감정들의 소리를 웨이브보드로 작은 파도 타듯 즐기는 나에게 갑자기 ‘로고스서원’이라는 크고 높은 파도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젠, 웨이브보드가 아닌 셔핑보드를 새로이 준비하고 새로운 기술훈련을 받아야 하는지 혼란스로웠다. 아니, 일상의 평화로움이 깨어지는 것 같았다.
나는, 늦 여름 웨이브 보드 타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고 행복한데, 왜 굳이 셔핑 보드를 배워야 하는지? 나의 이 의문에 나의 이성의 세포들이 나를 변론했다. 이제 겨우 50중반인 자신을 발전시키며, 혼자놀기의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데, 담임목사님의 말씀처럼 로고스 서원은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나의 감정의 세포들 또한 나를 변론했다. 50년동안 열심히 사회에 적응하면서 잘 살아왔으니 이제 적당한 ”쉼“도 필요하다고, -갱년기-로 팔을 잘 사용못하는 오십견 증상으로 A4지 한바닥을 독수리 타법으로 쓰고 나면 도수나 치료를 받아야 하며, 치솟는 3고의 수치로 자신의 건강을 돌보아야하는 나이, 아직 컴퓨터가 무서운 쉰세대, 게다가 아직 암환자인 퇴직한 남편,,,,으로 더 이상 스트레스는 필요치 않다고.
나는 이 두 변론에 혼란스러웠다. 수업후, 남편의 점심을 차려주고, 운동화 끈을 단단하게 메고 집을 나섰다. 문탠로드로 시작하여 동백섬까지의 운동을 핑계 삼아 아직 차고 매서운 바닷바람의 도움으로 생각들을 정리하고 싶었다.
과연, 이 수업을 계속해야 하는지, 아닌지를! 글쓰기, 아니 이미 작가들로 구성된 팀, 막강한 새로운 반원,,,,, 나는 겨우 일기를 쓰고 “참 잘했어요”라는 선생님의 검열도장에 기뻐하고 만족해하는 초등학생 수준인데,, 말도 안된다.
지금, 이 나이에 무엇을 위해? 코로나 시기, 1년의 힘들고 숨막히는‘사회복지사’과정을 엄청난 부담감으로 끝낸지가 겨우 일년전인데.
땀이 날만큼 빠른 걸음으로 1시간 정도를 걷고 집으로 오는 도중에 나의 감정의 세포들이 승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일 가량 숙고한후, 나는 사부님께 로고스 서원 –탈퇴-를 선언했다. 자유로웠다. 맘의 짐들로부터, 나는 이제 ‘나 홀로’ 독서하며, 글 쓰며 평안하게 삶을 영위 하리라고 위안했다. 그리고 몇 일이 더 지난 토요일 오전, 담임 목사님께 편안한 마음으로 상황 보고 하러 전화를 드렸다. 추천이가 목사님이시기에.
목사님께서는, 1시간가량 전화로 나를 설득 하셨다. 나의 이성의 세포들을 대변하시는 듯 했다. 나의 결정은 ‘도망’이며 이러한 도전이 없으면 ‘발전’이라는 선물이 오지 않으니 그냥 그 시간들을 버텨내라시며 열정으로 사랑의 설득을 하셨다. 나는 반박했다. 이미 나의 일상으로 삶의 무게가 충분하며, 더 이상 스트레스 받을만한 일들은 피하고 싶으며, 이것이 도망이라면, 이 또한 허락되는 나이가 아닌가? 라는 개똥철학으로.
하지만, 결국 목사님의 진정한 설득에 항복했고, 논쟁속에서 ‘나’를 직면하게 되었다.
‘도망’했다. 두려움에, 평안함을 깨기 싫어서 안주하려고.
문득, 첫 수업시간에 발표했던 나의 글 중, 마지막 문장이 나의 뇌리를 쓰쳤다.
“나는, 이 일을 계속하고자 한다”는,,,.언행 일치를 중요히 여기며 여지껏 살아왔는데..
다시 사부님께 문자로 재입학 허락을 부탁드렸다. 기뻐하셨다.
5일간의 나와의 긴씨름 끝에 이 글을 쓴다.
아직 두려운 미지의 이 길을 다시 시작하자며 나를 격려하며.
첫댓글 이 글도 너무나 진솔하고 훌륭하게 느껴집니다. 계속 쓰셔야 할 분 같아요. 잘 써야된다는 것보다, 내가 쓸 수 있는 것을 쓰시면 부담이 훨씬 덜하지 않을까 싶어요. 누구든 자기만의 글은 있다,고 저도 그렇게 배웠습니다^^
그리고 제목란에 1-2, 또는 1학기1회, 이런식으로 표시해주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