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2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 대회 마지막 한 게임의 주인공은 대구고와 경기고로 결정됐다.
12일(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준결승에서 대구고는 장단 14안타를 터트리며 신일고를 15-2로 물리쳤다.
두 번째 준결승에서는 광주일고에게 5-6으로 끌려가던 경기고가 9회 연이어 나온 3루타에 힘입어 2득점 7-6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남은 한 장의 결승 티켓을 거머쥐었다.
예정보다 사흘 더 일정이 늘어난 대통령배 대회
앞서 열린 청룡기 대회 때도 더웠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8월 이후 서울 기온은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연일 이어졌다. 대한민국 근대 기상 관측 이래 111년 만에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야외 활동을 자제하라는 주의보가 뜰 정도였기에 대회 일정이 대폭 수정되는 등 기후에 따른 변수가 발생했다.
원래 하루 4경기씩 치러질 예정이었으나 3경기(낮 12시~3시 게임 취소)로 바뀌었고 8강 이후 부터는 오후 3시부터 경기를 시작하는 등 선수 보호 차원에서 탄력적으로 운영됐다.
이는 투구수 제한에 골머리를 앓았던 감독들은 그나마 숨통을 돌릴 수 있게 했다.
이 대회는 전년도 우승팀(서울고)을 비롯해 황금사자기와 청룡기 16강 진출 팀 그리고 올시즌 전국대회 무대를 밟지 못한 팀 등 모두 50개 팀이 참가했다.
앞서 열린 대회와 달리 전력 차가 제법 큰 팀들이 섞여 있어 어느 정도 승패를 예상 할 수 있으리라 봤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꼭 그렇지 만은 않았다
주말리그 순위에서 밀려 전국 대회에 선을 보이지 못했던 팀들은 곳곳에서 복병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비교적 전력노출이 없다는 점도 유리했고 일정이 늘어지면서 투수로테이션의 여유가 생겨 마운드가 약한 팀에겐 호재로 작용됐다.
경기도 화성시 최초의 고교야구팀 비봉고는 창단 4개월 만에 전국대회 첫 승(부산정보고 3-1)에 이어 야탑고에게 2-1 한 점차 승리를 거두며 8강 진출의 기염을 토했다.
주말리그 전반기 경기권B조 준우승, 후반기 경기권 A 조 우승을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킨 소래도 2012년 창단 이후 첫 8강 안착의 쾌거를 맛봤다.
반면 디펜딩 챔피언 서울고는 1회전에서 라온고에게 0-7 팀 완봉패를 당하며 조기 탈락의 수모를 겪었고 덕수고 역시 대전고에게 3-2 로 패하며 1회전에서 탈락했다.
황금사자기 4강 문턱에서 경남고에게 8-1, 청룡기 결승행을 눈앞에 두고 동성고(4-2)로 패했던 장충고는 첫 경기이자 32강전에서 경북고에게 연장 승부치기에서 6-7로 패하며 다음 대회를 기약해야 했다.
최강의 전력으로 손꼽힌 경남고는 이번에도 4강의 벽을 넘지 못했다.
두 대회에서 연속 준결승행 진출에 실패했던 경남고는 대전고(6-1), 마산고(8-2)로 차례로 물리치고 8강 진입에 올랐으나 신일고(3-0)에게 영봉패를 당하며 대회를 마감했다.
대통령배 결승 대구고-경기고의 맞대결은 13일(월) 오후 6시에 열린다. 과연 승자는 누가 될까?
* 대구고
지역 라이벌 경북고전 승리 후 무서운 상승세
시즌 첫 대회 준우승, 두 번의 실패는 없다 !
대구고는 황금사자기 결승에서 광주일고에게 10-2로 패하며 우승을 놓쳤다.
전년 대비 나아졌다는 평가를 듣긴 했지만 기대 이상의 결과였다. 대진운이 따르기도 했고 투수력이 편차가 적어 로테이션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었다. 기복없는 타선의 응집력은 최대 장점이었다. 하지만 결승전에서 초반 대량 실점을 허용하며 무너져 준우승에 머물렀다.
청룡기 대회 땐 32강전에서 덕수고에게 6-4로 패한 뒤 곧바로 대통령배 준비에 돌입했다.
대구고는 대통령배 개막전에서 동산고와 두 자릿수 안타를 주고받는 타격전 끝에 9-4로 첫 승을 거뒀고 32강에서 인천고를 8-1로 가볍게 따돌리고 16강에 진출했다.
다음 상대는 지역 라이벌 경북고.
대구고는 경상권 주말리그 전후반 모두 경북고에게 1위 자리를 넘겨주고 준우승에 그쳤다. 승패는 같았으나 맞대결에서 한 점차 (5-4/ 3-2) 패배로 승자승 원칙에 따라 2위로 밀려난 것이다.
두 팀 대결은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삼성의 1차 지명을 받은 원태인(경북고3.우완)의 출격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으나 등판하지 않았다.
초반 리드를 잡기 시작한 대구고는 김주섭(대구고3.우완)의 역투에 힘입어 3-2로 경북고를 제압했다. 전국무대에서 설욕에 성공한 것이다.
탄력을 받은 대구고는 소래고와의 8강(12-0 6회 콜드승),신일고와의 4강(15-2 승)까지 이어졌다.
이번 대회 홈런 2개를 쏘아올린 대구고 김범준 -현원회
게임을 치르면 치를수록 타선은 상승세를 보인다. 팀 평균 타율이 3할 5푼대를 넘는다. 실책 또한 2개로 적다.
결승 선발 예상 투수는 이번 대회에서 총 3경기(11.2이닝)등판 1승 평균자책점 0.82를 기록한 김주섭이 유력하다. 경북고전에서 선발로 나와 5.1이닝(투구수 75개) 1피안타 1볼넷 4삼진 무실점으로 승을 챙긴 바 있다.
김주섭
김주섭을 필두로 백현수(3학년.우완), 이승민(2학년.좌완)이 주축을 이루는 가운데 지명타자로 나서고 있는 김범준(3학년), 1루수 박영완(3학년)도 등판이 가능해 마운드 쪽에서 비교적 여유가 있는 편이다.
* 경기고
서울권 자존심은 우리가 지킨다.
황금사자기 4강에 이어 대회 첫 우승 도전 !
50개의 참가팀 중 서울권은 모두 10팀 . 그 중 8강 안착은 신일고와 경기고 뿐이었다.
그 중 신일은 경남고를 물리치고 4강까지 올랐으나 타격감이 한창 오른 대구고를 맞아 15-2 큰 점수차로 패하며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경기고는 청룡기와 황금사자기 우승팀인 동성고와 광주일고를 연이어 물리쳤다. 그 자체 만으로 의미있는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쟁쟁한 서울권의 팀들 사이에서 경기고는 중위권을 맴돌았다. 올해도 이렇다 할 전력 보강은 없었다. 굳이 꼽자면 넥센의 1차 지명을 받은 박주성(3학년.우완)정도.
이미 진로가 결정된 이후 박주성은 기대 이상의 호투를 펼치며 에이스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광주일고와의 준결승에서 경기고는 4회 허관회(3학년.포수)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았으나 3회까지 무실점으로 버티던 선발 이호현(경기고3.사이드암)이 곧바로 4타자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했다.
신현성(경기고)감독은 ‘내일은 없다’는 심정으로 박주성을 투입 급한 불을 껐다.
박주성
5-1로 끌려가던 6회 한 점을 따라간 경기고는 7회 광주일고 수비수들의 연속 실책을 틈 타 5-5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리는데 성공했다.
7회말 광주일고가 박시원(2학년.외야수)의 적시타로 다시 리드를 잡았으나 9회초 경기고 원성준(3학년.유격수), 김재현(3학년.3루수)이 연속 3루타로 재역전을 거두며 7-6 짜릿한 역전승 합작했다.
김재현
박주성은 4회 중간계투로 나와 6이닝(투구수 92개) 7피안타 8삼진 2실점(1자책)을 기록하며 대회 3승째를 신고했다. 결승전엔 투구수 제한에 걸려 나서지 못한다.
경기고는 광주일고전을 마지막 게임이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라는 심정이었을 터.
결과는 이겼고 남은 한 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
결승전 등판이 가능한 투수는 이용헌(2학년.우완) 유준하(2학년.사이드암) 조경원(2학년.좌완) 김상훈(3학년.우완) 정도다.
마운드만 보면 대구고에게 밀리는 모양새. 그러나 전날 강력한 우승 후보를 극적으로 물리친 상승세를 감안한다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허관회 -박승규
경기고는 전반기 주말리그 서울권 B조 4위를 기록, 턱걸이로 겨우 황금사자기 대회에 참가했으나 4강까지 오르는 선전을 펼친 바 있다.
당시 결승행 길목에서 대구고에게 5-1로 졌다. 설욕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타선은 대구고에 비해 타율이 높지 않지만 상승무드를 탔다는 점에서 해 볼 만 하다.
경기고는 2000년과 2008년 이 대회 준우승이 최고 성적. 과연 창단 113년 만에 대통령배 첫 정상탈환을 이뤄 낼까?
고교야구의 우승은 기량이나 실력에 의해 좌지우지 되지 않는다.
여기까지 올라오기 위해 매 경기 이기기 위해 투수력을 총동원한 터라 평소전력에 미치지 못할 수 밖엔 없다.
그러나 조건은 같다.
누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끝까지 버텨 내느냐 이며 실책을 적게 하느냐에 승패가 달려있다.
두 팀의 결승 경기는 IB스포츠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