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속 뒤편에 숨겨진 판자촌
허름한 집들이 즐비하다
화려한 빌딩사이에 숨겨진 초라함 이것은 어느 도시 에서나 쉽게 찾아볼수있는
우리들에 삶의모습이다
영 석 과 은영은 그 곳을 지나
제법 모양새를 가춘 또 다른 동네 어귀에 이르렀다 .
좁다랗게 만들어진 골목마다 높은 담장으로 싸여진 집들이 있다
높게 쌓듯이 만들어진 언덕과 계단
영 석과 은영은 올라갔다
가파른 길을 올라
수십 개의 계단을 오르자 작은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
길 다란 마당가에는 수도가 놓여 져 있다.
주위에는 예전에 살았던 사람들이 사용하였던 것인가 보다 낡은 세면도구 가 뒹굴고 있다
마당가 여기저기에 돋아난 풀은 은 영 이 와 영 석이를 기다렸다는 듯 뾰족뾰족 고개 을 힘껏 쳐들며 반기는 것 같다 .
대문 옆 작은 모퉁이에는 돌멩이 로 꽃밭을 만들었던 흔적이 보였다
긴 쪽마루에는 낡은 수건하나가 놓여있다.
“그 돈으로 아만한 집 구 하기 힘 들 어요 ,
서울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고 바람도 얼마나 시원 합니까 ,
마당가에 채소를 심거나 꽃을 심어도 되고 얼마나 좋 습 니 까
사시면 후회는 안 하실 것입니다
복덕방 주인은 달동네 작은집 홍보에 침이 마른다 .
오르고 내리는 계단에 불편함은 있겠지만 그래도 꽤 쓸모 있는 집이다
은영은 집이 맘에 들었다 .
자그마한 방 두 개에 방문은 문풍지 가 붙어있다
지난 겨 울 이 무척이나 추웠나 보다
유리가 붙어있는 미닫이 부엌문이 달려있는 부엌은 희미하게 안이 드려다 보였다 .
화려하지도 멋 드리러 지지도 않은 자그마한 집이다
“이집에 살던 사람들이 모두 부자가 되어서 나갔지 요
너무 산 동 네 라 서 좀 그렇기는 하지만 집 잘 사시는 것입니다 .
복덕방 주인은 자기가 선심이라도 쓰는 듯 입에 침이 마르도록
달동네 집 매매에 열을 올린 다 .
“어때 맘에 들어 ?,
영 석 은 은 영 에게 물었다 .
“ 텃밭 만들어서 채소 도 심어 먹으면 반찬값도 줄이고 난 좋은데 ..
“그런데 당신 회사하고 좀 먼데 어 쩌 지요 ?,
“괜찮아 아침에 조금 더 일찍 일어나면 되지 뭐
은 영 은 영 석은 서로에게 고맙기만 하다
“아저씨 이집 저희가 살게 요
영 석 은 집 주위를 이리저리 살폈다 .
집 전망은 아주 좋습니다
복 덕 방 주 인 말 에 은 영 이 나 섰다 .
그러니 조금만 더 깎아주세요 ,
은 영 은 조금이라도 아끼려는 마음에서 조르다시피 매달린 다 .
“최대한 싸게 파는 것입니다
내 주인에게 젊은 사람들에 사정을
내 집 주인에게 이야기 해 보리 다 .
“감사 합니다 ,
복덕방 주인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아 여보세요 ?
여기 복덕방입니다
지난번에 내 놓았던 집을 보러온 사람들이 있는데
내 놓으신 가격보다 저렴하게 파시면 해서요
“예 예 알겠습니다
전 화를 끓는 복덕방 주인은 난감한 표정을 짓는 다
“아 ~ 그 가격 밑으로는 좀 힘들겠는데요 ,
“아저씨 주인 집 하고 통화 좀 연결해 주세요,
복덕방 주인은 전화를 연결해 은영에게 건네주었다
“여보 세요 네 안녕 하세요 네네 ,
“집 이 너무 좋아요
마당도 넓어 좋 구 요
아담 한 게 너무 예뻐요.
꼭 이집을 사고 싶어 요,
은 영 은 주인집 과 한참 통화를 했다
“아 ~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그럼,
집 주인이 젊은 사람들 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가 좋다면서 편리를 많이 봐 드리라네요,
“집 주인이 참 좋은사람들입니다,
“집 도 참 깨끗하게 살다 나 갔 어 요,
영 석 은 핸드폰으로 중도금 을 집 주인 통장으로 넣는 다
선금으로 팔백 만 원 드리고요
“다음 주 일요일 이사 들어오면서 나머지 잔금 을 통장으로 넣어 드릴 께 요,
그래요 그럼 그렇게 하세 요
“요즘은 참 편리해 은행에 안가도 돈을 보낼 수 있으니 말이야
세상 참 좋아 졌어 ,
네 그렇 네요 예전에는 꼭 은행에 가야 돈을 찾는 줄 알았는데
영 석 도 복덕방 주인 이야기에 맞장구를 친 다
복덕방 주인은
가방에서 서류를 꺼낸 다 .
자 여기 중도금 매매 계약서입니다
다음 주 일요일에 이사 하는 것으로 해주세 요
그럼
한 계단 두 계단 은 영 은 계단을 세면서 내려왔다
영 석 은 은 영 에 손을 꼭 잡았다 .
“당신 여기 오르내리려면 무척 힘 들 텐데 어쩌지 ,
걱정 마세요 운동도 하고 좋지요 뭐
“그래도,
“저 보다 당신이 더 힘들 겠 어 요
매일 이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니 까요 ,
은 영 은 몇 번이고 뒤 돌아보았다
믿어지지가 않았다 .
그리고 묻는 다 .
“저 위에 저 집이 이제 우리 집이지요 ,
그래 우리 집이야
영 석은 높은 곳에 있는 작은집 을 바라보는 은 영 에 어깨를 감싸 안았다 .
태양이 가득하던 대지위에는 어느덧 어 둠이 내리고 화려한 불빛이 하나둘 춤을 춘 다 .
차 들은 어디를 가는지 빠르게 달린 다.
힘들지 오늘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느라고 다리 아프지
“우리 오늘 저녁은 먹고 들어가자
뭐 먹을까 ?,
“그냥 집에 가서 밥 먹어요 ,
은 영 은 식당을 그냥 지나쳐간다 .
“사람 참 밥 한 끼 사먹는데 얼 마 나 든 다 고 그래 ,
고집하고는 .
은 영 에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
거리에는 그녀에 발걸음에 박자라도 맞추듯이 빠른 탬 포에 음악이 흐르고 있다 .
새 댁 새댁 인도에 쪼그리고 앉아있던 할머니 가 은 영 을 부른 다 .
“저요 할머니,
은 영 은 꼬부라진 허리에 머리가 땅 을 닿을 듯 한 할머니 에게 다가섰다.
“왜요 할머니 ,
할머니는 팔고 남은 나물 한 덩어리를 은영에게 보이면서
“이것 다 팔고 하나 남은 것인데 싸게 줄 테 니 사,
할머니 는 시들어 버린 열무 한단 을 은 영 앞에 내밀었다 .
낮 동 안 뜨거운 태양아래서 얼마나 지냈는지 시들다 못해 말라버렸다 .
할머니 는 꼬부라진 허리를 최다한 펴려고 하면서 은 영 을 바라보았다 .
깊게 패인 주름위에 할머니에 삶을 보이는 것 같다 .
“얼마예요 할머니 ,
“응 , 천 오 백 원 팔던 것인 데 천 원만 줘 ,
은 영 은 지갑에서 천 원짜리 한자을 꺼내어 할 머 니 께 드리고 시들어버린 열무를 샀다
곁에서 지켜보던 영 석 은 그녀에 행동이 싫지 않았다 .
“내 일 은 열무김치 담아야 겠 어 요.
축 늘어진 열무한단이 은 영 손에서 흔 들 거린 다 .
“내 일 은 열무김치 담아야 겠 어 요 .
‘김 대리 이번 주 일요일에 주에 시간 좀 비워두게 누구 좀 만나야하는데 자네가 꼭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사장은 영 석에게 이번 주 일요일 에 함께 할 것 을 권유 한다 .
저 죄송 합니다 만 저희 집 이사하는 날이라 .....
영 석 은 말 끝 을 흘린 다 .
“아 이사는 이사 짐 센 타 에 연락만 하면 알아서 해주는데 뭘 그래 ,
사장은 영 석에 말 을 듣지도 않고 일방통행 적으로 자신에 요구사항만 던지고 갔다 .
영 석 은 안 된 다고 한마디 말도 못했다 .
움 추려 드는 어깨에 위에 떨구어져 있는 자신에 얼굴아래에 보이는 낡은 구두가 눈에 들어왔다 .
아내 은 영 이 회사에 취직 되었다고 7년 전에 사 준 것 이다 .----------------
유명 메이커는 아니지만 매일 아침 번쩍 거리도록 닦아 가지런히 현관 앞에 놓여있는 구두였다 .
이제는 그 번 쩍 거 림 은 찾아 볼 수 없다.
영 석 은 잘게 갈라진 구두 모양에서 희 긋 거리는 세월에 흔적을 보며
지난 시간을 돌이켜 회상해 보았다 .
힘든 경쟁 속에서 살아 간 다 는 것은 내 자신과 의 싸움에서 이겨야 했다 .
빠른 속도로 출세 길에 접어드는 후배들이나 동료직원들을 보면서 자신의 무능함이 싫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이 회사에서 살아 남 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다른 사람보다 먼저 가는 것이다 .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사회 그 속에서 또 한발 앞서는 경쟁을 해야 했다.
영 석 이 이 회사에 들어올 무렵 만 해도 고 학력을 가진 사람은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 였었다 .
그 때는 영 석 도 이 회사에서 간부급 이상 대우를 받는 날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일했다 .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새로운 후배들이 들어오면서 상황은 영 석 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무엇 때문일까 누구를 만나 길래 자신과 동행을 요구하는 것일까
영 석 은 자신이 아무런 반응도 없이 우두커니 서있었음 을 알았다 .
젊은 후배 들은 빠르게 달려가고 있다 .
영 석 은 만년 대리 아닌 가 과장도 아닌 대리 까마득한 후배 사원이 지난달 과장 으 로 승진을 했다 .
“나도 이제 별 볼일 없는 인간 이 구나 ,
영 석 은 담배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
그리고 라이 타 를 켰다 .
파란 불꽃이 작게 타 올랐다 .
영 석 은 불꽃 속을 유심히 들어다 보았다 .
바람도 불지 않는데 불꽃은 흔들거렸다 .
아니 불꽃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영 석 자신이 흔들리고 있는 것인지 모른 다 .
엄지 손 가락이 뜨겁다 .
영 석 은 누르고 있던 업지 손 가 락 을 떼었다 .
불꽃이 꺼져 버렸다 .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넣었다
혼자서 하얀 담 배 를 바라보다 담배 각 속으로 넣었다
새 댁 새댁 안채에 사시는 할머니 가 은 영 이를 부른 다
은 영 은 방문 을 열고 부엌 문 을 열었다
은 영 이 네 방은 담벼락 에 비스듬히 지붕 을 얹고 담장 옆쪽을 합판으로 막은 다음
작은 문하나 를 내어놓은 집이다
그래서 늘 부엌을 거쳐야만 밖으로 나올 수 있다 .
할머니 손 에는 하얀 봉지가 하나 들려져있다 .
“이 거 아까 어디 좀 다녀 오 다가 맛있을 것 같아서 샀는데
얼마나 신지 눈이 실실 감겨 젊은 사람 들 먹기 는 좋을 거여 먹어봐 ,
“할머니 드시지 뭐 하러 가져 오세요 ,
“제가 사 드려 야지요,
“들 어 오 세 요 할머니 ,
은 영 이는 할머니 가 가져오신 봉지를 받아들고 할머니 손을 잡았다 .,
“들 어 오 세 요 ,
할머니 는 부엌에 놓여있는 낡은 의자 위에 앉으신다 .
“ 방으로 들 어 오세 요 ,
“늙은이 냄새 베면 어쩌려고 그 랴 그냥 여기서 마실 겨 ,
“할머니 도 참 어서 들어오세 요 제가 할머니 냄새 을 얼마나 좋아 하는데요
저 어렸을 때 저희 할머니 하고만 잠 잤 어 요
엄마 가 어디 가시면 안 따라가고 안 찾아도 할머니 가 어디가시면 꼭 따라 다녔데요 ,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할머니 들 보면 할머니 생각이 나고 좋아요 ,
가스렌지 위에 작은 주전자에서 물 방 울 이 모여서 보 글 거 린 다 .
은 영 은 작 은 쟁반위에 접시하나를 놓고 그 옆에 찻잔 두 개를 놓는 다 .
예쁜 포크 두 개도 함께 담아서 방에 들인 다 .
다 됐어 요 할머니 들 어 가세 요
참 아무대서나 마시면 어때서
할머니 는 하얀 고무신 을 벗고 방에 들어갔다
은 영 은 할머니에 하얀 코 고 무신을 가지런히 놓았다 .
할머니 생각이 났다
은 영 은 할머니께서 가져오신 과일 을 접시 위에 가지런히 담았다
“같이 드세요 할머니 제가 안 신 것으로 골라 드릴께 요 ,
내가 가져 온걸 먹고 가라고 그냥 두었다가 이따 바깥 양 반 오면 같이 먹어
참 이번 주에 이사 간다고 했지
할머니 는 차를 들고 은영이 를 바라보았다 .
예 할머니 는 요
자식들이 자꾸 들어오라고 하는데 ....
그럼 들 어 가세 요 혼자 사시지 마시구요
은 영 은 포크 에 과일 하나 를 찍어서 할머니께 드린 다.
“아직은 혼자 사는 게 편 혀
그래서 조그만 한 방하나 얻어 달라고 하니까 아들 내외가 짐 가지러 온다고 하 네 ,
“할머니 아드님 하고 며느님 오시면 못 이기는 척 따라 가세요 .
아셨죠 ?
할머니 는 은 영 이 이 집에 이사 오기 전부터 살고 계시는 할머니 이시 다 .
집 주인이 다른 곳에 거주하고 있으면서 투기로 이 집 을 사 두었던 것이다
낡은 집들은 하나 둘 헐 리 고 조만간 아파트라는 것이 들어 선 다고 한 다 .
그래서 이사를 가야하는 것이다
방 값과 그동안 조금 저축해 놓은 돈으로 어제 다녀왔던 달동네 로 이사를 간 다
이런저런 이 야 기를 하면서 은 영 은 할머니 에 깊 이패인 이마에 주름살 을 쳐다보았다
깊은 주름살은
할 머니 께 서 살아오신 세월에 훈장이다
아고 비가 오려 나 다리 고 뱅 이 가 쑤셔오네
할머니 는 야윈 다리를 쭉 폈다
할머니에 발에 신겨있는 양말에는 덧대어 꿰메어 놓은 전 조각이 은영이 눈에 들어 왔다
할머니 는 발가락 을 옴 지락 거리면서 말씀 하신다 .
“ 이렇게 덧 데어서 바느질해서 신으면 발도 따다하고 좋아 ,
“그래 이사 가는 집은 넓은가 여기는 너무 좁지 ,
할머니 는 찻잔을 들며 물었다 .
“예 할머니 넓어 요 마당도 있고요 방도 두 칸 이 나 되고요
부엌도 넓어 요 ,
“방이 두 칸 이 여 ,
새 댁 이 늙은이 방 못 구하면 방하나 나줘 ,
알았지 ,
“할머니 도 참 며느님이 그렇게 오시라고 하시는데 가셔야지 또 샛방 살이 하시려고요 ,
은 영 이 와 할머니 에 두런두런 이런저런 이야기는 날이 저무는 줄도 모른 다 .
“아이 고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 ,
“새 댁하고 이야기하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니까 ,
할머니 에 작은 키에 비해 긴 치맛자락이 방 바 닥 닿는 다 .
할머니 는 내려온 치마를 올리고 허리 끈 으로 다시 동 겨 매신 다 .
할머니 에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은영은 할머니 생각이 떠 오른 다 .
은 영 이 할머니 도 그러셨다 .
요즘 유행하는 허리띠 대신 하얀 무명 긴 천 조각이 유일한 허리끈 이였다 .
세월이 흐르면서 하얀 무명 천 은 누렇게 변해갔다 .
타 지에 사는 자식들이 명절 때로 다녀 갈 때 면 예쁜 허리띠도 사다드리고 매기 불편할까 간단히 사용하는 허리띠 도 사다드렸었다 .
하지만 은 영 은 할머니 가 그 벨트를 사용 하시는 것을 한번 도 본적이 없다 .
할머니 는 그 빛바랜 무명 천 조각을 일생동안 허리에서 풀어내지 않으셨다
그 천으로 돌아가시는 날 까지 사용하셨다 .
길가 한 모퉁이에 늘 자리 잡고 있는 작은 리어카 하나가 있다 .
작은 리어카 위에는 알록달록 예쁘게 장식해 놓은 악세 서리 들로 가득하다 .
달랑달랑 매달려있는 귀 거리는 작게 켜져 있는 꼬마 전 구 아래서 반짝 거린다 .
그 옆 조금 긴 철망에는 목걸이가 걸려있다 .
은 색줄에 하얀 진주가 박혀있는 목걸이도 있고 새끼를 꼬아놓듯 한 목걸이도 있다 .
영 석 은 이 길을 매일 다녔지만 이 악세 서리 코너 는 늘 관심 밖의 코너 였다 .
그냥 있는가 보다 그렇게 지나치곤 했다 .
오늘은 이 곳에 늘 놓여있는 저 작은 수레가 지나는 영 석 의 발걸음이 자꾸 영 당기는 것 같다 .
쑥스러운 마음에 주춤거리는 영 석 을 보고 악세 서리 판매 아가씨가 상냥하게 말을 걸었다 .
“구경 하세요 ,
아가씨는 리어카 앞쪽으로 다가와 이것저것 영 석에게 가르쳐 준다 .
“이 거요 제가 모두 손 작 업 으 로 만들 었 어 요 ,
영 석 은 목걸이 하나를 손 바 닥 위에 얹어놓았다 .
목걸이 줄이 차르하게 손바닥 위에 뭉치듯 모였다 .
예쁘다
영 석 은 목걸이를 아가씨에게 내밀었다 .
“포장 되나요 ,
영 석 은 쑥스러운 듯 작은 목소리로 묻는 다 .
“포장 은 안되구요 제가 예쁜 가방에 넣어 드릴께 요 ,
악세 서리 판매 아가씨는 리어카 아래 작은 박스에서 종이 가방을 꺼냈다
그리고 제일 작은 앙증맞은 종이가방에 목걸이를 담았다 .
투박한 영 석 의 손에 들려진 작은 미니 가방은
마치 고목나무에 매미 가 매달려 있는 것 같다
영 석 은 왠지 쑥스럽다
거리에 모든 사람들이 자신 만 쳐다보는 것 같다
영 석 은 작은 가방을 주머니 속에 넣었다
기린을 보고 누가 긴 목을 가져서 슬픈 짐승 이라고 했던 가
목이 길기에 멀리 볼 수 있지 않은가
높은 나뭇가지에 열매를 따 먹을 수 있는 것 목이 길어서 가 아닌 가
영 석 은 주머니 속에 손을 넣어본다 .
매끄러운 감촉에 작은 가방이 손바닥 에 닿는 다 .
하나 둘 소리 없이 웃는 가로등 불빛 들 처 럼
영 석 얼굴에도 고요한 웃음이 가득하다 .
가스렌지 위에 토장국이 보 글 거 린 다 .
구수한 토장국 냄새가 코 끝 을 찌른 다
은 영 은 파 와 풋고추를 송송 썰어 보글거리는 토장국 속에 넣었다 .
똑딱 거리는 칼 소리와 구수한 토장국 냄새가 담장을 넘는 다
“오늘 저녁은 토장국 이네 ,
영 석 은 부엌문을 열고 들어서며 코 끝 을 실룩 거린다 .
음 ~ 이 냄새 ~
영 석은 토장국 이 보글거리는 옆에 서있다 .
“다 됐어 요
어서 씻고 오 세요 ,
영 석은 방 으 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수건을 목에 두르고 나왔다 .
모욕 탕 이 없는 이집 은 부엌 한쪽에 있는 작은 수 도 꼭지 가 세면대 겸 세탁실이다 .
벽돌 서 너 장 을 포개어 놓고 그 위에는 세수 대야가 올려져있다
쏴하는 물소리와 함께 양은세수대야에 물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더니
세 수대야 물이 가득 차면서 요란스럽던 물소리는 금 새 잠잠해 졌다 .
영 석 은 머리를 세 수대야 속으로 깊 속 이 넣는 다 .
찬 물 기운이 머리 두피를 자극 한다 .
“어 ~ 시원하다 ,
영 석은 샴푸를 손에 묻혀 머리에 문질렀다 .
하얀 비누 거품이 머리위에서 뿍 적 거린 다 .
삐 족 빼족 거리는 영 석 머리는 마치 폭격을 맞은 뜻이 요란스럽다 .
머리에 가득한 하얀 거품을 영 석 은 손으로 훌 터 내렸다 .
하얀 뭉게구름 이 손 바닥위에 놓인 것 같다
영 석 은 물위에 살며시 놓아본다
물결이 없는 작은 세 수대야 속에 떠있는 하얀 뭉게구름은 흘러가지 못한 채 머물러있다.
영 석 은 손 끝 을 물 속 에 넣고 빙글빙글 원을 그려 본다 .
잔잔하던 물속은 조금씩 물결이 인 다 .
은영 은 밥상을 차려 방 안에 들어 놓는 다 .
동그란 작은 소반 상에는 반찬 이 놓여 져 있다 .
뚝배기 토장국 은 아직도 보 글 거 린 다 .
은 영 은 냉장고에 넣어둔 보리 차 를 꺼내어 물 컵 에 따랐다 .
찬 물병 밖으로 물기가 촉촉이 흐른 다 .
은 영 은 세면대 쪽을 바라보았다 .
“또 장난치고 있어 요 당신 도 참 그럴 때 보면 꼭 어린아이 같아 ,
“어서 씻고 들어와요 ,
영 석 은 커다란 엉덩이를 치켜들고 머리를 세수 대야에 푹 담았다 .
다섯 손가락 을 두피 속으로 넣고 머리 맛 사지를 한 다 .
시원하다 .
세수 대야 물 이 하얀 거 품 으로 가득하다 .
벽돌과 세수 대야에 부딪침으로 나는 소리는 아침이라면 적막을 깨기에 충분한 소리이다 .
하얀 색에 물은 손살 같이 뜀박질 쳐 나가버렸다 .
그 위에 남겨져있는 거품들에 움직임 이 투 박 하다.
영 석은 수 도 꼭지를 틀었다 .
또 요란스러움이 시작되었다 .
머리카락 과 물과 거품에 전쟁에서 머리카락에 승리로 끝날 때 쯤
벽돌사이로 흐르는 거품들이 어디론가 하나 둘 사라져갔다 .
영 석은 머리를 수건으로 감싸 두드린 다 .
뽀 송 했던 수건 속으로 물기가 스며 들 었 다 .
은 영 은 또 다른 수건을 영 석에게 건네 주 었 다 .
영 석 은 수건을 어깨 에 걸친 놓는 다 .
물기가 채 마르지 않은 영 석에 머리위로 비취는 전등에 밝은 빛 때문에
촉촉함이 반 들 거린 다 .
“이번 주 일요일에 짐 옮기기 힘들 것 같아 .
왜요 ?
은 영 은 숟가락 을 들다 말고 영 석을 바라보았다 .
“이번 일요일에 사장 님 이 누구를 만나러 가시나봐
그런데 그 자리에 나를 같이 가자고 하 시 더 라 구
이사 짐 옮겨야 한다고 사정을 하긴 했지만
못 간다고 말을 할 수 없 겠 더 라 구 ,
“다른 사람들도 있는데 왜 하필 나를 데리고 가려는지 .
영 석은 토장국 을 한 숟가락 떠 입 안으로 넣으며 투 덜 거린 다 .
“회사 일 인데 가셔 야지요 ,
“당신과 함께 가려는 것은 그만큼 당신을 신임 한다는 뜻 아니 겠어요
이사 는 다음 주에 간다고 이야기 할게 요 ,
“만년 대리 자리에 앉아있는 내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
영 석은 은 영 에 얼굴을 뚫어져라 쳐 다 보았다 .
왜요 ? 제 얼굴에 뭐가 묻었 어 요 ?
은 영 은 손으로 얼굴을 만지며 영 석에게 물었다 .
“ 아니 야
“너무 고마워서 ,
토장국 뚝배기에 수저를 가져다 대던 은 영 은 잠시 멈춘 다 .
뭐가 요 ?
“당신 나 한 테 시집외서 고생 만 하 쟎 아
영 석 은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목 걸 이 를 꺼내려고 일어서려다 다시 앉았다 .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선물이라는 것을 준적이 없는 것 같다 .
영 석 은 선물이라고 사 들고 온 것 이 고작 길가 리어카에서 파는 싸구려 악세 서리 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
은 영 이 실망 하겠지
“당신 무슨 생각 을 그렇게 하세 요 ,
“어 , 아니야 아무것도 ,
영 석은 손에 들었던 수저를 밥상위에 놓는 다 .
그리고 긴 유리컵에 들어있는 보리차를 마신 다 .
도심 속을 달리는 차 들은 늘 분주하다 .
달리고 달려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어디를 달려갔다 오는 것일까
숨 쉬지 조차 역겨운 매연 냄새를 풍기며 달려가고 달려오는 저 차 들 속에서
나는 그 것들이 주는 냄새가 싫어 달아나 버렸다 가도 어느새 그 것 들 곁에 이끌어 와 있다 .
영 석 은 버스 정류장 에 서 있는 몇 몇 사람들 틈새에 끼어있다 .
빈 택시가 서너 대 지나갔지만
어느 한사람 택시를 세우지 않는 다
모두 커 다 란 자동차를 기다리나 보다 .
영 석 역시 그 커다란 차를 기다리고 있는 중 아닌 가
작은 자동차 들 사이에
커 다 란 버스 한 대가 도로위에서 서행 운전을 하며 정류 장 으로 들어온 다 .
웅 장 한 몸채를 인도 가까이 기대려 한 다 .
사람들은 채 서지도 않는 버스를 향하여 뛰어갔다 .
버스 문이 열리고 하나 둘 버스 에 올랐다 .
한가하다
버스 안에는 설렁 하리 만큼 손님이 안 보 인 다 .
영 석 은 맨 끝 자리에 앉았다 .
달리는 창밖으로 고 개 를 돌렸다 .
모두가 낮아졌다
부자들에 소유물 이라 가끔 은 아니 언제나 부러워서 높게만 보이고 느껴지던 자동차 들이 이제는 작게 낮은 소유물 로 느껴진다.
높다랗게 서있는 화려한 건물 들 사이로 낮게 지어져있는 상점들이 보인 다
초라하다 어울림에 조화를 소화시키지 못한 다
한 중년 아줌마 가 셔터 문을 열었다 .
제법 육중한 몸매는 한 힘을 할 것 같아 보였다 .
영 석은 달리는 자동차 창밖사이로 지나는 거 리 에 풍경을 보았다 .
이제 영 석이 내려야 할 도착지 에 왔다
영 석은 팔을 뻗어 벨을 길게 눌렀다 .
내리는 사람이 영 석 혼자다
몇몇 다른 사람들은 더 가려나 보다
“수고 하십시오 ,
영 석 은 버스 기사에게 인사를 한 다 .
“네 안녕히 가세 요 ,
버스기사 도 답례 인사를 전한 다 .
영 석에 발끝이 땅 위에 닿고 서너 발자국 옮길 때
버스 는 커다란 몸 채 를 또 움직이며 서서히 달려 간 다 .
달리는 차들과 거리를 오고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서있는 영 석 곁으로 자동차 한 대가 멈추어 섰다
사장이다
혼자서 운전을 하고 온 것을 보니 기사가 안 따라온 모양이다.
사장 은 고개를 내밀며 타라고 한 다
영 석 은 허리를 굽혀 인사 을 하고 차 문 을 열었다 .
“일요일 에도 나오라고 하고 미 얀 하 네 ,
사 장은 운전 대 를 돌리며 영 석에게 하얀 이 가 드러나도록 웃어 보 인 다 .
그런데 무슨 일이 시길 래 저까지 ....
영 석 은 말 꼬리 를 흐리며 묻는 다
“언제인가 자네가 나에게 상품하나 개발 했다고 서류 들고 온 적 있지 ,
“그 서류 지금도 보관하고 있나 ,
“ 그 상품은 만들어봤자 상품성이 없다고 하신 것 같은데 ,
“그때 내가 왜 그 것을 외 면 했나 몰라 ,
“지난번 사장들 모임이 있었는데
그 모임에는 자네가 개발 하쟎던 그 상품 이야기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 구 ,
그래서 자네 이야기를 했더니
“
나보고 쥐어진 떡 도 못 챙겼냐고 난 리 들 이 더 군 ,
그랬다
영 석이 이 회사에 입사를 하고 영 석 은 온 몸으로 일 를 했다 .
늘 새로운 개발에 도전해야 살아나는 사회이기에
영 석 도 밤 잠 을 설쳐가며 신 제 품 개발에 몰두했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개발 품 서류를 사장실에 들고 갔었다 .
한껏 부품 마음으로 기대를 하면서 말이다 .
그 때 사장 은 그 제품 개발 서류 종이를 대충 읽어 보더니
그냥 영 석 에게 주어었다 .
그리고 한심하다는 듯이 영 석 을 바라보았었다
그런데 지금 그 서류를 찾는 다
함께 갈 곳이 있다고 한 것은 이유에 불과했다
사장은 차를 고급 음식점 앞에 세웠다 .
리본 넥타이를 맨
깔 끔 한 유니폼을 입은 종업원이 사장에게 깍듯이 인사를 한 다
“어서 오십시오 사장님 ,
사장 은 으레 인사를 받는 것처럼 아무대꾸도 없이 홀 안으로 들 어 선 다 .
사장은 종업원이 안내하는 곳으로 따라 간 다 .
영 석 역시 그 뒤를 따라갔다 .
사람들이 테이플 에 앉아 식사를 하는 모습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
하지만 모두 가 조용하다
만 약 여기가 일반 식당 이였다면 왁자지껄 했을 것이다 .
어디서 구하였는지 시골 풍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홀 한가운데는 작은 가에 미니 원두막 도 있다
그 옆에는 아주 작은 밭과 논다랑이도 놓여있다
밭에 심어진 채소들은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모두 프리스틱 모형이다 .
논 다랑이에 심어져 있는 벼 역시 작품성 모조품이다 .
하지만 어찌 그리도 똑 같을까
종업원은 문이 달려있는 방 으 로 ,사장과 영 석을 안내했다 .
깔끔하게 꾸며져 있는 방 안에는 원형 식탁이 놓여 져 있다
그 위에는 하얀 레이스가 달려있는 식탁 테이플 보가 씌어져있다 .
중앙에는 예쁜 꽃 병 이 놓여있다
하얀 테이블 과 조화를 이룬 다 .
벽 면 마다 꾸며져 있는 조각품들이 품격을 더욱 높여준다 .
종업원 은 사장이 식탁 에 앉기 전 얼른 의자를 앉기 좋게 놓는 다 .
아니 그럴 때 까지 사장은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
사장은 의자에 앉자 그제 서야 영 석에게 자리를 권한 다 .
영 석 은 머리를 작게 죽이며 가벼운 답례와 함께 의자 에 앉았다 .
종업원은 테이블 가까이 다가와 메뉴판을 펼쳐 놓는 다 .
메뉴판에는 이름조차 생소한 음식들 만 나열되어있다 .
그림으로만 봐서는 몇 접시 먹어도 간에 기별조차 오지 않을 것 같다 .
“자 김 대리 자네가 주문하게 ,
오늘은 자네가 손님이니 ,
영 석 은 아무리 눈 씻고 봐도 마땅한 음식이 없다 .
늘 김치와 고추장에 된장국에 맛 들어진 영 석에 입맛에는 영 벼로다 .
접시에 보기 좋게 놓여 진 모양은 그럴 싸 하지만 영 ~ 아니 올 시다 였다 .
영 석 이 메뉴 판을 들 고 주춤 거리는 사이 사장은
“뭘 로 할 건가 ,
영 석은 잠시 망설이며
“저.......... ,
제가 이런 곳이 처음이라서 ......
말 끝 을 흐리는 영 석을 바라보는 사장은 웃으며
“참 사람도 지금까지 이런 음식점 도 한번 안 와봤단 말이야 ,
영 석 은 기분이 씁쓸하다 .
죽어라 뛰어다녀야 겨우 입에 거미줄 정도 연명하는 직장인 인 자신이 오늘따라 무척 누추해 보여서 씁쓸하고 잘난 사람들에 끝없는 욕심에 한 없 는 욕심에 잘난체하는 모습에 씁쓸하다 .
그런 마음 은 아는 지 사장은 종업원에게 음식 주문을 한 다 .
제일 비싼 음식으로 주문하는 모양이다 .
종업원이 연실 굽 신 거린 다 .
영 석은 자신이 이 곳 에 왜 앉아있는지 이상했다 .
분명 누구를 만나러 간다고 사장이 말 했지 않는 가
그런데 지금 그 누구라는 사람은 없다 .
영 석 과 사장 단 두 사람 뿐이다 .
결국 영 석이 개발 한 작품을 얼렁뚱땅 만들어서 돈 벌어 보자는 욕심 아닌 가
영 석은 자신 을 무시하였던 사장이 갑자기 돌변하여 환대하며 다가오는 사장이 왠지 부담스럽고 두렵기 까지 하다 .
“그 동안 내가 사원들을 쭉 지켜 보 았 는데
김 대리 처 럼 성실한 사람은 찾아보기 힘 들 더 라 구,
네 늘 김 대리 에게 고맙게 생각하면서도 자리를 마련하지 못 하였어 ,
그래서 오늘 친구들과 약속도 미루고 자네를 부른 거 네 ,
몇 년 동안 어 거지 만년 대리로 앉혀놓고 재 풀에 죽어서 나가라고 몇 칠 전 만해도 온갖 무시를 하며 자신을 눈에 가시 처 럼 대하였던 사장이 아니 던 가
그런 영 석에게 갑자기 환대해지며 이렇게 비싼 음식점 까지 데리고 온 이유는
그 서류 때문이란 말인가
그럼 결론은 영 석이 아니라 그 서류 인 것이다
영 석은 앞에 앉아있는 사장을 바라보면서 씁쓸한 기분이 든 다 .
똑! 똑 ! 똑!
노크 소리가 조용한 룸에 적막을 깨 운 다 .
그리고 문이 열리고 네 바퀴가 달려있는 수레위에 먹기에도 아까울 정도로 화려한 음식이 가득실린 음식이 들 어 온 다 .
날씬한 몸매에 예쁜 얼굴 그리고 짧은 미니스커트 제복을 입은 아가씨는
테이블 위에 접시를 조심스럽게 놓으며 손님과 마주 칠 때 마다 미소를 지었다 .
하얀 이 가 가지런히 보이는 그녀는 예쁘다
“맛있게 드세요 ,
종업원은 가벼운 인사와 함께 작은 수레를 밀며 룸 을 나 간 다 .
“자 어서 들게 먹으면서 이야기 하 자구 ,
사장은 영 석 앞에 놓여있는 와 인 잔 위에 술병을 기 울 인 다 .
잔이 반쯤 찰 때 사장은 술병을 자신에 잔에 기울였다
영 석은 얼른 의자에서 일어서며 술 병 을 잡았다
“제가 먼저 따라드려야 하는데,
영 석 은 말끝을 흐리며 사장을 바라보았다 .
사장은 커다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어 보 인 다 .
“자 나를 사장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형님 이라고 생각하게 자네 형님 말이야 ,
사장을 형님으로 생각하라고
그래 이렇게 변 할 수 있는 것 이 구나
바로 이것이 인간의 본능이지
점 점 두 얼굴에 탈 을 쓰고 있는 사장 앞에서 영 석 은 더 이상 머물고 싶은
마음이 사 라 진다 .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 나오고 싶다 .
하지만 현실이라는 놈이 영 석 을 주춤거리게 만든 다 .
아니 영 석이 설계한 제품을 높게 평가해 주지 않는 가
그럼 감사해 하고 고마워 해 야 할 상황이 아닌 가
그런데 왜
“자네 말이야 다음 승진 때 과장으로 승진시켜 주려고 내 마음 에 두고있네 ,
자네 는 우리 회사에 없어서는 안될 사람이라구 ,
“자 한잔하게 ,
사장은 술잔을 들어 영 석 앞에 내민 다 .
영 석은 술잔을 들어 잔이 닿을듯이 내밀고 단숨에 술잔을 비워버린다
아니 영 석도 모르게 넘어가 버렸다 .
사장은 빈 술잔을 보고 또 다시 술 을 채워 놓는 다
그렇게 마시는 술 에 영 석 은 취기가 약간 오른 다 .
“이제 보니 김 대리 술에 무척 약 하구먼 허허허 ,
자 그 이야기는 회사에서 하기로 하고 어서 들게,
그리고 보니 영 석 앞에 놓여 진 음식은 처음 그대로 놓여있다 .
커다란 접시에 장식만 화려할 뿐 실속이 없다 .
영 석은 동그란 모양에 고기단자를 포크로 찍어 입에 넣었다
그리고 입 속에서 조용히 깨문 다
고기는 그냥 으스러져 버렸다
갈아서 만들어 놓은 것이다 .
음식이 달다 과자처럼 달다
영 석은 물 컵에 담겨진 물 을 들이 킨다
목 젖 끝에서 물을 기다리고 있다
영 석 은 컵에 따라져있는 컵에 물을 거의 비우다 시피 마셔버린다 .
차라리 이 물 로 배 를 채우는 쪽이 편할 것 같다.
“자네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은가 보군
다른 음식으로 다시 시킬까 ?“
사장은 테이블 옆에 놓여있는 인터폰을 들으려 손을 뻗는 다 .
“제가 요즘 속이 안 좋아서 ........,
“사람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못 먹어서 어 떻 하나 ?
“그럼 그만 가지 뭐 ,
사장은 자리에서 일 어 선 다 .
영 석 도 일어섰다 .
밖에는 차 가 출발하기 좋은 위치에 놓여 져있다 .
사장은 차 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
종업원이 허리를 굽혀 인사 을 한 다
“감사 합니다 안녕히 가십 시오 ,
영 석은 사장에게 인사를 하려고 차 옆으로 다가섰다 .
“아니 자네 왜 안타나 ,
‘잠 깐 어디 좀 볼일이 있어서 요 ,
“같은 방향이면 같이 가지 ,
“아닙니다 걸어서 가도 되는 거리입니다 .
오늘 점심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감사 합니다 ,
사장 은 차를 큰 도로 쪽으로 옮긴 다 .
그리고 어느새 수많은 차들에 행렬 속으로 사 라 진다
영 석은 걸었다
갈 곳이 있어서 걸어가는 것이 아니다
그냥 힘없이 이끌려야하는 자신이 미웠다 .
만약 영 석 에게 든든한 자본이 있었거나 그런 돈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무시도 당하지 않았을 것이고 지금에 와서 다시 찾는 사장에게 당당하게 거절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
터덜터덜 걸어가는 걸음걸음 이 무겁다.
영 석 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
높다 무진장 높다.
하얀 구름 그 속에 누워 떠다니는 자신에 모습을 상상해본다 .
영 석 은 혼자서 멋쩍게 웃었다 .
길 가는 사람들이 그랬을 것이다 .
미친 사 람이라고
아니 그랬다 영 석 을 힐긋힐긋 보면서 쑤군거리며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
영 석은 전화를 걸었다 .
전화벨 소리가 영 석의 귓속으로 파 고 든 다 .
얼마나 울렸을까
“여보세요 ,
굵직한 남자에 음성이 들린 다 .
“종균이 .
영 석 은 짧게 상대방 을 묻는 다
“네 맞는 데요 누구....
혹시 영 석이 영 석이지 짜식 ~
“그래 잘지 냈 어 ?
아무리 바빠도 연락 좀 하고 지내자 임 마
그래 제수씨도 잘 지내시고 ...
아니 전화로 이럴게 아니라 만나자
술 도 한잔하고
“나도 그러고 싶지만 오늘 안 되 겠 어
우리 집 이사하는 날인데
지금 밖에서 누구 좀 만나고 가는 라고 ,
“이사 ?
“아 ~ 그 곳이 재개발 된다는 소문이 있더니 정말 인가보구나
어디로 가는데,
“그냥 판자 집 달 동 네 지 뭐 ,
“짜식 그럼 진작 연락하지 임 마
내가 지금 뭐하는 줄 알아 이사센터 한 다 임 마 ,
그건 그렇고 지금 어디야 ?
그래 알았어 내가 금방 나갈게
우리 집 에서 가까운 곳이네 그래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종균 이 전화를 끓었다 .
영 석은 휴대폰을 한참 뚫어져라 쳐다보다
영 석 은 휴대폰 을 접었다
얼마쯤 기다렸을까 종균이 저 멀리서 걸어오고 있었다.
“여기야 여기 ,
영 석은 손을 높이 들고 허공에 동그라미 원을 그린다.
그리고 종균이 오는 쪽으로 걸어갔다
종균이 뛰어왔다 .
영 석 도 걸음을 빠르게 움직였다
쨔 식 정말 오랜만이다 .
영 석 과 종균 은 서로 안으며 어깨를 앉았다 .
“자 가자 오랜만에 만나 으니 한잔해야지 ,
종균 은 영 석과 함께 식당으로 들어섰다 .
손님이 방금 나갔나 보다
주인 인 듯 한 남자는 쟁반에 빈 그릇을 담다말고
들어서는 영 석 과 종균 을 보더니
큰 목소리로 인사 를 한 다
“어서 오십시오 ,
영 석과 종균은 식당 의자를 앞으로 당기어서 앉았다 .
“그래 재주 씨랑 깨 볶음 하느라고 꼼작도 안했냐?”
“그래 임 마 ,
영 석은 식당 주인이 식탁을 치우는 것을 거들어 주며 종균이 던지는 농담에 대꾸를 했다
“어이구 그냥 두 세요,
식당 주인은 재 빠른 손놀림으로 식탁위에 놓여 진 빈 그릇을 치 운 다 .
“가만 보자 ,
종균은 식당 벽에 붙어있는 메뉴 판을 소리 내어 읽는 다
돼지고기 삼겹살 차돌박이 안창살 곱창전골 두부찌개 ......
“영 석아 뭐 먹을래?
“그냥 두부찌개 에다 소주나 한잔해 ,
영 석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부담 을 준다는 것이 싫었다 .
“자식 오늘은 내가 산다니까 ,
“아저씨 삼겹살 2 인분하고 소주 한 병 만 주세 요,
“네 ~ 알겠습니다 ,
“여기 삼겹살 2인분 소주 한 병 있습니다.
영 석과 종균은 술잔을 주고 받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그래 지금도 그 회사 다녀 ?
“응,
“참 대단하다,
종균은 비어있는 영 석의 술잔에 술을 따르면서
“사장 등살에 그만두고 나온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용케도 버티고 있었네,
“그래 직책은 지금쯤이면 부장 쯤 승진 했겠구나,
영 석 은 술잔을 비우며
“부장 부장이라
하하하하 ,
“그래 부장 한자리는 해 먹고 그만두어야지 ,
영 석은 빈 술잔을 만지작 거리며 쓴 웃음을 짓는다
“아니 그럼 지금까지 승진을 못했단 말이야 ,
“나 한 테 는 만년대리가 딲 ! 맞는가 보 더 라
“내려가지도 올라가지도 않아 몇 년 동안 늘 그 자리야,
“여기 소주 한 병 더 주세 요 .
종균은 주방 쪽 을 향해 소리 친 다
점심때 사장이 만나자고 해서 만나고 오는 길이야
‘왜 ?일요일 인데 무슨 일 로
“작년에 새로운 계획안 발표 하는 날 내가 뭐 하나 개발해서 상품화 하면 어떨까 하고
설계를 해서 보고서를 올렸었지
사장이 그걸 보더니
지금 아이들 소꿉장난 하냐고 바닥에 던져버리더군,
“그래서,
종균은 영 석에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궁금해 묻는 다
새까만 후배들 앞에서 얼마나 창피하던지
“흩트러진 서류를 주워서 나왔지 ,
“너무 화가 쓰레기 통에 버릴려고 하다가
몇 달동안 밤 잠 못자고 고생한것을 생각하니 아깝더라구 ,
그래서 그냥 집으로 가져와서 책상 서랍에 쳐 박아 두었어
그런데 오늘 사장이 그 서류 지금도 가지고 있냐고 묻더군
그래서 가지고 있다고 했어
“응,
그랬더니 뭐라고 그래
과장으로 승진시켜 줄테니 다시 가지고 나오라더군
술잔이 비었네
영 석 은 종균의 술잔에 술을 따른다
도대체 어떤 것인데 사장이 지금와서 탐을낸데
하우스 재배하는 곳에 가 보니까
재배작물을 올릴 때 빨래집게를 하나씩 줄에 집어서 사용하더라구
그런데 그것보다는 어느정도 간격을 맞추어 아예 고정시켜서 연결하는 끈이나 줄이 나오면
일손도 줄이고 좋겠더라구
“야 , 대단한 아이디어인데
별 것 같지도 않은데 꽤 괜찮은걸,
그래서 가져 갈거야
종균이 묻는다
글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생각 중이야 ,
그것 나하고 한번 만들어 보는 게 어때
동업을 하는 거야
종균은 영 석에게 동업할 의향을 묻는 다
글쎄 난 돈도 없고 ......
영 석은 종균의 말에 말끝을 흐리며 대답 한다
“자본은 내가 댈테니 물건만 상품성 있게 만들면 되는 거야,
“글쎄 그게 잘될까 ?
“보니까 그렇게 거창한 것도 아니고
‘할 만하겠는데 ,
“사장한테는 말 하지 말고 그냥 서류가 어디로 가버렸다고 해
‘그러다가 실패하면
영 석은 내심 걱정이 되는가 보다
‘자 이제부터 우리는 동업을 위하여 건배 ,
종균은 소주잔 을 들어서 영 석에게 건배를 권 한다
영 석 도 잔을 들어 건배를 한 다
잠깐 다녀오겠다는 영 석 에 늦은 귀가 시간이 은영 을 초조하게 만 든 다 .
전화수화기를 들었다 놓기를 수 십 번
또 다시 은영이 손에 수화기가 들려 진다 .
그리고 숫자를 조심스럽게 누른 다
영 석의 핸드폰 벨 음악이 은영의 귓가에 들려 온 다 .
조경수 에 행복이란 예전에 노래가 들려 온 다 .
행복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 쟎 아요
당신 없는 행복이.........
“오늘 많이 늦어 요 ,
“어 ~미 얀 전화 한다는 것 을 깜박했다.
점심때 사장 잠깐 만나고 종균이 알지
지금 종균이 하고 술 한 잔 하고 있어 ,
오랜만에 만나니 할 이야기도 많 네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 알았지 ,
“예 알았어요 ,
너무 많이 마시지 마시고요
은 영 은 수화 기 를 내려 놓는 다
그리고 구석에 놓여 진 이삿짐 을 보면서 초라하다는 기분이 든다
언제인가 친구 자신을 를 불러서 이삿짐 챙기는 도와 달라고 했을때
은 영은 만사를 제쳐놓고 그 친구 집으로 달려갔었다 .
하지만 그 친구는 그 비싸다는 이 사짐 센터 차를 불러놓고
쇼핑 중이였다
무엇이 그리도 많던지 장정들 서너명이서 한나절은 짐을 옮겼다
그 렇게 바쁜 와중에도 그녀는 쇼핑을 즐기도 있었다
이것이 부익부 빈익빈 에 차이 인가
은 영은 지금 자신의 작은 방에 놓여진 짐을 보면서 왠지 슬퍼진다
전화 수화기를 들어서 작은 집이나마 사서 이사한다고
친구들 에게 자랑하면서 호들갑을 떨고싶다
너무 많아서 힘들다고 친구들을 불러서 짐 싸는것 도와달라고 부르고싶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지금 은영이 혼자만의 상상이다
남편 없이도 혼자서 두어 시간 걸려서 다 챙겨진 짐이다
은 영 은 작 은 이불하나 를 펴서 자리를 깔았다
작은 형광 불빛이 은영 눈에 들어 온 다
낮은 천장에 좁은 방 처음 이 집에 이사 왔 을때
은영과 영 석 은 세상 모두들 가진 것 같았다
삐 그 덕 거리던 부엌문이 세찬 바람에 떨어져 나갔던 일도
폭우가 쏟아질 때면 부엌에 차여진 물을 바가지 로 퍼내던 일도
모두 이제는 추억으로 멀어지겠지
얼마나 취했을까
투 박 거리는 영 석의 걸음걸이다 들려 온다
은 영 은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
부엌 문이 열리고 영 석 의 비틀거리는 몸체 가 보인 다
“어 아직 안 잤어,
먼저 자라니까
나 기다린 거야
비틀거리는 영 석을 은영은 부축 인다
웬 술을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아 ~ 기분 좋아서 한잔 했지
종균이가 나보고 동업하제
난 돈이 없어서 못한다니까
돈 은 자기가 다 댄다고 걱정 말래
한번 해 볼까 ?
“까짓것 회사 때려치우고 나도 사업한번 해봐
새 파랗게 젊은 놈들한테 예 예 거리며 굽 신 거리 는 것도 이제는 신물이 나 ,
은 영 은 비틀거리는 영석을 방에 눕히고 밖으로 나왔다
늦은시간 이지만 그래도 간간이 차들이 오고가는 것을 볼수있다
할머니 가 사시던 안채에는 불빛이 없다
아니 불이 이제는 켜 지지 않는다
연로 하신 할머니 는 몸이 쇠약하셔서 아들네 집으로 들어가셨다
“이사하면 방하나 달라고 하시더니
건강하게 잘 계시겠지,
은 영 은 혼 잣 말 처 럼 중얼거리며 밤하늘에 작게 비치는 별 들을 세어본다
도심에 대낮에 삶에 몸부림치는 사람들에 시끄러웠던 절규 속에서 같이 부딪끼며 섞여있었던 자신이 지금은 조용한 밤하늘에 별과 함께 하고 있다
저 별빛들은 오늘 내가 할 일을 알고있을까
만약 보았다면 정말 실망할텐데...
은 영 은 바람에 떨어진 듯한 낡은 휴지걸이 를 벽에 붙어있는 조그만 한 못에 걸어두고
방으로 들어왔다
작은 방에 그것도 이삿짐들로 가득한 방 한구석에서 꼬부린 채 잠들어있는 영 석을 내려다 보는 은영 은 이 모든 것이 자신에 부족함에서 오는 것 이라는 자책함을 갖는 다
남편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자신에 모습이 야속 하리 만큼 싫어 진 다
은 영 은 영 석 옆에 누웠다
영 석이 숨을 내 쉴 때 마다
술 냄새 가 풍겨왔다
은 영 은 흩트러진 이불을 펴서 영석에 몸위에 덮어주었다
술기운에 체온이 올라간 탓인지 또다시 흩트러 놓는다
은 영 은 그냥 체념 한듯이 이불 끝자락만 당겨서 몸을 덮었다
가슴위에 겨우 와 닿는 다
은 영 은 눈을 감았다
하지만 잠을 들 수가 없다 .
아니 잠을 자려고 안간 힘 을 쓸수록 잠 은 더 달아나 버렸다
그렇게 밤을 지새운 은 영 이 겨우 잠이 들었다
조용한 도시에 새벽이 오고 있나 보다
고요하던 도심 도로에는 하나 둘 차들에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
다
영 석 은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목이 마르다
영 석은 냉장고 문을 열고 물병에 물 을 컵에 따랐다
그리고 단숨에 마셔버렸다
그래도 가슴에 시원함은 부족하다
또다시 물병을 따랐다
아까 보다는 좀 나은 것 같다
영 석은 조용히 방문을 열고 나왔다
도시에 이른아침 도 함께 할만하다
미화원 아저씨 께서이 곳 저곳 버려져있는 쓰레기 들은 모아서 작은 손수레 에 담는다
영 석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아저씨 안녕 하세요 ?
미화원 아저씨는 하던 일을 멈추고 영 석 쪽을 바라 본 다 .
“예~ 안녕 하세요 ,
‘힘 드시지 않으세요 ,
“그 연세 에 그냥 집에서 쉬셔도 힘드실텐데..
영 석은 미화원 아저씨 에게 묻는다
아니 할아버지 라고 해야 더 어울릴것 같다
“그냥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예요 ,
“자식 놈 들은 쉬라고 난리지요
집에서 그냥 있으면 오히려 병이 더 나요
이렇게 조금이나마 움직이면 건강에도 좋고 돈도 벌어서 손자놈들 맛있는 과자도 사주고
용돈 도 주고 얼마나 좋아요
늙은이가 집에서 있으면 잔소리가 하지 뭐 하겠슈
그럼 며느리가 좋다고 하겠슈
바람도 쐬고 이렇게 젊은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얼마나 좋아요 ,
미화원 아저씨는 또 다시 빗 자 루 를 바쁘게 움직인다
핸드폰 벨이 울린다
창을 보니 종균이 번호가 뜬다
영 석은 핸드 폰을 열었다
“여보세요,
“어 나야 종균이
“그래 아침 일찍 웬일이야 ?
“오늘 이사한다면서 일찍 갈게 ,
어제 종균이 자신이 운영하는 이삿짐 차로 이사를 해 준다고 했었다
하지만 영 석은 그냥 흘러가는 소리 로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차를 가지고 온다고 한 다
“이 삿 짐 도 얼마 되지도 않은데 뭐 ,
그냥 작은 트럭하나 불러서 가면돼 ,
영 석 은 미 얀 한 마음에 종균이 차를 가지고 오겠다는 것을 만류한다
“ 야 임 마,
친구 좋다는 것이 뭐냐 ,
나 같은 놈은 이럴 때 나 도와주지 언제도와 주겠냐 ?
아침 먹고 금방 갈테니 차 부르지 마 알았지
짐이나 잘 챙겨놓고 기다려
“그래 알았어,
고마워 ,
영 석 은 핸드폰 을 손 으 로 만지 작 거리며 집으로 들어왔다
아무것도 없는 자신에게 좋은 친구 들이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대 부분 친구나 사람들은 재산이나 권력이 없으면 함께 하던 친구들도 멀어진다는데
영 석 곁에서 머무는 사람들은 영 석 이 힘들어 할수록
더 가까이 머물러주고 함께 해 주었다
영 석 은 그런 사람들이 친구들이 너무나 고맙다
은 영 이 일어난 모양이다
부엌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영 석은 현관 문 겸 부엌 문을 열었다
열 때 마다 들리는 삐 그덕 거리는 소리 이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이 녀석 에게도 정이 들었나보다
오늘은 이 소리가 무척이나 정겹게 들려온다 .
영 석은 문을 다시 닫은후 또 열었다
“삐그덕 ,
영 석은 문 손잡이를 잡고 들어서지도 않은채 서있었다
그 런 영 석에 모습을 보고 은영이 한마디 한다
‘참 ,당신도 그럴 때 보면 꼭 어린아이 같아 요 ,
은 영 이 아침 준비를 하려고 바가지에 쌀을 담았다
“아침 밥 하려고 ,
영 석이 묻는 말 에 은영은
“그럼 아침 먹어야지 안 먹어 요 ,
“ 오늘 같은 날 은 한 끼 사먹지 뭐 ,
이 삿짐 또 챙기려면 분주스러울 텐데...
그냥 요 앞 식당에서 얼른 먹고 오자 ,
영 석 은 바가지에 담겨진 쌀을 자루에 다시 담았다
“얼른하면 되는데,
은 영 이 말 끝을 흐르며 영 석 을 바 라 보았다
“ 자 자 어서 가자 구 ,
종균이 가 일찍 온다고 했으니까
빨리 갔다 와야 해 ,
“ 알았어요 ,
은 영 은 방안 옷 거 리 에 걸려 진 가디 건 을 걸치고 나왔다
영 석 과 은 영 은 부엌 쪽문을 열고 나왔다
드문했던 차량들도 지나가는 행인들도 이른새벽보다 많이보인다
미화원 아저씨는 창소를 말끔히 해 놓고 또다시 다른곳으로 가셨나 보다
거리는 깨끗함이 아침을 맞아준다
영 석 은 식당을 찾아 주위를 두리번 거린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서 그런지 문을 열어놓은 식당이 쉽게 보이지 않는다
“그냥 밥 해 먹어 요 ,
“가만 우리 저쪽 골목으로 한번 가볼까
저기도 식당이 있는 것을 봤거든 ,
영 석 은 은 영 에 손을 잡고 집에서 약간 떨어진 식당으로 갔다
식당 셔터문이 반 쯤 열어져 있다
영 석과 은영 은 허리를 구부린 채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아침식사 할 수 있나요 ?
식당에서 정리를 하던 아저씨가 영 석을 쳐 다 본 다.
“아침에는 김치찌개 백반 밖에 안 되는데요 ,
다른 것 은 아직 준비가 안 되어서 ,
‘김치찌개 2 인분 주세 요 ,
영 석과 은 영 은 의자에 앉았다 .
식당 주인은 정리하던 것을 멈추고 얼른 행주를 들고 와 식탁을
빠른 손 놀 림 으 로 닦는 다
그리고 물 병 과 물 컵을 식탁위에 놓았다 .
영 석은 은 영 잎에 놓여 진 물 컵에 물을 채웠다
하얀 컵 속에는 맑은 샘물이 고여 진다 .
그리고 자신에 컵 속에도 채운 다 .
영 석 은 식탁위에 물 컵을 만지 작 거리 는 은 영 에 손을 잡 아 당긴 다
그리고 꼭 잡았다
“ 여보 미얀하고 고마워 ,
당신 나 한테 시집오면 손 끝에 물 한방울 안 묻히게 해준다고 데려와 놓고
고생 만 시키네 ,
은 영 은 영 석 을 바라보며 피식 웃는 다
“남자 가 그런 말 한다고 그대로 믿고 시집오는 여자가 어디 있어요 ,
“어, 아닌 가 ?
“ 난 당신이 내가 하는 말 믿고 시집 온줄 알았는데...
“에이 내일부터 집안일 내가 다 할려고 했는데 그만 두어야겠네 ,
영 석에 말이 지나쳐가는 농담인줄 알면서도 은영은 행복합니다
영석이 건네는 말 한마디에 힘들었던 어깨위에 짐들이 내려오는듯합니다
“자 ~ 김치찌개 나왔습니다 .
김치와 두부를 녛어 보글거리는 냄비하나가 식탁위에 얹어집니다
밑반찬이 담긴 하얀접시에는 앙증맞은 소꿉놀이 를 하는젓처럼 조금씩 담겨진 음식 그릇들이 작은 식탁위에 정열되어 놓여있다 .
영석은 김치지게 냄비속으로 숟가락을 깊숙이 넣어 휘젓는다
그리고는 무엇인가 발견한듯 마연에 미소를 짓는다
‘낚았다 ,
짧은 환호성과 함께 영석의 숟가락에 올려진것은 고기 한점
김찌찌게 에 돼지고기 몇점을 넣었나보다
이런때는 영석이 어린아이 깉다
자 어서 드시옵소서 왕비님
소인은 낚시질 하러 또 다시오겠습니다
‘어서 드세요
저도 낚시 잘해요 ,
은영이는 영석이 보란듯이 고기 점들을 냄비위로 올려 놓는다
그런모습을 지켜보던 식당사람들은 어느새 영석과 은영이 있는 식탁옆으로 모여들었다
어찌 젊은사람들이 그렇게 정이 좋을까 ,
정으로 만나 정으로 살거든요 하하하 ,
두 사람은 조용한 식당을 웃음바다로 만들어 놓았다 .
집에서 몇 미터 거리에 있는 식당 이지만 서울지리는 직선 적으로 갈수있는 거리가 흔치 않듯이 이 식당도 그런 위치에 놓여있다
그래서 오던 때와는 달리 가는 길 시간은 조금 더 드는 것 같다 .
영석과 은영은 빠른 걸음을 걸었다
집 앞 도로에서 벌써 종균의 차가 와 서있다 .
영 석 은 종균에게 뛰듯이 걸어오면서 이야기를 한다.
“왔으면 전화라도 하지 ,
“벌써 온 거야 ,
“아니야 나도 방금 왔 는 걸 ,
“어디 갔다 오는 거야 ,
“응 , 아침 먹으러 식당에 밥을 하려고 하니 또 챙겨야하고 그래서 나가서 먹자고 했어 ,
아침은 먹고 온 거야 ,
그럼 먹었지 ,
자 자 어서 이삿짐이나 옮겨
부피 가 커다란 가전제품이나 장롱은 영석 과 종균이
은영은 자질구레 한 작은 짐 들을 챙겼다
“깨지는 는 것 은 어느 것인지 분리해서 놓으세요 ,
말이 이삿짐이지 초라함 그 자체였다
카다란 이삿짐 차 그 공간을 반도 채우지 못했다
그렇게 실어놓고 텅빈 집을 은영은 둘러보았다
쓸쓸하다 방금까지 아기자기 꾸며져 있던 방 은 휑하니 찬바람 만 이는 것 같다
밖에는 동네사람들 차 옆에 서있다
슈퍼 를 운영하시는 길건너 아줌마 는 음료수 를 들고와서 영석네 부부에게 건넨다
“이사 가면 미리 말을 하지 그래야 이별 파티라도 열어주지 ,
덩치가 큰 반장 아주머니에 불룩 나온 배 는 웃을 때 마다 흔 들린다
몇몇 감투가 섰다는 사람들은 아쉬워서 어떻게 하느냐는 둥 호들갑을 떨어댄다
영 석 과 은영 인사를 하고 차에 올랐다
종균이 차를 돌리고 서서히 멀어지자 그동안 함께 살아왔던 이웃들에 모습들이 떠올랐다
정말 힘겹게 살아온 시간들 이였다
지금도 힘든생활이지만 영석과 은영이 이곳으로 이사올때는 사글세 보증금 낼 돈이 없어서
주인에게 미리 사정이야기를 하고 영석이 월급을 타는 날 사글세 보증금을 냈었다
부잣집 들 에게는 몇천만원도 떡값이니 껌 값이니 하는 이 시대에
50 십 만원 이 없다고 하면 아마 믿지도 않을것이다
이것이 바로 있는자 와 없는자 들의 차이다
이제 영 석 과 은영 의 보금자리가 생겼다
언덕에 있는 초라한 집이지만 높은 빌딩 부럽지 않다
작은 슈퍼에 가더라도 가파른 골목과 계단을 내려와야 하지만
그 역시 행복한 걸음이다
방이 두 칸 이 나 된 다 .
마당도 있고 작은 텃밭도 만들 어 놓았다
마당 한쪽에는 그네도 만들어 놓았다
시골에 있는 딸 예인이 를 위해서
한창 엄마 품에서 자랄 예인이 는 시골 할머니 댁에 서 자라고 있다 .
자연을 친구라 부르는 아이
시골에 맑음이 예인이 를 예쁘게 자라게 해주었다
도시아이들 처 럼 학원이라는 곳도 다닌 적이 없는 아이
영어 단어에 알파벳도 낯설어하는 아이
그래도 예인이가 도시에 사는 아이들 보다 더 많이 아는 것이 있다
풀 꽃 벌레 곡식이 나고 자라는 것
자연과 함께 공생하는 것에 대해서는 박사가 다 되었다 .
높은 곳을 오르고 내린 탓인지 영 석 과 종균은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이제 다 올라왔지,
종균이 수돗물을 세차게 틀어놓고 씻었다
그래 고맙다 ,
“자식 그런 말 은 하지 말라니까
저 녀석 말도 안 듣네,
은 영 이 부엌에서 정리를 하다 쪼르르 달려 나왔다
저녁준비 금방이면 되요
“저녁 드시고 가세요,
“아닙니다 ,
이렇게 도와주시고 그냥가시면 안되지요 ,
이사한 날은 안주인이 정신없는 날이라고 합니다
“아 ~ 참 오늘 저녁은 제가 사야 할 것 같은 데요 ,
영 석이 이친구하고 할 이야기도 있고
종균이 너 한테 매일 신새만 지니 정말 미 얀 하다 .
그렇게 미얀 하면 우리 사업이나 같이하자 ,
종균은 영 석에게 직선적으로 말을 건넨다
“그런데 너 나 뭘 보고 동업하자고 그러냐 ?
나 돈 없는 것 누구보다 너가 더 잘 알면서
종균은 영석에 눈과 자신을 눈 높이를 맞춘다
“그래 알지 너를 알기 때문에 내가 투자를 하려는 거야
그 서류 사장 손 에 넘기지 말고 생각해봐 ,
그 사장 과장자리 준다고 하지만 그것도 그때 가 보아야 알 수 있지 ,
나도 그 사장 밑에서 일하다 나온 놈인데 그성격을 왜 몰라
그리고 설사 과장자리를 너에게 준다고 해도 제대로 대우나 해 주겠냐
만년대리에서 만년과장으로 남겨둘걸
그러다가 늙으면 나가라고 할 것이고
사장이라는 사람은 돈과 관련된 일이라면 물불도 안 가리는 사람이지 ,
그렇다 지금 종균이 하는 말이 모두 맞는 말이다
사장이라는 사람은 자신에게 이익이 있을 것 같으면 금방 배신을 했다가도
돌아서서 손을 잡는 사람 이였다 .
영 석은 그래도 사장을 배신하고 돌아선다는 것이 마음이 허락하지를 않았다
그래도 한때는 자신에 능력을 인정해 주고 자신과 함께 열심히 일해보자고 손을 잡아주던 사람이 아니 였 던 가
영 석 은 자꾸만 과거에 정에 이끌리고 있다
“ 지금 당장 결정내리라는 것이 아니니까 잘 생각해봐 ,
“그래 알았어 ,
“ 제수씨 오늘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
“집 사람도 와서 함께 도와주었으면 좋겠는데
그 사람이 좀 바빠서 요 ,
“아니 예요 ,
“이렇게 많이 도움을 주셨는데 그런 말씀을 하시면 ......,
“정말 오늘 고마웠어 ,
“고생은 종균이 네가 많이했지 ,
“ 그리고 내가 생각해 볼게 사업이야기는 .
종균과 영 석 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은 영 은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 카운터로 걸어갔다
그리고 지갑을 열어 저녁식사 비를 내려고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 들었다
그 모습을 본 종균이 소리쳤다
“오늘 저녁은 제가 산다고 했습니다 ,
지금 돈 내시면 저 두고 두고 제수씨 원망할겁니다 .
카운터 앞에 서있는 은영을 지갑을 열지도 못하고 영석을 바라보았다
“정말 고집도 세다 당연히 오늘은 우리가 사야지 어째서 일 도와주고
더구나 오늘 같은 날 영업이 잘되는 날인데
다 비워두고 차 까지 가지고와서
정말 이 신세를 어떻게 값냐
저녁도 못 사게 하고 ,
“그래 알았다 ,
“오늘은 네가 내라 ,
다음에는 내가 사는 거다 ,
세 사람은 식당을 나왔다
붉게 물든 저녁노을은 저녁 달빛에 조금씩 사 그러져 가고
어느새 거리는 어둠이 깔려져있다 .
예전에 살던 곳처럼 화려한 불빛들이 거리를 수 놓는 거리는 보이지를 않았다
그냥 하얀 불빛에 간판들만 간혹 불을 밝힐 뿐
이제 하루에 삶을 위하여 몸부림치던 저 거리에 넘치던 모든 것들이 이제는
어둠이라는 밤에 묻혀 질 시간이다
내일이라는 삶을 기다리기 위하여 잠시의 휴식에 공간 속을 찾아 가고 있다 .
세 사람 역시 그네들과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다
도로 한 모퉁이에 종균이 세워둔 이삿짐 센터 라는 글자가 세겨진 차가서있다
종균은 차 위에 올라 영석과 은영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한다
“ 영 석아 오늘밤 좋은 꿈 많이 꾸어라 ,
“제수씨 두요 ,
종균은 차 를 차도로 움직인다
커다란 차 가 영 석 과 은 영 을 뒤로 한 채 회색도로위를 서서히 달려나간다
영 석 과 은영 은 손을 흔들다
종균에 차에 보이지 않을 때 까지
오늘 아니 늘 자신의 일에 부담 없이 도와주는 종균이 너무도 고맙다
가파른 비탈길을 오르는 두 부부에 손은 어느새 맞잡고 있다
두 사람에게는 이 길이 구름위에 떠있는 하얀 뭉게구름보다 더 부드럽다
저 높은 곳에는 영 석 과 은영에 보금자리가 기다리고 있다 .
이제는 달마다 방세를 구하러 이리저리 뛰어다니지 않아도 된 다
저 작은 집에는 이제 세 식구 가 살아 갈 소중한 보금자리 이다 .
작은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 은영을 종균은 뒤에서 꼬옥 안아준다 .
“은영아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 ,
두 팔로 은영에 두 팔을 묶듯이 앉고 귓가에 속삭이듯 이야기 한다 .
그런 영 석 에 행동이 싫지않다 .
은영 은 그대로 안긴 채 미소만 짓고 있다 .
행복하다 늘 없는 살림에 동당거려야하지만 자신을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이 남자가 있기에 행복하다
아직 짐 정리를 다 하지 못한 방안은 어수선 스 럽 다
은영이 작은 것들을 꺼내어 정라를 한 다
“피곤한데 대충 밀어놓고 자자 ,
영 석 은 이불을 꺼내어 방에 깔아놓는다
은영도 피곤이 몰려왔다 .
그냥 이불속으로 누워버리고싶다
“알았어요 ,
“그럼 씻고 자요,
“참 ~내 오늘만 그냥 재워주라 ,
“자자 어서 나가서 씻고 와요 ,
은영은 영석을 떠밀듯 마당으로 내 보낸다
도시 이지만 높은 지대라 그런지 예전에 살던 곳보다
공기가 맑은 것 같다 하늘도 가까이 보이는 것 같다
저 멀리 별이 하나 반짝 거린다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영석은 작은 담장 너머로 도시에 밤 을 바라 보았다
이상한 기분이 든다
마치 이곳이 천국인것 같은 차각을 하게 한다
모두 아래있다
부자도 잘난사람도 모두 아래에 살고있다
한참을 그렇게 서서 생각에 잠겼던 영석이 방으로 들어갔다
“뭐야 ?
“자기 씻고 온 거야 ,
그게 아니구 말이야
“종균이 녀석이 자꾸만 나보고 동업을 하자고 하는데 ..
동업 ?
“우리가 뭔 돈이 있다고 동업을 하지고 그래 ,
“그게 내가 언제인가 힘들게 만들었던 것 있지 ,
“아 그때 그 설계서류 ,
“그때 사장님이 보시고 좋아하셨다며 잘했다고 그런데 그 서류는 왜 ?,
“사실 그 서류 나 한테 있어 ,
그때는 당신한테 거짓말 한 거야 ,
그럼 승진된다는 것도 다 .
“미 얀 해 ,
“얼마나 힘들었어
그런 일이 있으면 나한테 이야기해야지
부부 좋다는 것이 뭐야
다시는 그러지마 알았지 ,
할 이야기가 뭔데 내가 너무 호들깝 떨었지 미얀 ~
성균이가 자기가 자본을 댈테니 나보고 설계를 투자하래
그래서 이것저것 생각도 해보고
당신하고 상의해 본다고 그랬어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사실 사장도 어저께 만나자고 해서 갔더니 그서류 이야기를 하더라구
그때는 참 씁쓸하데
영 석 은 앉아 생각을 했다
“우리 사업해요
돈도 안들어도 되니까 밑져야 본전이쟎아요
회사 다녀봤자 그렇고
나도 같이 할께요 ,
그래 내일 종균이 를 만나서 이야기 하고
겨울이 지나 꽃피는 봄이 오기를 몇 년
은영이 뱃 속에는 둘째가 자라고 있다
그다지 부른배는 아니지만
예진이는 동생이라며 은영이에 배를 어루만진다
이제는 제법 사업도 번창해간다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가자 종균은 모든 것을 영 석에게 맡기고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이건 고추장 휴지는 여기 있고 애들 과자 는 여기 넣었고
물 이 랑 양념 통 라면 ............
“뭘 그렇게 많이 싸.
“우리가 지금 이사 가나 ?
“짐 챙기다 세월 다 보내 겠 네 ,
“이제 다 됐 어 요 ,
“어디 좀 갈려면 뭘 그리 꼼지락 대는지 ..........
회사를다녔을 때나 자신이 작은 회사나마 운영를 하는 영 석 이 는 늘 바쁘다는 이유로 여행이라는 것을 잊고 살아 온지 오래다 .
그래서 올 여름에는 가족 과 함께
꼭 여행을 다녀오리라 마음먹었다 .
그런 마음 을 아는 은영이기에 하나라도 아끼고 싶은 것이다 .
“아고 , 엄마 때문에 해 저물어야 도착 하겠다 .
영 석이는 차 운석에 올라 키를 꽂았다 .
“엄마 내 수영복 챙겼지 ,
예인이 말에 영 석이는
“엄마가 집을 통째로 들고 가다시피 하는데
예인이 수영복을 빼 놓았겠니 ,
“다 돈 아끼려고 그러는 거죠 ,
‘그런데 가서 사면 얼마나 비싼 줄 아 세요 ?
퉁명스럽게 말하는 은 영 을 보고 영 석 은 미 소 를 보 낸 다 .
‘네 마 님 우리마님 알 뜰 하심을 누가 따라 오겠사옵니까 ,
“정말 놀리실 거예요 ,
“놀리기는 고마워서 그러지
당신이 이렇게 알뜰살뜰 살림을 살아주니까
이렇게 당신이랑 예인이랑 행복하게 살지 ,
운전을 하는 영 석 은 연신 싱글 거린다 .
그런 영 석 이 를 바라보고 은영은 소리 내어 웃었다.
“그렇게 좋은걸 그동안 어떻게 참고 살 았 데요 가고 싶어서
예인이 보다 나보다 더 좋아 하는 것 같네 ,
“예인아 그렇지 아빠 무척 좋아 하신다 그치 ,
예 인 이는 다리를 의자 아래로 흔들며 키득 거린다 .
“뭐야 지금 두 여자 가 약한 남자한명을 공격 하는 거야 ,
예 인 이는 은영에게 다가가 속 삭 인 다 .
“엄마 아빠 삐지면 안 되니까 쉿 !
“이제는 둘이서만 이야기 하겠다 이거지 ,
예인이 어저께 아빠가 최고 좋다고 해놓고
영 석 은 예 인 이 를 바라보며 웃음을 보냈다
우리 예인이 한 테 점수 따 놓은 것 잘 관리해야 하는데 .
자동차는 어느새 고속도로 위를 질주 하고 있다 .
점점 늘어나는 자동차 때문에 도로는 비좁아졌다
한낮에 뜨거운 태양과 자동차 들이 내 뿜는 매연 때문에 도로에 역기가 더 뜨거운 것 같다
“서울에 있는 차 들 다 나왔나 보네 ,
밀리는 차 들을 보면서 영 석이 말했다 .
“그동안 바빠서 못 갔나 봐요 우리처럼,
은영이 영 석 에 얼굴 을 쳐다보며 대답했다 .
느리게 움직이는 자동차 들 사이로 언제 왔는지
한 보따리 씩 손에 가득 든 상인들이 서서히 걸어오는 모습이 보 인 다 .
오징어 있어 요 시원한 얼음냉수 있어 요 뻥 튀기 있어 요
양쪽 돈에 쥐고 있는 커다란 봉지를 흔들어 보이며 자동차 반대 방향으로 뒷 걸 음 치며 걷는
사람들에 모습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은 없다
그래도 그 들은 외쳐댄다.
느리게 달리는 자동차처럼 세상 살 이 도 이렇게 흘렀으면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이기에 세월에 흐름을 잊고 살았나 하는 생각을 영 석 은 해 본다 .
“차가 너무 밀 리 네 요,
은영은 목을 길게 빼어 창밖으로 내밀며 앞에 줄지어있는 차량들에 머리가 보이는지 한참 기웃 거린다 .
더운 날씨에 달아오른 아스팔트 에 뜨거움은 즐거운 여행길에 조금씩 짜증을 유발하는 효소 역할은 했다.
“ 아빠 빨 리가
기다리던 예인이도 지루한 모양이다 .
“ 예인아 지금 차 가 많아서 천천히 가야하거든 빨리 가면 사고 나요 ,
뒤에 앉은 예인이 에 몸이 오징어처럼 뒤틀려 진다 .
짧은 다리를 바닥에 대고 반쯤 누웠다 다시 의자에 손을 지탱하고 쭈룩 다리를 당겼다
꼬아도 보고 길게 땋은 머리를 뱅뱅 돌랴보기도 한 다 .
“예 인 아 ! 차에서 장난치면 다쳐 똑바로 앉아있어 ,
은 영 이가 하는 말에 예 인 이에 몸 부 림은 더 심해졌다 .
“엄마 심심해 아직 멀 었 어 ,
“우리 예인이가 지루한 모양 이 구나 ,
우리 공주님 을 위하여 동요 테이프를 틀어드리겠습니다 .
곰 세 마리 가 한집에 있어 아빠 곰 엄마 곰 애기 곰 ....
아빠 곰 은 뚱뚱해 엄마 곰 은 날씬해 애기 곰은 너무 귀여워 으 슥 으 슥 잘 한다 .
어느새 노래에 맞추어 예 인 이 는 머리를 까딱 거린다
작은 입으로 조잘거리며 노래 편집도 하며 따라 부르고 있다 .
어느새 긴 행렬에 차량들도 조금씩 줄어들고 차 들 에 속력도 높아졌다 .
예 인 이 네 가족이 도착지인 부산 해운대 에 도착 했을 때에는 어둠이 대지위에 드리워지고 있 었 다 .
“자 어디서 저녁을 먹을까 ,
영 석 은 이리저리 거리를 살폈다 .
“우리 뭐 먹을까 예인아 저녁 뭐 먹을 까 ?
“아빠 자장면 예 인 이 탕수육 도 먹고 싶어,
영 석 과 예 인 이 에 이야기에도 아랑 곳 없이 은영 은 무엇인가 열심히 찾고 있다 .
“여 보 뭐해 저녁 먹으러 가야지 ?,
“가만 있어봐 요
당신은 얼른 텐트나 쳐요 ,
은 영 은 등 뒤에 있는 영 석 을 보지도 않고 열심히 챙겨 놓는 다
“텐트는 이따가 저녁 먹고 와서 쳐도 되잖아 배고파 죽겠다 밥부터 먹고 보자 ,
“저녁밥 할 것 다 가지고 왔어 요 금방 하니까 텐트나 얼른 쳐 줘요 ,
“오늘 저녁은 그냥 사먹지 웬만하면 .......
영 석 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은영에 잔소리가 터져 나왔다 .
“당신은 이런 곳 에 있는 음식점 들은 비싸단 말이 예요 얼마나 비싼지 알아 요 ,
“그래도 오랜만에 나왔는데 저녁 한 끼 쯤 은 사먹어 보자
예 인 이가 자장면 먹고 싶다는데 우리 자장면 먹으러가자 ,
영 석 은 어린아이가 엄 마 를 조르듯 은영 이 를 졸 랐 다 .
“안 돼요 자 어서 준비 하세요 ,
은 영 은 영 석 이 와 실랑이를 하면서도 어느새 짐을 챙기고 있 었 다 .
“여 보 저 쪽이 좋 겠 어 요 ,
은 영 이 손가락으로 가르치는 곳은 바닷가 백 사장 끝 이다 .
“저기는 좀 그러잖아
우리도 저기 저쪽으로 가자 바다에도 금방 들어갈 수 있고 모래도 훨씬 더 많은데 ,
사람들도 뜸한 구석진 곳이 영 석 은 싫 었 다 .
그 동안 악 바리 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면서 살아온 인생을 요 몇 칠 만큼은 잊고 싶다 .
아내 은 영 에게도 힘든 생활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다 .
영 석 은 한참 동안이나 은 영 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
“뭐해요 빨리 가서 텐트치고 준비 해야지요 ,
“당신도 참 밥 한 끼 사먹는다고 우리 집이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래 ?,
“고집 좀 그만 부리고 어서가자 배고파 죽겠다 ,
은 영 은 텐트 가방을 질질 끌며 걸어갔다
“오늘 저녁 사 먹는 돈이면 우리가족 1주일 먹을 반찬을 사고도 남을 거예요
그리고 집에서 쌀이랑 반찬이랑 국거리랑 다 가자고 왔는데
뭐 하러 식당에 가요 여행이라고 놀러간다고 해서 무조건 사먹으라는 법 있어 요 ,
“그래 알았다 알았 어 이리 내 ,
영 석 은 텐트가방을 빼앗아 차에 실었다
“웬 고집이 그리도 세 다른 여자들은 외식 안 해 준다고 바가지 긁는다는데 ..
은 영 은 영 석 에 얼굴을 바라보는 미소를 지었다
사실 영 석 이도 은 영 에 그런 모습이 싫지는 않다 .
은 영 에 알뜰함이 없었다면 지금 너무나 힘든 생활을 하며 살고 있을 것이다 .
몇 번이나 넘어갈 뻔 한 부도 에 위기를 넘겨준 것이 은영이다 .
작은 중소기업체를 하는 영 석은 고작해야 직원 10 여명 이다 .
그 곳에서 경리 식당 일을 은영이 맞고 있다 .
한꺼번에 두 가지 아니 집안일 아내일 어머니 일 은영은 한 몸으로 몇 가지 역할을 하고 있다 .
거기에다 저녁에는 아이들 공부방 운영도 한 다 .
너무 힘든 일 이 기 에 그만 두라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고집을 꺾을 수가 없다,
은 영 의 힘찬 내조 때문에 지금에 영 석 이 있는지도 모른 다 .
고맙다 은 영 이 한없이 고맙기만 하다 .
“ 자 여기 에다 치면 되겠지 ,
영 석 은 사람들이 많지 않은 곳에 짐 을 내렸다 .
텐트 를 치고 이것저것 작은 도구 들을 텐트 속으로 옮겨놓았다 .
작은 텐트가 비좁다 .
텐트는 영 석 이 친구가 큰 텐트를 구입하면서 준 것 이기에 날고 모양과 색깔도 구식이다 . 이 텐트를 가지고 오던 날 예 인 이는 작은 마당에 텐트를 쳐 달라고 졸랐었다 그리고 들어갔다 나왔다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 다 .
고소한 밥 냄새가 코 끝 을 자극 한다 .
음 ~ 밥 냄새다 아~! 배고파
영 석 은 고개를 가볍게 흔들며 밥 의 향기에 취해본다 .
은 영 은 냄비에 물을 붓고 버너에 불을 켰다 . 썰 은 김 치 를 냄비에 넣었다
두부를 넣고 송송 썰어온 파도 넣었다 약간에 소금도 첨가하고 마늘도 넣었다
작은 냄비에 보글보글 찌개 끓는 소리와 냄새가 주위에 가득했다 .
“자 맛있는 저녁시간입니다
이제 부터는 제가 하겠습니다
두 마님은 편히 쉬고 계시지요 ,
영 석 은 밑반찬 을 꺼내어 작은 접시에 담았다 .
늘 은 영 이 차려주는 밥상만 받아먹었던지라 영 서툴기만 했다
반찬 하나도 가지런히 담겨진 것이 없다
뒤죽박죽이다
자 저녁 을 드시지요
차려진 저녁 상 을 보고 은 영 이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왜 그래 열심히 차렸는데 음식은 당신이 다 만들어 놓은 것이지만 .......,
영 석 은 머 리 를 긁적거렸다 .
은 영 은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듯이 말했다
“오 ~! 아름다운 저녁상입니다 .
그리고 예 인 이 에게 눈 을 찡긋거렸다 .
“엄마 아빠 밥 상 디 따 잘 차리 신 다 ,
“요 녀석 아빠를 놀려,
영 석 은 예 인 이 이마에 꿀밤 먹이는 시늉을 했다 .
“잘 자리시는 데요 뭘 ,
“자 진수성찬 대령입니다
마나님 공주님 어서 접 수 시 옵 소서 ,
어둠속에 밀려오는 하얀 파도가 아름다운 음악을 작은 텐트 속으로 들려 온다 .
첫댓글 잘읽고 갑니다 우리네 삶에 일부분인거 같네요
좀 길어서 읽기가 불편하셨을 텐데 풀잎사잎 님 고맙습니다 진짜 글 쓰시는 분들이 쓰신 글과에 대하면 새발에 피도 못미치지만![그냥](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3.gif)
일하다 하늘 볼 여유에 시간이 있으면 엉뚱한 글도 쓰고 날아가는 새 엉덩이 보면 시 한자락도 쓰고 그래요 잘써서 쓰는것이 아니라 ![그냥](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3.gif)
끍적 거리는것이 좋아서요 ![^0^](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0.gif)
평평한 삶속에서 사랑이잊지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두 부부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잔잔한 파도가 밀려 왔다가 밀려 갑니다.
감사합니다
넘 ~ 길어요 그래도 재밋게 보았습니다
조금 아주 조금 길지요 다음편은 더 길것같은데 지금 쓰고있는 중인디 언제 완성될지 ..![ㅎ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70.gif)
어휴, 할 일 미루고 읽느라 나도고생했네요, 웬지 마음이 찡하네요, 잘 보고 많이 느끼네요
옴마나 일 까정 미루시공 무슨일을 미루셨는지 가서 도와드리려야 하는데 ....... 다 하셨다구요 어머나![~](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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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해라 산소리님 고맙습니다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바쁜일정속에서도 정열이 대단하십니다, 요즈음 거미손이라도 빌려야 될 상황이신데 부럽습니다. 열심히 하셔서 보다더 꿈 많은 현실이 꼭 좋은 보답으로 결실을 맺기를 빌어봅니다.
꽃사랑 님 도 사시는 모습 정열 이시쟎아요 열심히 사시는 모습 많이 배웁니다
깨소금 냄새가 나는 글 잘 보았습니다.
홍옥님 고맙습니다 홍옥![사과](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28.gif)
재배하시나요 닉네임이 .. 맛있는데 ![ㅎ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70.gif)
![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6.gif)
언제 이런글 쓸시간도 있고...글 잘읽고 갑니다
전업 하셔야 겠습니다. 글 많이 쓰시고, 책도 한권 내시기 바랍니다.
놀리시면 미워 할꺼예요![ㅎ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70.gif)
혹시 자서전 아닌가요~?? ㅎㅎ
아닌데요![ㅎ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70.gif)
![ㅎ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70.gif)
![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6.gif)
누구나 사는모습이지만 누군가의 손과 가슴을 빌려 글로 읽게 되면 더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오는것 같습니다 책과 글쓴느걸 좋아하는 저로서는 님의 마음의 여유가 많이 부럽습니다 다음에도 좋은글 기대해도 되지요...성님..^^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았네요 정말 글쓰는시는 분 앞에서![부끄](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26.gif)
럽습니다 ![그냥](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3.gif)
촌 아즈매 낙서장 이라고 생각하시고 읽어주세요 ![^0^](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0.gif)
여기저기 뒤지다 우연히 읽고 갑니다.
마음이 가는 글이었읍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