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TV가 빛나는 밤에 (연이말2)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이 곳은 무조건적으로 연예인을 비난하는 곳이 아닌 올바른 비판을 지향하는 카페입니다. |
\벚꽃이 날리는 분홍색 캠퍼스 안.
여자는 빠른걸음으로 뒤따라 오는 남자를 무시한 채 걸음을 재촉한다. 하지만 이내 얼마나 앞서갔을까, 키가 큰 남자의 보폭에
여자는 금새 남자에게 붙잡히고 만다.
힘 껏 뿌리쳐봤지만 얼마나 힘이 센 지, 여자의 손목이 따끔한다.
차갑게 굳은 여자의 얼굴과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이, 히죽 웃는 남자의 얼굴이 묘하게 어긋난다.
女 - 놔.
男 - 자기야~화난거야? 화풀어! 짜잔! 자자, 꽃 향기 한번 맡아 봐!
女 - 너 미쳤어!
순간 여자는 사납게 생긴 강아지라도 본 것 마냥 놀라, 남자가 선물이라며 들이대던 장미꽃을 쳐 낸다.
새 빨간 장미 꽃이 바닥에 떨어지며 벚꽃과 같이 흩날리며 슬프게 떨어진다.
묵직했던 손에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음을 깨 닳은 남자의 시선이 바닥에 흩어진 장미 꽃에 잠시 머물다 여자와 마주한다.
男 - 이게 무슨 짓이야?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쪽팔리게 왜 이러냐?
아무리 화가 나도, 이런 식으로 하면 내 기분 어떨지 생각 못하겠냐? 내가 지금 사과하고 있잖아!!!
女 - 너 처음 만났을 때, 봄이었고! 나 벚꽃만 날려도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데이트 내내 마스크 쓰고 다닌다고 너 늘 놀렸어.
내 모든 걸 다 기억해달라고 했었니? 어떻게 이런 식으로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어!
男 - 그..그건! 요즘은 의학이 발달되서 그것도 그냥 병인 줄 알았고! 다..나은 줄 알았어!
女 - 그 머리에서 나오는 핑계치고는 참, 그럴듯 해. 됐어. 난 어제 분명히 헤어지자고 말했어. 그러니까 그만해!
男 - 어!!..어젯밤은 내가 심했어! 내가 잘못했다. 내..내가.. 미..안해.
미안해, 남자의 입 속을 비집고 힘겹게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자존심이 쌘 남자의 입에서 미안하다는 말은 여자가 손에 꼽을 정도로 쉽게 나오는 말이 아니었다.
그래서 여자는 그럴때마다 어쩔 수 없이 남자를 다시 받아 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어젯밤은 달랐다.
여자의 시선이 바닥에서 남자에게로 쏠리자 남자는 봇물터지듯이 변명을 쏟아낸다.
男 - 진짜 깜빡했어! 어젠 진짜 정신없었어! 핸드폰도 고장났구! 봐바, 핸드폰 완전 아작났잖아.
현수알지? 휴가나왔는데 하필이면 여자친구랑 헤어졌다잖아. 애들 다 모여 있었고, 내가 가야 되는 상황이었어.
어제 약속 어긴 건 미안하지만, 넌 착하잖아? 그러니까 이해해줄 수 있지? 응?
女 - 응. 이해해. 너한테 나는 첫번째가 아닌 거 알고 있고, 탐 낸 적도 없었어. 그런데 어제는 아니야.
오빠한테 너 처음으로 소개시켜주는 자리였고, 오빠가 일 끝나자마자 부산에서 서울까지! ktx타고 올라왔어.
그런데 넌 연락도 안 되고, 그래도 오겠지. 너 그렇게 바닥은 아니니까. 그런데 오빠랑 너 2시간을 기다렸어.
그런데 결국 넌 안왔어. 그리고 너한테 연락이 온 것도 아니고, 현수한테 왔어. 너랑 같이 있다고.
니가 전화해서 말 한마디만 해줬다면 지금 이런 상황까지는 안 왔을지도...아니야...그래도 우린 헤어졌을꺼야. 그게 정답이야.
男 - 내가 만나자고 했냐? 난 분명히 바쁘다고 했었고, 니 오빠가 억지로 잡은 약속이잖아.
그래서 오빠가 나랑 헤어지라고 해? 어이없다, 진짜.
남자에게 많은 걸 바란 적 없었다. 여자의 남자로 있어주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었다.
여자가 먼저 좋아했고, 여자가 먼저 따라다녔고, 여자의 구애 끝에 이렇게도 멋진 남자가 여자의 옆에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늘 무관심한 남자였지만, 잘난 남자를 만나는 댓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아니었다. 이렇게도 바닥일 줄은 몰랐다.
女 - 쉽게 생각하고 꺼낸 말 아니야. 진심이야.
男 - 30 초 줄게. 그 말 빨리 실수였다고 말해.
女 - 억지부리지마! 자존심 상해? 그럼 니가 헤어지자고 해! 그러면 되잖아!
男 - 내가 미안하다고 했잖아!
女 - 미안하다고 말한다고 전부 다 사과 라고 포장되지않아.
지금 네가 어제 저지른 실수 아닌 실수는 미안하다는 그 짧은 말로 쉽게 정리 될 일 아니야.
나랑 했던 사소한 대화들, 약속들. 넌 쉽게 잊어버리고 까먹잖아. 기억도 못하잖아!
그런 것 들은 기억력으로 기억을 하는게 아니라, 가슴으로! 심장으로! 사랑하니까 낙인처럼 박히는거야!
여자의 k.o 승리였다.
남자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입술을 꼭 깨문다.
무관심했던 것도 사실이었고, 사실 애써 여자가 하는 말 들을 기억하려고 애쓴 적도 없었다.
그 흔한 기념일도 챙겨준 적 없었고, 2년을 만나면서 특별히 기억 될 만한 선물을 해 준 적도 없었다.
조금 토라진 모습을 보일때면 '사랑해' 말 한마디로 여자를 달랬고, 여자는 그럴 때마다 늘 화를 풀었었다.
하지만 지금의 여자의 모습은 그때와는 달랐다. 남자는 지금 전혀 다른 여자와 함께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男 - 마지막으로 묻는다. 더 이상 안 물을거야. 진짜 헤어져? 진짜 여기서 끝내? 나 이제 더 안 잡을거야. 확실히 말해.
女 - 니가 처음에 그랬지?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곳 에서 뭐하는 짓이냐고? 내 태도에 니 기분이 어떨 것 같냐고?
다른 사람들 시선, 관심에는 그렇게도 쪽팔린 사람이 나한텐 하나부터 열까지 관심이 없어.
여자친구라는 이름으로 옆에 있는 여자가 뭐 때문에 웃고, 뭐 때문에 우는 줄도 몰라. 넌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
男 - 빙빙 돌려서 말하지 말고 똑바로 말해. 나 머리 나빠서 이해 못하니까.
女 - 지금도 모르잖아.
그 눈빛, 그 말투, 그 무관심. 사람 말 한 마디로도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거 알지? 그런데 그거 알아?
말 한마디도 아닌, 그 차가운 무관심 하나로도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걸.
넌 매번 그랬어. 내 얘길 듣고 있는 것 처럼 느끼다가도 물어보면 몇 분 전에 했던 말도 전혀 기억하지 못해.
날 사랑하기는 하니? 아니면 내가 너에게 주는 사랑이 너무 익숙해서 잊고 있는거니?
바보처럼 어제 알았다? 널 남자친구라고 나 혼자 착각하고 있었던 것 같아. 그래서 이제 정리하려고. 이 엉망진창이 된 관계.
너는 너, 나는 나. 그게 원래 정답이니까 그렇게 돌아가자. 처음처럼.
예쁜 여자도, 아름다운 여자도, 귀여운 여자도 아니었다.
착했고, 웃을 때 반달로 접히는 눈. 그리고 수줍은 듯 남자에게 건내는 친절함, 남자는 3개월동안 쫓아다니며
어설프고, 그리고 소녀같은 여자의 풋풋함에 결국에 여자의 마음을 받아 주었다.
하지만 우습게도 여자의 마음만 받았고, 남자의 마음은 주지 못했다.
아니, 주지 않은게 아니라 익숙해져버렸다는 표현이 맞을까?
늘 그 자리에 있을 줄 알았던 여자였고, 늘 남자 만을 사랑할 것 같은 여자였다.
그래서 여자의 말 처럼 남자는 늘 여자에게 무관심했다. 배가 고프면 만나서 밥을 먹었고, 보고싶은 영화가 생기면 만나고 봤고,
옆에 누군가가 필요할 때 옆에 있어달라고 말했다.
그게 사랑이라고 착각했고, 그것을 여자도 사랑이라고 느끼고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전부 착각이었다.
男 - 익숙해졌어.
니가 나에게 건내는 모든 것들에. 그래서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
하지만 이게 내가 널 사랑하는 방식이었어. 그래서 난 니가... 이렇게 떠날 줄은 몰랐어.
니가 원하는 사랑이 이런게 아니라면 바꿀게. 내가 바꿔볼게. 그러니까
女 - 아니야.
당신, 나 사랑하는 거 아니야. 동정이야.
당신 늘 강한 척 하고, 차가운 척 하지만 마음 여린 사람이라는 걸 내가 잘 알아.
내가 졸졸 쫓아다니고, 내가 울고 불고 매달린 적도 있었잖아. 그래서 넌 날 버릴 수가 없었던 것 뿐이고, 그걸 사랑이라고
착각한거야.
이젠 그러지 않아도 되. 나도 이제 알았어.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가둬두고 싶지 않아. 내 옆에 묶어놓고 싶지 않아.
고마웠어. 내 곁에 있어줘서. 그걸로도 난 충분히 만족해. 내가 정말 사랑했던 남자가 한 때는 내 곁에 내 남자친구로 있어줬다는
사실만으로도 난 정말 행복해. 그러니까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길 바랄게.
넌 봄향기를 좋아했고, 난 겨울향기를 좋아했다.
넌 한식을 좋아했고, 난 양식을 좋아했다.
넌 액션영화를 좋아했고, 난 멜로영화를 좋아했다.
넌 친구가 우선순위였고, 난 니가 우선순위였다.
넌 비오는 날을 좋아했고, 난 비오는 날을 싫어했다. 난 니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넌 늘 같은 것을 물었다.
'뭐 먹을래?''뭐 볼래?'
모든 것을 기억해달라는 억지를 부린 적 없었다. 하지만 1년을 넘게 만난 남자가 그 흔한 여자가 좋아하는 음식, 영화취향.
그 어떤 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사랑하면.
정말 사랑한다면, 그 사람이 흘리듯이 했던 ' 저 머리핀 예쁘다' 그 한마디에 다음날 그 머리핀을 선물할 수 있는게 아닐까?
그게 진짜 사랑이 아닐까?
사랑은 관심이다.
관심은 사랑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여자가 하고 싶은 말은 여자에겐 관심이 필요했고, 여자에겐 관심이 사랑이었다는 것 뿐이다.
우리는 정말 오늘 헤어진다.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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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여~어이상실의 시대입니다^^^^^
후!
오늘 이렇게 제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그런사람있잖아요? 정말 친한데, 참 많은 얘기를 나누는 사인데.
같이 마주보고 얘기를 하고 있는데 그 사람은 내가 몇 분 전에 했던 말도 기억을 못하고
'뭐라고했지'
하지만 그게 한 두번이라면 이해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게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그건 저에게 관심이 없다는 거죠?
관심은 사랑이 시작이죠.
관심이 없다면, 사랑이 시작될 수도 사랑이 될 수도 없죠.
전 그런 사람이 좋아요. 내가 흘리듯이 했던 작은 말 한마디도 기억하고 '너 파스타 좋아하지?''너 멜로좋아하지?'
그 작은 관심이 모여서 사랑이 되는거죠?
짧지만 엉망인 글 읽어 주신 분들께 늘 감사합니다.
그리고 작은 부탁이지만^^^^ 혹 예쁜 사연이 있다면 좀 보내주시면 너무 감사할 것 같아요.
슬픈 것만 쓰는 저도 늘 슬퍼서요^^^^^^
봄이니까 >< 아름다운 얘기 한 편 부탁드릴게요! 아름답게, 너무 너무 사랑스럽게 써드릴게요 기다릴게요! 환영이요!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가 이 글 쓰면 계속 들은 빅뱅의 BAD BOY 추천해요^^^^^^
이 노래가 많은 도움이 되었답니다.
첫댓글 우어우어 오랜만에 뵙네요! 오늘도 잘 보구 가요^ㅇ^!
넹 감사합니다 ^^^빨리 찾아오고 싶은데 제가 요즘 정신이 없네요 하하 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네^^^^^사연이라면 보내주세요 보내주시면 제가 너무 감사하죠 기다리겠습니당
잘 읽었습니다 아름다운얘기 기대할게요~ㅎㅎ
아름다운얘기^^^^꼭 들고 올게요 이봄이가기전에요 ㅜㅜㅜㅜ 흑
지금 저랑 왜이렇게 비슷하죠..ㅜㅜ 벌써 2년 넘게 사귀었는데..남친이 저에게 관심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진짜 그냥 그 익숙함이 좋았던거일지도 ㅜㅜ ..
관심ㅜㅜㅜㅜ사랑하니까 시작되는건데....늘 먼저 묻고 궁금한 것도 나고^^^^그사람은 늘 그렇듯이 대답만하고 참 슬프죠
삭제된 댓글 입니다.
^^^댓글을 좀 늦게 확인했죠? 하하 잘 읽어주셔서 감사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