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저는 n년간 기자 준비를 하다가 이제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사람입니다. 지난 시간 동안 아랑에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고,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습니다. 그 은혜에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마음으로 필기합격 팁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왜 필기 합격 팁인가 하면 일단 저는 서류는 거의 떨어져 본 적이 없고 (기본적인 스펙은 좋은 편입니다. SKY 출신은 아닙니다.) 면접은 거의 붙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처음 언시 시작했을 때 저는 정말 글을 못 썼습니다. 차라리 영어로 글을 쓰는 게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휘력도 달리고, 문장 구성력도 별로였습니다. “단어 수준이 너무 유치하다,” “자기주장이 없다,” “재미없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등등 글에 대한 웬만한 혹평은 다 받았습니다. 당연히 필기시험에서 다 떨어졌습니다.
근데 나름대로 방법을 익히고 난 뒤에는 모든 시험에 필기합격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름 있는 회사의 필기도 여러 번 통과했습니다. (언시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약 1년 지난 뒤부터 필기에 붙었습니다) CBS, YTN, 한국일보, 국민일보, 문화일보, 뉴시스, 서울경제, 헤럴드경제, 이데일리, 파이낸셜뉴스, 각종 전문지까지(더 있는데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이 잘 안 나네요) 필기 통과한 경험이 있고, 같은 회사 필기시험에 두 해 연속으로 붙은 적도 있습니다. 시험 보면 보는 것마다 붙는 분들은 저의 경험이 보잘것없이 보일 수도 있지만, 저는 진짜 필기 관련해서는 ‘무’에서 시작해서 ‘유’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오랜 시간 부딪혀 가며 얻은 소소한 팁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아! 그리고 저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닙니다. 아랑에 글 잘 쓰시는 분들이 많아 업로드할까 말까 정말 망설였는데 한 분에게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올립니다.
* 이것은 저의 개인적인 경험에 바탕한 글입니다. 무조건 따라야 된다기보다는 “이런 방법도 있구나” 정도로 봐주시기 바랍니다.
1. 신문 읽기 + 신문 스터디하기: 시간은 아끼면서 효과는 좋은 효율성 높은 신문 스터디 방법
부끄럽지만 기자가 되겠다고 결심하기 전까지 신문을 제대로 읽은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뉴스도 신문도 제대로 본 적이 없으니 시사 상식이 있을 리가 없겠죠. 그래서 논작은 제쳐두고 우선 신문 스터디부터 했습니다. 친한 언니가 만든 스터디에서 함께 공부했습니다.
스터디 운영 방식은 이렇습니다: 각자 정리할 신문(조선, 중앙, 경향, 매경, 한국, 스포츠 등)을 나누고 일주일 동안 요일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사들을 모은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중요한 문장에 밑줄을 긋는다. 기사 안에 본인이 모르는 용어가 나오면 해당 기사 아래에 용어 설명을 적는다.
이 방식으로 월-토 6일 치 신문을 정리하고 출력한 뒤 월요일에 모여 본인이 맡은 신문의 1주 일치 내용을 스터디원에게 브리핑해주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본인이 맡은 신문의 기사는 본인이 직접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기사를 더 자세하게 분석하면서 읽게 되고, 이런 식으로 1년 이상 계속하니 모르는 시사용어가 거의 없는 수준에 이루게 되었습니다. 부끄럽지만, 신문 스터디 하기 전에는 CDS나 공포 지수, LTV 등 기본적인 경제 용어도 몰랐고, 글라스노스트, 휴민트, 시긴트 등 북한 관련해 신문에서 종종 나오는 용어들도 정말 하나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계속 신문을 읽다 보니까 가랑비에 옷 젖듯이 차근차근 알게 되더라고요. 벼락치기로 두꺼운 시사용어 책을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별로 힘들지 않았습니다.
또한 일주일에 딱 한 번 하는 스터디를 통해서 논조가 다른 언론사의 기사를 훑어볼 수 있기 때문에 시간 절약도 됩니다.
매일 만나는 스터디보다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스터디가 좋습니다(개인적인 생각). 일단 매일 카페에서 만나면 커피값이 너무 많이 들고, 근본적으로 굳이 모여서 신문을 읽을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하지만 이건 개인의 취향의 문제니까 본인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하면 됩니다. 그리고 온라인 신문 스터디는 책임감 없는 사람이 많고, 강제성도 떨어져서 게으름뱅이인 저한테는 맞지 않았습니다.
매월 나오는 박문각 시사상식집도 스터디에서 같이 봤습니다. 매주 분량을 정해서 공부하고 돌아가면서 퀴즈를 내오는 방식으로 했습니다. 꾸준히 하다보니까 상식 문제는 크게 부담되지 않았습니다.
2. 칼럼 필사하기 + 에세이 필사하기: 문장이 대책 없이 길어지는 사람을 위한 방법
우선 필사는 호불호가 정말 많이 갈리는 방법임을 알려드립니다. 저는 필사를 통해 나쁜 글 버릇을 고쳤지만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느끼는 분들도 계십니다.
필사 방법은 쉽습니다. 매일매일 신문 칼럼 하나를 노트에 적으면 됩니다. 초창기엔 조선일보 ‘조선데스크’를 필사하다가 나중에는 거의 한국일보 칼럼만 필사했습니다. 한국일보 이충재 논설위원의 글은 무조건 다 했고, 36.5칼럼도 많이 옮겨 적었습니다. 가끔씩 한국일보 칼럼이 별로일 때는 다른 신문의 칼럼을 필사할 때도 있었습니다.
제가 필사했던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필사할 칼럼을 고릅니다. 공책에 적습니다. 다 옮겨 적은 뒤엔 빨간펜을 들고 내가 채점위원이 된 듯이 첨삭을 해봅니다. 각 문단의 중심 생각이 무엇인지 적고, 글쓴이가 글을 통해 하려는 궁극적인 주장이 뭔지 적어봅니다. 그리고 나라면 같은 주제로 어떤 글을 쓸지 생각해봅니다. 덧붙여서, 주술 호응이 잘 되었는지, 각 문단이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한 문장으로 정리되는지도 꼼꼼하게 살펴봤습니다. 마지막으로 글을 다시 읽어보고 좋은 표현이 있거나, 논술시험에서 써먹으면 좋을 것 같은 수치나 정책, 사람 이름 등이 나오면 글감 노트(4번 항목에서 자세히 설명)에 옮겨 적었습니다.
앞서 말했듯 저는 글을 쓰면 문장이 어린애 같고 잘 안 읽힌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스타일을 바꾸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제 스타일과 아예 반대되는 ‘단문 건조체’ 에세이를 필사했습니다. 김훈의 “밥벌이의 지겨움”을 베껴 썼습니다. 긴 것도 좋고 짧은 것도 좋은데 저는 주로 ‘라파엘의 집’을 많이 필사했습니다. 하도 많이 베껴 써서 나중에는 거의 외워서 썼습니다. 1년 넘게 쭉 필사하다 보니 문장이 안 읽힌다는 말은 듣지 않게 됐습니다.
필사를 하며 얻을 수 있는 좋은 점 한 가지 더! 띄어쓰기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자들이 주로 쓰는 어휘가 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제가 한창 칼럼 필사할 때 많이 나왔던 구문은 ‘뒷맛이 쓰다’였습니다.
3. 합격자 글 계속 읽으면서 분석하기: 나와 같은 상황에서 다른 지원자들은 어떻게 대처했는지 알아보기
2번과 연관되는 내용입니다. 칼럼이나 에세이는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사람들이 쓴 내용이라, 분량 및 어휘 선택 면에서 우리가 써야 하는 ‘짧은 시간 내에 짜임새 있게 완성해야 하는 글’과는 맞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필기시험 합격자의 글을 읽고 2번에서 한 것처럼 분석했습니다. 동아일보 블로그에 올라온 합격자 글이나 한터 수업에서 선생님이 잘 썼다고 칭찬한 글은 체크해두고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글의 구조를 분석하고 논리 구성이나 서론은 어떤 이야기로 시작하는지 등등을 살펴봤습니다. 마찬가지로 언젠가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내용은 바로 글감 노트에 옮겨 적었습니다.
4. 글감 노트 만들기: 좋은 횟감+회 뜨는 기술이 합쳐져야 맛있는 회가 나오듯, 좋은 글을 쓰려면 좋은 글감을 모아두는 게 중요
저는 언시 준비하는 동안 총 다섯 권의 글감 노트를 만들었습니다. 소설책을 읽다가 감동받은 구절이 있으면 적어두고, 칼럼에서 쓸 만한 표현이 나오면 적고, 헷갈리는 한글 고유어도 써놓고, 신문에 자주 나오는 통계수치(수출량, GDP 순위, 출생률 등)도 노트에 옮겼습니다. 논술 서론에서 인용하면 좋을 것 같은 시구절이나, 영어 단어의 어원 등 ‘필기에 써먹을 만한 소재’라고 생각되면 무조건 글감 노트에 적었습니다. 그리고 이걸 가지고 다니면서 계속 읽었습니다. 무조건 외우기보다는 자꾸 읽어서 자연스럽게 머리에 남도록 읽고 또 읽었습니다.
소설보다는 에세이집과 사회과학 서적에 베껴 쓸만한 구절이 더 많았습니다. “밤이 선생이다” “단속사회” “감시사회” “세상물정의 사회학” “피로사회”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등등 특히 좋았습니다.
영화를 보다가도 좋은 대사가 나오면 베껴 적었고 노래 가사도 옮겨 적었습니다. 모든 매체를 “좋은 내용이 있으면 반드시 옮겨 놓고 언젠가 써먹겠다"라는 생각으로 대했고, 온갖 내용을 글감 노트에 담았습니다. 도서관에 있는 모든 신문의 오피니언 면은 다 읽었고, 씨네 21, 한겨레 21, 시사인까지 다 읽고 써먹을 수 있겠다 싶은 내용은 글감 노트에 옮겨 적었습니다. 꾸준히 하다 보니깐 논술에서 어떤 주제가 나와도 서론과 결론은 쉽게 쓸 수 있었습니다. 머릿속에 온갖 얘기들로 구성된 나만의 데이터베이스가 있으니까요.
5. 글쓰기 전에 개요부터 짜기: 지도가 있어야 최대한 길을 헤매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한다.
글 연습할 때 1,200자를 기준으로 뒀습니다. 항상 서론-본론1-본론2-결론의 순으로 개요를 짰습니다.
시험 시간이 1시간이라고 하면 20분 정도는 무조건 개요 짜는데 시간을 썼습니다. 개요 없이 생각나는 대로 글을 쓰다 보면 했던 말 또 하게 되고 주술 호응도 안 맞게 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일단 초반 20분 동안 서-본1-본2-결에서 내가 쓸 말을 다 정리했습니다. 짜놓은 개요를 보면서 서론부터 결론까지 글의 흐름을 머릿속으로 쭉 떠올려봤습니다. 그 뒤 원고지에 글을 썼습니다.
글에서 내용을 제외하고 가장 기본적인 것은 ‘주술 호응’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시간에 쫓겨도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문장의 주어와 서술어가 서로 어울리는지는 꼭 챙겨야합니다. 시험이 끝나고 나중에 글을 복기할 때, 개요를 쓰고 작성한 것은 금방 다시 쓸 수 있지만 개요 없이 무작정 써내려간 글은 절대 다시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참고로 저는 개요를 작성하고 논술을 썼을 때에도 떨어진 적은 있지만, 개요를 쓰지 않고 바로 시험지에 써 내려간 글로는 단 한 번도 합격한 적이 없습니다.
그 외 사소한 궁금증들
Q. 입사 지원서에서 취미/특기는 뭘 써야 하나요?
전략을 잘 세워야 하는 부분입니다. (필기 통과한 상황에서) 다른 부분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취미/특기에서 자기 어필을 잘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키가 작고 나이에 비해 어려 보이는 편인데, 이걸 상쇄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취미란’에 당시 배우고 있던 ‘킥복싱’을 썼습니다. 겉보기와는 다른 와일드한 취미이기 때문에 분명히 질문이 들어올 것이라 생각하고 답변을 준비했습니다. 제 생각대로 면접장에서 킥복싱 관련 질문이 들어왔고, 그 외 별다른 질문이 없었음에도 해당 면접에선 합격했습니다. 면접관들은 조금 특이해 보이는 취미/특기에 더 흥미를 가지는 것 같습니다.
다른 회사 지원서에 ‘시집 읽기’를 취미로 적은 적이 있습니다. 면접에서 어떤 시인을 좋아하냐고 질문이 들어왔고, 저는 윤동주 시인을 좋아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니까 바로 그럼 한 번 좋아하는 시를 외워보라고 해서 ‘서시’를 암송했습니다. 물론 다들 잘 알고 있는 시라 식상하게 느끼셨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외워보라고 하자마자 망설임 없이 바로 쭉 암송했기 때문에 큰 문제 없이 지나갔고, 그 면접에서도 합격했습니다.
Q. 합격에 도움이 되는 자격증이 있을까요?
JLPT1급,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급, KBS 한국어능력시험 2+급 이렇게 3개를 갖고 있는데요, 솔직히 도움이 된다는 생각은 못 받았습니다. 면접에서 관련 질문을 받은 적도 한 번도 없었고요. 특히 어학자격증은 있으면 마이너스는 안 되지만 딱히 플러스도 안 되는 것 같아요.
왜냐? 그 나라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도 저와 같은 자리에 지원하기 때문입니다. 일본 유명 대학을 졸업한 분을 모 신문사 최종 면접 자리에서 만난 적이 있습니다. 중국 유명 대학, 미국 유명 대학을 졸업하신 분들도 심심찮게 봤습니다. 사실 저는 그때까지 외국어가 저의 강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나라 대학 그것도 명문 대학을 졸업한 사람과 비교한다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되더라고요. 저는 토익도 거의 만점에 가깝고, OPIC도 AL인데 미국 대학 나온 사람들에겐 뭐.. 소위 말해 ‘쨉’도 안 됩니다. 언론 고시 준비생들이 필기 공부하면서 비교적 쉽게 취득할 수 있고, 합격에도 도움이 되는 자격증이 무엇이 있는지는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Q. 논작 스터디는 어떻게 구하나요?
아랑에서 구했습니다. 모집 글 이것저것 읽어보고 괜찮을 것 같은 곳에 연락해서 스터디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했던 스터디는 여자분 1명, 남자분 1명 그리고 저까지 3명으로 이뤄진 모임이었는데 다들 저보다 월등히 정말 월등히 잘 쓰셔서 제가 많이 배웠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스터디 시작한 지 2개월 만에 두 분 다 메이저 언론사에 최종 합격하게 되어 모임은 해체되었습니다. 근데 두 분 다 밥도 많이 사주고, 각종 팁도 알려주고, 가끔 격려 문자도 보내줘서 지치지 않고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여하튼 이런 식으로 아랑에서 스터디를 구했습니다. 첫 번째 스터디 해산 후 들어갔던 스터디마다 와해되고, 마지막으로 들어간 스터디에 정착하게 됐습니다. 한 1년 정도 있었는데, 스터디원들 모두 심성이 모나지 않고 (하지만 글 첨삭은 날카롭게!), 책임감이 있어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정보 공유도 서로 숨기는 것 없이 해서 좀 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즐겁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친해지지는 않았는데요, 스터디 내내 존댓말을 사용했습니다. 개인적인 연락도 서로 하지 않았고요. 각자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면서 서로서로 도와주는 분위기라 윈-윈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언론고시반에 있는 분들은 그 안에서 스터디를 하거나 하시는데요, 그 외의 분들은 아랑에서 구하는 게 제일 쉽고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Q. 필기시험 볼 때 펜은 어떤 걸 쓰는 게 좋나요?
제 경험상 수성펜, 볼펜, 지워지는 펜 등 펜이라면 아무거나 다 괜찮습니다. 모나미 펜(뚜껑 달린 수성펜)으로 글 작성하고 메이저 방송사 필기 통과한 친구도 있고, 유니볼(잉크펜)로 합격한 친구도 있습니다. 저도 프릭션(지워지는 펜)으로 글 써서 통과한 적도 있긴 하지만 보통 제트스트림(유성) 0.5를 주로 썼습니다.
만약의 경우이지만 수성펜으로 쓴 필기시험지가 내 손을 떠난 후 누군가가 물이나 커피라도 흘려서 글 일부분이 지워지면 어떻게 하나, 프릭션은 습기나 온기에 약하다는데 누군가 내 글을 온풍기 근처에 놔둬서 일부분이 지워지면 어떡하나 등등 제가 이런저런 걱정이 많은 타입이라 지워질 일 없는 볼펜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주변에 여러 경우가 있으니 여러분들도 손에 익은 펜으로 작성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Q. 면접 볼 때 정장은 바지를 입어야 하나요 치마를 입어야 하나요?
모 메이저 언론사 인사팀 직원에게서 기자에게는 활동적인 모습이 필요하니까 여자 지원자도 바지 정장을 입는 게 좋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후 계속 바지 정장만 입었는데요, 지나고 보니까 꼭 바지를 입을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치마 정장을 입은 면접에서 더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본인에게 잘 어울리는 걸로 골라서 입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Q. 방송기자 지원자인데 카테 볼 때 메이크업 받아야 하나요?
네. 받는 게 좋습니다. ‘카메라’ 테스트를 하는 것 자체가 원고를 얼마나 잘 읽느냐와 더불어 지원자가 화면에 얼마나 잘 나오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블루 스크린 앞에서 센 조명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카메라 테스트용 메이크업은 받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일반 화장은 조명에 다 날아가니까). 예전에 YTN 카테 갔을 때, 담당자분이 남자들도 메이크업 받고 오는 게 좋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Q. 실무평가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이 있나요?
각 언론사만의 특유의 표현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같은 시각을 말한다고 해도 ‘10시 10분께’ ‘10시 10분경’ ‘10시 10분쯤’ 이렇게 언론사마다 표현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릅니다. 실무평가하시면 기사를 작성하게 될 텐데 놓치기 쉬운 사소한 부분을 미리 익혀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빠질 수 없는 팟캐스트
저는 언시 준비하면서 음악을 거의 듣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팟캐스트로 ‘김현정의 뉴스쇼’ ‘노유진의 정치카페(ㅠㅠ)’ 등을 계속 들었습니다. 시사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는 것도 있고, 내 글에 쓸 만한 좋은 내용이 없을까 글감을 찾기 위해서기도 했습니다. 매일 신문 읽고, 시사 프로그램 듣고, 사회과학 서적도 읽고, 주간지도 읽는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어느 부분의 이슈를 물어도 어느 정도는 대답할 수 있는 수준이 되더라고요. 그 정도 되니까 시사에 별 관심 없는 제 친구들도 뭐 궁금한 게 생기면 저에게 다 물어봤습니다.
다시 팟캐스트 얘기로 돌아가자면, 저는 특히 ‘뉴스쇼’를 정말 좋아했습니다. 물론 아침에 맨날 늦게 일어나서 생방으로는 못 들었지만 다시듣기로 꼭 들었습니다. 특히 좋아했던 코너는 ‘행간’ 그리고 ‘기자수첩’입니다. 두 코너 모두 복잡한 현안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주고 생각지도 못한 지점을 짚어주더라고요. 정말 마음에 드는 내용은 글감 노트에 옮겨 적어두고 계속 봤습니다.
Q. 상식 취합하는 게 좋을까요?
저도 여러 번 참여한 적이 있는데요, 솔직히 추천하지 않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저는 걱정과 의심이 많은 사람이라 취합한 자료에 잘못된 정보가 있을 것 같아서 일일이 확인해보느라 시간이 너무 많이 듭니다. 그리고 실제로 잘못된 정보도 심심찮게 있었고요. 차라리 신문 스터디 하고, 매월 나오는 박문각 시사상식 혹은 에듀윌 시사상식 책을 보면서 혼자 공부하는 게 저한테는 효과적이었습니다.
Q. 어디서 공부하는 게 좋을까요?
집에서도 해보고 카페에서도 해보고 이곳저곳에서 해봤는데 마지막에 정착한 곳은 도서관입니다. 일단 돈이 안 들고, 부모님 눈치 안 보이고 무엇보다 신문이나 잡지 등 읽을거리가 무궁무진합니다.
Q. 공부하다 보면 언젠가 필기 통과할 수 있을까요?
네! 제가 그 증거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책 많이 읽고, 글도 많이 써보신 분들, 원래 ‘글발’이 있는 분들이 확실히 필기에 빨리 그리고 쉽게 붙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자가 되기로 마음먹고 나서부터 글 공부를 시작한 저 같은 사람도 꾸준히 하다 보니 필기에 붙긴 하더라고요. 이 글 읽으시는 여러분들도 낙심하지 말고 꾸준히 매일매일 공부를 쌓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공부 끝에 남은 것들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면 상처도 없겠지만 성장도 없다. 하지만 뭔가 하게 되면 나는 어떤 식으로든 성장한다. 심지어 시도했으나 무엇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을 때조차도 성장한다.’ 김연수 작가의 산문집 “소설가의 일”에 나온 말입니다. 계속 떨어지고 이제는 발길을 돌려 공무원 준비를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저 말이 참 위로가 됐습니다. 오랜 꿈을 내려놓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아프고 눈물 나고 힘들었어요. 근데 끝나고 나도,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했어도 무언가 남는 것 있었습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이루기 위해 전력을 다해 달려보기도 했고, 그 과정에도 좋은 사람들도 정말 많이 만났고, 사회를 바라보는 눈도 더 깊고 더 넓어졌습니다. 글쓰기 실력도 예전에 비해서 엄청 좋아졌어요. 통찰력도 좀 생긴 것 같아요.
공무원 면접 준비하면서 스터디하는데 다들 저보고 “말을 조리있게 잘 하신다”고 “목소리도 아나운서 같다”고 하더군요. 언시 준비 전의 저 같으면 전혀 들을 수 없었던 칭찬이에요. 뉴스를 많이 봐서 아나운서 분들의 톤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나 봐요. 글을 많이 읽고 또 써봤던 것도 도움이 됐나 봅니다. 그리고 언론사 면접에서 압박을 하도 많이 받아봐서 웬만한 압박 면접은 웃으면서 잘 대처할 수 있는 능력도 생겼어요. 순발력도 생겨서 어떤 질문이 들어와도 버퍼링 없이 제법 잘 대답할 수 있게 됐습니다.
세상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지난 시간을 통해 여러분에게 이렇게 팁을 드릴 수 있어서 좋습니다. 이 글을 쓰고 보니 실패조차 소중해 보이네요. 울지 않고 덤덤하게 이 많은 걸 털어놓을 수 있는 걸 보니 저도 좀 성장했나 봅니다.
그래도 여러분은 꼭 원하시는 일 이뤄주세요! 혹시 더 궁금하신 거 있으면 질문해주세요. 너무 개인적인 문제 빼고는 제가 아는 한에서 답변해드리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이 글 읽고 제가 누군지 알 것 같은 분들은 카톡 주세요. 만나서 밥 먹어요!
|
저도 언시 오래하고 필기만 쫙 붙고 면접 광탈하고
현직 공무원 2년차에요 고생하셨고 반갑습니다...
선배님이시네요 ㅠㅠㅠㅠ 반갑습니다!!!!
스터디할때 현장 작성 스터디를 위주로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네! 현장작성 하고 스터디원끼리 첨삭한 뒤 집에서 퇴고하고 그 다음 스터디할 때 다시한번 첨삭 받았습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 맘 잘 압니다 ㅠㅠㅠㅠ 저도 자존심이 허락을 안 해서 힘들었습니다. 같이 스터디했던 사람들은 기자 되고 뉴스에 나오고 바이라인 달린 기사 나오고.. 저는 그래서 스스로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도전했습니다. 슈퍼마트인턴님이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고, 좋은쪽으로 일이 잘 풀려나가길 바랍니다!!!!! 화이팅이에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글빨이 약해서 글공부를 시작해볼까 하는데, 글쓴이님은 글공부를 얼마나 하셨나요??
1년정도 했을 때부터 글이 점점 나아졌습니다! 사람마다 속도는 다르니까 지금부터 꾸준히 글공부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
좋은 글 감사합니다. 쉽지 않은 선택이셨을텐데 앞으로 꽃길만 걸으세요!💐
감사해요 :D
좋은 문장으로 정성스럽게 써주셔서 읽는 내내 눈과 머리가 행복했습니다. 언제나 어디서든 행복하시길 바래요. 제가 한건 읽는 것 뿐이었지만 많이 성장하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언제 어디서든 행복하고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런 분이 나랏일을 한다하니 시민으로 기대가 됩니다. 소중한 글 잘 읽었습니다. 개인적인 쪽지로 질문드려도 될까요?
네! 쪽지 주세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감사합니다!! :)
사회과학 서적 또 추천해주실만한 것들 있나요?? ㅎㅎ
댓글이 늦어 죄송합니다. "개념어사전(남경태)" "좌우파사전"도 좋았습니다. 그리고 '살림지식총서' 시리즈도 읽으면서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
글감노트에 적으실 때 카테고리별로 따로 나눠서 정리하지는 않으셨는지요? 진짜 제가 암기력이 너무 안 좋은데 글감노트를 꾸준히 계속해서 읽으면 머릿속에 남겠죠....?
카테고리별로 정리하지 않고 한권에 다 몰아서 적었습니다. 꾸준히 틈틈이 읽어가시면 분명 기억에 남을 거예요!!! 화이팅입니다 :)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필기생각에 앞이 깜깜한 기분인데 덕분에 힘내보려고요! :)
혹시 작문, 논술 공부는 하루에 얼마정도 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ㅜㅜ
또 하나 여쭤볼 게 있는데 필기연습은 처음부터 펜으로 하는 게 나을까요? 너무 처음이라 샤프를 쓰고 있는데 오히려 안 좋을까요..ㅜㅜ
@어쩌다보니쓰 정확히 몇 시간을 했는지 기억은 잘 안나지만 아침에 9시쯤 도서관 가서 한 시간 정도 신문 읽고 칼럼 필사하고, 도서관에 있는 시사잡지나 사회과학 서적 읽으면서 글감 모으고 글 좀 끄적이다가 저녁 6시에 집에 갔습니다. 틈틈이 한국어능력시험 공부도 하고, 한국사검정시험 공부도 했었구요.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다보니쓰 어차피 시험장에서 글 쓰실 때는 펜으로 써야하니까 이왕 하는 거 샤프보다는 펜이 낫지 않을까요!? 더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또 질문해주세요 :) 화이팅입니다!!!
@함박눈쏟아져내리는가 감사합니다! 함박눈님이 제게 얼마나 큰 용기를 주셨는지 모르실 거예요 ㅜㅜㅜ 나중에 또 쪽지 드리고 싶습니다. 늘 응원할게요!! <3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정말 잘 읽었습니다!
하반기에 필기 다 떨어져서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는데 글 보고 다시 힘 얻어갑니다ㅠㅠ 구체적이고 좋은 정보 너무 감사합니다!
글 검색하다 문득 접하게 되었는데 동기부여가 되는 참 좋은 글인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자세하게 써주신 글 덕분에 다시 방향 잡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경험을 상세하게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필기 때문에 늘 고민인데 이 글을 노트에 필기하면서 보았습니다. 도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김연수 작가님의 말처럼 무언가를 하고 시도하는 이 순간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새깁니다. 언제나 앞날에 행운이 가득하시길 바라겠습니다!
후기 열심히 본 건 처음이네요!! 좋은 후기 글 감사합니다!
2년 뒤에 보고 있는데 감동 받고 가네요 4일 뒤에 필기 시험이라 싱숭생숭 했는데 마음 다잡고 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어디서든 행복하세요!
안녕하세요. 언시 초입에 들어선 학생인데... 너무 많은 용기를 얻었습니다. 좋은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글쓴이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