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개요
1930년대 농민소설 가운데 하나인 김 유정의 「안해」를 정독하고 기본요소를
분석한 후, 당대 농민의 비참한 삶을 서사화하는 미학적 서사 전략을 파악
한다. 1인칭 화자의 성격화를 고려한 서술의 분석, 어조와 문체의 특성에 대해
생각해본다. 나아가, 김 유정 소설에 나타난 들병이의 형상화, ‘아내팔기
-
모티프’와 부부윤리의 해석에 대해 이 작품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김 유정이 1935년 12월에 발표한 단편소설. 농촌의 한 부부가 가난을 해결
하기 위해 들병이로 나서겠다는 아내와 이를 교육 하는 남편 사이의 이야기
이다.
저자 김 유정
김유정은 대한제국과 일제 강점기의 소설가이다. 강원도 춘천 신동면 증리
실레마을 태생이다. 소설 〈소낙비〉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1935년에
등단했으며, 1937년에 요절할 때까지 주로 농촌을 소재로 한 소설들이 크게
호평 받았다. 유정은 여자 이름에 주로 쓰이지만, 소설가 김 유정은 남자다.
-
본관은 청풍이며, 별도의 아호는 없다. 농촌 배경의 토속적 작품이 많다 보니
착각하기 쉬운데, 당대 다른 젊은 문인들과 마찬가지로 시크한 도시인이다.
당시 신문에 실린 문답 등을 보면 그야말로 '무심한 듯 시크하게'라는 말이
어울리는 수준이다. 김 유정은 구인회의 회원으로 소설가 겸 시인 이상과 특히
-
친한 친구였다. 이상은 김 유정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 〈김유정〉을 지었을 정도
로 특히 김 유정을 존경했다고 한다. 안타까운 점은 소설 속의 김 유정은 아주
건강하고 활동적인 청년이었으나, 현실의 김 유정은 이 작품이 발표되고 1달
후에 사망했다.
-
평생 병으로 힘들어했지만 삶에 대한 의지를 포기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글을 쓰다 죽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만성 폐결핵과 치루가 주는 고통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질 못해 평생 힘들어했다. 김 유정이 아프다는 것은 문인들
모두가 아는 일로 김유정을 만나면 다들 건강을 걱정했다. 김 유정의 수필
-
중에 길에서 만난 한 젊은이가 김 유정을 보고 기뻐하며 다방으로 끌고 가서
이야기를 하다가 더 아프시기 전에 빨리 걸작을 한 편 더 쓰셔야겠다고
이야기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는 내용도 있다. 처음 보는 사람이 봐도
아파 보였을 정도이다.
-
친구 이상은 어차피 자신이 병으로 죽을 거, 자살로 생을 마감 하는게 더 의미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함께 병과 가난으로 고통을 겪으며 공감
대를 가지고 있던 김 유정에게 이상은 동반 자살을 권유했다. 누가 봐도 죽음
이 가까워 보였던 김 유정이지만 이 권유를 거절했다. 이상은 자신의 소설에서
-
"유정! 유정만 싫다지 않으면 나는 오늘밤으로 치러버리고 말 작정이었다.
한 개 요물에게 부상해서 죽는 것이 아니라, 27세를 일기로 하는 불우의
천재가 되기 위하여 죽는 것이다. 유정과 이상, 이 신성불가침의 찬란한
정사......," 라고 표현할 정도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 유정이 이상보다 먼저
1937년 3월 29일에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줄거리
'나'는 밭농사와 나무장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근면한 인물이다. '나'와 아내는
한겨울 쌍지게질도 마다 않을 정도로 열심히 생활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욕구
인 식욕조차 충족시킬 수 없을 만큼 가난하다. 이 가난을 해결하기 위한 시도
는 들병이로 나서겠다는 아내의 제안에서 시작된다. 이런 아내의 제안에 '나'
-
는 거부감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참 훌륭한 생각으로 받아들이고 아내를
가르며 오히려 못난 아내의 얼굴 때문에 장사가 잘 되지 않을 것을 염려
하기까지 한다.
해설
안해는 대체로 단문 속에서 토속어와 비속어를 두루 사용해 독자들로 하여금
현장감을 주고 있다. 들병이를 하겠다는 아내와 이를 교육하는 남편의 모습은
자칫 비난의 시각으로 읽게 될 수 있지만 소설 자체는 아웅 다웅 하는 부부의
모습을 보여 주면서 오히려 이들의 사랑을 읽게 한다.
-
이게 정숙해야 하는 ‘아내’와 몸을 는 ‘매춘부’ 사이의 차이를 구분불가능하게
만드는 ‘들병이’의 독특한 존재 형식 은 교환의 법칙이 통용되지 않는 자본
주의 체계의 외부를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김 유정은 무가치하고 우스꽝스러운
-
것에서 인간의 이해를 이끌어내고, 자본의 가 장 천박한 얼굴에서 아름다운
사랑을 읽어내는 작가이며, 그런 그에게 ‘들병이’란 그의 문학정신이 그로
육화된 존재인 셈이다.
-
나와 아내는'이깐 농사를 지어 뭘 하느냐? 밑지는 농사보다는 이밥에, 고기에,
옷, 마음대로 입고 좀 호강이냐'며 자신들의 계획을 합리화한다. 그러나 들병
이로 나서는 부부의 생각은 계획으로 그칠 뿐 실현에 옮겨지진 않는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아무 망설임 없이 아내에게 술장사를 시킬 수 있겠지만, 결국
-
에는 전통적인 윤리규범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해 아내의 행실에 대한
염려와 자식양육 걱정이 이 계획을 무산시키게 만드는 것이다.
'나'는 끝까지 먹고살기 위해 들병이로 나서겠다는 생각의 비윤리성에 대해서
는 인식하지 못한다. 이러한 '나'의 어리석음과 비윤리적 사고에도 불구하고
-
부부의 행동이 독자들에게 거부감을 주기보다 연민을 주는 것은 인간의 일
차적 욕구마저 제대로 충족할 수 없는 극중 현실에 대한 수용자의 인식 때문
이다. 김 유정의 다른 들병이 문학에는 총각과 맹꽁이, 솟, 산골 나그네, 가을,
소낙비 등이 있다.
-
Q 다음 중 「안해」에 나오는 단어의 뜻을 제대로 연결한 것은?(3)
(1)줄대 : 생기 있고 깨끗하게
(2)각다귀 : 몹시 야물고 암팡스러운 사람
(3)비쌔다 : 어떤 일에 마음이 끌리면서도 겉으로는 안 그런 체하다
(4)파다발 : 남의 것을 뜯어먹고 사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느낌
'김유정의 봄봄'이라는 도식이 머릿속에 있을 뿐 제 관심 밖의 인물입니다.
폐결핵을 앓았다는데 비주얼은 잘생겨보였어요. 술먹고 놀다가 29살에
요절을 했고 2년 동안 쓴 글로 문학사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신기할 뿐입니다. 그의 문체를 보면 영락없는 촌놈인데 그가 종로-창신동
-
에서 살았다네요. '안해'라는 글도 그냥 읽으면 밋밋합디다만 소리 내서
읽은 사람들이 그의 언어구사(비속어)가 아주 맛깔나다고 하더이다.
원래부터 제가 누군가를 잘 존경하지 않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겨우 2년
쓴 글로 먹고 사는 김 유정 보다야 20년 훨씬 넘게 글을 써 온 나 스스로가
그저 대견할 뿐입니다.
2023.3.17.fri.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