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실
노인 일자리를 일찍 마치고 오는 날이었다. 오는 길에 롯데마트 쇼핑을 했다. 진열대에 사과가 철이 지났지만 빨갛고 먹음직하게 보였다. 평소에 아내는 사과를 좋아한다. 사과를 한 묶음 샀다. 아내에게 주면 무척 좋아할 것 같아 나도 기분이 들떴다. 아내가 웃고 반기면 기분이 좋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짜증을 잘 내고 매사 트집이다. 아내에게 어찌하든지 잘 해 주고 싶었다.
마침 평소 필요했던 것을 구하러 다이쇼를 찾았다. 탁구 칠 때 핸드폰을 호주머니에 넣어두면 불편하여 허리띠에 차는 핸드폰 지갑을 구하고 싶어서다. 그런데 없다. 물건 파는 상인에게 물으니 ‘고속도로 휴게소 잡화상에나 가야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핸드폰 그대로 사용하거나 케이스에 넣고 다니지 허리띠에 차는 것은 노인들 일부나 하는 것이라고 한다. 노인이 아니라 불편하여 찾는 것인데 고속도로 휴게소를 들먹거리니 이제 못 사겠구나! 하는 생각에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간 허리띠에 차는 핸드폰 지갑을 꼭 갖고 싶었다. 사고 싶은 것을 못 사게 되니 마음이 영 편치 않았다.
허탈하게 집에 오니 아내가 ‘오늘은 왜 그리 늦게 오느냐?’고 추근거린다. 허리띠에 차는 핸드폰 지갑을 못 사서 기분이 안 좋은 지경에, 수고했다고 격려의 말을 원했는데 늦게 왔다고 나무라는 말을 하니 기분이 상했다. 내 생각으로는 아내는 종일 집에서 TV나 봤던 사람으로 여겼다. 그런데 밖에 나가 일하고 온 사람에게 친절하지 않으니 서운했다. 아내에게 주려고 사 왔던 사과를 당장 거두고 싶었다. 놀고 온 것도 아니고 일하고 온 사람에게 대하는 태도가 괘씸했다. 옷을 급하게 벗고 투덜대며 욕실에 갔다. 손에 찬 시계도 풀었다.
샤워를 마치고 방에 들어오자마자 핸드폰매장에서 ‘핸드폰 지갑이 왔다.’고 찾아가라는 전화가 왔다. 늘 밖에 나갈 때마다 챙기는 것이 지갑, 핸드폰, 시계다. 그런데 시계가 없다. 샤워하기 전에도 분명 손에서 풀고 샤워를 했는데 없다. 그러니 당황하는 마음이 온몸을 감싼다. 허둥지둥 정신을 놓았다. 샤워하기 전만 해도 분명 휴대하여 호주머니에 넣었다고 생각했는데 없으니 기절초풍할 노릇이다. 모든 호주머니를 다 뒤적이고 온 방과 욕실을 찾았다. 모처럼 손목시계를 안 차고 핸드폰 매점에 가려니 허전하다. 그야말로 텅 빈 마음으로 걸었다. 마치 소중한 사람을 잃은 기분이 든다. 핸드폰매점에서 준 핸드폰 지갑도 허리에는 못 차는 케이스다. 일마다 마뜩찮다.
운동할 때도 일할 때도 늘 손목시계를 보고 시계를 보고 즐거워했는데 없으니 너무 허전하다. 잠자리에서도 찼던 손목시계가 눈에 아른아른한다. 시계를 잊어버려도 이렇게 마음이 쓰린데 만일에 함께 사는 아내가 없다면 얼마나 서운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있을 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찮은 시계를 잊어버려도 이렇게 서운한데 사람과 이별이라면 오죽 하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저녁밥을 먹고 잠을 자고 새벽에 일어났다. 핸드폰 시계를 보니 세시다. 조용한 새벽에 고요히 눈을 감고 앉아서 차분하게 마음속으로 깊이 묵상했다. 불경에 석가모니는 명상을 통해 신통을 얻었다. 예수께서도 이른 새벽에 기도했다. 나도 탐욕 성냄 어리석음을 소멸하고 싶어서다. 정신적 고통 육체적 고통도 잊고 싶었다. 어느 정도 마음에 안정을 찾고 잠옷을 벗고 운동하려고 외출복을 착용하려고 허리를 굽혔다. 아! 그런데 옷을 벗어 놨던 밑을 보니 내 손목시계가 놓여 있다. 어찌나 반갑던지 절로 “감사합니다"하는 주문이 나왔다. 등하불명이라더니 이렇게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다. 다 샅샅이 집안을 그렇게 찾았는데도 없었던 손목시계가 눈에 보이니 날 것 같다. 아무리 급해도 바늘허리에 실을 감아서는 못한다. 설마하니 그 자리에 있을 거라고는 추호도 생각 못 했다. 옷장에 걸어진 바지 밑에 시계가 설마 떨어져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첫댓글 잃어버렸다고 애태우던 시계를 다시 찾게되어 다행입니다.
살다보면 깜빡하는 수가 더러 있는데 순간적으로 착각을 하셨군요.
퇴근길에 사모님을 위해 사과를 사들고 들어가는 모습이 아릅답게 느껴집니다.
적지 않은 연세에 일하시고 운동도 열심히 하시니 부럽습니다.
소소한 일상의 일들이 살아가는 재미가 아닐까 합니다.
어제 그런 事端이 일어 났습니다.
손목시계을 호주머니에 넣고 샤워를 했는데 찾으니 없어서 잠시나마 애가 탔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운동 가기 전 瞑想하고 옷을 갈아 입으려고 하는데
바지 밑에 손목시계가 있어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랐습니다.
없다가 찾으니 그렇게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손목시계가 재미있지만 사모님을 위해 사과를 사오셨으니 그것으로 하루의 보람이 100점입니다
사방을 뒤져도 아니 보이던 시계가 바지 밑에 계셨다니 절로 웃음이 납니다
광양 산골 농부가 삿갓배미 찾은 전설이 떠오르고 보니 마침내 파안대소합니다.
저도 언젠가 폰을 잃고 헤매다가 농장 벤치에 태연자약한 폰을 발견하곤 무척이나 기뻐했었지요
그리던 연인과 해후한 기분이었지요 유쾌한 글 즐겁게 감상하고 갑니다
'광양 산골 농부 삿갓배미 찾은 전설'도 참 재미가 있을 얘기 같습니다.
다랑이논이 얼마나 적었으면 찾고 보니 삿갓에 숨겨..
늘 잘 지녔던 손목시계가 갑자기 없어졌으니 참 난감하고 서운했습니다.
하찮은 것이지만 그렇게도 애가 탔습니다.
그런데 잠을 자고 일어나니, 옷을 벗어 놓은 자리에 있으니 선물 같았습니다.
간밤에 그렇게 샅샅이 찾았는데도 없었는데 있으니 말입니다.
성급한 마음으로 찾은 것이 눈에 보이지 안 했던 것 같습니다.
인산님이 늘 주옥 같은 답글을 주시니 글을 자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환절기 늘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