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들이
4·10 총선이 있는 날 봄꽃 구경을 하러 갔다. 평소 노인복지관에서 함께 탁구를 즐겼던 절친들과 갔다.
남자 넷이 짝을 이루어 매일 탁구를 즐기는 벗이다. 우리가 탁구 칠 때 심판을 자주 봐 줬던 여인 둘이 따랐다.
남자들만 있으면 심심할 것 같아 여자들에게 말하니 흔쾌히 가겠다고 하여 동행했다.
모두 7, 80대가 되고 보니 중성이 되어 말도 거침이 없다. 특히 운동 중에서 탁구는 거칠고 과격한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남녀 모두 말도 서슴없다. 차 안에서는 평소 하지 못한 말이나 행동거지도 거침없다.
평소에는 점잖은 신사도 현숙한 숙녀도 대담하고 거침이 없어 매우 기뻐하고 즐거워하였다.
남자 네 사람 중에 L은 홀아비다.
그는 혼자여서 여자가 그리운지 새로 탁구장에 오는 여자에게는 자주 찝쩍거리고 유혹을 한다.
최근에는 S라는 여인이 왔다. 내가 보기에도 다소곳하고 매력이 있었다.
친구 L은 S에게 최근에 동사무소에서 나온 쌀도 주고 귀한 물건도 줬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 함께 갔던 O가 이 사실을 의기양양 승차 안에서 말하는 것이다.
S가 탁구장에 오지 않을 때만 해도 L이 O를 줬는데,
이제 자기에게는 주는 것이 없으니 열을 내고 말을 하는 것이다.
사람은 사소한 것에 감정이 복받칠 수 있다는 사실을 보게 되었다.
친구 L이 S에게 물건을 줬다는 말을 나도 전혀 몰랐는데 이 사실을 O는 어떻게 알고 중계방송을 신나게 한다.
세상은 참으로 수수께끼다. S는 아무에게도 받았다는 말을 안했을 터이지만 어떻게 O가 알았다.
비밀은 없어 하늘이 알고 땅이 안다.
남녀의 만남은 늙고 젊고 할 것 없이 신데카메론을 쓴다.
화사한 봄볕속에 꽃 단장한 고혹한 남녀들이 환하게 웃으며 봄꽃을 실컷 봤다.
순천시 황전면 황등은 가는 곳마다 복사꽃이 만발하여 꽃 대궐을 이루었다.
황혼 길에 서녘의 아름다운 황등길이다. 절세 미인이 봄을 들고 찾아왔다.
산야는 동안거 묵언이 끝나고 가는 곳마다 들녘엔 꽃 잔치가 펼쳐있다.
구례치즈랜드 수선화꽃 축제장에 가는 길섶에도 꽃 잔디가 장관을 이루었다.
조금만 일찍 왔드라면 벚꽃이 기가 막힐 것 같다. 벚꽃나무가 가로수를 이루어 이제 한참 낙화를 하고 있다.
한 잎 두 잎 바람에 벚꽃 잎이 나비처럼 날아든다. 차장에 붙어 있는 꽃잎은 영락없는 나비다.
수선화축제장은 섬진강 줄기 따라 아주 수려한 장소에 있었다.
호수 같은 맑은 물이 앞에 흐르고 스위스 요들송이 울려 퍼질 것 같은 언덕에 수선화가 장관이다.
수선화가 만발한 꽃밭을 거닐었다.
그런데 많은 수선화가 시들어 졌다. 마치 함께 갔던 그 여인들처럼. 조금 일찍 찾아오지 못한 것이 한스러웠다.
산 언덕에서 내려와 평지에 가둬둔 순한 양들에게 건초를 주웠다. 사람들을 무서워하지 않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마치 사랑하는 어린 내 손자가 나의 품에 안아 든 것 느낌이다.
옥에 티는 맨땅에다 많은 양을 사육하니 대소변 냄새가 코를 진동한다.
풀밭에 방목하여 놀게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봤다.
죽림의 ‘두봉’ 갯마을 데크 산책길을 걸었다. 일 킬로미터가 더 된 길을 바닷가에 조성해 놨다.
길을 걸으며 바다향에 취했다. 넓은 가막만이 풍요한 해산물을 가득 품고 있다 여기니 마음이 흐뭇했다.
이곳은 꼬막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해변에 띄엄띄엄 꼬막을 씻는 물통을 만들어 놨다.
물통 속 물이 샘물같이 맑다. 내가 어린이라면 데크 길에서 내려가 물통에 첨벙 들어가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순천정원박람회장은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수선화축제장은 입장료가 오천원이었는데, 순천박람회장은 경로는 무료다.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이 많은 화수(花樹)를 조성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과 수고가 들어갔을까 생각할 때 경탄(驚歎)이 났다.
수 백년 된 팽나무, 거목의 가로수, 온갖 꽃들, 인공 호수, 다리, 맨발 산책길 가까운 곳에
아름다운 정원박람회장이 있어 고마운 마음과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섬진강변 구례구역 앞에 있는 여수식당에 갔다. 맛집이라 하여 갔다.
꽃게와 메기를 넣어 탕을 만들었는데 입맛에 쏙 들었다. 돌솥에다 밥을 해 놓으니 별미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 잠시 짜증도 났으나 밥상을 받으니 봄 눈 녹듯 했다.
화려한 카페에서 가마솥에 막 끓인 대추차를 마시니 세상에 부족함이 없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첫댓글 그야말로 구례와 순천의 명소를 탐방하셨군요 꽃천지 봄날의 풍경도 그만이지만 평소 함께 호흡해오신 탁구 동호인들과 동행하신 나들이가 정겹고 흐뭇하군요
저도 얼마 전에 구례 섬진강변에서 민물잡탕을 맛보았는데 과연 일미였습니다
늘 활기차게 생활하시는 선생님이 부럽습니다
평소 탁구장에서 함께 지냈던 부원들과 총선날 꽃구경을 갔습니다.
평소에도 친한 사이 인데 더구나 꽃구경과 맛집을 함께하니 즐거움이 컸습니다.
구경이나 식도락도 마음 맞은 사람과 함께해야 즐거움이 배가 되는가! 봅니다.
순천 월등 복사꽃은 볼 수록 첫사랑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인산님 댓글 고맙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빌겠습니다.^^♥
총선이 있던날 꽃구경에 나섰군요. 우리 동부수필회원도 그날 순천선암사와 엄선생님 지인집 구경, 월등 복사꽃구경을 하고 돌아왔는데, 김선생님 팀은 몇군데를 더 다녀오셨군요.
구례 메기탕집은 생각만 해도 입에 침이 돕니다. 불원간에 한번 다녀와야겠습니다.
여행길에 남자들만 동행하면 멋이 없는데 노년의 요조숙녀들이 함께 했으니 즐거웠겠습니다.
요즘 카페에 자주 들어오시니 반갑고 고맙습니다.
총선날 탁구부 회원차를 타고 월등 복사꽃과 구례 수선화 축제장, 그리고 순천정원박람회장,
죽림리 두봉 해변 데크길을 다녀서 구례구역 앞 '여수식당'에서 꽃게 민물탕,
멋진 카페에서 가마솥에 끓인 대추차를 맛보고 왔습니다.
회원 기사가 운전을 잘해, 하루에 여러 곳을 구경하고 맛집을 찾아 식도락을 하였습니다.
珠玉 같은 댓글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행복하시길 祈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