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셰가 된 재벌집 막내 아들 제2화 조미경
현은 생각에 잠겨 있다.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어마어마한 부잣집에 누워 있는 자체가 혼란이다.
말로만 듣던 만화에 나오는, 그리고 신문에서 언론에서 떠드는 돈 많은 재벌들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매일 마주하는 살림을 맡아 주는 한 집사와 그리고 아주머니들
학교 운동장만큼 넓은 정원을 손질하는 정원사 이 씨 아저씨
그리고 아빠와 엄마 차를 운전하는 운전기사 아저씨들까지
다들 나를 작은 도련님이라 부른다.
그런데 아직도 나는 그들의 호칭에 머쓱한 나머지
도망치듯이 그 자리를 벗어난다.
언제나 착한 아들이 되어 부모의 말을 잘 듣는다.
귀한 집 아들처럼 엄마의 말에 바로 수긍했다.
일주일이 지나 현이라는 인물에 겨우 익숙해졌다.
그러나 아직도 무의식에는 전생의 기억이
슬쩍 내 몸을 장악할 때도 있다
내가 태어난 1950년대, 그런데 내 몸은 지금 2020년에 살고 있다.
상상할 수도 없고, 머리가 나빴던 내가
그릴 수 있는 그림이 아니었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갑작스레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에 와 있는 자신이 두렵기까지 하다.
차 현이라는 인물이 어떠했을지
짐작은 하지만 매일 가시방석처럼 어색하다.
처음 깨어나서 달력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살던 시대와 너무나 먼 미래로와 있었기에....
마치 텔레비전 속에서 툭 튀어나와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지만
목적지를 모르고 달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오래 달리기하다 잠시 멈춰서서 바라보면
목적지는 아직도 저 멀리 희미하게 이정표만 달랑 남아 있다
생각은 평행선을 달리는데, 육체는 성장을 멈추고 더디게 흐른다.
의식의 끈을 붙잡고 앉아 있으니
몸은 고등학교 1학년!!!
정신은 40대 중년
몽정할 때마다 나는 내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잠옷을 걸친 내 몸을 살핀다.
아, 정말 나는 이제, 고등학생이다
피부는 탄력이 넘치고 팔에는 운동으로 다져진 근육이며
오랜 승마로 다리는 막대기처럼 단단하기만 하다.
아침마다 화장실 거울에 벗은 내 몸을 살핀다.
예전의 불룩 나온 배는 자취를 감추고
가슴에는 왕자가 새겨진 근육이 자랑스럽게 나를 바라본다.
매일 보고 있지만, 마치 피부 이식을 한 것처럼 다른 몸
홀쭉하고 마른 몸 대신, 가슴에는 근육이 붙어 있다.
운동은 학교에 갈 때, 버스비를 아껴 뛰어다니면 되는 다른 학생들과 달리
집안에 개인 P.T 트레이너가 있어
몸 건강 상태를 살핀다.
현은 오늘도 자신 얼굴을 거울로 비추어 보며
중얼거리고 있다.
‘흠, 그런 데로 괜찮은 몸이네.’
“키도 이 정도면 어디 가서 빠지지 않을 것이고. “
더 중요한 것은 희고 깨끗한 피부에, 잘생긴 얼굴이었다.
거울 속에서는 훤칠한 탤런트처럼 생긴 차 현이 웃고 서 있다.
기억의 부재는 이명으로 시작되어, 환청으로 끝이 난다.
잠이 들면 몸은 술에 절어, 부쩍 늙어 버린 얼굴이
뜨거운 오븐 앞에 서 있다.
솜털이 보송한 앳된 얼굴이 거울 속에서 울상을 지었다 웃었다 한다.
‘뭐야 지금 내 모습이… 한참을 거울 앞에 서 있었다.
똑똑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린다.
“도련님 밥 먹어야지요, 가족들이 기다려요.”
엄마 대신 살림해 주시는 집사 아주머니다.
“알았어요.”
교복을 입다 말고 거울 속 자신 모습을 바라보다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터졌다.
기억 속 준호가 입었던 교복은 까만색에, 마치 군복을 연상시키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입고 있는 교복은 어른들이 입는 양복을 살짝 변형한 듯
자켓에 넥타이를 맨 차림이다.
학교까지는 정원사로 일하는 아저씨가 현을 자동차로 대려다 준다.
현이 다니는 고등학교는 자사고로, 아침 등교 시간이면 교문 앞은 학생들을 태운 승용차로 차량의 흐름이 좋지 않다.
학교에서는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 이용하기를 강조하지만, 있는 집 자식들이 다니는 A 고교는 번쩍이는 외제 차에, 밥 먹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승용차에 아침 식사 대용 간식을
준비한 엄마들은 짧은 이동 시간에 영어 문제를 한 문제라도
더 풀기를 원했다.
현도 예외는 아니어서, 넓은 뒷좌석에 앉아,
과외 과제를 하거나 문제지를 풀었다.
현이 학교에서 가장 좋은 시간은 점심시간이었다
집에서 먹는 음식은 어쩐지 밍밍하고 싱거웠지만
학교 급식은 매일 맛있는 김치와 국이 있어 즐겁게 식사했다.
오 여사는 가족들의 건강에 무척 예민했다.
매일 새벽에 산지에서 직송한 채소로 아침을 차렸으며
건강에 좋은 여러 가지 과일과 채소를 섞어서 과일 주스를
강제로 마시게 했다.
현은 오 여사가 만든 건강 주스가 싫었다.
예전처럼 사과를 껍질 채 와삭와삭 깨물어 먹고 싶다
그러나 집사 아주머니는 과일 한 조각도 그냥 내오는 법이 없다.
거창하게 모양을 내어 접시에 담는다.
음식은 싱거워서 맛을 느낄 수가 없고
국물은 재료를 알 수 없어 몇 수저 뜨다 말았다
그나마 가장 맛있는 음식은 오븐에서 막 구운 빵은
현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였다.
아침 식사는 가족들의 기호에 맞게 주방에서 준비한다.
다이어트와 피부에 유난히 신경을 쓰는 오 여사는
직접 블랜딩한 루왁 커피에 갓 구운 빵으로 아침을 대신한다.
주방에는 미니 오븐과 믹싱기, 발효 기계가 설치되어 있다.
주말은 각자 기상 시간이, 다르다
아침잠이 없는 현이 가장 먼저 일어나
식탁에, 앉았다.
현이 나타나자 어디선가 집사가 나타나 아침 메뉴를 묻는다
“나는 버터 롤 먹고 싶은데요.”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빵 이름은 살림을 맡아 해 주는
집사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현자신도 무의식에서 빵 냄새를 맡으면 왠지 마음이 편안했다.
집사는 현이 바터롤 빵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신기했다.
현은 식성이 까다로워서 빵도 동네 빵집 빵은 먹지 않았다.
그런 그가 버터롤을 먹고 싶다고 하니 신기했다.
“네‒에 버터 롤이라는 빵이 있어요?”
요즘은 모닝빵이라고 하지요
“도련님 요즘 식성이 바뀐 것 같아요.”
현은 집사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다,
“그럼 내가 한번 만들어 볼까요?”
현이 밀가루를 꺼내서 계랑 컵에 넣고, 재료를 믹싱 하는 것을 지켜보더니
집사는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한다.
“도련님 빵도 배우셨어요?”
“아니요.”
“그럼 어디서.”
모처럼 쉬는 휴일 오 여사가 꽃을 다듬고 있다
눈은 휴대폰을 바라며 장갑 낀 손으로 꽃잎을 하나씩 뜯고 있다.
“왜 아까운 꽃잎을 버리는 거예요”
“그것은 네가 몰라서 그러는 거야.”
“꽃도 아프겠지만, 아름다운 꽃을 싱싱한 모습으로 바라보려면
시들어 가는 것은 떼어내야 하는 거란다.”
“아 꽃도 아프구나!”
현이 오 여사 앞에서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지, 아프지만 잘라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단다.
“현아 엄마 말 명심해야 한다.”
네가 나중에 사업을 할 때 네 사람이라도, 너의 신임을 잃은 사람은
반드시 병들기 전에 잘라야 한단다.”
식탁에는 청초한 아마란스가 향기를 내뿜고 있다
오 여사의 취미는 2-3일에 한 번 집안에 향기를 더하면서
가족들을 환하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바쁜 사업을 이어가면서, 그녀는 집안을 꽃향기로 가득
채우기를 좋아했다.
자정까지 이어진 수업은 현을 지치게 했다.
기억에 없는 고등학생 때의 자신
그리고 전생의 준호는 수포자였다.
그런 사실을 모르는 수학선생은 난감했다.
수학 선생은 현의 문제 푸는 것을 보고 의아해했다
자신의 두 눈으로 보고 있지만 믿기지 않는다.
현의 수학을 가르치는 장 민우는, 강남에서 그리고 전국적으로 이름값을 하는
일타 강사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그런 그가 요즘 고민에 빠졌다.
고교 3학년 선생 학습을 잘 따라오던 현이
얼마 전 낙마 사고로 인해 기억 상실증에 걸렸다, 는
소식을 듣고 놀랐지만, 기억은 금방 돌아올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의 현은 중학교 2학년 과정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현의 엄마 오 여사는 장 민우에게 특별히 현의 수학을 부탁하며, 단기간에 현의 수학 실력을 향상 시키기를, 종용했다.
그는 오 여사에게 강남 삼성동에 오피스텔 1채와 호텔 피트니스 3년 회원권과
강남권에 있는 골프장 회원권을 미리 선물로 받은 관계로, 부담감이 크다.
금요일 저녁 새벽 1시까지 이어진 수업으로 현은 이미 지쳐 있다
휴대폰을 오프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정신은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에 빠져 있는데
몸은 침대에 묶인 듯 꼼짝도 하기 싫다
그런데 습관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샤워를 마치고 식당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막 착즙한 주스를 마시며 나른함을 몰아내고 있다.
현은 빵을 음미하며 두 눈을 감고 있다
버터를 듬뿍 넣고 구운 빵은 방부제 냄새가 없고
밀가루는 농약을 치지 않아, 거부감이 없다.
―이 느낌 뭐지
왜 빵을 먹고 있는 이 시간이 예전부터 오랫동안
해 왔던 일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혀에 느껴지는 익숙한 감촉
대체 이 느낌 뭐였지―
현이 빵을 먹으며, 아침 식사로 나온 빵에 대해
메모지에 무엇인가를 적고 있다.
아침에 갓 구운 빵은 머리를 맑게 하고 생각을 차분하게 한다.
현 이 빵을 먹으며 무엇인가에 열중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준이 의자를 끌어당겨 가까이 다가온다.
“너 뭐 하는 거냐?”
“아니 뭐 특별한 것은 없고
오늘 아침 빵이 맛이 좋아서.”
현은 순진한 웃음을 흘리며 입안에 든 빵을 우물거렸다.
“짜 식, 넌 언제나 철이 드냐?”
“무슨 말이야 형?”
속으로는 이해 안 되는 부분이 많은 준이다.
겁이 많은 현에게 자신이 키우는 애완동물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준이 현은 정말 싫다.
그런데 오늘은 빵 맛을 가지고 기분을 잡친다.
식사하고 있는 식탁은 당구장의 다이 만큼이나 크고 넓어서
많은 반찬을 놓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족히 10명은 앉을 수 있는 커다란 식탁이 금빛으로 반짝이고 있었고
엄마 주위에는 식사를 챙겨 주는 아주머니가 대기하고 서 있었다.
현에게는 너무나 낯선 장면이다.
식사하는 내내 옆에서 시중들어 주는 아주머니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국물에 후다닥 밥을 먹어 치울 때도 있다
가족들은 모두 자리에 앉아 식사, 하고 있었다.
"아직도 머리가 아픈 것이냐?“
“계속 머리가 아프면 MRI 찍게 정 박사에게 연락 한번 하지 그래.”
현의 아빠 차 회장이 오 여사를 향해 묻는다.
차 회장은 자식들에게 관심이 없는 척 무심하게 대하지만
요즘 작은아들의 태도가 어딘가 다른 것 같은데 콕 집어 말할 수 없다
현이 혼자 작은 소리로 중얼거린다.
도대체 MRI가 뭐지
왜 부모님은 나에게 뭘 찍으라고 하는 걸까?
차 회장은 현의 얼굴 표정을 살피며,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찾으려는
눈빛으로 찬찬히 살피고 있다
현은 아빠가 걱정스러운 듯이 말하자 덜컥 겁이 난다.
만일 병원에 가서 검사받다, 자신의 정체를 들킬까 심히 염려스럽다.
“아빠 이제 괜찮아.”
현이 손사래를 치면서 말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정밀 검사 한 번 하는 것도 괜찮지.”
하고 오 여사가 사랑이 가득한 눈길로 현을 바라본다.
”머리 아프지 않아!!!”
현은 자신도 모르게 오 여사에게 응석을 부리고 있다.
마치 오래전부터 오 여사의 아들인 것처럼
행동하는 자신을 보면서 현은 속으로 흐흐 웃었다.
진심으로 현, 자신을 걱정해 주는 가족들에게 최대한 예의 바르게 행동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기억도 돌아올 거예요.“
마치 고등학생의 이유 없는 반항아의 기질을 무시한
아주 착한 아들인 것처럼
그때 오만상을 찌푸리며 음식 타박하던, 형 준이 현에게 시선을 던졌다.
"현아?"
"너, 아직도 내가 네 형인데 누군지 기억에 없는 것처럼 행동하냐?"
"내가 너 괴롭혔다고 이렇게 삐쳐 있으면 안 되잖아?”
그러나 속으로 웃기는 놈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바로 얼굴표정을, 바르게 하고 형인 준에게 말했다.
"형 미안해 내가 말에서 낙상 사고를 당해서 그런지 아직도 정신이 얼떨떨해.“
하면서 아주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준이라는 이집의 큰아들인 형은,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다.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인 준은 집안일을 돌봐 주는 아주머니들이 쩔쩔매게 만드는 기술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집어 던지고 화를 냈다.
오늘도, 지난번 치른 모의고사 성적 때문에 잔뜩 부어 있다.
오 여사는 준의 모의고사 성적이 지난번 4/4 분기보다 점수가 하락하자
과외 교사들을 불러 닦달하면서, 한차례 엄포를 놓았다.
첫댓글 글을 참 재밌게 쓰셔서 단숨에 읽고 갑니다.
감사드립니다
웹소설은 이번이 처음이라서
배우는 마음으로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