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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 YS "DJ와 난 세계 유례없는 특수관계"
2009년 정치권에선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 세종시 수정 논란, G20 정상회의 유치, 국회 내 여야 대치 상황 등이 이어지면서 화제어와 어록이 만들어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거 2개월 전인 올 3월 "정치하지 마라. 얻는 것에 비해 잃는 것이 더 크다"는 글을 홈페이지에 올린 데 이어, 유서에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라는 글을 남겼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시 "내 몸의 반이 무너진 것 같은 심정"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땐 김영삼 전 대통령이 "우린 세계에 유례가 없는 특수관계였다"며 평생 협력자이자 경쟁자였던 두 사람의 관계를 표현했다. 두 전직 대통령을 잃은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우리 당은 이제 고아(孤兒)"라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3월 9일 용산참사 추모 시위대의 경찰관 집단폭행 사건에 대해 "이런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했다. 7월 '스폰서' 논란을 일으킨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면서 "허물이 있을 수 있지만 청문회에서 거짓말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8월 나로호 발사가 실패했을 땐 "7전8기가 안 되면 8전9기로 한다는 각오로 더욱 분발하자"고 했고, 9월 G20 정상회의 유치가 결정되자 특별기자회견에서 "이제 대한민국이 아시아의 변방에서 벗어나 세계의 중심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정운찬 총리는 "세종시 수정은 쏘나타(원안)를 에쿠스(수정안)로 만드는 것"이라며 충청도민들을 설득했다. 수정론자들은 "국가 백년지계"란 말을 즐겨 쓴 반면, 원안 고수론자들 사이에선 "정치는 신뢰" "원안 플러스 알파"라고 했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말이 유행어처럼 돌았다.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은 취임 첫날 "권익위 직원들은 어사 박문수가 돼야 한다. 위원장이 이재오라는 사실이 '마패'"라고 했다. 이 위원장이 묵은 민원들을 잇달아 해결하자 세간에선 '이재오 로또'라는 말까지 생겼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100일 취임 기념 간담회에서 여당이 친이·친박 등 계파로 나뉜 것을 빗대, "당이 칸막이에 막혀 산소 공급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예결위원들 사이에선 예결위 회의장 점거 농성 사태가 며칠째 이어져 '예산민원'을 해결하기 어려워지자 "꿀(지역구 예산 등) 따러 꿀통 옆에 왔다가 벌에 쏘인 신세가 됐다"는 말들이 나돌았다.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6월 MBC 'PD수첩'을 비판하면서 "(PD 저널리즘은) 음주운전하는 사람한테 차를 맡긴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공기(公器)가 아닌 흉기"라고 했다.
◆사회… 박연차 "난 피라미인데 대포 맞아"
2월 16일 선종(善終)한 김수환(87) 추기경은 “고맙습니다. 사랑하세요”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이념·계층·종교를 초월한 추모 행렬이 한겨울 칼바람을 뚫고 2㎞ 넘게 이어졌고, 추기경의 각막 기증 사실이 알려지면서 장기 기증 운동이 범국민적으로 펼쳐졌다.
신체장애와 암 투병을 딛고 강단에 섰던 장영희(57) 서강대 교수는 5월 영원한 안식의 길에 들면서 마지막 순간 ‘엄마’를 찾았다. “엄마 딸로 태어나서 지지리 속도 썩였는데 그래도 난 엄마 딸이라서 참 좋았어. 엄마, 엄마는 이 아름다운 세상 더 보고 오래오래 더 기다리면서 나중에 다시 만나.”
9월 순애보를 남기고 숨진 영화배우 장진영(37)씨는 남편 김영균(43)씨와 지인에게 “끝까지 사랑해줘서 고맙다. 오래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11월은 ‘루저(loser·패배자)’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여대생 이모씨가 KBS의 오락 프로그램에 나와 “키 작은 남자는 ‘루저’라고 생각한다. 남자 키는 최소한 180㎝는 돼야 한다”고 말한 뒤 네티즌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여성 10명을 연쇄 살해한 강호순(39)은 경찰에 체포된 직후 “내 범행 이야기를 책으로 써서 아들이 인세(印稅)라도 받게 하고 싶다”고 말해 국민적 분노를 샀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은 구속수감 후 인터뷰에서 “나는 초등학교만 나온 사람이다. 보잘것없는 피라미나 모기 수준인데 대포를 맞았다”고 했다. ‘박연차 게이트’ 여파로 물러난 임채진 전 검찰총장은 “정권 교체기의 검찰총장은 치욕을 감내해야 하는 위태로운 자리”라며 “(재직 기간) 이쪽에서 흔들고 저쪽에서 흔들고 참 많이 그랬다”는 말을 남겼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 개입 논란에 대해 “그거 가지고 판사들이 압박받아서야 되겠어?”라고 반문했다. 광고주 협박범들로부터 시달린 서울중앙지법 이림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통신망에 글을 올려 “비난과 욕설을 해야만 시민운동이 제대로 된다고 믿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서울고법 조병현 부장판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에 대해 “동생을 죽게 한 못난 형이다. 구전(口錢)이나 챙기고 스스로 ‘봉하대군’ 노릇을 즐겨왔다”고 호통치더니,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에 대해서도 “친구인 노 전 대통령을 욕보였다”고 꾸짖었다.
김준규 검찰총장, 이귀남 법무장관, 민일영 대법관이 모두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나자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차라리 주민등록법을 폐지하자”고 말했다.
◆국제… 오바마에게 "거짓말이야" 했다가 혼쭐
올해 미국 정계를 뒤흔든 한마디는 9월 버락 오바마(Obama) 미국 대통령의 상하 양원 합동연설 도중 나왔다. 건강보험 개혁의 당위성을 역설하던 대통령을 향해 조 윌슨(Wilson) 의원이 “거짓말이야!(You lie!)” 하고 외친 말은 미국 사회에 ‘막말’ 파문을 일으켰다. 윌슨은 결국 오바마에게 사과했으나 민주당이 비난 결의안을 추진하는 등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거짓말이야!”는 예일대에서 선정한 ‘올해의 말’로도 뽑혔다.
연말 최고의 화제가 된 골프 천재 타이거 우즈(Woods)의 성(性) 추문은 그에게 중매를 섰던 골프 선수 예스페르 파르네비크(Parnevik)를 한숨짓게 했다. 파르네비크는 우즈의 아내 엘린이 자동차 사고 당시 차창(車窓)을 골프채로 내려쳐 깼다는 소식에 “엘린이 다음에는 3번 아이언이 아니라 드라이버를 쓰기 바란다(I hope she uses a driver next time instead of a 3-iron)”고 의미심장한 충고를 했다.
잇단 성 스캔들로 아내에게 이혼소송을 당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Berlusconi) 이탈리아 총리는 올 4월 지진 피해 현장에서 남긴 부적절한 농담으로 공분(公憤)을 샀다. 총리는 당시 집을 잃고 임시 거처를 전전하던 이재민 수천명에게 “주말 캠핑 왔다고 생각하라. 인근 해변으로 놀러 가라”는 어이없는 말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3일 그의 정치적 명운이 걸렸다고까지 평가되는 아프가니스탄 증파 발표 연설에서 “나의 목표는 임무를 완수하는 것(It’s my intention to finish the job)”이라며 전쟁을 끝내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조 바이든(Biden) 미국 부통령은 10월, 계속되는 경기 침체가 수백만명의 실업자들에겐 몇 배나 더 큰 고통으로 느껴질 것이라며 “처남이 실직하면 경기침체(recession), 내가 실직하면 불황(depress ion)”이라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Clinton) 미국 국무장관은 8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싸늘한 답변으로 구설에 올랐다. 한 대학생이 “중국의 콩고 차관 제공을 세계은행이 방해하는 것에 대해 ‘미스터(Mr.) 클린턴’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내 남편이 국무장관이 아니라 내가 국무장관(My husband is not Secretary of State. I am)”이라며 발끈했다.
◆경제… 윤증현 "국회가 깽판이라… 선거 왜 하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2월 한 강연에서 “국회가 깽판이라 (기업과 근로자에게) 세제 혜택을 못 주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는 도대체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발언, 정치권으로부터 역공을 당하기도 했다. 당시 국내 경제상황은 금융위기가 경기침체로 전이되는 긴박한 상황이었고, 정부는 일자리 나누기와 미분양주택 해소 등 경기부양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황이었다.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은 10월 전경련 강연에서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도 환율효과와 재정지출 효과를 빼면 창업 이래 최대 적자”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어닝 서프라이즈(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가 아니라 ‘어닝 마이너스(-) 서프라이즈’가 우리의 실상”이라는 표현으로 당시 일각의 안이한 경제상황 인식을 경고했다.
연말에 다가갈수록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자, 저금리 정책을 끝내는 이른바 ‘출구전략’이 논란이 됐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12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위기 극복을 위해) 들어올 때는 헬리콥터로 (돈을) 수송해서 공중에서 투하했지만, 나갈 때는 갑자기 헬리콥터로 실어갈 수 없다”고 발언, 단기간에 금리를 인상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시사했다.
◆ 스포츠·연예… 김인식 "국가가 있어야 야구도 있다"
야구 국가대표팀 김인식 감독은 올봄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출전을 앞두고 “국가가 있어야 야구도 있다”면서 2006년 1회 WBC 대회에 이어 다시 대표팀 사령탑을 맡게 된 소감을 밝혔다.
올여름 PGA 챔피언십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꺾고 우승, 단숨에 떠오른 프로골퍼 양용은은 “나는 미국 PGA에서 평균 이하라 내 맘대로 쳤더니 공이 훨씬 잘 맞았다”고 말했다. 마지막 4라운드 때 흰색 상·하의를 입은 것에 대해선 “한국 팬들을 생각한 ‘백의민족’ 콘셉트였다”고 했다.
박태환은 2009 세계선수권대회(이탈리아 로마)에서 ‘노메달’에 그치자 “국민이 실망하셨을까 봐 걱정했다. 겁이 나서 인터넷도 못 들어갔다”고 털어놨다.
2009 역도 세계선수권대회(경기 고양시)에서 우승하며 4연속 패권을 차지한 장미란은 국내 팬들의 열광적인 관심에 대한 중압감 때문에 “한국에선 다시 경기하고 싶지 않다”고 하소연했고, ‘피겨 여왕’ 김연아도 “너무너무 공감한다”고 했다. 김연아는 선수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대회로 작년 12월 경기 고양시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을 꼽으면서 “피겨를 자주 보지 못한 한국 팬들이 3·3·7 박수 같은 응원을 할 땐 당황했다. 기권할까 생각도 했다”고 털어놨다.
아이돌 그룹 ‘2PM’의 박재범은 연습생 시절 인터넷 블로그에 ‘나는 한국인이 싫다’고 쓴 글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견디지 못하고 미국으로 떠나버렸다.
KBS 2TV 개그콘서트 ‘분장실의 강 선생님’이 낳은 유행어 “영광인 줄 알아, 이것들아”는 올해를 풍미했던 유행어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개 숙여야 했던 세상 사람들에게 눈물 섞인 폭소를 안겨줬다. MBC TV 일일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 주인공 해리가 답답하고 짜증 날 때마다 외치는 단어 “빵꾸똥꾸” 역시 유행어가 됐으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 권고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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