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포도가 익어가지는 않아요 백마를 타고 오는 초인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내 고향 안동은 고장 난 석빙고입니다 달 없는 영호루입니다 폐교를 앞둔 영가초등학교입니다 첫눈이 내리던 날 만나자던 딴따라 가수의 기차역도 이젠 사라지고 없는걸요 어쩌다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랍시고 간고등어와 헛제삿밥을 떠벌리는데 당신, 안개의 도시 안동에 대하여 아십니까 안개가 자욱한 도시 안개로 일어나 안개로 누운 도시 안개가 유일한 이 고장의 명물 안동은 안개입니다 도산서원도 병산서원도 안개입니다 하회마을도 안개마을입니다 첫눈이 내리는 역사도 안동역입니다 대마 같은 안개를 제조하는 공장 대한민국 정신문화의 도시 안동입니다 안동에 들르면 권정생 선생이 만드신 안개로 빚은 몽실언니가 사는 조탑동 그 허름한 안개를 들리십시오 안동에 들르면 비포장길 병산서원 안개 자욱한 만대루를 올라 보세요 안개가 고장인 청포도가 익어가는 유월 백마를 타고 오는 초인은 기다리지 마세요 안동댐에 들러 간고등어나 헛제삿밥을 뜨거나 월영교라 어두운 밤 켜든 안동호를 오르십시오 영호루 만월이 잔잔한 밤 동군 서군 차전놀이패 소란하니 안개로 자욱한 내 고향 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