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 11시44분 무궁화 기차로 수원역에서 나주로 출발...
어릴적 춘천과 서울을 오가는 통일호, 무궁화호 기차를 타본 이후로.. 아주아주 오랜만에 무궁화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불편하면 어쩌나~~하는 불안함이 잠시 들기는 했지만, 막상 기차를 타고보니, 좌석이 좀 낡았을 뿐, 좌석간의 거리에 여유가 있어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네요... 봄구경 하러 가는데~~~~ 기차 차창으로 비가 마구 들이칩니다. 헉... 이젠 눈이 되어~~~
자는 둥 마는 둥... 하다보니.. 벌써 나주랍니다. 밖은 아주 캄캄합니다.
함박눈내리는 나주역에서 겨울의 한파같은 추위를 느끼며 발길을 재촉합니다..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버스에 올라타 다시금.. 완도로 고고!!!
완도 여객터미널에 도착하니 시간은 5시30분... 배는 6시30분에 출발한다는데..
지금 바다의 풍랑이 심하고, 너울성 파도로 인해 배가 안뜬다네요...
우선은 여행사측에서 마련한 식당으로 이동합니다. 오~~~... 밥맛이 끝내주네요...
이후 일출해상공원을 다녀오거나, 쉬라고 하는데.. 가이드의 '연락을 하면 바로 올 수 있도록 10분이내의 거리에 있으라'는 말이 족쇄가 되어, 일출공원도 못가고, 여객터미널의 수용자(?)가 되어 시간을 보냅니다.
완도에서 출발하는 제주도, 청산도를 비롯한 많은 섬들이 '대기'라는 빨간 글씨를 악세서리 삼아 모든 화면에 번쩍번쩍 거립니다.
전국의 모든 산악회, 여행사는 이곳에 모였는지... 모두가 화면만을 바라보다가...
갑작스레 낭보가 날아듭니다. 8시30분 청산도행 배는 정상운행한다!!! 얏호!
퀸청산호 앞에서 인증샷을 자랑스럽게 남기고.. 얼른 배에 올라탑니다. 1000명 이상을 태우는 배라 아주 크네요..
그래도 시기가 시기인지라 배를 타면서 조금은 울렁~~
50여분을 타고가니 그리고 그리던 청산도...
청산도는 7일부터 슬로우걷기축제가 시작되는 관계로 여기저기에서 손님을 맞을 준비로 분주합니다.
가이드가 청산도를 못갈 상황을 대비해서 대체코스를 마련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인지, 언제까지 와라.. 어디어디 코스를 봐라~~는 안내 하나없이 그냥 잘 보고 오라는 말만 해서.. 어찌할까 하다 눈에 띄는 마을버스에 얼른 몸을 실습니다.
꼭 목적지가 있어야 여행이 행복하고 아름다운 것은 아니니까..
버스에서 00 촬영지라고... 내리실 분 내리라~~는 안내의 말에 아무 생각없이 내렸지요..
노란 유채꽃(생각보다 유채꽃밭이 넓지 않네요..작년에 유채꽃이 다 얼어죽어서 그렇다고)밭이 눈에 보이고...
동백꽃도 보이고..... 그야말로 청산도를 광고할때 등장할 만한 인간미 넘치는 둔덕과 푸른 산하가 눈에 펼쳐집니다.
마을 분들은 이 기회에 채취한 나물을 팔려고 했는지... 가는 길마다 채취한 산채를 소박하게 파는 난장이 있네요.
가이드한테 11시 30분까지 여객터미널로 집합하라는 문자가 와서.... 두어시간 구경하고.. 걸어걸어서 터미널로 갑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부터... 배가 안뜬답니다. 풍랑이 너무 심하다는데..
그전까지 관심없던 바다를 보니... 허걱.... 바다가 마구 육지를 낼름낼름 거리듯... 넘실넘실 대네요...
갑작스레 대마도의 아픈 추억.. 섬만 가려고 하면 날씨로 인해 못갔던 슬픈 추억이 오버랩됩니다.
설마~~~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때가 되면 배가 고픈것은 당연한거겠죠?
언제 갈지도 모르는데... 맛있는 거나 먹자는 심산으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미로식당'이 끝내준다고 하기에..
그 와중에 얼른 찾아서 그곳으로 이동합니다.
진짜 말그대로 해물뚝배기와 전복비빔밥이 끝내주네요... 더더욱 좋은 것은 모든 반찬이 바닷가에서 맛볼 수 있는 것으로...
커피도 먹고... 다시 여객터미널로 가니..아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터미널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다들 서성이며, 초조해하는 눈빛...
그때부터 우리의 기다림은 6시 넘어까지.....
카페에서 차한잔씩 시켜놓고, 5시간을 죽치고 앉아서 기다려봅니다. 이제나 저제나...
심심하면 나가서 바다를 풍경삼아 사진을 찍기는 했지만, 바람이 워낙 세게 불다보니.. 머리도 헝클어지고, 정신도 헝클어지고..
배 두대가 선착장에 떠억하니 버티고 있는데... 풍랑때문이라니.....
그러다가 6시 넘은 시각....
술렁이기 시작하는 분위기.. 무언가 변화가 있군!!! 몸으로 감지가 됩니다. (50년 넘게 살면서 늘은것은 눈치 통밥)
배가 딱 한번 6시30분 이후에 뜬다고....
사람들의 무리가 파도처럼 덩어리로 이리로 갔다가 저리로 갔다가.....
어찌어찌하여 겨우 배에 몸을 실었습니다. 추위에 바람에 수어시간 떨다 배에 탔는데.. 배의 바닥은 아주 따뜻~~~~
사람의 마음이 간사하다는 것을 또 한번 느낍니다.
오늘만이라도 나가면 진짜 좋겠다~~ 그거 하나 바랬는데...
배에 딱 타고 보니... 맛있는 밥 한끼 먹었으면 하는 바램이 솔솔 올라오는겁니다. 밥먹기는 틀렸고, 너도 나도 베낭속에 주섬주섬 챙겨온 먹거리를 꺼내놓고 먹기 시작합니다.
모르던 사람도 하도 오랜시간 옆좌석에서 불안해하면서 기다림을 했던지...
같이 먹거리도 나누고, 청산도에서 찍은 사진도 돌려보면서~~~....
그렇게 그렇게 청산도에서의 아주아주 긴긴 하루가 지납니다.
완도에 도착하니...7시30분.... 다시 기차를 타려고 광주 송정으로 가야 한다네요.. 2시간...
우리의 일정은 원래 강진 백련사를 들러 광주에서 7시 새마을호를 타기로 했는데, 천재지변으로 그건 불가하고..
여행사에서 10시39분에 송정에서 출발하는 KTX를 예매했다고 하네요..
일요일 낮에나 집에 도착하겠다 싶었는데... 그래도 새벽1시 이전에는 도착할 듯 한다는 마음에...
오늘 여행의 결론이 지어집니다...
당연.... happy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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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여객터미널 앞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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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않은 이쁜 동백나무가 있어... 눈꼽도 떼지 않은 상태에서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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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뎌 기다리고 기다리던 배를 탑니다. 청산도야 기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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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행이 마냥 기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이 사진을 찍으면서 우리는 알았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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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왈츠 촬영지라는데..저는 봄의 왈츠가 드라마라는 것을 오늘에서야 알았답니다. 여행객들은 대부분 다니엘헤니 옆에서 인증샷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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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에서 제가 제일 오래도록 많이 본 것이 이 조형물입니다. 이 조형물은 5시간 이상은 바라봤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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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청산도의 추억이 떠오르는 글과 사진이네요
어제 같이 바람심한날
배가 뜨다니 달빛어린님 행운입니다 얼마나 즐거웠을까요
상상이 됩니다
바다내음나는 밥상도 생각나고‥
(하얀비는 어제 멀리로 인해
아침,저녁 밥상을 눈으로만 요기했다능)
에효... 제가 가고 싶어하는 곳 중의 하나가 경주 남산인데..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선약때문에 안타깝게 못가본 그곳을 당당히 오르시고도.. 멀미라니.... 저에게 가끔 작용하는 복병이 무릎인데.. 하얀비님에게는 멀미구나~~~.. 전 4월 한동안은 산을 가급적 피해볼까 다짐을 하고 있답니다. ㅎㅎㅎㅎㅎ(이러다가 누가 살살 산에 가자하면 얼른 나설수도 있겠지만서두..) 지금은 괜찮으세요? 아마도 좋은 공기와 풍경을 몸에 담아왔기때문에 오늘은 가뿐하게 털고 일어나실 수 있으리라 생각되는데요.. 모처럼 여유로운 일요일입니다. 오늘도 행복만땅!! 채우세요.
달빛님은 배 타고 나가는 섬여행은 핀트가 잘 안맞는 듯 합니다.
성질 더러운(!?) 사람들은 안절부절 못할텐데, 짬짬이 많은 추억거리 담으셨군요!
저도 그 생각을...ㅋㅋㅋ 그래도 집 나오면 좋은걸~~
청산도 두번 가 봤는데 갈 때마다
섬의 풍광과 서편제 재현 등등도 멋지지만 따끈따끈한 추억이 있어서
더더욱 잊지못할 곳이지요.
한국의 봄은 남쪽부터 시작하여
서서히 북상하는데 금년은 전국
방방곡곡 동시에 봄의 전령사인
봄 꽃들이 피어나서 좀 거시기
하긴 했지요.
나중에 시간되면 한번 더 찿아서
청산도에서 민박 한번 해야겠네요.
청산도에서 내세우는 슬로건처럼 느리게 걷는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여유롭게 가면 좋을듯... 한번쯤 앞뒤 여유날짜두고 다시가고 싶은 섬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