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사용 설명서
문희봉
경차 타는 사람이라 깔보면 안 된다. 아파트에서 청소하는 사람, 경비원이라고 깔보면 안 된다. 그들은 정보의 발신자이자 소문의 근원이며 온전한 인격을 소유한 인격체다. 나의 스승이 될 수도 있는 사람들이다. 꺼진 불도 다시 보는 지혜를 발휘하는 것이 좋다. 지금 힘이 없는 사람이라고 우습게 보면 큰코다친다. 나중에 크게 후회할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그들은 내 부모의 다른 모습이다.
실천은 매일 마시는 물처럼 귀한 대접을 해주며 가까이하는 것이 좋다. 숭숭 뚫린 바람과 마주해야 할 날이 하루 이틀인가? 고통은 36개월 무이자 할부를 이용하여 갚아나가는 것처럼 대처하는 것이 좋다. 세상을 살다 보면 아파야 할 순간들이 너무도 많이 찾아온다. 상처는 계란탕을 만들 때 잘 풀어주는 것처럼 다독이며 어루만져 주는 것이 좋다.
쉴 새 없이 상대를 비난, 통제하려 들거나 과소평가하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불필요한 논쟁은 내 인격만 깎아내린다. 오해는 잘게 다져 이해와 버무려야만 상처가 빨리 아문다. 사랑은 수십 년 만기 국채를 구입한 후 까맣게 잊어버리고 사는 것처럼 기다려주는 것이 현명한 처신이다. 은행잎을 제외하고는 어떤 나무든 잎이 필 때부터 타고난 귀족은 없다. 귀족은 서서히 만들어진다. 꽃이면서 꽃이 되지 못한 죄가 아무렴 무화과만의 슬픔이겠는가. 말 한마디 잘못 뱉어 패가망신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는 얘기 들어보지 않았는가.
대인관계는 평소에 잘 맺는 것이 좋다. 평소에 쌓아둔 공덕은 위기 때 빛을 발하게 마련이다. 대인관계를 금전으로 이루려다 보면 뒤탈이 생긴다. 내 밥값은 내가 낸다. 남의 밥값도 내가 낸다. 베푼다는 마음으로 살다 보면 따르는 무리가 자연스레 많아져 생을 살지게 한다. 고마우면 고맙다고,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이 대인관계의 첩경이다. 입은 말하라고 있는 것이다. 울어야 젖도 얻어먹는다. 마음으로만 고맙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사가 아니다. 남이 내 마음까지 읽을 만큼 한가한 생활을 하고 있지 않다.
행복은 가끔 과식하는 것도 좋다. 불필요한 논쟁은 내 인격만 깎아내린다. 여러 사람과 만나는 것은 지혜로운 일이다. 가까운 사람 몇 명 가지고는 우물 안 개구리밖에 안 된다. 우정은 연금처럼 매달 조금씩 쌓아가면서 살아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그렇게 하면 부담도 없다. 평상시에 가까이하지 않다가 급할 때 손을 내밀어야 내미는 쪽만 인격을 구기게 된다. 도와줄 때는 화끈하게 도와준다. 처음에 도와주다가 나중에 흐지부지하거나 조건을 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눈치도 빨라야 절에서도 비린 반찬 얻어먹는다는 얘기가 있지 않은가. 나뭇잎 하나가 빈 마당을 굴러 물 길으러 갈 새벽 우물길을 쓸어놓았다. 그런 나뭇잎처럼 사는 삶이 좋다.
남의 험담은 안티 생활신조 10개항 속에 넣는 것이 좋다. 자리에 함께하지 않은 사람 험담은 더욱 안 된다. 그럴 시간 있으면 헬스장에 가서 아령이나 드는 게 낫다. 발 없는 말이 만 리를 간다. 오리발은 CCTV나 블랙박스가 없을 때나 통하는 구시대적 산물이다. 평생 흙만 뒤적이다 흙이 될 몸이다. 그런 몸인데 가식의 삶이 왜 필요한가.
만 겹 치마폭을 질끈 두른 구봉산아! 얼마나 인고했으면 바위 끝에도 물이 드는가. 구봉 인심 함께 빚어 숙성한 그 맛 같은 인생 철학이 그리 쉽게 만들어지는가. 남의 생각이라고 무조건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 자존심 건드려 좋아할 사람은 없다.
가능한 한 옷을 잘 입는 것도 인격을 높여주는 한 방법이다. 외모는 생각보다 훨씬 중요하다. 할인점 가서 열 벌 사는 값으로 좋은 옷 한 벌을 사 입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 하지 않는가. 인심 좋은 국밥집 주인 아낙도 예쁘게 치장하고 영업장에 서야 손님이 는다.
조의금은 많이 내는 것이 좋다. 부모를 잃은 사람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가엾은 사람이다. 사람이 슬프면 조그만 일에도 예민해진다. 2,3만 원 아끼다 보면 나중에 후회한다. 슬픔은 나누면 반으로 줄어든다. 슬픔을 소식하는 건 행복한 길로 가는 지름길이다. 보따리마다 서둘러 챙긴 저당 잡힌 세월이 춥게 느껴지면 이미 때는 늦은 것이다.
수입의 1% 이상을 기부하는 삶은 아름답다. 마음이 넉넉해지고 얼굴이 펴진다. 나누면서 사는 삶은 기쁨을 선물한다. 감동은 일시불로 구입하여 아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이 좋다. 그런데 그런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거기에다 용서는 시원한 동치미 국물을 마시듯 적시에 화끈하게 하는 것이 좋다. 영원히 굳센 체력을 간직한 청년, 아름다움을 구비한 양귀비 같은 처녀는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뭐니 뭐니해도 건강만 한 것이 있을까. 아름답고 부드러운 마음의 소유는 건강할 때 가능한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쳐봐야 잃어버린 소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킨다. 건강이 수반되지 않는 삶은 희열이 없는 삶이다.
건강은 평생 넣는 보험금처럼 하루도 쉬지 않고, 불입하며 즐긴다는 의지가 있을 때 보답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