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덕산에 소풍가던 초딩 그 시절인듯 밥잠을 설치고 나선 아침,
약속시간보다 일찍 부민초등학교에 도착했다.
교문에서부터 6년 내내 걸어 다니던 등교길을
사십여년만에 다시 걸어보았다.
하성탕을지나 대흥약국을 돌아 건강약국 모퉁이를 지나
똥과자 또뽑기 하던 학교 담길도 지났다.
새로 지은 집들과 길들이 낯설었지만
기억이 묻어나는 길모퉁이가 새삼 정겹게 클로즈업 되었다.
무심히 흘러간 세월은 교문을 들어서자
우람하게 치솟아 있는 은행나무에 고스란히 걸려 있었다.
남향으로 햇살을 받아 환하게 디귿자로 반듯하게 둘러선 교정,
사람으로 치면 훤칠하게 아주 잘 생긴 미남자의 얼굴같은 우리 모교가
새삼 뿌듯하게 가슴을 꽉 채워주었다.
그렇게 높아 보였던 강당의 길쭉한 세로창들은
우리가 먹은 나이만큼 내려 앉아 있었다.
반듯하게 널찍한 운동장은 어느새 전교 조례하던 아이들의 발걸음이 되살아나고
본관 앞 이층 발코니는 합창 소리도 낭랑히 다시 울려주는 듯 하다.
그 시절 교장선생님만큼 나이를 먹은 인호가
앳된 선혜에게 표창장을 수여한다.(내보고 후기 쓰라고 미리 약친거제.)
차량 봉사를 한 진경이 덕에 열명 모두 한 차를 타고 경남고 정문으로 향했다.
선미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구봉산 정상을 위한 오르막 산행이 시작되었다.
오늘의 길대장인 산 도사 종규의 뒤를 따라
산들바람 시원한 가을 속을 올랐다.
408m 구봉산 정상은 사통팔방이 시원하게 트여 있었다.
송도와 영도를 잇는 자갈치 앞바다 위의 남항대교도 멋지고
부둣가 바닷길 저편으로 광안대교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우리들을 위한 맞춤자리인듯 전망대에 자리를 잡았다.
땀 흘리고 난 뒤의 훌빈한 뱃속이 흥에 겨운 시간,
산행에 참석 못한 친구들 침 좀 흘리시라.
경선이의 던킨 도너츠와 녹차,
종규의 상주 곶감과 시원한 망고 쥬스,
선혜의 아삭한 배와 홈메이드 쿠키,
민일이의 입에 착착 감치는 냉커피와 물건너 온 쵸콜릿,
정희의 한라봉과 귤,
경숙이의 포도와 야채쥬스,
인호의 소금 사탕까지......
선혜의 배낭을 매어준 규식이와
선미 가방을 책임져준 호건이
친구들의 발이 되어준 오늘의 운짱 진경이의 봉사까지 한 맛을 더해준 파티였다.
(언급 못한 거 있으면 미안, 내 기억력의 한계가 요기까지걸랑)
이제부터는 옆풀떼기 산길을 돌아가는 호젓한 산보,
초딩때의 소풍보다 더 재미가 쏠쏠한 것은
홈그라운드 이점을 살려 호건이가 안내해준
꽃마을 <해뜨는 집>에서의 점심 만찬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들깨가루 톡톡하게 넣은 시락국밥과 손두부에 도토리묵까지...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건 무엇?
담근 술(막걸린지 동동준지)로 술잔 높여들고 건배,
규식이가 왕창 쏘았다.(규식아! 땡큐)
이것이 끝이 아니다.
진경이와 호건이가 차 가지러 간 사이
부른 배도 꺼줄 겸 규식이가 선미와 선혜를 데불고 다시 산책을 나섰다.
구덕문화공원 내에 교육역사관을 둘러보았다.
우리나라의 교육을 시대별로 잘 볼 수 있게 전시되어 있었다.
교과서며 졸업장이며 그걸 넣던 통도 보이고
동아전과에 공책, 등사기를 밀던 롤러까지...
예전의 교실을 재현해 두었다.
칠판 한 쪽에 분필로 쓰여 있었다.
오늘의 반장 <오민일>
떠든 사람 <하인호> (이노야 쏘리!)
전시관 입구엔 우리가 쓰던 책걸상이 한조가 있었다.
규식이와 선혜가 짝지되어 앉아보기도 하고.ㅎㅎㅎ
부산에서 처음 시작한 산행을 이대로 끝낼 순 없다.
오늘의 반장 민일이가 용원항으로 가잔다. (영권아, 니 생각나더라 ㅋㅋ)
가덕도가 바라다 보이는 용원항 어시장으로 들어섰다.
싱싱한 활어가 부른 배를 다시 유혹한다.
창밖으로 물결 일렁이는 바닷가 횟집에 앉으니 선상에 있는 듯하다.
입에서 살살 녹는 가을 전어와 조개구이의 환상적인 맛,
쐬주 한잔이 빠질쏘냐?
한병 두병 권커니 자커니 행복 만땅! 분위기 업!
경숙이와 정희 인호가 구워준 조개구이 정말 짱이더라.
쌈 싸 먹이느라 선미가 수고 많았다.
콜럼부스의 아메리카 발견만큼이나 놀라운 사실,
민일이가 몸짱이라는 것,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윗몸일으키기 시범,
평소에 체력단련을 열심히 한 것을 바로 증명해주었다.
인호 패! 민일 승!
그래도 횟집은 민일이가 쏘아 주었다. (민일아, 고마워!)
평소에 운동 잘 안하는 인호도 만만찮았다.
역시 윗몸일으키기 스무번 이상 해내었다.
선혜가 좋아 죽는다.
무슨 이야기 끝에 결가부좌가 나와
민일이도 인호도 쉽게 결가부좌를 하는 걸 보고
선혜도 무심코 해보았더니 되는 거다.
꼬리뼈를 다쳐 그동안 반가부좌 밖에 못했는데
몇달동안 침 맞고 약 먹은게 효과가 있었는지
아주 수월하게 다시 결가부좌를 할 수 있었다.
한잔 더 하고 싶은 민일이의 애정을 뒤로 하고
3차는 다음으로 미룰 수 밖에 없었다.
좌수영교 앞에서 내려 해산구호 모두 함께 힘차게 외쳤다.
열두시간을 함께 있어도 지겨운 줄 모른다면
그건 함께하는 사람이 좋기 때문이다.
돈으로 친구를 살 수는 있어도 우정은 살 수 없다는데
열두시간이 어느 새 흘러가버린 우리들은 부자가 부럽지 않았다.
선미야, 정희야, 경숙아, 경선아, 진경아, 호건아, 규식아, 인호야, 민일아, 종규야!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선혜의 꿈이 이루어진 날이기도 했었지.(퀴즈: 선혜의 꿈이 뭐였을까용~~?)
함께 하지 못한 친구들아,
다음에 우리 더 많은 좋은 시간을 만들어보자.
첫댓글 천천히 옆에서 걸어 가면서 이야기 해보니 이게 세상 사는 재미 구나 오늘산행 참석 안했으면 두고두고 후회 할 뻔했다 참석한 친구 한명한명 의 아름다운표정 이 눈에 선하다 볼수록 행복해지는 친구들이 있어서 참촣다 건강지켜서 죽을때 까지 산보도같이 하고 즐겁게살자 세상에서 제일아름다운 여학생들과 듬직한 머시마 들 다음에 또보자
호건아, 못갈뻔 했는데 참석하게 되어 더 즐거웠단다. 못올라 가는 나에게 힘을 실어줘서 정말 고마웠어. 세상사는게 순탄치는 않지?ㅋ 너무 밋밋하면 재미없쟎아 ㅋㅋㅋ.... 너의 강한 모습을 보게 되어서 영광이고 호건이 화띵!!!!
호건이 네 얼굴도 보기 편안하여 좋더라. 홈그라운드 산책하기 너무 환상이더라.
호건아~~뒤처지는 여학생들챙겨주느라...정말 수고많아데이~~~그리고 심장병예방할수있도록 운동열심히해서..다리근육좀올릴께 ㅋㅋㅋ
선미야 니덕분에 세상이 사람들이 왜 이승이 저승보다 좋다 고 하는지 알게 되엇다 고맙다...다음 에 또보자...친구야
규애야 만나서 즐거웠고 다음 만남면 조금더 어색 하지 않겠지 반가웠다 친구야 다음에 도보자..
경숙아 너무 운동 열심히 하면 다리 알통 생긴다 그래도 건강 하게 살자 오래동안 보고 세상 사는 이야기 하면서 .....
칭구들...한명도 지각하지않고.의논이라도 한것처럼 겹치지않는 군것질거리를 준비해와 서로 맛있는거 챙겨주느라 눈 ..손 엄청빠쁜 친구들...산보중에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손잡고당겨주고 하하...호호 웃음거치지 않네..선혜샘 ..글 고마워....p.s집나간 디카를 수배함..우리의 사진이 있음 ㅋㅋ...칠칠이가..
내보고 후기 쓰라하이 밤에 잠이 안오자너. 숙제 안한 아이처럼....ㅠㅠ 친구들이 양말까정 잘 챙겨 주더마는 디카는 또 오데 가삣나?
인호~~ 니~~ ! 내괄시 하더마는 당장 표시나제??... 반성 좀 해라...흥!!!
인호야 차가지러 갈때 주고갔는데 디카 미아 되어으면 큰일났다 현상수배 해야되나
집 나간 디카가 정희 가방 속에서 잘 쉬고 있다네.ㅎㅎㅎ 암튼 이노답제. 지 가방 속에 안 넣고 와 정희한테 부탁했는지 몰러. 이노야, 애정결핍이가? 여학상들의 보살핌이 받고 싶어스리 어리광 하는거제? 그래, 받아주는 친구들 있을 때 그라지 어데 가서 그라겠노. 맘껏 해도 된다. ^^
수배해제..ㅋㅋ선혜탐정님 탱~큐..퀵으로 디카 접수후 후기 사진 올리께 ..미안하~이
미안 허이.. 나는 까마귀고기 먹었나봐....너무 행복 해서리... 친구들 덕분에 처음 가본 구봉산 초등학교 소풍보다 더 좋았데이~~~~ 친구들아 모두 고마워 ...
정희야 비는 부슬 부슬 오고 늦은 시간에 소식 듣자 손쌀같이 티카 갔다주러와서 마~이 고마웠다..힘~~함 빌려 우리 사진 올리께...정희를 위~~하여..
벙개산행 한번 하자고 해노꼬..한 했더라면 큰일 날 뻔 핸것 같네ㅋㅋ...평소 운동하고 거리가 있는 친구들은 조금 힘이 들을었 것 같은데..친구들아 몸살은 안 핸나??? 토요일도 근무를 하는 친구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하고 산행과 산보를 겸한 하루 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 같다..여건이 된다면 자주 산행도 즐기면서 건강하게 지내도록 하자..친구들아 수고가 많았고 즐거웠데~이!!!
길대장님 덕분에 멋진 길을 잘 걸었네.
그래...산보길 참~~~~~~~~~~~~~~조트라..ㅋㅋ^*^
산행 겸 산보 멋진 가이드 덕분에 하루 즐거웠다....ㅎㅎㅎㅎㅎㅎ
회장님 친구들과의 등산이 더 재미나 보이네요 배 아파 죽겟네...좋은 프로그램 입니다 서울 부산 건강을 위해서 굿입니다
많이 피곤했을텐데, 늦은 밤에 멋진 산행후기 올린 선혜샘! 고마워요! 종규 길대장을 비롯하여 호건 후미대장까지 모두에게, 즐거운 산행을 함께하게 해준 고마움을 표합니다! 앞으로도 편안하게 모여서, 천천히 올라가고, 즐겁게 보내다가, 안전하게 내려와서, 깔끔하게 마무리 할 수 있는 산행이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너무 멀거나 높지 않고, 원점회귀가 가능한 산을 택하는 것이 어떠한지요? 그리고 앞으로는 일찍 일찍 귀가할 수 있도록 저부터 노력하겠습니다! ㅋㅋ
역시 글은 아무나 쓰느게 아니야! 그냥 아주 재미있었다. 담에 또 갔으면 좋겠다.끝.~이러면 될껄...아 그리고 날씨 "맑음" 이 빠졌네!ㅋㅋㅋ
구식아 이제 시동을 걸어놓았고 친구들도 힘이 들었지만 나름대로 보람을 느꼈을 테니 자주 가야 안 되겠나ㅋㅋ
종규야! 나는 산에서 걸어 다니는게 "산보" 라는 걸 그날 처음 알았다. 고마워!ㅋㅋ
선혜야~ 그날 책걸상에서 같이 앉아 짝지 한번 핸거 가지고 선혜의 꿈이니 뭐니 하지마라~ 진짜로! 혹시 모교에서 이노한테 상 받은거 땜에 꿈 이뤘다는거는 아이제! ㅋㅋ
고거 참,, 선혜쌤의 맛깔스런 후기에 내가 광교산 안가고 구봉산 갔다 온거 같네....ㅋㅋ 하산주에 발동걸려 '차돌려' 한마디에 용원항에서 싱싱한 횟감으로.... 야<~ 이게 하이라이트구먼....꿀꺽~~ ㅎㅎㅎ
용원의 이바구는 ㅋㅋ욱이 말마따나 ...말~못한다 ..
회장님 덕분에 잘 다녀왔지요..졸업하고 첨으로 부민 교정을 걸어 보았네...기분도 너무 좋았고 시간 마춰서 다들 모여준 친구들 너무 고마웠어..앞으로도 꾸준히 산보..등산...모두 동참할수 있도록 하자..선헤의 맛깔스런 후기 잘 보고 간다...다들 휴유증 없제..ㅎㅎㅎ
진경총무야 너무 너무 수고마나따~~~~~~~~~~~~~~~~~
우찌 이리 차카게 잘 썼노^^ 뒷산 구봉산을 정말 재밌게 다녀왔네...눈에 선~하다...옛날에 구봉산 정상에서 산불이 크게 났었는데 기억하제? 이제 복원이 다 되었제?...용원 전어회가 지금 제철일낀데...그런데 명지시장에서는 왜 전어잔치를 8월말에 했지? 지난번에 회의마치고 공항가는 도중에 한시간 정도 시간이 있어서 명지시장 전어회 맛을 보고 왔다^^ 포장도 좀 해오고.. 2만원어치가 서울 5만원어치는 되겠더라..지금도 고소하겠제? 집나간 며느리들 많이 돌아왔는지 모르겠따...여학상들...전어먹어러 가정으로 돌아가거라...^^
영권아! 용원까지 다시한번 대리운전하고 싶다! ㅋㅋㅋ
거기는 대리운전해서 갈 만한 곳이 아니다 ^^ 항상 칭구들 위해 애쓰는 넉넉한 오리님 모습이 눈에 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