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공지붕에 둥근 천장을 품은 집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 시골 생활
너른 논과 밭, 들녘을 감싸는 나지막한 산새가 집 앞에 펼쳐진다.
모든 곳이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주는 이곳, 가족은 지금 충분히 행복하다고 말한다.
“얘들아, 이리 와!”
오늘도 반려견 코코와 밀크, 얼마 전 함께 살게 된 미니 피그 도도가 아이들의 뒤를 졸졸 쫓아다닌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상상 불가였던 일상 속 풍경은 황영, 허영은 씨 부부와 지후, 지성이에게
매일 웃음꽃을 안겨주는 중이다.
“4년 전 교육청 지원으로 한국교원대 대학원에 파견 근무를 가 석사과정을 밟았습니다.
2년 동안 학위논문을 쓰기 위해 교육 관련 국내외 책과 논문을 많이 읽었는데,
그러면서 자연히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키워야 할까 고민이 되더라고요.”
그렇게 내린 결론은 두 가지였다. 어릴 때부터 자연을 많이 접하게 하자, 사교육에 너무 매몰되지 말자.
이 두 원칙을 실천에 옮기려 떠올린 것이 바로 전원주택이었다.
이후 아이들이 자연을 손쉽게 접하고 마을공동체를 경험할 수 있도록
논과 밭, 산과 강이 근처에 있는 마을 속 땅을 찾아 발품 팔기 시작했다.
집은 동서로 길게 뻗은 2층의 매스와 마당에 면해 덧붙여진 짧은 단층의 매스로 구성되었다. ©남궁선
경사 지붕의 형태에 둥근 천장(볼트)을 품은 새하얀 외관의 집 ©남궁선
“저희 기준에 맞는 이 땅을 만나기까지 6개월 정도 걸렸나 봐요. 시골을 원하다 보니 무조건 발로 뛰어야 했죠.
대신 건축가는 진작 정해둔 터라 집짓기는 큰 어려움 없이 진행될 수 있었어요.”
새집이 이웃들에게 낯설지 않도록 동네에서 이질적으로 보이지 않길,
주변 풍경과도 잘 어우러지길 원한 가족의 바람을 담아 설계가 차근차근 이뤄졌다.
주변의 농작물을 위한 임시구조물은 설계의 단서가 되어, 박공지붕 형태에 둥근 천장(볼트)을 품은 집이 완성되었다.
이 집을 설계한 오피스경 권경은 소장은
“대지의 형태와 향을 따라 동서로 길게 뻗은 2층의 매스와 마당에 면해 덧붙여진 짧은 1개 층의 매스로 구성했다”며
“긴 매스의 끝에서 들녘을 바라볼 수 있는 통창과 외관에 드러난 볼트 형태가 이 집만의 아이덴티티(Identity)를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너른 논과 밭의 풍경이 집 앞으로 펼쳐진다. 마당 한편, 아이들의 놀이 공간이 되는 흙더미가 눈길을 끈다.
SECTION ②거실 ④다용도실 ⑤안방 ⑦화장실 ⑨침실 ⑩서재
네 식구의 단란한 모습
HOUSE PLAN
대지위치 ▶ 경상남도 거창군 | 대지면적 ▶ 360㎡(108.9평) |
건물규모 ▶ 지상 2층 | 건축면적 ▶ 102.46㎡(30.99평) | 연면적 ▶ 143.57㎡(43.42평) |
건폐율 ▶ 28.40% | 용적률 ▶ 39.80% | 주차대수 ▶ 1대 | 최고높이 ▶ 6.55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 벽 : 경량목구조 외벽 2×6 구조목 + 내벽 S.P.F 구조목, 지붕 : 2×12 구조목 |
단열재 ▶ 셀룰로오스 단열재 | 외부마감재 ▶ 외벽 – 두라스택 큐블록, 스터코 플렉스 / 지붕 – 컬러강판 |
담장재 ▶ 콘크리트 벽돌 | 창호재 ▶ 케멀린 42mm PVC 삼중창호 |
에너지원 ▶ LPG, 태양광 등 | 조경석 ▶ 고흥석
시공 ▶ 엠에스하우징 |
설계 ▶ 오피스경
2층 거실 모습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 그 앞에 놓인 테이블에서 가족은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간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남궁선
깔끔한 외관만큼 내부도 단순하게 구성되었다.
긴 평면 위에 집의 중심이 되는 거실과 주방, 각자의 방을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특히 거실은 단순히 소파에 앉아 TV를 보는 공간이 아닌
가족이 다 함께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놀이를 하며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자 했다.
벽면 가득 채운 책장과 2층과 연결된 긴 미끄럼틀, 창 앞에 설치한 스크린 등은 언제든 네 식구를 거실로 모이게 한다.
“가장 큰 변화요? 계획했던 대로 자연과 가까워진 거죠.
마당이 있어 아이들이 키우고 싶어 했던 동물과 식물을 마음껏 키울 수 있는 것도 너무 좋고요.”
둥근 볼트형 천장의 거실 끝에는 풍광을 바라볼 수 있는 통창을 두었다.
또래 아이를 둔 지인들은 종종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기도 하지만, 마을 어른들에게 인사하는 것,
이웃집에 심부름 가는 것조차도 즐거워하는 두 아이를 보면
시골에서의 삶을 택한 이 결정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자신한다.
네 식구에게 시골에 산다는 것은 단순히 삶의 터전이 바뀌었다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행복의 시작이었다.
아이들의 방이 있는 2층으로 오르는 계단 / 계단 아래에도 작은 책장과 수납 평상을 두어 공간을 활용했다.
내부 볼트를 반으로 나누어 만든 아이 방. 각 방의 벽에 설치된 작은 선반형 다락을 통해 두 방이 서로 연결된다.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 – 서울벽지 / 바닥 – LG하우시스 소리잠 |
욕실 및 주방 타일 ▶ 윤현상재 수입타일 |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
주방 가구·붙박이장 ▶ 희원디자인 | 조명 ▶ 조명나라 | 계단재·난간 ▶ 자작나무 + 평철난간 |
현관문 ▶ 코렐 | 중문 ▶ 한샘 3연동 도어 | 방문 ▶ 예림도어
PLAN ①현관 ②거실 ③주방 ④다용도실 ⑤안방 ⑥게스트룸 ⑦화장실 ⑧보일러실 ⑨침실 ⑩서재 ⑪창고
안방에는 마당과 들녘을 향한 작은 창을 설치해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
DETAIL
©남궁선
취재_ 김연정 | 사진_ 변종석, 남궁선
출처 : 전원속의 내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