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구나 가을....
비가 내릴 것 같은 음산한 날씨가 가을 단풍산행을 떠나는 내 마음만큼이나 무겁다.
오늘 산행은 충북 단양, 풍기에는 있는 소백산 산행이다.
지난 5월 소백산 철쭉제가 열리는 날 철쭉 산행을 하고
오늘은 붉게 물든 소백산 단풍을 보기 위한 단풍 산행이다.
온 산하가 형형색색 단풍으로 물들어 가는데 내 마음은 긴 한숨으로 물들어갈까 ?
지금까지 산행을 하면서도 오늘처럼 마음이 무겁고 아플 때는 없었으리라.
광주역에 도착하여 버스에 오른다.
달리는 버스 속에서 조용히 눈을 감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니 만감이 교차한다.
"정말 많은 것을 잊고 살자. 아니 아무도 모르는 무인도 아니 생로병사가 없는 곳에서 살고 싶다 "
이런 마음은 쓸쓸한 가을 이여서 그럴까 ?
오늘은 호남 경부. 중부. 영동. 중앙고속도를 달려 치악 휴게소에 도착을 했다.
따끈한 커피 한잔을 들고 나와 앞산 뒷산을 바라보니 노란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어 있다.
소백산 산행도 좋지만 여기에 눌러 앉아 저 노란 단풍을 벗삼아 오늘 하루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내 몸이 내 것이 아니요, 내 마음이 내 것이 아니니 어쩔 것인가.
달리는 자동차 유리에 오락가락 가을비가 내리는 비를 맞은 단풍잎처럼 내 마음도 고개를 숙인다.
버스는 남한강 위로 세워진 멋진 신단양 다리를 지내서 오늘 산행기점인 어의곡리로 가는 삼거리 길에 웬 바리케이드가 설치되어 있다.
지난번 수해로 어의곡리 가는 도로가 유실되어 차량 통행을 금지한다는 표지판이 있다. 순간 당황해진다. 오늘 산행을 어찌할 것인가 ?
벌써 차내는 술렁이기 시작한다. 이때 주마등처럼 내 머리를 스쳐 가는 것이 있었다 "천동리"
그래 오늘 산행은 천동리에서 시작하여 소백산 정상인 비로봉을 거쳐 비로사로 하산하는 산행을 하자
오늘 산행 정정 방송을 하고 천동리를 향했다.
산행코스가 바뀌어도 누구 하나 불평불만 없이 적극적으로 산행에 협조해 준 일행들이 눈물나도록 고맙다. 누가 그랬던가 " 서당 개 삼년이면 라면을 끊인다"고 했다.
그래도 이 바닥에서 쪼까 놀다보니 이런 재주는 있더라.
노랗게 물든 은행나뭇잎이 가을 바람에 떨어지고 있는 천동리 주차장에 도착을 하니
벌써 점심시간이 되어 버렸다.
나의 산행 역사이래 도로가 두절되어 산행을 못 것은 처음이요,
산행을 하지도 않고 점심을 먹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산행에 참여한 전원이 주차장 잔디밭에 앉아 점심을 먹고 산행을 시작한다.
소백산 유스호스텔 주변 등산로에 붉게 물들어 있는 단풍이 가을 바람에 흔들리니 그런 대로 운치가 있다. 며칠 전에 내린 가을비로 천동계곡 물줄기가 제법 힘차게 흘러내리고 있고 계곡 여기 저기 피어있는 단풍은 분위기에 무감한 내 마음을 흔들어 놓는데 충분했다.
천동리 매표소를 지내 살며시 올라가는 돌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벌써 쉬어 가자는 사람들이 나온다.
그래 이 아름다운 단풍이 있고 옥구슬처럼 흘러내리는 계곡물 있고 맑은 공기가 있는 이곳에서
무엇이 바쁘고 무엇이 부러울 것인가 ?
쉬어 가자 ! 내 발길, 내 마음, 내 인생도 잠시 쉬어 보세 !.
천동리 야영장을 지내 능선에 접어드니 불현듯 몰려오는 운해가 우리 일행을 삼켜 버린다.
사실 소백산 정상 날씨는 어느 때는 햇볕이 나다가도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며 비, 바람, 구름이 언제 어떻게 불어올지 모르는 변화물상한 날씨다. 그래서 소백산 정상 부근에는 이렇다할 나무 하나 없다.
소백산 능선에 도착하니 강한 바람에 배낭에서 겉옷을 꺼내 입는다.
능선 아래에서 펼쳐지는 운해의 스페셜 쇼 !
뭉게뭉게 피어오르더니 일 순간 산과 계곡을 하얀 구름바다를 만들었다가 가을 바람에 순간적으로 사라지니 능선에서 바라보는 내 자신이 마치 신선이 되어 구름을 타고 가는 기분이다.
구름을 타고 가는 신선도 잠시 능선에서 등을 밀치는 가을바람에 우리는 나무 계단을 걸어서 소백산 정상 비로봉을 향해 걸어간다. 드디어 비로봉 정상, 여기 비로봉 정상을 여러 번 찾아왔지만 오늘 비로봉은 내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소백산 비로봉에서 천지신명께 나의 간절한 소원, 기원을 빌어 보고 싶다.
비로봉을 어둠 속으로 만들어 버린 운해와 강한 바람에도 두 손을 모아 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간곡히 기도를 한다. 소백산 비로봉을 뒤로하고 하산하는 발걸음이 무척이나 가볍다. 나무계단을 지내 아름다리 소나무가 서 있고 산책하기 좋은 등산로가 펼쳐진다. 지금 누군가 내 곁에 있다면 살며시 손을 내밀어 다정한 모습으로 걸어보고 싶다. 아롱다롱 걸쳐 있는 단풍과 "바싹 바싹" 부스러지는 낙엽을 밟으면서 "시몬 너는 아는가 ! 낙엽 밟는 ....." 조용한 하산 길에 갑자기 괴성이 울려 퍼진다. 잠잠했던 장난 끼가 발동을 한다. 길가에 싸여 있는 낙엽을 손으로 한아름 모아 앞서가는 사람에게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낙엽처럼 뿌려주었다. 낙엽이 다 떨어지지도 않았는데 옆에서 날아오는 낙엽의 집중포화에 나는 낙엽 속에 무쳐야 했다.
비록 옷 속으로 낙엽이 들어 올 정도로 낙엽에 무쳤지만 그래도 마음은 너무 즐겁다. 그냥 지나 갈 수가 있는가 이 가을이 다 가고 있는데....
비로사 입구를 지내 내려오는데 오십대 중반의 부부들이 단풍놀이를 와서 사진을 찍고 있다.
어떤 아저씨 曰 " 어제는 술에 취하고 오늘은 단풍에 취하고 임에 취하다..."
종종걸음으로 내려오는데 우리 부회장이 내게 물어온다.
"어~이 총무 저 예쁜 단풍을 보고 무슨 생각이 들어 ?"
"뭔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를 허고 있소. 후딱 갑시다 "
"그래도 말 해봐라 "
"꼭 말을 혀야 되가소? "
" 그 래 말 해봐 "
"아~~따 인자 겨울이 오 것다"
정말 단풍을 보고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 아니 그대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
비로사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길가에 정말 빨갛게 읽은 먹음직스런 사과가 나무마다 주렁주렁 열려 있다. 차장에 도착하니 머리고기에 김치,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에 오늘의 피곤함도 갈증도 모두 사라진다.
버스를 타고 와서 유황성분이 들어 있다는 유명한 풍기온천에서 목욕을 하고 나왔다.
가을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있는 온천 주차장 가로등 밑에서 따끈하게 끊인 김치찌개에 막걸리 한잔 더 하니 이제는 부러울 것이 없다. 항상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어딘가 모르게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