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1.daumcdn.net/cfile/blog/22743F37541DF83A12)
우리가 있는 곳의 최근
날씨다.
얼마 전까지는 비가 전혀 안 오길래 가끔 내렸으면 하기도 했는데, 이 정도면 가끔이 아니라 장마
수준이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673E237541DF83A12)
어제의 고단한 라이딩에 하루 더
쉴까 하다가, 내일부터 다시 비가 시작된다는 예보에 짐을 챙겨 나온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6728137541DF83A13)
시작부터 또
산이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26EE537541DF83B15)
그러나 뭐 이
정도 가지고 여행자 마인드가 흔들릴 우리가 아니다.
힘들면 걸으면
된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1744537541DF83B12)
터널이 뚫려 있는 건 또 얼마나
고마운지..
저 터널마저
없었다면 산꼭대기에 여행자의 품위를 놓고 내려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1705D37541DF83B14)
오늘은 좀 자주
쉬어준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1031A37541DF83B09)
다음 도시인
린하이(linhai)에 도착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5785D37541DF83B10)
중국 도시에서 조용한 시내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5705A37541DF83B14)
그런데 여기 린하이는 좀 고요한
맛이 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475DD37541DF83C10)
이렇게 멋진 호수가 있는데 왜
이리 한산하냐고 물어보기도 미안할 정도이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3600739541DF83C18)
중국을 여행하면서 이
나라 사람들과 나와의 다른 점들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이유'의 많고 적음이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54EBB39541DF83C23)
한국에 비해 이 나라 사람들은
이유가 별로 없다.
뭐
그냥...대충 그러면 된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7519839541DF83C21)
몇 백 년 된 건축물 안에
주차를 하는데 안 될 이유가 뭐가 있을까..
![](https://t1.daumcdn.net/cfile/blog/24545E39541DF83C20)
내가 세차를 이렇게 하겠다는데
무슨 안 될 이유가 있겠는가..
![](https://t1.daumcdn.net/cfile/blog/255B0F39541DF83D1C)
1분 늦게 태어났다고 페달을
돌려야 하는 운명까지 이유 없이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면, 대륙의 만만디 기질이 부럽기도 하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3753A38541DF83D29)
이유가 많은 나의 시각으론 저
순진한 노인들이 '이유가 많은' 의료시설을 이용했으면 좋겠지만..
![](https://t1.daumcdn.net/cfile/blog/236A7438541DF83D2E)
청진기와 혈압계만으로 모든
질병을 진단하는 저 노점 의료인이 처방한 약으로도 잘 살고 있는 국민이 이 나라 사람들이다.
내가 가진
수많은 이유들은 이 사람들에겐 방해가 될 뿐이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169F738541DF83E30)
혹시 내
이유가 이 사람들의 삶에 방해가 될까 봐 조심스럽다가도, 한편으론 너무 이유가 없다는 사실이 내 여행에 고난으로 작용할 때가
있다.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남쪽으로만 가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네모난공님이 긴급 제보를 해
주셨다.
우리가 가야
할 길 중에서, 엊그제의 그 험난한 산맥이 이 페트병처럼 쌓여 있는 구간이 조만간
나타난다는 것이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466EC38541DF83E32)
그동안 구글맵의 지도만으로
코스를 잡았었는데 위성 사진으로 변환해보니 정말로 미시령이 곱빼기로 쌓여 있는 구간이 있다.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안 그래도
계속되는 비 소식에 험난한 코스를 지나느라 이동 시간이 길어지고 있는데, 아무 이유 없이 만만디 기질만 닮아갈 상황이
아니다.
선천적
만만디 체질인 박대리가, 고민하는 나의 등을 치며 걱정 말란다.
저 정도 산
쯤은 우리 혈압과 맥박으로 충분히 넘을 수 있다며 그 노점 의료인보다 더 심한 뻥을 치기
시작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7681638541DF83E31)
정 안되면
히치하이킹을 하면 되지 않냐고 하면서, 자신의 미모라면 트럭을 열두 대쯤 세울 수 있다고 한다.
![moon_and_james-38](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imgs.naver.net%2Fsticker%2Fpc%2Fmoon_and_james%2Foriginal%2F38.png)
길고 긴
고민에 종지부를 찍게 하는 발언이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3731B38541DF83E2B)
두 시간을 달려서 기차역에
도착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769F638541DF83E2F)
매표소에
들어가 보니 다행히도 오후 1시 열차가 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16C8738541DF83E2C)
타이저우와 푸저우 사이의 산맥을
이 무릎 위에 놓고 보니, 횡성 한우의 안심이 내 가슴에 녹아든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466E938541DF83F34)
중국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고속철도 시설이라 검색대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779C337541DF83F0F)
검색대를 통과해서 2층으로
올라오면 개찰구와 대기실이 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36D2E37541DF83F16)
일단 들고 가기 쉽게 패니어들을
두 개씩 묶어 놓고..
![](https://t1.daumcdn.net/cfile/blog/267A2437541DF83F0F)
혹시 모르는 불상사(자전거 반입
금지)를 피하기 위해 자전거를 접기 시작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36EEA37541DF83F14)
몬테규 자전거의 특징은 이럴 때
유용하다.
앞 바퀴를
뺀 다음, 폴딩 큐알 풀고 뒷브레이크암 풀면 반으로 접힌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501D637541DF8400A)
개찰구 너머로 승강장을 보니
작은 난관이 있다.
고속열차라서
그런지 앞서 도착한 열차들이 승강장에 별로 오래 머물지를 않는다.
2층의
개찰구를 통과해서 우리가 가야 할 승강장의 위치는 1층인데다가 가장 먼 곳인 맨 끝 승강장이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4748737541DF84012)
개찰을 하자마자 세 번을
왔다갔다 하며 우리가 타야 할 열차칸 번호 앞까지 저 짐들을 옮겨 놓자 바로 열차가 도착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27C4136541DF8401A)
20초 만에
열차 안으로 자전거와 짐을 들여놓았는데 바로 문 닫고 출발한다.
서두르지 않았다면 난감할뻔 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67EF636541DF8401A)
다행히 열차
공간이 넉넉하여 모든 짐이 자리를 잡았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77F1636541DF8401A)
박대리도 이제서야 내 결정을
지지한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4117536541DF84110)
족히 열흘은 걸릴 저 산맥
구간을 세 시간 만에 통과한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77CA636541DF8411A)
안내판에
200km/h 가까운 속도가 찍혀 있지만 열차 안은 조용하고 쾌적하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27AA136541DF8411C)
스마트폰 충전시설도 있고
안마기도 달려 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5118B35541DF84218)
직원이 카트를 밀고 다니면서
계란과 사이다도 판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612DE35541DF84217)
1분의 오차도 없이
푸저우(福州)에 도착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3196235541DF84212)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인근 도로가 다 조성되어 있지 않아 빠져나가는 길 찾기가 쉽지 않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70DF135541DF84219)
이럴 땐
디지털 담당 박대리의 스마트폰 검색이 필요하다.
이 날의
이동거리는 열차 이동 거리 530km에 우리의 라이딩 거리를 합하여 총 580km 였다.
사실 험난한
코스도 점프의 이유가 되었지만, 우리의 이동 속도상 어차피 한 번의 점프가 불가피했다.
중국에 와서
50일간 자전거로 이동한 거리가 1,800km였는데, 앞으로 베트남 국경까지 남은 거리는 2,000km 이기
때문이다.
90일
비자로 들어왔기 때문에 남은 40일간 2,000km 를 자전거만으로 이동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어쨌든
이렇게 거리를 단축함으로 해서 앞으로 남은 일정 동안 좀 여유를 갖게 되었다.
첫댓글 호수의 풍경이 고즈넉함이 물씬풍기네요
분위기 짱...
이동거리가 엄청나네요
중국 남방쪽은 봄장마가 있더라구요. 길게는 20일 정도 매일 흐리고 부슬비, 소낙비, 장대비 섞여 내리면 사람 기분 급 우울해지게 만드는...
기차타길 백번 잘 하셨네요 ^^
자전거를 잘 몰라서 그러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터널에서 자전거 탈 수 없는거지요?
무척 위험할 것 같습니다.
접이 자전거는 튼튼하지않을것같았는데 제품따라인가 다른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