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2일부터 7월8일까지 서울 아트시네마에서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뜨거웠던 1960~70년대에 태어난 아메리칸 뉴 시네마 특별전이 열린다. 6월22일(금)부터 7월8일(일)까지 17일간 서울 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이번 영화제의 상영작은 총 10편. 대부분 TV나 다른 영화제들을 통해 국내에 여러 번 소개되었거나 DVD로도 출시되었기 때문에 관객과 처음 만나는 작품은 없지만 이번 기회에 스크린으로 재확인하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스위트 스위트백스 배다스 송>(Sweet Sweetback’s Baad Asssss Song, 1971)은 흑인 감독 멜빈 반 피블스의 거침없는 초저예산 독립영화로 블랙스플로테이션 장르의 탄생을 알린 작품. 흑인 창녀촌에서 ‘섹스 머신’으로 자란 남자 스위트백이 백인 경찰들에게 집단 린치당하는 흑인을 돕다가 경찰을 죽여 쫓기는 신세가 된다는 이야기다. 대대적인 추적이 시작되지만 강하고 영리한 마초 스위트백은 번번이 이를 물 먹이며 이리저리 튀어 다닌다. 피블스 감독은 이 영화의 시나리오와 연출, 음악, 편집뿐 아니라 주연까지 맡았고, 경쾌한 로큰롤과 스타일리시한 화면 연출을 버무려낸 흑인 안티 영웅 스토리로 당시 흑인 대중에게서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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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신과 시시 스페이섹이 주연한 테렌스 맬릭의 장편데뷔작 <황무지>(Badlands, 1973)는 19살 소년과 13살 소녀가 미대륙을 횡단하며 10명을 살해한 1957년의 연쇄살인사건을 토대로 한 영화. 홀아버지 밑에서 엄하고 지루한 일상을 살던 15살의 홀리는 “제임스 딘 같이 생긴” 25살의 떠돌이 키트와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둘은 도주한다. 자신이 24시간 감시와 추적 속에 있다고 믿는 망상증 환자 키트. 그런 연인을 순순히 따르는 홀리. 광활한 미지의 땅을 끊임없이 새로 밟으며 문명, 제도, 인간에게서 완벽히 소외되고 고독해지기를 자처하는 두 주인공의 방황은 당시 미국사회 젊은이들이 꿈꾸던 도피적 이상향의 한 부분을 보여준다.
피터 보그다노비치의 흑백영화 <마지막 영화관>(The Last Picture Show, 1971)은 당시 젊은 미국 감독들이 프랑스 누벨바그의 영향을 받아 점프컷 등 형식의 파격을 추구하던 유행에 반한다. 흑백이라는 데에서 짐작했겠지만 감독은 이 영화의 형식에서뿐 아니라, 주인공 소니가 찾는 낡은 극장의 스크린 속에 존 포드나 하워드 혹스 같은 고전기 할리우드 장르영화의 거장들 작품을 넣음으로써 미국영화의 황금기에 대한 향수를 짙게 담아낸다. 줄거리는 연애와 섹스에 몰두하면서 인생을 희미하게 고민하는 10대 청소년들의 욕구 분출과 방황을 그린다. 미국인들의 뿌리깊은 청교도적 가치관과 윤리의식을 유쾌하고 예리하게 조소하는 작품.
이외에 미국 서부의 역사와 서부극의 영웅주의를 뒤튼 <작은 거인>(Little Big Man, 1970), 냉전시대의 정치권력을 비판하고 개인의 무력함을 냉철하게 담은 스릴러 <맨추리안 캔디데이트>(The Manchurian Candidate, 1962), 당시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의 무의식을 담아내고 셀지오 레오네의 서부영화에 이어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액션영화의 히어로로 인식시킨 <더티 해리>(Dirty Harry, 1971)와 함께 <이지 라이더>(1969) <미드나잇 카우보이>(1969) <졸업>(1967) <도청>(1974) 등 아메리칸뉴시네마의 대표작들이 상영된다. 반전시위와 흑인인권운동, 페미니즘 진영과 동성애자들의 성해방운동, 히피즘, 우드스탁과 3J(재니스 조플린, 짐 모리슨, 지미 헨드릭스)의 저항음악 록이 한데 뒤엉켜 모든 것이 ‘이유있는 반항’으로 통했던 그 시기를 만날 기회다. (문의: 02-741-9782, www.cinematheque.seou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