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종 098 09/11/03(경신) 서기 1482년 8월 24일 / 구변국 임금 ‘이획’이 사람을 시켜 토산물과 서계를 바치다.
구변국주(久邊國主)[‘국주(國主)’는 ‘나라(國)의 주인(主)’이라는 뜻이고, 한 나라의 임금을 일컫는 말로도 쓰였다. 그러니 ‘구변국주’는 ‘구변국이라는 나라의 임금’이라는 뜻이다. 참고로 ‘주(主)’는 ‘왕(王)’이나 ‘공(公)’보다는 격이 낮은 명칭이었다 – 옮긴이 잉걸. 아래 ‘옮긴이’] ‘이획(李獲)’이 민부(閔富)를 보내어 와서 토산물(土産物)을 바치었다. 그 서계(書契 : 근세조선 시절, 다른 나라와 주고받던 문서 – 옮긴이)에 이르기를,
“하늘에 잇닿은 듯한 바다는 막막하고 구름에 가린 산은 까마득하며 풍파(風波)는 몹시 사나운데, 배는 보잘것없습니다. 그래서 (근세조선 임금의 – 옮긴이) 성화(聖化. 성인이나 임금의 덕행으로 교화하는 일 – 옮긴이)를 흠모(欽慕)한 지는 비록 오래되었으나 소식을 전할 수가 없었으니, 태만하고 태만스러운 일입니다.
우리나라(구변국 – 옮긴이)는 남해(南海)의 한가운데에 외따로 떨어져 있어 버려진 채 이웃할 곳이 없습니다. (다만 – 옮긴이) 해마다 명(明)나라를 섬기어(명나라와 외교관계를 맺어 – 옮긴이) 조공(朝貢)을 바치는 배(공무역을 하는 무역선 – 옮긴이)를 보내고, 또 유구국(琉球國)/남만(南蠻)과 통호(通好)하느라 귀국(貴國 : 근세조선 - 옮긴이)과는 사신(使臣)이 왕래(往來)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여러 차례 빙문(聘問. 예를 갖추어 방문함 - 옮긴이)을 시도하였으나 번번이 실행하지 못한지 여러 해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몇 해 전에 일본국(日本國) 살마주(薩摩州 : ‘사쓰마’주. 오늘날의 일본 가고시마 현 - 옮긴이) 사람이 우리나라에 와서 살게 되면서부터 바닷길의 가능함을 대강 알고, 인하여 그를 명해서 전사(專使 : 특사[특별 임무를 띤 사절] - 옮긴이)로 삼아 하정(下情. ‘자기의 심정’을 겸손하게 일컫는 말. 여기서는 구변국 임금인 이획의 심정을 일컫는 말로 쓰였다 - 옮긴이)을 아룁니다.
신(臣 : 이획이 자신을 낮춘 말 - 옮긴이)이 비록 불초(不肖 : 못나고 어리석음 - 옮긴이)하나 귀국(貴國)과는 함께 명(明)나라를 섬기고 있고(구변국이 근세조선과 마찬가지로 명나라와 외교관계를 맺었고 – 옮긴이) 같은 이씨(李氏)의 성(姓)을 쓰고 있으니(근세조선의 왕성은 전주이씨다 – 옮긴이), 이전부터의 인연이 아마 가까운 듯합니다.
저는 삼보(三寶 : 붓다와 불교와 불교 승려를 통틀어 일컫는 말 - 옮긴이)를 믿은 지가 오래되어 불사(佛寺 : 절 - 옮긴이)를 창건(創建 : 처음으로 세움 – 옮긴이)하였는데, ( 『 불경 』 의 한 갈래인 – 옮긴이 ) 『 대장경(大藏經) 』 을 더욱 희망하는 바입니다.
이제 (이획이 보낸 사신인 ‘민부’가 – 옮긴이) 존명(尊命. 남의 명령을 높여 이르는 말. 여기서는 이획이 민부에게 내린 명령을 일컫는 말이다 - 옮긴이)을 받들어 보화(寶貨. 보물 - 옮긴이)를 싸 가지고 사선(使船 : 사신[使]이 타는 배[船] - 옮긴이)을 보내어 이를 구하고자 하니, 삼가 (근세조선의 – 옮긴이) 회보(回報. 어떤 물음이나 요구에 대답으로 알림 - 옮긴이)를 기다리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원래 특이한 산물(産物)이 없으나, 남만(南蠻 : 동남아시아 - 옮긴이)에 왕래하는 상선(商船)이 계속하여 끊기지 아니하므로, 침향(沈香. 열대지방이 원산지인 나무. 향료로 쓰인다 - 옮긴이)이나 약종(藥種) 등은 존명(尊命. 여기서는 이획이 근세조선 성종의 요구를 일컫는 말로 쓰였다 - 옮긴이)을 받들어 거기에서 구하여 보내는 것입니다.
변변치 못한 이곳 산물로는, 호초(胡椒. 후추 - 옮긴이) 5근(斤), 유황(硫黃) 5근, 단목(丹木. 다른 이름은 ‘다목’. 동인도가 원산지다. 목재는 활을 만드는 재료로 쓰고, 나무 속의 붉은 부분은 붉은 물감을 만들거나 한약재로 쓰며, 뿌리는 노란 물감을 만드는 데 쓴다 - 옮긴이) 5근이니, 거두어 주시면 천만다행이겠습니다.”
고 하였다.
● 성종 099 09/12/01(무자) / 구변국 주인 이획이 보낸 사신 민부가 하직하자 예조에서 답서를 보내다.
구변 국주(久邊國主) 이획(李獲)의 사자(使者) 민부(閔富. 이획이 말한 그 살마주 사람? 그러나 그렇다면 왜 성이 일본식 성이 아니라 한식[漢式] 성인 ‘민[閔]’씨인가? - 옮긴이)가 하직하였다. 예조(禮曹)의 답서(答書)에 이르기를,
“서신을 받고 (이획이 – 옮긴이) 건강함을 잘 알아 멀리서 위안되며, 진헌(進獻 : 임금에게 예물을 바침 - 옮긴이)한 예물(禮物)은 삼가 잘 받았습니다. (그 예물에 대한 답례로 – 옮긴이) 토산(土産 : 근세조선산 - 옮긴이)의 정포(正布. 품질이 좋은 베 - 옮긴이) 7필(匹), 면포(綿布. 무명 - 옮긴이) 3필과 아울러 별사(別賜. 따로[別] 줌[賜] - 옮긴이)하는 백저포(白苧布. 흰 모시 - 옮긴이) 3필, 흑마포(黑麻布. 검은 삼베 – 옮긴이) 3필, 호피(虎皮. 범 가죽 - 옮긴이) 1장(張)을 다녀가는 사자 편에 부치니, 받아 두시기 바랍니다. (그대가 – 옮긴이) 요구하신『 대장경(大藏經) 』은 전에 여러 추장(酋長)들(일본의 다이묘들? - 옮긴이)이 구해 가서 거의 없으므로, 요청대로 따르기 어렵습니다. 끝으로 몸조심하시기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고 하였다.
● 성종 145 13/08#14(경진) / 구변 국주 이획이 사신을 보내 와 토산물을 바치다.
구변 국주(久邊國主) 이획(李獲)이 사신(使臣)을 보내와 토산물을 바쳤다. 그 서계(書契)에 이르기를,
“지난해에 일본(日本)의 살주인(薩州人) 아무개를 통하여 처음으로 귀국(貴國)에 빙문(聘問)할 뜻을 말하였더니, 살주(薩州)의 수호 대관(守護代官) ‘점정구상(占貞久相)’이 배[船] 1척을 주면서 해로(海路)가 험난(險難)함을 알려주었으므로 마침내 귀국(貴國)에 도달하였습니다.
그리고 귀국의 회보[尊報]와 토산물[土宜]인 정포(正布) 7필과 면포(綿布) 3필, 백저포(白苧布) 3필, 흑마포(黑麻布) 3필, 호피(虎皮) 1장을 얻어왔으니, 오래전부터 바라던 바를 달성하였으므로, 기쁨이 더할 수 없이 큽니다.
그러므로 지금 삼가 사신(使臣)과 배[船]를 보내어서 사례(謝禮)하는 정성(精誠)을 드리는 바입니다. 전에 아뢴바, 『 대장경(大藏經) 』 을 요구한 일에 대하여 회보하시기를, ‘일찍이 여러 추장(酋長)들이 구(求)하여 갔기 때문에 거의 없다.’고 하셨는데, 일본[扶桑(부상. ‘일본’을 일컫는 다른 이름이다. 이는 근세조선을 ‘청구[靑丘]’로도 부른 것과 같다 – 옮긴이)]과 유구(琉球. 오늘날의 오키나와에 있던 독립왕국. 전성기에는 가고시마 바로 남쪽에 있던 섬들도 다스렸다 - 옮긴이)에서 구한 것은 더욱 많을 것이니, 귀국의 비용을 생각하면 비록 계산을 능숙하게 하는 자라도 헤아릴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이로 인하여 천하(天下)에서 귀국이 광대(廣大)하고, 성덕(聖德)의 무궁(無窮)함이 천지(天地)와 같음을 압니다. 그리고 또 여래(如來. 붓다의 존칭인 ‘석가여래[釋迦如來]’를 줄인 말 - 옮긴이)의 무한히 많은 법보장(法寶藏. 불교에서, 교법을 실천함으로써 쌓인 공덕을 일컫는 말 - 옮긴이)이 여러 겁(劫. ‘하늘과 땅이 한 번 열린 뒤부터 다음에 다시 개벽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라는 뜻을 지닌 불교 용어로, ‘헤아릴 수 없는 한없이 긴 시간’이라는 말이다 – 옮긴이)이 지났다 하더라도 어찌 다함이 있겠습니까?
신이 비록 불초(不肖)하나, 이미 동성(同姓. 성씨가 같은 - 옮긴이)의 통가지호(通家之好 대대로 서로 친하게 사귀는 관계 ー 옮긴이)를 맺었으니, 지금 저의 백성은 곧 폐하(陛下. 이획이 근세조선의 성종을 ‘천자’로 불러준 것인가? - 옮긴이)의 백성입니다. (그러니, 나라가 – 옮긴이) 멀고 가까운 것으로써 백성들의 복(福) 받는 것을 아끼지 마소서.
폐하께서 받아들인 불교[佛]로써 불법(佛法 : 불교 - 옮긴이)이 오늘날에 유통(流通)되는데, 우리나라(구변국 – 옮긴이)는 비록 불보(佛寶. 석가모니불 - 옮긴이)는 있으나, 오히려 법보(法寶. 『 불경 』 을 보배에 빗댄 말 - 옮긴이)가 없습니다. 굽어살피시고 ( 『 대장경 』 - 옮긴이 ) 한 벌[ 藏 ]을 하사하시어 불법(佛法)의 유루(遺漏. 빠져나가거나 새어나감 - 옮긴이) 없이 (그것을 – 옮긴이) 온전히 하게 해 주소서.
(만약 그렇게 해 주신다면, 저는 – 옮긴이) 백배돈수(百拜頓首. 온[100]번 절하며 머리를 조아림 - 옮긴이)하겠습니다. <삼가> 진상(進上)하는 물건은, 소향(燒香. 분향. 제사나 예불 때 피우는 향 - 옮긴이) 5근(斤)과 호초(胡椒) 20근, 납은(鑞銀. 원문에 ‘납’자가 사라져서, ‘납은’이라는 말로 자료를 찾아보니, 그 말은 없고 ‘은랍[銀鑞]’이라는 말은 있다. 은랍은 <은과 놋쇠 또는 여기에 카드뮴이나 주석을 넣어 만든 합금>이며, <금속을 접합하는 데 쓰는데, 접합한 곳이 은빛을 띤다.> - 옮긴이) 20근, 견(絹. 누에고치에서 얻은 섬유인 ‘명주’를 일컫는 말이다 - 옮긴이) 3필(匹), 약구(瀹具) 5개, 염소(鹽素. 살균하는 약/소독제/산화하는 약/표백제로 쓰인다 - 옮긴이) 3근입니다.”
고 하였다.
- 단기 4357년 음력 5월 18일에, ‘ 『 조선왕조실록 』 에 나오는 구변국 관련 기사는 근세조선의 대외관계를 설명해주는 기사지만, 넓게 보면 본국이 멸망한 뒤에도 동남아시아나 남아시아 어느 곳에 남았던 남부여(南扶餘)의 국외 담로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아는 데 좋은 단서를 제공하기도 한다.’고 판단하는 잉걸이 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