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지솔]

ㅡㅍㅅㅋ 에게.

마론 부란도가 출연하고 외설 영화ㅡ그러나 실은 전무후무한 예술 영화이자 최고로 철학적인 영화ㅡ로 유명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에는 사실 주인공 남녀가 직접 탱고를 추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다만 딱 한 장면, 인생에 대한 환멸에 사로잡힌 떠돌이 중년 사내 마론 부란도가 빈 아파트를 얻으러 갔다가 우연히 같은 시간에 아파트를 얻으러 온 부르조아 처녀를 유혹하고, 그녀와 격렬하고 즉흥적인, 기이하고 일탈적인 정사에 몰두하지만, 결혼 날짜를 받아둔 그녀가 마침내 넌더리를 내고 그를 기피하자, 거리에서 도망치는 그녀를 뒤쫓아 달리다가 ㅡ 중년 배우로서의 마론 브란도의 진면목이 드러나 보이는 숨막히는 장면이다. 이 사내는 어쩌면 이토록 젊은 모습인가!ㅡ찾아들게 된 곳이 공교롭게도 탱고 콘테스트장이었던 것.

그는 콘테스트장 한 켠에 마련된 주석(酒席)에서 그녀의 마음을 돌이키려 애쓰지만 그녀가 끝내 말을 듣지 않자 갑자기 그녀를 콘테스트장 한 복판으로 끌어들여 난장판을 일으키고, 그를 쫓아내려는 사람들을 향해 엉덩이를 까보이는 추태를 연출한다.

그녀가 더욱 질색을 하여 도망하고자 했던 것은 불문가지.

그는 결국 그녀가 도망쳐간 그녀의 집에까지 쫓아들어갔다가 그녀의 총에 맞아죽는다.

마론 부란도는 총맞은 짐승의 꼴로 베란다로 나가 파리의 먼 하늘에 눈길을 던지며 '어머니...' 라든가,
'우리들의 아이...' 라든가 알 수 없는 한 마디 말을 뇌까리며 자궁 속에 웅크린 듯한 자세로 나뒹굴어져 죽는다.

씹던 껌을 뱉어서 난간에다 붙이고는....

이 영화에 대한 철학적인 검토는 다음 기회에 하기로 하고,

이 영화에서 하나의 미학적 장치로서 쓰인 탱고라는 춤의 의미는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만 말해 두기로 한다.

이 영화에서는 가시적인 면에서 '탱고'라는 춤, 그리고 춤 경연장이라는 곳이

위선과 허위, 격식으로 가득한 부르조아 세계를 빗대는 메타포로 쓰였다.

그것은 마론 부란도라는 사내가 바라보는 부르조아 세계의 본질을 표상한다.

사실 그 장면에서 보이는 탱고 경연 모습은 꼭둑각시 춤처럼 자못 어색하고

딱딱하고 코믹해보이기까지 한다.

그렇다면 왜 '마지막 탱고인가' 라고 했을 때 탱고는 중의성을 갖는다.

그것은 환멸과 절망에 사로잡힌 중년 사내 마론 브란도의 마지막 몸부림을 상징한다.

산전수전 다 겪은 투사형 방랑자인 그는 어렵사리 파리에 정착한 것 같다.

비록 그는 미국 출신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파리 68혁명의 투사를 연상케 한다.

혁명이 좌절되고 여자에 빌붙어 사는 룸펜으로 전락한...

아마도 생계를 위한 복서 경력과 작가, 종군 기자 노릇 등을 전전한 것으로 나오는 이 남자는

파리까지 흘러들어와, 여관을 하고 사는 죽은 아내를 만나 사랑하게 되고 정착을 꿈꾸었던 것

같다. 사랑이야말로 그의 마지막 피난처였던 것일까.

그러나 아내는 한마디 말도 없이 어느날 면도칼로 손목을 그어 자살하고 만다.

무엇 때문에?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데서 사내의 절망이 존재한다.

그에게는 삶의 마지막 남은 이유가 좌절된 것이다. 설마하니 그가 아내를 사랑했을까마는 아내가 죽고나자 그녀를 사랑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에게는 그녀의 죽음이 돌이킬 수 없는 실존적인 한계 상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 끝에 이른 절대고독. 극한의 고독.

그는 여관에서, 아내가 투숙한 다른 남자를 자신과 똑같이 정부로 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놀랍게도 그 남자에게도 자신과 똑같은 파자마를 입히고 정을 통했다는 것을.

그렇다. 이 남자는 아내의 사랑이 모든 남자를 똑같이 보는 제도화된 사랑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혹은 그 이면이었다는 것을.

부르조아 사회에서 사랑조차도 제도화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아내의 소꿉장난 같은 사랑은 마치 일란성 쌍둥이처럼 그것을 폭로하는 복제품에 다름 아니었다는 것을...

그리하여 그 사회에서는 외도가 일상화되어 있고 부부라는 것 또한 마찬가지로 제도화된 관계로 존재한다는 것을.

모든 것이 대체가능한 소비재인 것이다. 그렇다면 아내는 왜 자살했을까?

그러한 사실을 누구보다 철저히 알았던 아내는 그 허무의 막바지에 자살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아내는 부부가 됐든 외도가 됐든 대체불가능한 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내는 왜 절망했을까.

그는 일찌기 모든 것이 대체불가능한 사회를 꿈꾸었던 것이다.

그 곳에서는 부부가 됐든 외도가 됐든 모든 관계가 대체불가능한 진정성으로 존재한다.

문제는 진정성이지 관계의 형식이 아니다.

환멸에 빠진 사내는 모든 것을 대체가능한 존재로 상대하기 시작한다.

그는 그 환멸의 끝에서 부르조아 처녀를 농락하다가 오히려 그녀와 함께 하는 재생을 꿈꾸게 되고 그녀를 쫓았다가 그녀로 하여금 질색을 하는 반전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마침내 그녀가 쏘는 총에 맞아 베란다로 걸어나가 마지막으로 한번 파리의 지붕을 바라다보며 바닥에 붙은 껌처럼 쓰러져 죽는다.

그는 파리의 지붕이 연하여 펼쳐진 풍경을 마지막으로 바라보며 한 마디 말을 내뱉는다.

"아 어머니...우리들의 아이....."
재생의 언어인지 회귀의 언어인지 알 수 없다.
웅얼거리는 마론 브란도의 대사는 영화의 타이틀 백에 등장하는 프란시스 베이컨의 그림처럼 다분히 질료적이다.

그렇다면 사내에게 총을 쏜 처녀의 심정은 어떤 것이었을까.

"나는 그를 본 적이 없어. 그는 길에서부터 나를 쫓아와 나를 겁탈하려고 했어...."

아마도 사회는 유수한 가문의 규수인 그녀의 말에 일말의 의심도 보태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그녀가 받아둔 결혼 날짜와 마찬가지로 분명하고 실정적인 것이다.

가엾은 미친 사내...넌 존재한 적도 없었던 거야

(ㅁㅈ)

[가객]

다시보고 싶게 만드네요~~

[가객]

버터사건 ᆢ
바로그 영화징요? ㅎ

[지솔]

헉 버터는 모르겠고
전무후무한 정사 장면이 나오지요...

[지솔]

그게 버터였나?... 침이었던 것 같은데...

[가객]

ㄱㄱ장면이 구설 수에 올랐던
ᆢ

[지솔]

국내 개봉했더랬습니다.
시각적으로도 그렇지만 대사가 여간 하지 않았죠..

[가객]

https://youtu.be/jJ2cnKJ4tpk?si=wOp_c8GePcBes1S4

[지솔]

베르톨루치 최고의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뛰어난 형식미를 자랑하는.
<몽상가들> 도 좋죠.

[가객]

네ᆢ
다시보고 싶은 영화 입니다~

[프시케]

아아
충격적

[프시케]

내피드 글 만 보니
이 글을 이제 보네요
영화방도 즐겨찾기 신청


이 영화
못봤는데 무조건 봐야겠다
감사 😁

[프시케]

리뷰 다시한번 감상
볼 영화가 하나 늘었다는거
어떤건지 아시죠?

지솔님
땡큐~ 😍

[지솔]

숙제 내 주세요

[프시케]

후회하실텐데 ᆢ



< Me before you>

[프시케]

지솔님
이 영화 못보셨을듯🤭🤣

[프시케]

아아
프시케는
지솔님의 리뷰를 기다리며
행복할꺼야~~

어린왕자 의 여우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