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1시26분께 부산지하철 1호선의 상.하행선 20여편의 전동차가 일제히
멈춰섰다. 사고원인은 상행선 범내골역과 서면역 사이 급전선(전동차 전력공급
장치인 전차선에 전력을 전달하는 직경 23.4㎜짜리 전선)의 단선. 급전선이 단선
되면서 범내골역에서 서면-부전-양정역 구간의 전력공급이 중단됐고, 범내골역과
양정역 구간을 운행하던 전동차의 운행중단에 이어 다른 구간을 운행하던 전동차
마저 연쇄적으로 멈춰서야했다.
더욱이 범내골역과 서면역 사이를 지나던 1175호 전동차는 터널안에 그대로 멈춰
수많은 승객들이 선로위로 뛰어내려 아우성치며 황급히 대피하는 소동까지 빚어
졌다. 대중교통수단중 가장 안전하다고 시민들이 믿고 있는 지하철에서 주말인
토요일오후에 이같은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 2000년 8월 지하철 1호선 대티역에서 발생한 전차선(전동차 전력공급장치)
절단으로 4시간 가량 차량이 중단되는 대형사고 이후 부산교통공단은 선로 점검을
강화하는 한편 선로의 노후설비를 전면 교체했다.
그러나 1년4개월여만에 주말 도심을 혼돈속으로 몰고가는 초대형 사고를 일으킨것
이다. 과연 급전선 단선사고의 원인은 무엇일까. 전동차 비운행시간을 이용해 하루
에도 수차례 점검을 실시하기 때문에 점검부실은 있을 수 없다는게 부산교통공단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전선차제의 결함도 최근 설치된 설비일 뿐만아니라 그동안
별다른 이상징후를 나타내지 않았기 때문에 설득력이 없다고 공단은 주장하고 있다.
단지 급전선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순간적 저항이 생겼고 그 때문에 전선에 과열현상이
발생해 터져버렸다는게 공단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날 복구작업을 벌였던 공단 직원
들은 사고현장에서 지하철내 각종 전력선에 치명적 해를 끼칠 수 있는 물체를 발견했다.
이 물체는 어린이들의 놀이감인 은박지 풍선으로, 사고의 주범인지 아직 확신할 단계는
아니지만 공단 관계자는 "은박지 풍선이 터널안을 떠다니다 급전선과 접촉했고 은박지
풍선에 든 수소가 터지면서 전선에 스파크 등 순간적 저항이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정확한 원인은 향후 실시된 정밀분석과정에서 밝혀지겠지만, 만약 은박지 풍선이 급전선
단선의 원인이라면 한 어린이가 놓친 풍선 하나때문에 수십만명의 시민들이 어처구니없는
곤혹을 치른 꼴이 된다.
부산교통공단 관계자는 "이런 사고의 개연성때문에 은박지 풍선 등 터널안을 떠돌아다닐
수 있는 물건을 휴대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