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직장인 김대정 씨(경기도 김포시 월곶면)는 회식 메뉴로 한우 대신 육우를 즐겨 먹는다. 한우와 맛은 큰 차이가 없으면서도 가격은 훨씬 싸기 때문이라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김 씨는 "육우 고기맛은 한우에 비해 절대 안 떨어진다."면서 "똑같은 부위를 놓고 먹으면 맛의 차이를 전혀 느낄 수 없다."고 강조한다.
김 씨 같은 손님들이 몰리면서 서울 중랑구의 한 육우 취급 식당은 월 매출 1억5천만 원을 올리며 성업중이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이 6개월 전부터 영업을 시작한 식당으로, 한우와 육우를 동시에 판매한다. 식당 대표 노민호 씨는 "영업 개시에 앞서 한우와 육우를 놓고 조합 직원들에게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 봤다"면서, "육우가 더 맛있다고 대답한 대답이 전체의 60%로 나와서, 한우와 같이 팔아도 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육우는 흔히 젖소 고기로 알려져 있지만 젖을 짜는 암컷 젖소 고기는 아니다. 얼룩소로 알려진 홀스타인 종 수송아지를 국내에서 비육한 소를 주로 일컫는다. 사육 방식은 수소를 거세한 뒤 사료와 건초를 먹여 살찌운다는 점에서 한우와 비슷하다. 다만 육우는 성장 속도가 한우보다 빨라 20~22개월이면 도축 가능한 체중인 750kg에 도달한다. 한우는 같은 체중을 얻기 위해 30개월 이상 걸린다.
이 때문에 육우는 한우보다 사료비 등 사육 원가가 크게 저렴해 가격도 싸다. 한우 경락 가격(전국 평균)은 kg당 13,522원이지만 육우는 7,178원으로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육우 판매 식당의 고기 가격도 한우의 3분의 2수준에 불과하다. 서울 중랑구 육우 식당의 경우 등심 170g 가격이 육우는 17,000원(2등급)이지만 한우는 26,000원(1+등급)이다.
하지만 육우 소비는 갈수록 줄고 있다. 육우 소비량을 가늠할 수 있는 육우 도축 두수는 지난 2010년 90,837마리에서 2012년 79,452마리, 2013년 64,123마리로 4년새 30% 가까이 뚝 떨어졌다. 사육두수 역시 2010년 16만 마리에 이르던 것이 지난해 11만2천 마리로 줄었다. 이러다보니 국내산 소고기 시장에서 육우가 차지하는 비중은 채 10%가 안 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육우 소비가 부진한 가장 큰 원인은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이 꼽힌다. 서울우유협동조합 조영길 팀장은 "많은 소비자들이 육우가 젖을 다 짠 암소라고 생각한다"면서 "실제로는 홀스타인종 수송아지를 키운 것으로 사육 방식은 한우와 똑같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소비자 편견은 육우가 수입 쇠고기 아니냐는 의심이다. 하지만 육우는 100% 국내산 소고기로, 한우와 마찬가지로 소고기 이력제를 통해 도축 전과정을 추적할 수 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육우를 기피하는 현상이 계속되면서 육우 농가들은 도산하거나 한우 사육으로 전환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최현주 육우자조금위원장은 "송아지 입식 비용 30만 원에, 250만 원에 이르는 사료값, 그리고 건초값, 톱밥 가격 등을 합치면 인건비를 뺀 원가만 330만 원에 이른다"면서, "반면 산지 육우 시세는 마리당 280만 원에 불과해 한 마리당 50만 원씩 적자를 보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육우 농가들이 급감하면서 갓 태어난 육우 수송아지는 처치 곤란 신세로 전락해 가격이 0원이 된 지 오래이다. 심지어 일부 낙농 농가에서는 암송아지가 태어나면 키우고 수송아지가 태어나면 버리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최현주 위원장은 일부 낙농 농가들이 수송아지가 태어날 경우 젖을 먹이지 않고 방치해 폐사시킨 뒤 매장하거나 소각시켜 버린다고 말했다.
육우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편견을 불식시키고 육우가 지닌 장점을 홍보하는 것이 근본 대책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5천3백여 곳에 이르는 육우 농가들은 이 달 들어 육우자조금을 조성해 육우 알리기에 나서기로 했다. 자조금 규모는 10억 원 남짓으로 280억 원에 이르는 한우자조금에 비해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최현주 위원장은 "대형 유통시장에서 육우를 판매함으로써 육우 소비를 늘리기 위한 소매 시장이 많이 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댓글 오오 좋은정보에요!! 당장고기먹으러 가고싶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