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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땅 4-8
그들은 서로 빛을 갚은 입장이 되었고 이제는 사업을 상의하는 관계
로 자연스럽게 발전되었는데 그것은 그들의 적이 유장수라는 동질의
식 때문이었다. 원수의 원수는 곧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장규식은 지금 마약을 들여와 조직을 벌이자고 이한기에게 제의하는
참이었다.
"이번에 이성철이 보낸 김종무가 미국에 갔다가 단단히 경을 치고
돌아왔어요.동남아는 말할 것도 없고."
태국이나 홍콩, 중국의 마약 상인들은 정부의 강력한 단속으로 지하
에 숨어들어가 있었다. 경작지를 초토화시켰기 때문에 생산량도 적을
뿐 아니라 있다고 해도 가격이 높아서 위험부담을 에면 남는 것도 없
다.
이성철이 공급처를 미국으로 바꾸려고 김중무를 보냈다가 마약부에
검거되어 추방당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판매조직, 마약공급, 두 가지가 모두 문제요, 장형. 지금은 어려운
때요. 유장수와 이성철이 서로 견제하고 있는 상황에 누군가가 들어오
면 그때는 두 놈의 견제를 받을겁니다. "
이한기가 차근차근 말했다.
"오죽하면 내가 돈을 쟁여 놓고 시기를 기다리고 있겠소? 장형, 약
은 내가 들여올데니까 그때 나와 손잡고 조직을 만들어 갑시다. "
"그게 어느 세월이오?"
입맛을 다신 장규식이 머리를 돌렸으나 아까보다는 기세가 많이 누
그러져 있었다.
그는 숨어 지낸 지가 이제 석 달이 넘었다. 유장수가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었으나 한때 그의 수족이 되어 움직였던 장규식이라 쉽사리 잡
힐 리가 없다. 그리고 아직도 유장수의 부하들 중에 끄나풀이 있어서
정보를 받기도 하는 것이다.
"홍성회가 미국의 LA에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LA에서 룸살롱을
한다던가. 김종무가 제 눈으로 봤다고 떠들고 다닌다던데."
이한기가 말을 바줬다. 그는 싱글거리며 장규식을 향해 웃었다.
"홍성회를 살려 준 것이 장형 아니오?그 여자가LA에 있다면 최대
광이나 신용만이도 그곳에 있을 가능성이 있지 않소."
"장형도 LA나 가서 상황을 살펴보는 것이 어때요?그곳에 가면 미
국 마약계의 거물인 크링거라는 사람이 있지요.그 사람만 만나면 되
는데 ."
"크링거라면 지난번에 한국사람인 고 무엇인가에 납치당했다는 사
람이 아니오?"
신문에서 읽은 기억이 났으므로 장규식이 물었다.
"그래요. 그 사람인데, 그 사람이 를를비아나 남미의 마약을 취급하
지. 거물이오,"
"남치됐다가 나온 걸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던데, 한국사람한해
"한국사람이 한 일이 아니라고' 합디다. 하지만 어줬든 그 한국놈 대
단한 놈인 모양이오. 콜룹비아에서 살인을 하고 올라온 놈이라던데. 최
대광이도 그놈을 아는 것 같았소."
우두커니 이한기의 얼굴을 바라보던 장규식이 혼자소리처럼 말했다.
"빌어먹을! 최대광이나 만나러 가볼까?"
버스가 메데인에 도착했을 매는 저벽 7시경이었다. 대원들은 산길에
서의 사건 이후로 모두 긴장해 있었다.
마르비오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는 다섯 시간 동안 앞쪽을 바라
보는 시간보다 룸미러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더 많았을 것이다.
마르비오는 시내로 진입하는 검문소에서 차를 세줬는데 이제는 검
문하는 병사들한테 쓸데없는 농담도 하지 않았다.
병사 두 명이 버스 안으로 들어서더니 앞쪽에 앉은 짐에게 물었다.
"신부님들은 어디로 가십니까?"
"보고타의 프리마다로 갑니다. "
옛된 얼굴의 병사가 머리를 」I덕이며 버스 안을 취둘러보았다.
"신부님들이 대절하신 모양이지요?"
"그렇소, 내 신도여."
병사는 몸을 돌리더니 우두커니 서 있는 동료의 어깨를 밀었다.
"좋은 여행이 되십시오, 신부님들."
병사들이 버스에서 내리자 마르비오는 기아를 넣고 차를 출발시켰다.
"보스, 아무래도 운전사가 문제될 것 같은데요."
고영무의 옆자리에 앉은 짐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마음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
고영무는 마르비오가 룸미러로 이쪽을 바라보는 것을 보았다. 그러
다가 앞쪽을 달리던 트럭이 속력을 줄이자 뒤늦게 발견한 마르비오가
험껏 브레이크를 밟았다. 차체가 요동했고 모두들 의자를 안고 균형을
잡았다.
"보스, 저놈이 우리가 신부가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
이제는 짐의 표정도 다급해졌다.
이제까지는 인적이 드문 산길과 고원지대를 통과했고 서너 개 지나
쳤던 검문소들은 만약의 경우에도 이쪽의 화력으로 충분히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시내로 들어와 있었다. 수천 명의 군증 앞에서 총격
전을 벌일 수도 없고 도처에 경찰과 계엄군들이 깔려 있는 것이다.
"짐, 매수해라. 그 방법밖에 없다. "
고영무가 말하자 짐이 찬찬히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보스, 아까 제가 생각해 보았습니다만 없애고 저희들이 운전하면."
"위험해, 짐, 줘, 우리는 카를로스측이라고 해."
"알겠습니 다. "
마르비오가 다시 힐끗 이쪽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최대광이 고영무의 옆쪽 자리로 다가와 않았다.
"형님, 운전사 저놈의 눈치가 수상한데요,"
"짐이 방금 그 이야기를 하고 갔어, "
"소리라도 지르면 야단 아님니까?"
"그럴 리는 없다. 우리가 가진 총을 보았을데니까."
짐이 마르비오 옆의 엔진 덮개 위에 맞더니 이야기를 하는 것이 보
였다. 마르비오가 힐끗거리며 짐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짐에게 매수하라고 했다. "
앞쪽 자리에 앉아 있던 신용만이 그의 말을 듣고는 머리를 끄덕었다.
"그 방법이 제일 좋습니다. "
이윽고 마르비오의 얼굴이 번책 들리더니 버스의 속력이 줄어들었다.
짐을 노려보던 그가 커다랑게 머리를 끄덕이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는 룸미러를 향해 눈을 치켜 뜬 채 다시 머리를 」1덕였다. 이쪽을 향해
끄덕이는 것이다. 그것은 고영무가 지춰자인 것을 진작부터 알아차리
고 있었다는 표시였다.
짐이 다시 이쪽으로 다가왔다. 최대광과 은용만이 그를 향해 머리를
모았다.
"입을 다무는 보상으로 백만 페소를 주겠다고 했숩니다. "
짐의 말에 고영무가 잠자코 머리를 끄덕였다.
"만일 이 일을 누설하면 카를로스가 용서하지 않을거라고 말해 주었
습니다. 그했더니 걱정 말라고 하는군요."
"됐다, 당분간은."
"신바람이 난 모양입니다, 보스."
마르비오는 다시 활기를 찾아가고 있었다. 앞을 가로막은 택시를 향
해 경적을 울려했는데 가볍고 짧았다. 그는 룸미러로 이쪽을 바라보며
머리를 』I덕였다.
"프레지던트 호텔로 모신답니다. 거긴 일급인데다 검문도 없다는군
요. 매데인 시장의 매부가 경영하는 호텔이랍니다. "
짐이 앞쪽을 향해 돌아 앉으며 말했으므로 차 안에 있는 대원들은
물론 마르비오한테까지 들린 모양이었다.
마르비오가 힐끗 이쪽으로 머리를 돌렸다.
"시장의 매부는 대령입니다. 메데인 근처에 주둔하는 부대의 사령관
인데 통행증도 발급하지요. 호텔에 파견나온 장교가 있는데 오만 페소
만 주면 특별 통행증을 줍니다. "
"이봐, 마르비오. 보고타에 들어가는 데 통행증이 있어야 하나?"
짐이 묻자 마르비오가 어깨를 을렸다.
"없어도 됩니다만,그 통행증이 있으면 아무도 귀찮게 하지 않습니
다. 저는 있는 대로 말씀드린 것뿐입니다, 신부님."
신부님이라고 부르는 말 끝이 흐려져 있었다.
"카를로스의 일당에 필요한 통행증일겁니다, 보스."
짐이 생각난 듯 말했다.
"마약을 운반하려면 그것이 필요하겠지요."
"그 통행증도 얻어 놔라, 짐."
고영무의 말에 신용만이 머리를 끄덕였다.
"카를로스의 일당이라고 말한 덕분에 경비가 더 드는군요."
버스는 이제 한적한 주택가로 들어서고 있었다. 거리에는 가로둥이
드문드문 켜져 있었고 주택들은 고풍스러웠다.
돈 에르딘데스가 응접실로 들어서자 방의 한복판에 서 있던 프랑코
대령이 부동자세를 했다.
"그래, 프랑코, 무슨 일이냐
저녁때에 업무 이야기를 하는 것을 싫어하는 에르난데스였다. 저녁
에는 밤에 열릴 파티나모임의 기대에 부풀어 있어야만 한다. 좋은 술
과 여자, 그리고 음악이 있는 곳에서 하루 일에 지친 몸을 쉬어야 하는
것이다.
"마간게 근처의 국레서 저회 파결병 네 명의 시체가 발견되었습니
다, 각하."
프랑코가 조심스럽게 보고했다. 어차피 시기가 좋지 않은 때였지만
내일 아침에 보고를 하면 왜 어젯밤에 즉각 보고하지 않았느냐고 길길
이 뛸 판이다.
에르난데스는 눈을 괌벅이며 프랑코를 바라보았다. 그는 오십대 초
반으로 몸이 비대했고 아랫배가 나왔으므로 정복 밑에는 거들을 차고
있었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가쁘고 기분이 나빠지지만 파터에 참석할 때는
꼭 거들을 찬다. 어지간한 인내심이 없으면 견뎌 내지 못하는 일이었다.
횐 털이 반쯤 섞인 롯수염을 쓸면서 프랑코를 바라보던 그가 입을열었다.
"그렇다면 산타마르타에서 소동을 벌인 놈들의 소행않씩"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각하."
"마간게 근처라면 국도로 올라왔단 말안"
"네, 각하. 고속도로는 검문검색이 철저하므로 아무래도."
에르난데스는 금빛 수술로 뒤덮인 자신의 제복을 내려다보았다. 횐
바탕에 붉은 덧옷이 있는 좋아하는 옷 중의 하나였다. 어깨에는 육군
대장의 순금 견장이 붙어 있다.
"산타마르타에서 사살된 놈의 신원은 확인되져"
머리를 든 에르난데스가 차분하게 다시 물었으므로 프랑코는 오히
려 점점 더 긴장되었다.
"아직 확인이 안 되었습니다, 각하. 신분증도 없는데다가 그 근처에
살지도 않는 모양이라."
"병신 같은 놈들, 페리코 그놈은 병신이야."
페리코는 산타마르타 지구의 계엄군 사령관이다.
"페리코에게 연락해서 그놈의 사진과 지문을 즉시 보고타로 보내라
고 해라. 이곳에서 직접 수사하도록."
"알겠습니다, 각하."
"그리고 보고타에 이르는 모든 국도의 파견병은 물론 검문소에 비상
을 걸어라 칠저하게 검문하도록 파견병은물건만빼앗지 말고수상한
놈들을 가려내라고 해."
"네, 각하."
"놈들이 잡혔을 매의 경로를 알아내서 통과시켰던 검문소나 파견병
은 엄중히 문책하겠다. "
"네, 각하."
에르난데스는 숨이 가뿐지 입을 별렸다.
"프랑코, 각하의 오늘 일정은 그대로인가?"
그의 목소리가 조금 갈라진 것처럼 느껴졌다.
"네, 각하. 변한 건 없습니다. "
"카를로스한테서는 다시 연락이 오지 않았지?"
"네, 각하. 있었다면 바로 저한테 보고가 되었을겁니다. "
에르반데스는 머리를 끄덕이고는 걸음을 떼었다.
상체에 비해 하체가 유난히 가늘었는데, 그것도 허벅지 부근에 두껍
게 습을 댄 바지를 입어서 그나마 그만했다.
그것을 알고 있는 사람 중의 하나인 프랑코는 엄숙한 얼굴로 그의
뒤를 따랐다. .
에르난데스가 문 쪽으로 다가가자 그는 재빨리 앞으로 나가 문을 열
었다. 호위 부관 두 명이 정장 차림으로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대통령궁으로 들어선 검정색 벤츠는 가로둥이 환하게 켜진 포장도
로를 달리다가 우측의 벽돌집 앞에서 멈줬다. 편쪽으로 백 미터즘 떨
어진 곳에 대통템딘 집무실과 가족들이 사는 본관 건물이 있었고, 이
곳은 테니스장에 딸린 부속 건물이었다.
벽돌집 앞에 서 있던 두 명의 사내가 벤츠 쪽으로 다가가자차의 뒤
쪽 문이 열리면서 카를로스가 나왔다. 얼굴에 웃음을 띄우고 었었다.
운전석 옆에서 건장한사내 한 명이 따라 내리더니 그의 옆으로 다
가왔다.
"각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
건물 앞에 서 있던 사내 한 명이 앞장 서서 안으로 안내하며 말했다.
카를로스는 잠자코 그의 뒤를 따랐다. 건물 안은 운동기구가 놓여진
방과 휴게실, 사우나실과 목욕탕으로 구분이 되어 있었는데 모두 유리
벽으로 구분해 놓아서 내부가 편히 보였다.
카스틸로 대통령이 셔츠 차림으로 휴게실의 소파에 앉아 있다가 유
리벽 건너편에서 다가오는 카를로스를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딘다.
오십대 후반의 건장한 체격이었는데 팔과 다리가 굵었다. 반바지 차
림이었으므로 다리에 돋아난 무성한 털이 보였다.
따라온 부하를 복도 끝에 세우고 카를로스는 휴게실 안으로 들어딘
다.
"카를로스."
"각하. "
그들은 서로 얼굴에 웃음을 띄우고는 손을 잡았다가 이내 가법게 포
옹을 했다.
"자, 자리에 앉아요, 카를로스."
"고맙습니다, 각하."
그들이 자리에 않자 무표정한 얼굴의 경호원이 쟁반 위에 물잔을 받
쳐 들고 들어왔다.
카스틸로는 금연과 금주를 하는 사람이다. 물잔을 내려툴은 경호원
이 물러 나가자 카스틸로가 머리를 들고 카를로스를 바라보았다.
"우리가 이렇게 만나는 것을 미국이 안다면'아마 내일 아침에 당장
국교를 단절할거요."
"천만에 말씀입니다, 각하.를름비아는 남미 제국의 전략적 요충지
입니다. 우리를 적으로 돌리면 미연방이었던 에콰도르, 베네수엘라도
미국에 등을 돌릴겁니다. "
카를로스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각하, 저는 그걸 말씀드리려고 온 것입니다. 우리는 미국의 꼭두각
시가 아님니다. "
카스틸로는 의자에 둥을 기댄 채 템그레 웃었다.
검은 눈동자와 를날의 중간 부분이 튀어나온 얼굴은 날카로운 인상
이었으나 웃을 때의 모습은 천진했다. 시내에 걸린 초상화의 모습은
모두 이 표정이다. 잘 다듬어진 콧수염 밑으로 하얀 이가 보였다. 그가
입을 열었다.
"카를로스, 미국이 잔뜩 며르고 있는 것 같던데, 마약의 공급을 당분
간 줄이는 것이 어떻겠소?"
"그건 안 됩니다, 각하. 미국은 저만 노리고 있는 것이 아님니다. "
카를로스가 카스털로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각하를 노리고 있습니다. 이번에 LA에서 혀난 30명에 가까운 특공
대가 콜름비아에 상륙한 것 같습니다. "
"그들의 목표는 각하입니다. "
"미국 정부가 보냈단 말이오?"
카스틸로의 목소리는 가라않아 있었다. 그의 검은 눈이 이쪽을 향한
채 때어지지 않았으므로 카를로스는 시선을 돌렸다.
"미국군은 아넘니다. 콜룹비아인들이라고 들었숩니다. "
"누구에게 들었소?"
"LA에 있는 제 마약 거래선입니다. 툴림없는 정보지요."
"나를 제거한다구?"
입술의 양쪽 끝을 올리며 카스틸로가 다시 물었다.
"그렇습니다. 그들의 목표는 각하입니다. "
"어떻게?"
"그건 모름니다. "
카스틸로는 다시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않았다. 그는 건너편의 운동실
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다면 라파엘과 연락이 닫는 놈들인가?"
문득 그가 다시 물었다.
"아마 그러리라고 생각합니다. "
"아직 해안이나 공항에서는 그런 정보가 없었는데."
"각하,오늘 아침에 산타마르타에서 총격전이 있었습니다. 10여 명
의 사내들이 경계선을 들고 탈출했는데 놈들은 어첫밤에 순찰병 세 명
을 사살했고 오늘 아침에는 병사 두 명과 민간인 한 명을 살해했숩니
다. "
카스틸로의 얼굴에는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잠자코 카를로스
의 얼굴을 건너다볼 뿐이었다.
카를로스는 그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놈들인 것 같습니다. 놈들은 산타마르타에 상륙한 것으로 보입니
다, 각하."
"고작해야 30명이야. 설령 그 말이 정말이라고 하더라도."
"문제는 그들을 보낸 미국의 의도입니다. 그들은 각하를‥‥‥
카스틸로가 이맛살을 찌푸렸으므로 카를로스는 말을 멈줬다.
"카를로스, 당신 생각은 내가 당신과 밀접한 관계이기 때문에 나를
제거하면 자연히 당신도 제거되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 아니오?"
그의 목소리는 차가줬으나 카를로스는 선뜻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숩니다, 각하."
"정보, 고맙소, 카를로스."
"당연한 일이지요."
"에르난데스는 당신에게서 돈을 들어내는 데만 바빠서 정보가 늦는
모양이오."
시선이 마주치자 카스틸로가 초상화의 얼굴처럼 빙그레 웃었다.
"각하, 그럴 리가 있습니까?"
"특별 통행증이라는 것도 만든 모양이더군. 담신들에게 필요하도록.
그것을 라파엘측도 이용하는 모양이야."
"그놈은 똥배에 거들을 차고 습 넣은 바지를 입고는 지금쯤 여자와
술에 파묻혀 있겠지."
"각하, 그가 각하를 위해 충성을 다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내가 그놈에게서 알고 싶은 것은 딱 하나밖에 없소. 스위스 은행에
당신이 준 돈이 얼마나 있는가 하는거요."
"CIA의 워랜을 불러서 따져야겠군."
"각하, 안 됩니다. "
카를로스가 당황한 듯 머리를 저었다.
"제가 알아보니까 CIA의 워랜도 이번 일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이
일을 알고 있는 것은 마약부 쪽밖에 없습니다. "
이제는 카스틸로가 노골적으로 초조한 표정을 지었다. 눈법을 좁히
고는 카를로스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는데 손가락 끝으로 의자의 팔걸
이를 계속해서 두드리고 있었다.
"제가 놈들의 지휘자를 압니다. 전에 보고타에서 같은 동포를 죽이
고 도망친 고영무라는 한국인입니다. 놈은 LA로 도망쳤다가 마약부에
매수된 것 같습니다. "
"한국인이란 말이오?"
카스틸로가 눈셉을 치켜 을렸다.
"네, 각하. 하지만 보통놈이 아님니다. 떨떼서도 몇 차례 소동을 일
으킨 놈입니다. "
놈이 부하 중의 하나인 매린을 죽이고 페르난도의 동생을 납치했다
는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다. 더욱이 크링거의 이야기를 꺼넬 수는 더
욱 없는 것이다.
"고맙소, 카를로스. 내가 알아서 하쳤소. 그리고 이 이야기, 저 돼지
같은 에르난데스에게는 할 필요가 없소."
"잘 알고 있습니다, 각하."
에르난데스는 돼지가 아니라 조금 영리한 언동이라도 보이면 제2인
자의 자리를 오래 지키지 못할 것이다.
카스틸로는 에르난데스를 철저히 무시하고 미워하면서도 2인자의
자리는 지켜 주고 있었다. 그것이 독재자의 허점이었고,결코 돼지 같
지 않은 에르난데스는 카스털로 앞에서 돼지 흥내를 내면서 자리를 지
키고 있었다.
"그럼 각하, 저는 이만. 그리고‥‥‥‥
카스틸로가 시선을 돌렸으므로 카를로스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탁자
위에 종이쪽지 한 장을 내려놓았다.
카스틸로는 그것을 보지도 않는다.
"각하, 스위스의 데리히 은행입니다. 이번에는 5천만 탈러를 넣었습
니다. "
잠자코 않아 있는 카스틸로에게 머리를 숙여 보인 카를로스는 방을
나봤다.
부하가 초조하게 서 있는 것이 보였다.
특별 통행중까지 받아놓은 터여서 대원들은 긴장이 풀려 있었다. 마
르비오는 어제의 협상 이후로 전보다더 명랑해져 있었는데 이제는 뒤
를 돌아보면서 대원들과 농담을 나누기까지 했다.
물론 신부넘이라고는 부르지 않았는데 대원들은 오히려 그것이 나
은 모양이었다. 점잔째던 표정들을 본래의 모숩으로 바꾸고는 편한 모
습을 하고 있다.
버스는 아침 일찍 베데인을 출발하여 보고타로 향하고 있었다. 버스
는 중앙 안데딘 산맥을 달려 올라갔는데 곧 평지가 눈앞에 필쳐겼다.
고원지대로 들어선 것이다.
해발 2천 미터가 넘는 고원지대였으므로 기온이 서늘했고 차창으로
는 시원한 바람이 흘러 들어왔다.
"마르비오, 이제 검문소가 몇 개 남있꺾"
누군가가 소리쳐 물었으므로 고영무는 머리를 들어 앞쪽을 바라보
았다.
"두 개. tO킬로즘 앞에 한 곳이 있고 보고타 외곽에 하나야. 이젠 다
왔어 ."
마르비오가 커다랑게 소리쳤다.
버스는 평지에 물린 깨끗한 포장도로를 제법 속력을 내어 달렸다.
앞쪽에 시벤트로 지은 가건물이 보였는데 검문소인 모양이었다.
도로 양쪽에는 두 대의 탱크가 세워져 있었고,崙자루를 함아 올린
법커가 10여 개 일렬로 늘어서 있는 것이 경비 태세가 삼엄해 보였다.
버스 안은 조웅해겼고 이제는 엔진이 으르렁대는 소리만 들렸다.
메데인을 출발했을 때부터 도로에는 차량의 통행이 많아지고 있었
다. 보고타에 가까워지자 가끝씩 차량 행렬 때문에 버스가 도로상에
멈추기도 했다.
버스는 검문소에서 백 미터즘 떨어진 곳에서 멈추었다. 검문을 받는
차량들이 밀려 있기 때문이다.
"검문이 싱한 모양인데."
창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있던 대원 하나가 혼잣소리처럼 말했다.
다시 차 안은 긴장감에 짜여 가기 시작했다. 조금씩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면서 그것은 더욱 곁어졌다.
고영무는 산타마르타에 상륙한 이후로 지금처럼 조금씩 조여 드는
것 같은 긴장감을 맛본 적이 없었다.
힐끗 뒤를 돌아본 그의 가승이 소리를 내듯이 아래로 떨어져 내렸
다. 뒤쪽에는 이미 수십 대의 차량이 밀려 서 있어 위아래로조여드는
것 같은 느낌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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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랜만에 잘보고갑니다,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잘보고갑니다
마약범에 대한 글 감사합니다
잘보고갑니다